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36년의 상처가 너무 깊다. 해방 68년이 됐지만 곳곳에 일제의 잔재가 너무 많고, 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일제 잔재물을 우리 것인 듯 대하고 있다. 전주 한 복판에 세워진 전주 다가교에 일제가 다가산에 설치한 신사를 참배하며 설치한 일본식 석등이 서 있고, 정읍시 전봉준 장군의 묘역 제단에도 일본식 석등이 세워져 있다. 정읍시와 전주시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니, 너무 안일하다.
전주시는 지난 3월 본보가 다가교 석등이 일본식이라는 보도를 한 후 문제의 석등이 1937년 전주에 살던 일본인들이 전주천 옆 다가산에 신사를 세우고, 전주천을 건너 신사참배를 다니기 위해 가설한 다가교 위에 설치한 일본식 석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전주시는 이에 대한 조치를 2개월째 미루고 있다. 일제가 신사참배 목적으로 세운 석등이 전주 한복판에 방치돼 있지만, 어떠한 안내 푯말도 없다.
정읍시는 지난해 이평면 창동리에 있는 동학농민전쟁 지도자 전봉준 장군 묘역에 일본식 '가스가' 석등이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한 문화해설사가 제보했다. 하지만 정읍시는 묘역 관리인에게 철거를 요청한 뒤 확인않고 방치했다. 최근 이 일본식 석등을 발견한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스님의 지적이 있자 이번에는 묘역을 조성한 천안 전씨 종중에 연락을 취했다.
자치단체가 일제 잔재물을 인식하고도 뒤늦게 대응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문제의 일제 석등을 당장 철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안내판을 설치해 관광객 등이 일제 석등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읍 전봉준 묘역 일제 석등은 당장 철거했어야 맞다. 동학농민전쟁에는 일본군이 개입, 동학농민군을 괴롭혔다. 아무리 시신없는 전봉준 장군 묘역이라지만 지하에서 개탄할 일이다.
일본 아베총리 등 수뇌부가 입만 열면 일본제국주의의 망상을 토해내고 있다. 일찍이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위안부 성노예를 동원한 사실과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했지만 일본은 거꾸로 가고 있다. 아베총리 등 일본의 극우세력은 오히려 군사무장을 합법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일제 잔재물들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철거할 것은 당장 없애고, 뼈저린 역사적 교훈으로 삼을 것은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자치단체가 전화연락이나 하는 행정을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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