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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활력…공동체의 힘! ③ 영국의 도시재생과 공동체 지원] “더 공정한 사회, 지역 공동체의 힘을 믿습니다”
[도시의 활력…공동체의 힘! ③ 영국의 도시재생과 공동체 지원] “더 공정한 사회, 지역 공동체의 힘을 믿습니다”
  • 김종표
  • 승인 2018.11.19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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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주도 도시재생의 세계적 성공모델 만들어
공동체에 토지·건물 등 공공자산 매입 우선권
정부·자치단체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토대
주민 참여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영국 런던 템스강변의 코인스트리트.
주민 참여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영국 런던 템스강변의 코인스트리트.

영국은 전통적으로 시민사회의 힘이 강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시민이 앞장섰고, 정부와 자치단체에서도 법과 제도를 통해 주민 공동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는 주민 참여 도시재생의 세계적 모델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됐다.

특히 ‘지역주권법(Localism Act)’에 지방정부가 지역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토지·건물을 매각할 때 공동체에 우선권을 주는 조항을 규정해 최근 국내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시민자산화’를 한층 수월하게 했다. 주민들은 마을 커뮤니티를 토대로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역공동체 지원 ‘로컬리티(Locality)’

‘우리는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공동체의 힘을 믿습니다. (We believe in the power of community to create a fairer society)’

영국 런던에 위치한 공동체 지원 단체 ‘로컬리티(Locality)’ 사무실 벽면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문구다.

로컬리티는 영국에서 마을 만들기와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회혁신 기구이자 비영리단체(NPO)로, 지역사회 다양한 커뮤니티 설립과 공동체 운영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고 있다. 방치된 토지나 빈 건물을 지역공동체가 싼 가격에 사들여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그 수익을 다시 지역에 환원하는 방식의 공동체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재생의 모델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1년 출범한 로컬리티는 영국에 600여 개 회원 단체를 두고 있는 연합조직으로 전국의 다양한 공동체를 연계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정규 직원은 40여 명이며, 단체 운영 예산은 주로 중앙정부의 보조금과 복권기금사업비, 연구용역비 등으로 충당한다.

로컬리티 관계자는 조직의 주요 역할로 △단위 공동체 자문·지원 △정보 및 자원 공유 △공동체 연계·협력 △의제 설정 및 정책 연구·제안을 꼽았다. 역할과 기능 측면에서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와 닮아 있는 부분이 많다.

데이비드 올퀴스트(David Ahlquist) 개발 담당 매니저는 “최근 지방정부가 재정 문제로 공동체 지원 예산 줄여 커뮤니티 활동이 어려워졌다”면서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주인의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에서 번 돈은 그 지역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였다”면서 “이 같은 차원에서 지방정부가 공공의 가치를 지닌 자산을 팔 때 마을공동체에 6개월간의 기간을 부여해 매입 우선권을 주는 법률 제정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로컬리티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와 지역 재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국내에 다시 한번 이름을 알렸다. 서울시와 로컬리티는 서로 직원을 파견해 긴밀한 교류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에서 런던의 지역 재생 노하우를 나누는 워크숍도 열렸다.

△런던 코인스트리트

주민 참여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영국 런던 템스강변의 코인스트리트.
영국 런던 코인스트리트.

영국 런던 템스강변에 위치한 코인스트리트(Coin Street)는 주민 참여 도시재생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지역이다. 도시재생 선진사례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는 국내 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코인스트리트는 산업구조 개편과 함께 빠른 속도로 쇠락한 지역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장과 창고, 항만시설이 밀집하면서 경제적 부흥을 맞기도 했지만 전쟁 후 산업구조가 개편되면서 슬럼화로 이어졌다.

이곳 주민들은 민간 부동산 업자의 낙후지역 재개발 사업에 강력한 반대 운동을 벌인 끝에 결국 개발계획을 저지하고, 1980년대 중반 비영리 마을공동체기업(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을 설립해 스스로 지역 재생사업을 추진했다.

지역 내 다양한 전문가들로 이사회를 구성한 마을공동체기업은 런던시로부터 토지를 저렴하게 사들여 이곳에 임대주택과 공원·미술관 등을 조성했다. 공동체가 건물을 사들여 운영하는 임대주택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저렴한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다.

또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카페·식당 등 상업시설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창출된 수익은 다시 마을공동체를 통해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코인스트리트는 슬럼가에서 활력이 넘치는 살고 싶은 동네, 젊은이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변모했다. 물론 땅값도 크게 올라 런던에서도 금싸라기 땅으로 꼽힌다. 지역공동체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이 같은 성공 사례의 배경에는 런던시의 정책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런던 해크니 지역
 

해외 이주민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빈민가에서 살고 싶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한 런던의 해크니 지역.
해외 이주민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빈민가에서 살고 싶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한 런던의 해크니 지역.

런던은 이민자들이 많은 도시다. 특히 런던 북동쪽 해크니(Hackney) 지역은 영국에서도 가난한 해외 이주민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혔다. 40년 전만 해도 실업률과 범죄 발생률이 높은 대표적 빈민가였던 이곳이 활기찬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가 됐다.

이 지역 도시재생 역시 지역주민들이 주도했다. 지난 1982년 해크니개발협동조합을 만든 주민들은 지방정부의 협조로 방치된 토지와 건물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장기 임대해 지역 예술인을 위한 작업공간으로 내줬다. 자치단체 소유의 토지·건물을 거래할 때 지역공동체에 우선권을 주는 법률이 토대가 됐다.

조합은 건물 세입자들의 사업을 지원하고,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주도했다. 또 임대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면서 지역의 자생력도 한층 강화됐다. 조합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활동은 주민들 간의 연결 고리를 단단하게 조였다. 이후 경제·사회·문화·환경 등 모든 영역에서 생활여건이 향상됐다.

한때 건물 임대료가 오르면서 지역 예술가들이 내몰릴 위기에 처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나타났지만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이곳에서 공식행사가 열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주민이 주도한 도시재생을 통해 해크니는 이제 위험한 빈민가에서 런던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지역이자 주민 삶의 만족도가 높은 주거 공간으로 변모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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