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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20) 불쌍하다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20)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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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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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참 불쌍하다’는 말이 있다. 옛날 정이천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선비에게 세 가지불행이 있으니 첫째는, 젊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고관이 되는 것이고 둘째는, 부모의 세도를 업고 고관이 되어 세도를 누리는 것이며 셋째는 재주가 남달리 비상하여 문장을 함부로 써 갈기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이천 선생은 이 세 가지를 상서롭지 못한 일로 규정 지어 불상(不祥)이라 했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이 말을 내 감정구조에 상대편이 측은하게 생각되면 불쌍하다고 말한다. 즉 불쌍하다는 처지나 형편이 안 되어 애처롭다는 뜻이며, 비슷한 말로 ‘가련하다 또는 가엾다’가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불쌍하다의 어원을 한자어 ‘불쌍(不雙)’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쌍(雙)이 되어야 하는데 쌍이 되지 못했으니 불쌍(不雙)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나 행실이 아주 고약하고 천박한 사람을 낮잡아 ‘불쌍놈’이라도 한다. 이 말은 너무 혐오스러워 아무에게나 쓰지 못할뿐더러 발설하기조차 거북하다. 흥미로운 점은 ‘불쌍하다’와 ‘불쌍놈’의 어원을 동원해 자기 논리를 편 것이다. ‘불쌍하다’의 ‘불쌍’은 물론이고 ‘불쌍놈’의 ‘불쌍’까지 한자어 ‘불상(不常)’으로 보고, ‘불쌍하다’를 ‘정상이 아니다’로, ‘불쌍놈’을 ‘쌍놈 수준에조차 미달하는 사람’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불쌍놈’의 ‘불쌍’까지 한자어 ‘불상(不常)’으로 본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왜냐하면 ‘상놈’은 예전에 ‘상인(常人)’, 곧 ‘평민’을 낮잡아 이르던 말이다. 물론 지금은 ‘본데없고 버릇없는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상놈’의 센말이 바로 ‘쌍놈’이다. ‘상놈’ 가운데에서도 아주 심각한 수준의 상놈을 접두사 ‘불-’을 붙여 ‘불상놈’이라 강조한 것이고, 이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해 ‘불쌍놈’이라 한 것이다. 그러므로 ‘불쌍놈’이 ‘쌍놈 수준에조차 미달하는 사람’은 아니다. ‘불’을 한자 ‘불(不)’로 보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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