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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가 애정하는 감독] ① 박정범 “영화제가 보내는 신뢰”·정형석 “작품 만드는 동력”
[전주국제영화제가 애정하는 감독] ① 박정범 “영화제가 보내는 신뢰”·정형석 “작품 만드는 동력”
  • 김보현
  • 승인 2019.05.0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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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석 “연극적 요소, 다양한 연출·색깔 시도”
박정범 “늘 비슷한 이야기 하는 것 아닐까 고민”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기념하는 '뉴트로 전주' 섹션에 참여한 박정범(사진 왼쪽), 정형석 감독과 본보와의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3일 전주 영화호텔에서 두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를 기념하는 '뉴트로 전주' 섹션에 참여한 박정범(사진 왼쪽), 정형석 감독과 본보와의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3일 전주 영화호텔에서 두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무수한 감독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더 깊이 영화제를 이해하고 궤를 함께하는 젊은 영화인들이 있다. 박정범, 정형석, 고봉수, 장우진 감독은 최근 10년간 영화제의 주요 프로젝트 참여하거나 경쟁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영화제의 비전을 함께하고 역사를 지켜봐 온 이들이다. 영화제가 애정하고, 영화제를 애정하는 네 감독을 두 차례에 걸쳐 만나봤다.

 

- 올해 영화제와 함께 성장한 감독 20인에 두 분의 이름을 올랐는데요. 영화제의 신뢰가 두텁습니다.

정형석 : “많은 감독들이 있었을 텐데 감사한 일입니다. 전 영화제가 키운 느낌이죠. 영화제의 큰 기능이 영화인 발견·발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는 저처럼 연극계에 약 10년간 있었던 늦깎이 감독을 편견 없이 작품만 보고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작품을 만들 동력이 됐습니다.”

박정범 : “작품이 후지면 영화제에서 이제 안 부르겠죠. 하하. 영화제가 보내는 신뢰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감사할 뿐이죠.”

 

- 영화제와 처음 인연 맺었을 때를 회상하면 어떠십니까.

박정범 : “전주를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올 때마다 야트막한 건물들이 어우러진 따뜻함이 남아있습니다. 다른 영화제를 가보면 높은 건물들로 답답하거든요. 그리고 독립이란 게 사실은 자본하고의 싸움입니다. 그러다보니 강하진 않더라도 연대가 있으면 좋은데, 각개전투 방식인 감독 특성상 자발적으로 하기 힘듭니다. 영화제가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형석 : “국내 부산, 부천 등 영화제마다 색깔이 있기 마련이죠. 전주는 규격화 돼 있지 않고 굉장히 자유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상영작들을 보면 자유로운 창작자들의 다양한 방식들을 담아내더라고요.”

 

- 전주국제영화제가 20년간 지속·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박정범 : “전주국제영화제는 확실히 전주만의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변방의 실험작부터 모두가 공감하는 작품까지 두루 포진해있죠. 규모 있는 영화제라면 저마다의 권력을 갖고 싶기 마련이잖아요. 이를테면 거장이나 유명 감독을 흡수하고 싶은 거요. 하지만 전주는 ‘좋은 영화 발굴’이라는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이슈를 따라가지 않고 영화 각각의 가치를 찾아내서 보여주는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형석 : “정치적인 상황 등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온 게 큰 힘인 것 같아요. 영화제에 대한 역사와 신뢰는 하루 만에 쌓이는 게 아니잖아요. 또 특정 상황과 이유로 신뢰가 한 회 만에 무너지기는 쉽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사람인데, 영화제 집행부와 전주시 행정, 시민과 관객들이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박정범 : “저도 공감해요.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이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이라고 하면 믿고 보는 게 영화제의 힘이죠. 그러려면 당연히 작품가치가 높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이게 지속적으로 쌓여야 단단한 힘이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주국제영화제의 20년 역사가 소중하고 의미 깊은 것이죠.”

 

- 그 시간 동안 두 감독도 영화 작업관이나 방식 등에서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정형석 : “기본 베이스가 공연·무대 쪽이다 보니까 다양한 연출·색깔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인인 영화평론가가 같은 감독이 맞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여수 밤바다’와 ‘성혜의 나라’가 전혀 다른 주제와 연출을 갖고 있죠. 또 제 장단점을 잘 알고, 장점은 키우고 부족한 점은 과감히 포기하게 됐죠. 연극계에서 직접 글을 쓰고 연출과 연기도 하면서 장면과 배우에 대한 이해가 높죠. 배우 호흡을 가져가는 롱테이크 기법 등 연극적 요소를 많이 끌어오고 배우 내면과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고 사전 연구를 많이 합니다.”

박정범 : “자기 복제하지 않으려고 해요. 멈춰있지 않고 내 다른 면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죠. 늘 비슷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늘 고민에 시달리죠. 제 스스로와 관객들에게 새로운 것을 찾게 하는 것 찾고 있다는 것, 그 과정이 있어야지 동기부여가 됩니다. 대신 스텝들에게 미안함이 있죠.”

 

-전주국제영화제, 나아가 한국 독립영화가 한단계 성장하려면 무엇이 뒷받침돼야 할까요.

박정범 : “영화를 만들었는데 상영할 데가 없는 것, 자본이 극장을 독점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현재 영화관 15개 스크린에서 14개가 미국 영화‘어벤져스:엔드게임’을 상영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독립영화는 우울하다’하지만 관객이 ‘영화를 보고 우울하면 보지 않을 기회’조차 없는 현실입니다. 미국, 일본 대형 상영관을 가도 15개관에서 적어도 13개 영화를 틀고 있습니다. 한국 독립영화감독은 외로움과 패배감을 느끼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 법과 제도적 시행을 통해서라도 자본을 움직여 관객에게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형석 : “전 성장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영화계 성장하면 산업적 성장만 갑니다. 진짜 성장은 산업논리에 의한 이익이 아니라 창작자와 수용자의 다양성을 넓혀가는 것, 이를 보장 받는 것입니다. 수직적 성장은 그만큼 떨어지는 사람이 생기는 거잖아요. 특히 관객수 줄세우기, 천 만 관객 홍보는 부끄러운 현상이에요. 모든 국민이 하나의 영화만 봤다는 건데,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는 군사독재 시절 때랑 다를 게 뭐가 있나요.”

박정범 : “독립영화는 영화제에서 못 보면 홈 비디오가 됩니다. 하지만 독립영화인들의 원동력은 관객 반응과 응원이죠. 따라서 누구나 쉽고 부담없이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봐요.구청이나 문화의 집 등 공공장소의 빈 강당에서 영화를 틀어주는 거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매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주시민들은 참 복 받은 것 같습니다. 또 매진행렬이 이어지는 걸 보면 시민의식도 대단하고요.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영화 취향을 만들고 고군분투하는 독립영화 감독들의 노력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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