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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
기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
  • 기고
  • 승인 2021.04.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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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객원논설위원
▲ 객원논설위원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미국 시인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의 ‘무엇이 성공인가?(What is Success?)’라는 시의 일부다. 이 시는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55)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애송하는 시라고 한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기부의 선구자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이 2010년 만든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한국인 최초로 가입하면서 재산의 절반인 5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더기빙플레지는 자산 10억 달러(1조1000억 원)가 넘어야 가입할 수 있고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하는 억만장자들의 자선클럽이다. 지금까지 세계 24개국에서 모두 218명이 가입했다. 김 의장은 이 시를 자주 인용하며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로 활용할 만큼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김 의장 말고도 한국인으로 ‘배달의 민족’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의장(45) 부부가 재산의 절반인 5000억 원을 내기로 하고 이 자선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경북 구미의 3세 여아 사망사건, 서울 노원구 세모녀 살인사건이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둘러싼 여야의 날선 공방 속에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흐뭇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내 몫 챙기기에 혈안이 된 살벌한 분위기속에 요즘 화사하게 피어난 봄꽃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들 젊은 IT 창업기업가 말고도 어르신들의 기부도 이어졌다. 지난 3월 장성환 삼성브러쉬 회장(92)부부가 카이스트(KAIST)에 200억원 상당의 강남 부동산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84)이 부동산 등 766억원을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키워달라”며 기부했다. 현금이나 부동산 말고도 손창근 옹(92)은 지난해 12월 국보 180호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등 평생 수집한 미술품 305점을 정부에 조건 없이 기증했다.

전북에서도 기부의 손길은 끊이지 않았다. 임실 출신 정문술 미래산업 회장(83)은 이미 2001년과 2014년 전 재산인 515억원을 카이스트에 쾌척해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을 세우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바이오와 뇌과학, 인공지능 등의 인재를 키우고 있다. 김제출신 박승 전 한은총재(85)도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고, 전주시 중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21년째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기부문화가 활성화된 듯해도 실제 우리의 기부는 오히려 감소 추세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우리의 기부 경험은 2011년 36.4%에서 해마다 떨어져 2019년 25.6%로 낮아졌다. 또 향후 기부 의향도 같은 기간 45.8%에서 39.9%로 떨어졌다.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팍팍한 삶과 함께 사회 불신이 깊어진 것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양극화와 불평등의 골이 깊어졌다. 어려운 사람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매달 일정액을 자선단체에 자동이체 하는 등 나눔을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기부는 부의 불평등을 바로잡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자양분이다. 전염성도 강해 선순환 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기부자에게 존경을 표한다.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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