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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회원들의 말 걸기
‘아이리스’ 회원들의 말 걸기
  • 김은정
  • 승인 2019.04.25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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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딱 이틀 동안 열린 특별한 전시회를 다녀왔다. 완주군 상관면 한 정신장애시설의 장애인과 시설 담당자들이 꾸린 문화공동체 <아이리스> 회원들이 찍고 그린 사진과 그림 전시회다.

상관면 주민센터 2층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맨 처음 만난 글 한편.

‘나는 정신장애를 벗어나 나이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이름을 부르기 보다는 정신병을 가진 김 아무개로 말한다. 나는 단지…….병을 벗어나 내 이름으로 불리우고 싶을 뿐이다.’

아이리스 회원들은 김 아무개씨 처럼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우울증이나 조울증, 알코올과 약물 중독, 조현병 같은 정신장애를 앓고 있으니 사회와의 소통은 물론이고 누군가와 어떤 일을 도모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다. 문화공동체를 꾸린 이들의 전시회가 궁금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20여명 아이리스 회원들이 내놓은 사진과 글과 그림은 놀라웠다. 지난 1월부터 공동체를 꾸리고 함께 해온 작업은 사진 찍기. 상관면 주민들이 대상이다. 머리를 잘라주는 이발사 아저씨, 동네 슈퍼마켓 아줌마, 경찰아저씨, 사진과 그림을 가르쳐준 작가와 장애시설 선생님, 자원봉사자, 그리고 동네 곳곳의 풍경이 이들의 핸드폰 카메라에 담겼다.

이들에게 함께 사진 찍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좁지 않은 전시실을 가득채운 사진과 글과 그림이 답해주었다.

‘선생님은 참 친절하신 것 같아요. 하나로 마트에 갈 때마다 선생님이 근무 때는 기분이 좋아요. 오래 오래 하나로 마트에 근무하세요. 항상 저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로부터 분리된 환경에 놓여있는 이들에게 사진 찍기는 자신의 일상에 스며든 누군가를 향한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바람의 통로였던 것이다.

‘아이리스’는 완주문화도시추진단이 공모한 문화공동체지원사업으로 뿌리 내린 단체다. 이 단체를 꾸리고 이끌어온 시설 담당자는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깊은 환경에서 마을과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했다”며 “활동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마을 주민들의 따듯한 배려가 장애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었다”고 전했다.

전시장을 돌아 나오며 마주한 또 하나의 글이 있다.

‘저는 이길순입니다. 마음이 착하고 악이 없습니다.’ 그는 누구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을까. 정신장애인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과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지금, 아이리스 회원들의 말 걸기가 주는 울림이 크다.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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