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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임시공휴일
  • 박인환
  • 승인 2020.08.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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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논설고문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제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다. 일요일과 국경일을 비롯 1월1일, 설날,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성탄절, 보궐선거를 제외한 각종 선거 투표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공휴일로 지정했다가 정부 방침으로 바뀐 국경일과 기념일도 있다. 식목일(4월5일)은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고, 제헌절(7월17일)은 2008년 쉬지 않는 국경일로 바뀌었으며, 한글날(10월9일)은 1991년 까지는 공휴일이었다가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여론에 따라 쉬지 않는 국경일로 지정된 뒤 2013년부터 다시 공휴일로 지정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UN데이(국제연합일, 10월24일)도 1975년 까지 법정 공휴일로 지켜졌지만 1976년 북한이 UN 산하기구에 가입하자 박정희 정권이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공휴일 지정을 폐쇄했다.

법정 공휴일 이외에도 정부는 필요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임시공휴일을 시행하고 있다. 첫 임시공휴일은 1962년 4월19일 이었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이 집권의 정당성 확보를 노려 이듬해 4.19 혁명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다. 이후 임시공휴일은 이제까지 모두 60차례 있었다. 그 가운데 이색적인 임시공휴일도 있었다. 1969년 7월21일 미국 아폴로11호의 역사적인 달 착륙을 기념해 이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 주최로 최초 올림픽이 열린 1988년 9월17일과 한국 축구팀이 4강을 차지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폐막 다음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응원에 지친 국민들에게 하루 휴식을 취하라며 선심을 쓰기도 했다.

정부가 다음 주 월요일(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토요일인 광복절(15일)부터 사흘동안 연휴가 이어지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친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휴식권을 보장하고, 침체된 내수경기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라는 정부 설명이다. 계속되는 장마 비로 여름휴가를 망친 직장인들에게는 아쉬움을 해소할 좋은 기회가 될 성 싶다. 그러나 이같은 임시공휴일 지정에도 소외되는 계층이 적지 않은 현실이 심각한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 임시공휴일 적용은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300인 미만이나 자영업의 경우는 유급휴일이 의무가 아니고 권고대상일 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속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이번 임시공휴일 휴무 여부를 조사해 지난 주 밝힌 결과에 따르면 ‘확실하게 쉰다’고 응답한 기업은 28%에 불과했다. 2015년과 2016년 지정된 임시공휴일에도 중소기업 60%이상이 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수 밖에 없다. 휴식이 가장 절실한 이들이 공평한 혜택을 누리기는 커녕 자신의 처지를 되새겨보며 한숨짓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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