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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병과 레지오넬라 균
냉방병과 레지오넬라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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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0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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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경 전주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이호경 전주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무더운 여름으로 넘어오면서 바깥 활동이 줄어들었음에도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시원한 사무실에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병원 방문이 눈에 띠게 증가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냉방병 증상을 호소한다.

냉방병은 병(病)이라는 글자가 붙긴 했지만 의학적으로 정의된 질병이 아니다. 때문에 병이라기보다는 증후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냉방증후군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냉방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해를 돕고자 냉방병으로 명칭을 통일하고자한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에어컨을 이용하는 가정과 사무실이 늘어남에 따라 실내외 간 온도차가 발생하는데, 몸이 이에 적응하지 못해 피로, 두통, 몸살, 권태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이 바로 냉방병이다. 그렇다면 지나친 냉방은 어떤 원리로 우리의 몸을 병들게 하는가.

에어컨의 사용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추위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났고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바로 이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실내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눈의 점막이 마르고 피부가 건조해지고, 깨끗이 관리되지 않은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은 호흡기에도 영향을 미쳐 재채기나 기침을 유발하고 기관지에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온도차로 인해 발생하는 냉방병은 주변 환경과 컨디션 관리에 힘쓴다면 충분히 예방하거나 회복 할 수 있다. 그러나 냉방병을 호소하는 모든 환자가 에어컨 사용에 따른 온도차가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냉방병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하나가 앞서 설명한 온도차로 인한 냉방병이고, 다른 하나는 ‘레지오넬라 균’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냉방병이다. 레지오넬라 균은 주로 가습기, 장식용 분수, 에어컨의 냉각탑이나 응축기에서 검출되는데 에어컨을 통해 박테리아균이 대기에 노출되고 사람들의 호흡기에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

레지오넬라 균이 유발하는 질병으로는 ‘레지오넬라 폐렴’(Legionnires disease)과 ‘폰티악 열’(Pontiac fever)이 있는데, 각각 폐렴과 독감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레지오넬라 폐렴의 발병초기에 입맛이 없고, 전신에 권태감과 허약감이 느껴지며, 온몸이 쑤시는 느낌을 시작으로 오한과 고열이 나타난다. 대게 발병 3일째부터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폐렴 증상을 확인할 수 있다.

레지오넬라 폐렴의 경우 치료과정에서 환자가 호전 효과를 느끼더라도 X-ray 사진에서는 악화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완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증상이 호전되는 시점에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4개월이 소요된다. 경우에 따라 심근염, 심외막염, 복막염 등 합병증을 동반하기에 전문의의 지속적인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다.

폰티악 열의 경우 약 3~4일정도 잠복기를 거쳤다가 짧으면 이틀, 길면 일주일 후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증상으로는 권태감과 근육통, 갑작스러운 발열이나 오한으로 ‘레지오넬라 폐렴’과 매우 흡사하다. 단, 이 경우 엑스레이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질병은 차이를 보인다. 간혹 ‘폰티악 열’이 ‘레지오넬라 폐렴’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기에 이 시기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레지오넬라 균에 감염된 환자의 경우 병의 진행 정도와 면역 상태를 고려하여 항생제를 투여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기간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여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 30%에 육박하는 사망률을 0~11% 까지 낮출 수 있다. 만약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냉방병이나 여름감기에 걸렸다면 ‘레지오넬라 균’ 감염을 의심하여 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아보는 편이 좋다.

 

/이호경 전주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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