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제37조 제1항에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하려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안전관리기준에 맞도록 설치·운영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의료법 제3조에서는 ‘의료기관이란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현행 의료법은 양방의료기관과 한방의료기관 등이 모두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 운영함을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위세칙인 보건복지부령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을 보면 의사, 치과의사, 이공계 석사학위 소지자, 방사선사, 치과위생사가 제시돼 있다. 바로 이 하위 규칙에 ‘한의사’가 누락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가 그동안 주장해온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즉 의료법을 개정할 필요도 없고 단지 하위 규칙만 현실에 맞게 바꾸면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국민들의 시선에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지 않고 있다. 이미 진단의 상병명 체계가 양방과 한방이 통합돼 있어 한의사가 각종 진단기기의 결과를 판독해 양방 진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엑스레이와 초음파는 서양의학만이 아닌 수의학, 공학, 해양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의사의 경우도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면허를 가지고 있다면 사용 자체를 제한 받지는 않는다. 그런데 유독 한의사에게만 기기의 사용을 규제하려는 것은 인류가 가진 보편적 기본권에 심각한 제한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직 양의사만이 의료기기를 독점하겠다는 주장은 우리 모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갑질’ 행태로 비춰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진실을 인정하고 불합리를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협회는 이러한 모순에 기대어 기기사용에 대한 폐쇄적 독점을 영구히 유지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폐쇄된 독점은 절대로 오래 갈 수 없고 또 그 자체의 발전도 가로막게 된다. 또한 독점의 내부에는 반드시 부패가 만연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나아가 한의사협회도 과거에 일찍 그 필요성과 모순을 파악하고 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오늘날 더욱 발전된 의학으로서 자리하고 있을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나태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모순과 구태의 굴레를 벗어나 한국의료산업의 발전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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