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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새로운 한 달간의 축제와 특별전, 월드비빔위크 '비빔의 맛'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축제 전주비빔밥축제는 2021년 10월 9일부터 31일까지 4주간 매주 주말에 운영된다. 전주향교길 일대에서 소규모 온오프라인 형식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비빔밥이라는 하나의 음식이 아닌 비빔을 뜻하는 어울림에 의미를 두고 맛으로 다양한 만남을 만드는 축제로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축제에서 나아가 더 많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올해, 2021년에는 류재현 문화기획자를 총감독으로 위촉하였다. 새로운 총감독이 그리는 2021년 전주비빔밥축제는 부제 월드비빔위크(World Bibim Week)에서 예측할 수 있다. 하나의 음식 비빔밥이 아닌 서로가 어울리는 문화 비빔의 축제다. 이번 전주비빔밥축제는 음식문화를 매개로 지역과 사람을 엮는다. 10월 9일부터 31일까지 매주 주말마다 비빔위크(커플의 날), 비타민위크(아내의 날), 단백질위크(남편의 날), 월드위크(가족의 날)로 사람이 어울린다. 전주한옥마을에 집중하되 구 시내 객사, 웨딩의 거리, 동문길 등 전주 대표 상권과 함께 축제에 어울리는 특별한 요리와 할인 혜택이 펼쳐진다. 축제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전주 전역으로 뻗어나간다. 외식업협회 완산지부와 덕진지부의 협업으로 이날만 즐길 수 있는 요리를 개발하고 소개한다. 축제 기간 동안 어우러진 전주 음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가장 전통적인 지역이지만 젊은 세대가 더욱 즐길 수 있다. 그는 전국에서 오지 않을 수 없는 가장 전주다운 축제를 보여주고자 한다. 과거 문헌을 보면 비빔밥을 골동반(骨董飯)이라고 했다. 골동은 여러 가지 재료를 한 데 넣고 비벼서 만든 밥을 뜻한다. 2021 월드비빔위크 특별전 《비빔의 맛》은 골동의 의미를 받아전주와 음식이란 키워드로 지역간, 세대간, 사람간 어우러진 만남을 소개하였다. 특별전은 〈명인의 맛〉〈향교의 맛〉〈그릇의 맛〉 세 가지로 구성되어 진행된다. 〈명인의 맛〉은 전주 음식 명인들의 세월의 이야기와 소장품을 소개한다. 예나 지금이나 전주사람들의 자랑 중 하나는 밥맛이 좋다는 것이다. 전주 밥맛을 지켜주는 건 누구일까. 음식창의도시 전주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명인명가들이 담아낸 음식은 수십 년 닦아온 그들의 솜씨로 비롯된 것이다. 기존의 명인명가의 음식을 감상한 것에서 나아가 이번 특별전의 3, 40년 거뜬히 함께했을 삶의 이야기와 세간살이를 마주한다. 〈향교의 맛〉은 타지 작가들이 전주향교를 담고 표현한 전시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는 김물길, 양명준, 이루다, 최근우 작가가 이번 전시를 꾸민다. 전주향교길이 이색적인 그들이 시선에서 자신만의 재능으로 표현하고 담고 전한다. 타지 사람의 작업이 즐거운 이유는 늘상 보던 거리에 새로운 맛을 더하는 뚜렷함이다. 전주사람들에게는 관광지나 천변 산책로로만 여겨지던 거리를 어떻게 담아냈을까? 이방인이 그리는 전주의 시선을 즐겨본다. 〈그릇의 맛〉의 맛은 전주 방짜유기장 부녀와 남원 소목장과 옻칠장 부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그릇은 좋은 음식의 완성이다. 훌륭한 음식을 만들고 알맞게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이 다채로운 만큼 그릇의 생김새도 다양하며, 공예가들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공예가의 정성어린 솜씨로 만든 그릇을 충분히 만끽해본다. 전시기획은 콩나물국밥으로 시작하였다. 2021 전주비빔밥축제 류재현 총감독님은 8월 11일, 전주왱이 콩나물국밥집에 들렸다. 총감독님은 콩나물국밥을 먹으며 유대성 대표와 대화하였다. 대화는 영감을 꽃피운다. 이 전시는 그렇게 탄생했다. 어쩌면 100년이 넘는 주걱과 도마를 만난 것이다. 소녀의 얼굴이 보이는 오래된 주걱, 3대를 거치며 깊게 파인 도마를 보며 오랜 시간 만들어낸 명품은 이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맛깔 나는 음식의 도시, 전주의 명인들은 보물을 그들이 내놓는 음식과 더불어 그들의 솜씨와 도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어떤 우여곡절을 통해 식당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갔는지 예상할 수 없다. 그들이 겪었을 희노애락을 감히 짐작할 수 없다. 그들의 세월과 함께 버텨준 세간살이만이 묵묵히 곁을 지킬 뿐이다. 여전히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를 끓이고 있을, 전주왱이 콩나물국밥은 이렇게 이야기를 담은 전시를 출발시켰다. 이번 〈명인의 맛〉에는 전주왱이 콩나물국밥 유대성 대표의 이야기는 물론, 김명옥김치 전통음식연구소 김명옥갑기회관 김정옥청실홍실 신복자궁 유인자반야돌솥밥 임복주가족회관 김년임 명인명가를 소개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과 전주 천변이 맞닿는 길, 전주향교길을 가보았는가. 〈향교의 맛〉은 전주향교길을 처음 만난 타지 작가들의 시선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타지 사람들의 작업이 즐거운 이유는 뚜렷하다. 우리가 늘상 보던 거리에서 새로운 맛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 사람들에게 관광지나 천변 산책로 정도로 여겨지는 거리를 작가들은 어떻게 담아냈을까? 전주 방문객인 그들이 그리는 전주 향교길을 즐겨보는 전시를 마련하였다. 전주향교길의 풍경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작품은 김물길 작가의 작업이다. 673일 46개국, 그리고 400여 장의 그림이란 타이틀을 가진 그는 24살에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확립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수많은 여행지 속에서 만난 영감들을 그림에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그림을 마주한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위로가 되는 그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작업한다. 전주향교길의 거리를 담아낸 최근우와 양명준 사진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전주 한옥마을의 새로운 이면을 봤다고 말한다. 전주 한옥마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고정됐었기 때문이다.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북적북적하고, 길거리음식을 먹기 위해 길게 줄 선 모습이다. 그러나 남천교를 시작으로 전주향교까지 이어지는 길목, 향교길은 사람 사는 정취로 가득했다고 그들은 말한다. 음식이 다채로운 만큼 그릇의 생김새도 다양하다. 그 그릇을 만드는 공예가들의 사연도 얼마나 각양각색일까. 전북 전주 풍남문 옆에는 아버지와 딸이 함께 유기를 두드리는 공방이 있으며, 남원에는 나무를 깎고 옻칠하는 부부도 있다. 그들의 정성으로 만든 그릇을 소개하였다. 백자나 사기, 청자 등 도자기를 식기로 즐기는 한국답게 도자기를 사고, 쓰고, 감상하는 것이 익숙하다. 그러나 그릇은 도자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감상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자는 시도를 이 전시에서 나타낸다. 새로운 재료는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유기와 목기로 구성된 테이블을 맛본다. 유기는 전북무형문화재 제43호 방짜유기장 이종덕 보유자와 이솔이 전수자의 작업이다. 이종덕 보유자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방짜유기를 연구 및 제작하고 있다. 꽹과리나 징 등 소리를 내는 악기부터 밥그릇, 와인쿨러 등 다채로운 그릇까지 메질로 두드려 만든다. 이솔이는 아버지의 업을 이어 작업을 배우고 있다. 목기는 남원 파파우드 공방의 솜씨이다. 남편 소성선 소목장과 아내 황미슬 옻칠장의 협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던 소성선은 남원으로 내려와 가구와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황미승 옻칠장이 그의 곁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찾다 시작한 것이 옻칠이었다. 2018년부터 공방 매나메종을 차리며 동등한 작가로서 작업을 맞춰가고 있다.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강정원
  • 2021.10.13 16:55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위드 코로나, 주변인의 얼굴을 바라보다

위드(With) 코로나.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돌파감염 등으로 코로나19 펜데믹이 장기화됨에 따라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다. 이는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기대하는 것보다 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치명률을 낮추는 등 새로운 방역체계를 도입해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이 되는 돌파감염 사례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자는 위드 코로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교동미술관에서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를 두었던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되짚어보고, 다시금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이어나가고자 <주변인의 얼굴>展을 기획하였다. 이번 기획초대전에서는 지역미술계 안에서 만의 담론을 뛰어 넘고자 충청북도 청주 지역작가들을 초대하여, 회화조각설치영상 등 현대미술의 장르를 망라하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년 10월, 청주 쉐마미술관(관장 김재관)에서 진행되었던 청주-전주 현대미술 교류전에 이어, 올해는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청주의 예술가들과 쌍방향적인 교류를 통해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타자들과 함께 전시를 진행, 코로나19 펜데믹의 현실에서 차별이 아닌 차이를 관찰하고자 마련했다. 전시는 2021년 9월 14일(화)부터 9월 26일(일)까지 약 2주간 교동미술관 본관 12전시실에서 진행됐으며, 전주 지역작가 12인(강현덕, 국승선, 김두해, 김부견, 김완순, 송재명, 이광철, 이보영, 이일순, 이재윤, 이홍규, 조현동)과 청주 지역작가 12인(김로이, 김성미, 김영란, 김재관, 박진명, 심재분, 오승언, 이경화, 임은수, 장백순, 최민건, 최익규)이 참여하여 작품을 선보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언제부터인지 그러한 일상에 익숙해져 갔고, 음식점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QR코드 체크 또는 명부를 작성 한다. 자연스럽게 체온을 재는 일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36.5˚. 항상 우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열이 나거나 춥거나 해야 우리는 소중함을 인지한다. 온도, 관계 모두 그렇게 일정한 거리나 온도를 유지해야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했지만 실은 항상 온도나 인간의 관계 등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었고, 저온과 고온사이를 팽팽하게 유지해야만 이 세상을 더불어 순리대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공간에 두 개 이상의 사물이 존재하는 것을 공존이라고 부른다. 이번 출품작 <공존>은 사람과 사람의 공존을 뜻 할 수도 있고,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뜻하기도 한다. 문득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조화를 이루고 서로 이해하며 공존하는 것이야 말로 나와는 다른 타자(他者)와의 성공적인 상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작품을 통해 풀어내게 되었다. 요즘 소확행이란 용어가 대유행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찾고 또 스스로 자신을 대접하는 일에 좀 더 적극적이 된 것 같다. 과거에는 먼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현재의 나를 무한 단련시키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요즘은 아픈 상처의 치료를 미루지 않고 수고와 노력에 작은 보상을 하며, 지나면 다시 올 수 없는 현재를 잘 살아내자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작품을 통해 매일 매일의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 한다. 예술이라는 것은 좀 더 인간적인 좌절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힘에 겨운 삶의 존재와 경험을 통하여 비로소 신념과 회의와 겸허함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 속에 있는 허상을 끄집어내어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 내기도 하고 철학적 이치와 개념을 지닌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연으로의 회귀. 예술은 꼭 미학적, 조형적 원칙과 원리에 따라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마음속에 있는 생명의 무늬를 씨줄 날줄로 엮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 공간에 빛을 넣고 있다. 어쩌면 그날의 수많은 이야기와 기억이 숨어있었는지 모른다. 하얀 달 아래 일렁이는 장면은 또 다른 기억과 이미지를 생산하고 피어나고 사라졌는지 모른다. 무심코 지나쳐서 스치듯 지나간 그 날의 기억과 이미지의 잔재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되고 나름의 새로운 기억으로 각인된다. 달이 떠 있는 어둠의 기억과 그 아래에서의 순간이 겹쳐지질 반복하여 재생되는 이미지는 고스란히 하나의 장면으로 화면에 스며든다. 잔잔히 부는 바람이 부는 그날 그달 아래에서 또 다른 잔상이 뇌리에 새겨진다. 바이러스 변이와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재해 소식에 불안하기만 하다. 과학자들은 이미 지구의 자정 활동이 시작되었고 미래도 또한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라 예측한다. 변덕스러워진 날씨로 자주 일기예보를 주시한다. 보은, 원정리 들판에는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고목은 작년에 고사해 자리만 남아있었다. 긴 시간 생명을 이어온 나무도 기후변화를 견디지 못했나 보다. 그러나 들판은 마구 자란 풀들과 넝쿨들로 풍성하고, 논에는 벼들이 잘 자라고 있다. 작물이든 이름 없는 풀이든 서로 엉키고 붙어 들판이 한껏 풍성해져 다행이다. 혼란스런 환경에서도 식물 씨앗이나 곡물을 수확해 야무지게 씹어 먹으며 변화에 적응하고 상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논길을 걸어 고목이 있던 곳에서 멈추어 섰다. 천을 풀어 바람을 감지하고는 씨앗을 뿌리며 이 땅에 생명이 지속되길 기원했다. 김완순 교동미술관 관장은 이번 기획전시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로 비대면 환경이 활성화 되며 가상세계를 현실의 일부분처럼 받아들이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세계로 도래하고 있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소중함을 돌아보고자 <주변인의 얼굴>展을 기획하였다. 가상세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세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가장 좋은 관람은 현실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에서 오는 감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시를 통해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가 떠오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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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29 16:48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무형문화재 2·3세대를 주목

독립영화 [울림의 탄생](2020)은 60년 인생을 걸어 북을 만드는 악기장 임성빈 보유자가 그의 아들이자 전승교육사 이동국과 함께 대북을 제작하는 영화이다.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고아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북을 만나 평생을 바쳐 경기도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귀에 이상이 있음을 감지한 보유자는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음을 직감하고 사람들에게 마음을 위로하는 마지막 울림을 만들기로 결심하였다. 주목해야할 것은 두 가지이다.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 임성빈 보유자, 그리고 그 곁을 지키고 힘을 더하는 아들 이동국이다. 문화유산은 윗세대에서 아랫세대까지 유산처럼 전해지는 문화를 뜻한다. 건강한 문화유산을 만들려면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전하는 윗세대도 중요하지만, 본질을 바르게 익히고 시대의 흐름과 자신의 개성에 따라 변화를 만드는 아랫세대도 중요하다. 이번 이야기는 가족이 함께하는 명절, 추석을 맞아 문화유산을 잇는 23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아 전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심청가) 최잔디 이수자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심청가) 이수자 최잔디는 2018년 전주대사습놀이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에서 판소리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최잔디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노래 잘하는 아이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설장구 최막동 명인이고, 고모는 성찬순 선생님의 제자였을 정도였다. 6살 때 이모와 함께 길을 걷다 우연히 소리를 듣고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이모랑 지나가다가 국악 소리에 꽂혔어요. 2층 국악학원에서 나던 소리였죠. 고집 부려서 학원에 올라갔던 기억이 나요. 내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실력과 응원이 더해지니 승승장구했다. 국립국악고등학교를 다녔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입학했다. 그러나 스무 살을 전후로 삶이 크게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한예종 입학 이후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가구는 물론 평생을 간직하고 싶었던 피아노까지 팔았다. 공연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학교도 나가지 않게 되고 시험을 치지도 못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하고 보컬트레이너로 일을 하였다. 그렇게 20대의 8년이 사라졌다. 어느 날, 큰 수술을 하게 되었고 회복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병원 안을 걸어가던 중에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게 되었다. 마침 [국악 한마당]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남도민요를 부르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소리를 너무 하고 싶다. 안 하면 안 될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안되겠다. 다시 시작해보자하고 퇴원하자마자 학교에 재입학 서류를 제출했어요. 지금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과거 탄탄히 다진 실력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그만둘 생각을 한 그의 이야기는 참 파란만장했다. 그는 국악인의 길을 응원해준 가족과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한다. 최잔디는 어릴 적 광주에서 김향순 보유자와 이순자 보유자에게 판소리를 배우고, 강정숙 보유자에게 가야금 병창 미 산조를 사사하였다. 그녀의 20대를 품어준 고 성창순 보유자와 30대를 함께하고 있는 김수연 보유자까지. 이렇듯 최잔디의 판소리와 가야금, 철현금에는 모든 인연과 사건이 담겨있다. 올곧이 전통을 이어가고 싶어요. 예술가라면 일단 자신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정체성은 전통이고 명맥을 잇는 거죠. 전북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이선주 이수자 전북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이수자 이선주는 작품 활동, 문화재 보존처리, 대학교 출강 등 활발히 옻칠 활동을 하고 있다. 부친 이의식은 전북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보유자이다. 어릴 적부터 놀이터는 아버지의 공방이었다. 한창 때에는 4~5명 정도 삼촌들이 계셨고, 늘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하였다. 옻칠 일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생 때, 마감이 바빴던 아버지의 일손을 돕기 시작하면서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전공은 이과였다. 대학도 자연계열로 진학하였다. 그러나 아버지 일손을 도울 때가 훨씬 재밌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 일을 이어받아 공부해보자고 다짐하였다. 적성에도 맞다 싶어서 옻칠을 평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게 쭉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일본 교토조형예술대학교 유학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계속 더 공부할 수 있는 학교에 가고 싶었거든요. 어느 날은 교토 시내를 지나다 우연히 지도교수님을 뵈었다. 골동품을 보러 간다는 교수님 말을 듣고 따라갔다. 쉽게 보기 어려운 옛 물건들이 골동품상에 많았다. 이전부터도 보존처리를 하고 있었으나, 이때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보존처리일도 시작하였다. 전통을 크게 보존과 활용으로 구분한다면 이선주 자신의 성향은 보존이 더 맞는다고 한다. 그러나 출강을 나가는 지금. 전통의 내일을 그리는 것도 후학을 위한 자신의 몫이라고 말한다. 깊은 탄탄함 위에 새로운 것을 만드는 맛이 전통이라 설명하였다. 이선주는 옻칠과 더불어 다양한 것을 배웠고, 그것이 모두 옻칠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도 전통과 새로운 사이의 적당한 지점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전통은 전통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벽화를 그려봤어요. 이런 저를 보고 한편에서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왜 벽화를 그리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저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에요. 아마 앞으로도 꾸준히 절충점을 잘 찾아나가야겠지요.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썰지연구소 소장 설지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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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5 17:21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전주 문화유산이 서울에서 전하는 위로와 공감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7월 말부터 코로나19 4차 유행에 진입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방역 4단계를 지속하고 있다. 빠듯한 학교직장 생활. 끝나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이 일상의 낙이 사라진 요즘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코로나로 지친 나의 일상을 돌보는 동시에 지역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전시가 있으면 어떨까. 문화역서울 284 RTO 365 - 문화장(場)에서 전주 문화유산을 경험하는 동시에 위로와 공감의 전하는 <나에게 보내는 서신> 프로그램을 8월 13일부터 22일까지 진행했다. 문화역서울 284 RTO 365 - 문화장(場)은 지역 문화와 예술적 자산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해당 장소는 옛 서울역 공간으로, 1925년부터 2004년까지 각 지역 사람과 물자가 모이던 곳이다. 그 맥락을 이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지역 문화예술을 소개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하였다. 전주 문화유산 체험전시는 문화장(場)에 선정된 9개 단체 중 하나인 썰지연구소가 선보였다. <나에게 보내는 서신>의 첫 번째 취지는 코로나19의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나만의 오롯한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주 문화유산을 향유하는 경험을 전한다. 참여자는 나에게 몰입할 수 있는 공간과 서신키트, 사운드에 둘러싸인다. 서신키트는 전주한지로 만든 편지지와 연필, 연필깎이, 지우개가 들어있다. 더불어 한국 발효차 청태전(靑苔錢)과 조선 왕실의 향, 부용향(芙蓉香)을 동봉하였다. 음악은 방짜유기로 만든 악기 싱잉볼[경자, 磬子]을 중심으로 결성한 전주 밴드 세악사 프로젝트가 작곡한 곡들로 편안한 소리를 전한다. 해당 공간에서 낯설고 어려운 문화유산이 아닌 일상의 문화유산으로서 나에게 몰입하는 위로와 공감의 경험을 가진다. 한지는 서신, 부채, 창호지 등 무언가를 기록하거나 볕과 바람을 막기 위해 사용해왔다. 고품질의 한지는 좋은 물과 닥나무, 솜씨 좋은 장인의 결합으로 탄생한다. 예부터 전주는 맑은 물이 넘치는 공수내 흑석골을 중심으로 우수한 한지가 생산되었다. 또한 시서화를 즐기는 양반이 많았기에 좋은 한지를 만드는 곳이면 줄을 서서 살 정도로 수요가 풍부했다. 2017년에는 전주시에서 30년 이상 한지를 뜬 장인 강갑석, 김인수, 김천종, 최성일 4명을 전주 한지장으로 선정하였다. <나에게 보내는 서신>의 서신키트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한지편지지는 1975년부터 한지를 뜬 용인한지 김인수의 한지에 고감한지의 인쇄재단이 더해져 탄생하였다. 요즘 손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일이 드물어졌다. 이번 체험에서는 직접 연필을 깎고, 전주한지 위에 나의 마음을 꾹꾹 담아본다. 서신키트에 동봉한 연필은 어렸을 적 한 번쯤 써봤을 대표 국산연필 더존이다. 더존은 1949년부터 국산재료로 연필을 생산하고 있다. 향나무와 하이믹심을 사용하여 부드럽고 깔끔한 필기감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았다. 직접 서신을 써보면서 잊고 있었던 촉감을 되살려볼 수 있다. 전주한지 편지지, 더존 연필과 함께 서신키트에 동봉된 물건은 발효차 청태전과 전통향 부용향이다. 차[茶]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만든다. 우리는 무언가에 몰입하기 위해 차를 마시거나, 차를 마시는 순간 자체를 음미한다. 발효차는 온몸에 흩어져있는 열기를 모아 몸과 마음에 온기를 더한다. 발효차 청태전은 푸를 청(靑), 이끼 태(苔), 돈 전(錢)을 쓴다. 이 차를 발효할 때의 모습이 푸른 이끼가 낀 엽전처럼 생겼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삼국시대부터 전래되었다고 알려진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차로, 17년 경력의 전주 다인(茶人)이 엄선한 차이다. 향(香)은 누군가를 위하거나 공간을 정화할 때 사용한다. 제사를 지낼 때나, 밖을 나서기 전 향을 입히듯 말이다. 서신키트에 동봉된 부용향은 조선 왕실이 사랑한 향으로 알려져 있다. 왕의 행차나 혼례는 물론 공부할 때도 피워 공간을 정화하거나 정신을 맑게 도왔다. 퇴계 이황도 제자에게 부용향을 선물할 만큼 집중력을 높아주기 탁월하다고 알려졌다. 서신키트에 담긴 부용향은 『동의보감』에 기록된 10가지 한방 재료와 비율로 부용향을 재현한 것으로 ㈜케이센스에서 제작하였다. 어떤 소리[音]가 들리나에 따라 정신이 집중될 수도 흩어질 수도 있다. 싱잉볼은 경자 또는 경쇠라고 하는 맑고 깊은 파동을 가진 악기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쓰는 악기이다. 막대로 쳤을 때 울리는 파동이 마음을 차분하게 하여 요가 및 명상을 하는 이들에게 필수 아이템이다. 목탁과 같이 사찰에서 기도할 때 사용하며, 무속에서는 신을 부를 때 쓰인다. 이번 체험전시에는 전주 뮤지션 밴드 세악사 프로젝트가 싱잉볼과 거문고, 피아노로 평온한 음악을 전하였다. 전시 공간의 한 가운데 전북무형문화재 제43호 방짜유기장 이종덕 보유자가 손수 두드려 만든 싱잉볼을 전시하여 그 오묘한 울림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하였다. <나에게 보내는 서신>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한 간격으로 책상 5개를 배치하였다. 해당 체험은 온라인 예약으로 진행하였으며, 코로나로 전시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서신키트 배송 옵션도 추가하여 참여의 폭을 넓혔다. 코로나19 예방지침을 준수하여 열흘간의 체험기간을 무사히 마쳤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소수의 참여자들이 꾸준히 방문하였다.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주한지와 연필, 발효차, 전통 향, 싱잉볼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경험이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일상의 문화유산은 낯선 것이 아닌 수많은 기억 사이에 익숙하게 자리 잡는 것이다. 서신을 다 쓴 사람은 차분히 후기를 쓰는 자리로 이동한다. 후기는 나에게 전하는 칭찬 한 마디를 포스트잇에 작성한다. 내 삶과 나 자체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자고 쓴 사람도 있고, 오직 나를 위한 알찬 하루를 보낸 것이라고 쓴 사람들도 있었다. 나가는 길에는 작은 부스를 마련하여 전주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 보유자의 합죽선과 전북무형문화재 제43호 방짜유기장 이종덕 보유자의 경자와 유기 공예품들, 전북무형문화재 제45호 우산장 윤규상 보유자의 지우산, 전주 솟대장이 김종오의 전주솟대디퓨저, 전주 가죽공예가 신평화의 가죽필통 등을 전시하였다. 자연스럽게 전주 문화유산을 보고, 듣고, 쓰고, 만지는 과정을 가졌다. <나에게 보내는 서신>의 첫 번째 취지는 코시국 속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나만의 오롯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역 문화유산을 향유하는 경험을 전하는 것이다. 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문화라는 뜻의 문화유산이 어렵고 정체된 것이 아닌 즐거운 추억 속 한 켠에 자리 잡는 것임을 전한다.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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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1 17:04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현대미술, 철학(哲學)을 업다

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하기에 현 상황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 탐색의 방법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동미술관에서는 8월 3일부터 9월 5일까지 <철학을 업은 현대미술>展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라북도 미술계 내부 또는 현재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담론을 다룬 작품을 통해 갑작스러운 변화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기획한 전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획초대전은 인문학과 예술의 만남을 주요 테마로 잡고 있다. 전시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현대미술의 장르를 망라하면서 철학적 사유가 짙게 배어있는 작품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 미술가 4인(김성민(회화), 윤철규(회화), 임택준(회화설치), 조헌(회화))을 초대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현실 속에서 철학적 반성의 가치를 조망하고 있는 이들의 작품을 만나본다. 김 작가는 최근 갯벌 연작을 그리고 있다. 시원한 붓 터치로 드러난 갯벌의 황량하고 고독한 정경은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눈앞에 선하게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마음속의 울림으로 껴안게 되는 그림이다. 김 작가의 풍경은 화려하거나 예쁘지 않다. 마치 우리의 인생이 꼭 예쁘고 아름답지 않은 것처럼, 그저 소소하고 정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은 때로는 인생살이의 무거움 까지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윤 작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나이가 오십이 훌쩍 넘어버렸고 그마저도 중반이 지나갔다고 말한다. 화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림을 시작했던 그는 그것이 바로 어제 일 같이 생생하며, 지난 일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그림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왜 숙명처럼 주어졌는지 알지 못하고, 왜 그림을 그리면서 기뻐하고 아파하고 또 즐거워했던 여러 감정들을 느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 단지 그림을 좋아했고 행복만을 좇을 뿐이었다. 작가의 작품주제는 일상의 풍경을 소재로 한다. 달과 별, 그리고 애완동물과 사람들의 표정을 그린다. 특히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밤의 풍경은 관객에게 상상력을 부여한다. 작품에서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느껴진다. 이 작품들을 통해 윤 작가는 그런 애환 가득한 서민들의 삶에 희망을 주고자 하였다. 더불어 그의 <4월>, <첫눈> 등의 작품에서는 흘러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또한 우리의 일상 속 흔히 마주 할 수 있는 생선, 찐빵, 짜장면, 라면 등의 소재로 그린 <뭘 더 바라랴>라는 제목의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처한 화가의 현실을 역설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재치가 느껴진다. 임 작가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예술가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 즉 사이에서 고민하고 긴장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혼을 밖으로 뿜어내는 작업 방식을 즐긴다. 그에게 적당히 얼버무린 중간은 없다. (작가노트) 무릇 좋은 예술은 어느 한 극단으로 기울면 안 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 즉 사이에서 고민하고 긴장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예술혼은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예술가를 예술가이게 만드는 것도 경계인의 자리에 고통스럽게 서 있을 때 이다. 그 경계는 적당히 얼버무린 중간이 아니라 양쪽을 팽팽하게 만드는 힘의 중심을 말한다. 그는 시간이 스며들어 형태까지 무너진 경계가 모호한 징후적 풍경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붓이 마찰을 일으키며 파생하는 자취, 상처 그리고 물감 자체의 물성이 공존하면서 이루어내는 상황이 흥미롭다. (작가노트) 근 몇 년간 나의 작업의 중심에는 다소 추상적 이면서도 포괄적인 개념으로 풀이 될 수 있는 느낌의 무게라는 주제가 있어왔다. 작품으로 표현되어진 어떤 상황이나 현상이, 이를 대하는 관람자들로 하여금 작가의 일방적 메시지만을 전달받기보다는 제시된 출발점으로 시작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융합해 낼 수 있기를 추구하면서 이끌어 낸 주제이다. 작품에는 다양한 상징성들이 표현되어진다. 황량한 들, 그곳을 방황한 개, 적막에 감싸인 밤,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들, 그리고 인간! 인간과 자연이 공생을 도모하고, 또한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위한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그림안의 개를 비롯한 생명체들은 우리의 또 다른 메타포이다. 작품의 제목 징후적 풍경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그 상황에 따른 설정을 스스로하고 상상하며 작품과 교감되어 지기를 바라며 차용되었다. 김완순 교동미술관 관장은 <철학을 업은 현대미술>展은 인문학과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한 기획초대전시로, 전라북도 미술계 내부 또는 현재 사회적 상황에 대한 담론을 다룬 작품을 통해 갑작스러운 변화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고자 기획하였다. 철학적 관념을 지닌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미술작가 4인(김성민, 윤철규, 임택준, 조 헌)을 초대한 이번 전시는 인문학과 예술이 작가들의 미학적 사고 안에서 재탄생 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팬데믹의 현실에서 철학적 사유의 가치를 조망하고자 하였다. 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현 사회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 탐색의 방법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감상하시며 미적탐구가 가득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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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5 15:37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매일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젊은 미술가 ‘유시라’

최근 들어 미술계가 젊어지고 있다.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입하고 소장하는 아트 플렉스, 아트테크 문화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작가들의 작품도 한층 더 다양해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예술품 구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자신이 소장한 작품을 통해 예술적 감각도 함께 공유하고 향유하는 문화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예술계를 비롯한 젊은 미술가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는 듯 보인다. 현대미술과 공예라는 장르의 벽을 허물고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젊은 미술가 유시라(29)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시라 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한지라는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 유시라 작가입니다. 현재 전북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중이며, 예원예술대학교 한지조형디자인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2020년도에는 전주 교동미술관 레지던시를, 2017년도에는 독일 I-A-M 아트 베를린 나우 레지던시에 선정되어 참여를 하였고, 지금까지 3회의 개인전과 전주한지박물관 초대전을 비롯한 약 50회의 단체전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한국무용을 전공하셨던 어머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예술을 접하며 자라왔고, 유치원을 다닐 무렵부터 쭉 미술을 배웠어요. 그렇게 중학교를 졸업 한 후 본격적으로 전공을 목표로 미술과 공예를 전공으로 하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고요. 그 곳에서 한지라는 소재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 한국적인 소재가 주는 느낌 그리고 한지가 가진 무한한 가변성 등이 너무 흥미롭게 느껴져서 지금까지 작업에 주 소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상 속에서 겪었던 감정과 저의 시선에 들어오는 자연, 건축, 사물 등의 모습들을 글과 이미지로 항상 기록하는 편입니다. 그러한 기록들을 모아 기존 이미지를 탈피시킨 후 재료적 특성을 더해 재시각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대표작으로는 2020년에 선보인 제3회 개인전 <그것을 묶음으로 : Birth-Death>의 작품들입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난 누군가를 위해 길 어귀에 고추, 숯, 솔잎 등을 새끼줄에 끼워 묶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죽은 누군가를 위해 장례식을 열고 수의를 입힌 뒤 염포로 묶어 입관식을 치릅니다. 언제 어떻게 생겨 난지 모르는 이 관행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묶음으로 탄생의 시작을 축복하며 기쁨을 채워가기도, 죽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슬픔을 비워가기도 합니다. 이 묶음의 행위를 통해 우리는 모든 생명을 고귀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고, 각자 위로와 위안을 얻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행위의 반복을 통해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나는 누구이며, 어디쯤 와 있고, 그걸 왜 느끼고 생각해보아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져보는 작업들입니다. 딱히 방향이나 목적을 정해놓고 작업을 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바람이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제 의식의 기록들이 긴 시간을 통해 축척되고, 그 결과물들이 시리즈로 모여 작업인생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모든 작가들의 바람이기도 하겠지만, 이 이야기들이 저만이 간직하고 마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 작품을 시각적으로 감상하거나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관람객들에게도 소통의 창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예술이라는 분야를 저만의 언어로 풀어내고 전달하여 이를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의 인생의 한 부분이 지속적으로 향유 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들이 제 작품을 통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음, 젊은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데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 나 갈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 하는데요. 그 힘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더 더욱 필요한건 대중들의 관심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아트테크나 아트 플렉스 와 같은 유행도 작가들에게는 기분 좋은 관심중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작가로서의 삶을 너무 행복하다고 느껴서 그 길을 함께 걸어가던 동료들이 도중에 포기를 한다고 하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짐작 갑니다.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젊은 청년작가로서 내려놓아야할 부분들이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꾸준한 관심과, 다양한 시각으로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난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그 길을 선택함이 틀리지 않았음을 조금씩 증명하게 해주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내년에 약간의 변화를 시도한 개인전을 구상해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사용하던 한지라는 소재에서 조금은 벗어나 페인팅 작업을 요즘 많이 시도해보고 있는데요. 한지와 페인팅 작업을 조화롭게 융합시키는 과정이 아직 불분명하고 어렵기도 해서 고민이 많지만, 저 스스로가 이 틀을 벗어나야 한층 더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해서 도전 하고 있습니다. 이 길을 걷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과 노력을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제가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그 속에서 작업을 이어나가는 동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끈기 있는 작가가 되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작가로서 그녀가 걷고 있는 행보들을 지켜보았을 때, 그녀가 내딛는 걸음들이 너무나 부지런하고 꾸준한 만큼,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가 느낄 고뇌와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그녀는 무엇이든 도전하고 시도 해 볼 수 있는 30대 젊은 미술가이기에 분명 앞으로의 날들이 더욱 찬란할 것이다. 젊은 미술가 유시라. 그녀의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을 응원한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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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1 16:44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부채와 지우산 장인이 모두 있는 전주

문화유산이 건강히 전승되려면 크게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첫째, 질 좋은 재료가 공급되는 환경, 둘째, 정교한 솜씨를 가진 장인, 셋째,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수요이다. 이 세 가지를 고루 갖춰 발전한 것이 전주 한지라 할 수 있다. 전주는 깨끗한 물이 계속 공급되는 흑석골을 중심으로 한지장이 모여 살았고, 문예를 즐기는 양반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또한 완판본을 포함한 독서문화, 예인들의 예향문화 등이 두터운 곳이다. 이처럼 안목 높은 향유층들이 많다보니 다양한 종류의 고품질 한지가 많이 제작될 수밖에 없었다. 한지는 닥나무와 황촉규 그리고 물의 배합으로 만들어진다. 따뜻한 남쪽의 특성상 닥나무와 황촉규 공급은 어렵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물이 깨끗해야만 좋은 품질의 종이를 뜰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흑석골 공수내이다. 공수 뜻이 물이 차고 넘친다는 뜻이다. 그만큼 공수내는 깨끗한 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자연히 흑석골 사람들은 공수내를 중심으로 한지공장을 차렸고 한지 뜨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현재는 복개공사로 인해 공수내가 추억 저편으로 남게 되었으나, 1980년대만 하더라도 전주 흑석골하면 전주 한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전주시는 전주 한지의 명맥을 이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7년에 천일한지 김천종, 용인한지 김인수, 전주전통한지원 강갑석, 성일한지 최성일을 전주 한지장으로 지정했다. 모두 30년 이상 전주 한지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장인이다. 2021년 4월에는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전주 한지장 후계자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기원전 중국 한나라(漢代)부터 부채(扇)와 우산(傘)은 가장 존귀한 존재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휘장 아래에 부채를 들고 앉아있는 묘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단이나 종이로 부채와 우산을 만들어 행렬에 가장 중요한 사람과 동행한다. 부채와 우산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세분화된 공예품이다. 귀족의 상징과 같은 부채와 우산을 만드는 장인이 모두 전주에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선차장 김동식 전라감영이 유지됐던 192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선자장은 중앙동 전라감영을 주축으로 활동하였다. 전라감영이 없어진 이후 다수의 선자장은 인후동 가재미마을로 이전하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보유자 또한 가재미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선자장 김동식의 핏줄은 외가에서 비롯되었다. 외할아버지와 외삼촌 모두 평생 부채를 만들던 장인이었다. 농한기에 외삼촌이 부채를 만드는 것을 보고 김동식은 조금씩 따라하였다. 이를 본 외삼촌이 너 솜씨가 있구나하고 칭찬하였고 14살부터 본격적으로 배웠다고 한다. 부채가 한창 잘 나갈 때는 1년에 3천만 원, 5천만 원씩 벌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선풍기와 에어컨이 나오고 나서 부채로 큰돈을 벌기란 쉽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다른 일을 해야하나 깊은 고민의 시절도 있었다. 그 시기, 부채를 계속 하라며 금전적 지원을 해준 선배가 있었다. 그날부터 김동식은 악착같이 부채일을 하며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회고한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나의 뭐를 믿고 돈을 줬을까 생각해요. 형제간에도 돈 빌리기 어려운 세상에서. 그 돈으로 악착같이 노력했어요. 그 돈으로 지금까지 오게 됐지. 선자장 김동식은 2007년에 전북무형문화재로, 2015년에 국가무형문화재로 인정되었다. 2019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합죽선, 60년>展, 2020년 전주부채문화관에서 <합죽선 대를 잇다>展, 2021년 교동미술관 <현존하는 가치>展과 용산공예관 <부채, 남실바람이어라>展 등 특별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동식의 바램은 한국의 전통기술 합죽선이 아랫세대에 잘 전승되는 것이다. 좋은 부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부채를 어떻게 하면 후세에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김동식이 만든 부채는 아주 최고였다고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라지요. 우산장 윤규상 전북무형문화재 제45호 우산장 윤규상 보유자는 우산장들이 모여 살았다는 장재마을에서 지우산 만드는 법을 배웠다. 가까운 곳에서 일을 배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지우산을 만들기 시작했다. 17살부터 우산공장에 출근해서 우산을 만들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했다. 1965년 비로소 자신만의 우산공장을 차렸다. 그는 1980년대까지 지우산과 비닐우산을 생산하였다. 지우산의 핵심기술은 대나무를 다루는 기술이다. 대나무는 임산물에 속하기 때문에 그대로 들고 오면 검문소에서 잡았다고 한다. 검문을 피해 소가 끄는 수레에 대나무를 싣고 천변과 소양산을 지나 전주로 들어왔다. 대나무를 받으면 대를 쪼갠다. 우산 꼭지에 살대를 끼워 접었다 펼 수 있도록 조립한다. 그렇게 지우산에서 비닐우산까지 한국 우산의 변천사를 관통하였다. 그러나 중국에서 우산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우산일을 접게 되었다. 그러다 약 17년 전, 한국에서 지우산이 잊히는 것을 알고 지우산 제작기술을 복원하기로 그는 결심하였다. 분업화로 이뤄졌던 것이라 한 사람이 온전히 습득하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윤규상은 지우산 제작을 완성하였고, 2011년 전북무형문화재로 인정되었다. 2016년 재단법인 예올에서 <올해의 장인 우산장 윤규상>展, 2020년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입춘, 봄비 내리다>展, 2021년 교동미술관에서 <현존하는 가치>展을 통해 전통 우산을 알리고 있다. 그는 모든 과정을 도전과 실험으로 부딪혀 나아갔다고 회고한다. 매사 도전정신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거 같아요.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고 개선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항상 일합니다. 지우산도 그렇게 복원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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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8 16:54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아트ART,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다, 사람과 공간을 잇it다

교동미술관은 2007년 소통을 모토로 시작한 1종 사립미술관이자 지역미술활성화와 신진작가 발굴을 선도하는 도시재생 공간으로, 오프라인 위주의 교동(橋動) - 움직이는 다리의 역할을 온라인플랫폼 구축을 통해 지역의 예술가들과 대중을 연결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삶의 즐거움을 공유해나가고자 전주 문화예술 온라인 콘텐츠 잇-다 작가교류 콘텐츠와 Art in Home V-log 콘텐츠를 기획하였다. 지역의 정통성 있는 공예작업과 명장들의 작업 철학 및 현장의 기록 등이 잊혀 질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지역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명맥을 이어오는 명장과 현대 미술작가들의 만남을 통해 작가들이 작업세계를 교류하는 온라인콘텐츠 제작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이어 왔다. 이에 명장과 역량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프로모션하여 영상으로 담아 소개하고, 사유의 공간으로 예술작품을 제안하여 코로나블루, 관계의 단절 등 우울한 감정을 예술로 치유하는 방식을 통해 문화예술 향유 방식의 전환을 제공하고자 한다. 교동미술관은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가 주최하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사장 김용삼)이 주관하는 2021년 지능형(스마트) 박물관미술관 기반 조성사업의 일환인 사립박물관미술관 온라인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전북권역 사립미술관 중 유일하게 선정, 콘텐츠 제작 및 사업 운영을 추진해왔다. 교동미술관 온라인콘텐츠 <아트-잇 Art-it>은 팬데믹시대 문화예술을 통한 시대적 통찰과 고민을 지속하며 지역 순수미술의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전통과 근본에 대한 사유와 작가 간 협업 지원, 열린 미술관으로서의 비전을 공유해나가고자 기획되었으며, 콘텐츠는 Artist편과 Space편 2개 파트 총 6편의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Artist편은 전승공예작가와 젊은 현대작가의 만남을 통해 작가들이 연대해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이는 전통과 현대 예술의 만남, 지역과의 예술 연대, 전승 및 현대미술 작가간의 교류를 중점으로 하여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오는 명장과 현대공예작가의 만남, 그들의 작품세계와 작업을 조명해 봄으로써 예술가들이 작업을 통해 서로 연대해나가는 법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과정을 담았다. Space편은 아티스트의 생생한 작업 현장과 작업 과정, 전시 공간 및 작품으로 연출한 홈인테리어 등으로 감성적 문화예술 치유의 메시지를 테마로 제작되었다. 이는 예술계의 자립, 지속 가능한 예술, 감성적 예술치유를 중점으로 아티스트와 아트웍이 공공의 영역을 벗어나 개인의 공간에 디스플레이 되는 법, 작품의 사적 공간으로의 이동으로 감성적 문화예술 향유 방식의 전환을 제공하고자 한다. 온라인콘텐츠에 참여한 △김성수(조각 및 설치), △김종연(대한민국 목공예 명장 158호/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8호 민속목조각장), △방화선(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소찬섭(조각), △유시라)(회화 및 설치), △이보영(회화 및 설치), △이호철(조각 및 설치), △최대규(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50호 나전장) 작가의 작품 20여점은 7월 6일부터 18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2전시실에서 <아트Art, 사람과 공간을 잇it다>展을 통해 선보이며 영상콘텐츠는 올 하반기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유관기관 온라인 플랫폼에서 정식 공개될 예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방향으로 제공되는 본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예술이 지니는 가치와 역할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이어나가며 지역 예술가와 대중을 연결하고 문화예술이 주는 삶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확산해나가는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김완순 교동미술관 관장은 교동미술관은 소통을 모토로 시작된 도시재생 공간으로 지역 예술가들과 대중을 연결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삶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오며 『2021 온라인콘텐츠 <아트-잇 Art-it>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전승공예와 현대작가 8인이 참여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방향으로 제공되는 본 프로젝트는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예술가들이 연대해나가는 모습과 작품을 매개로 한 서로 다른 공간을 다룬 콘텐츠를 통해 고유하고 소중한 신념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현장 기록과 열정을 담았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적 경험이 주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예술의 대면방식 확산에 따른 지역 미술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교동미술관은 온라인 문화예술 플랫폼의 선제적 구축을 통한 지역 문화관광산업 활성화를 계속해서 도모해나갈 예정이다. 작가의 문화예술 창작활동의 자립, 성장할 수 있는 기반 확보 및 온라인플랫폼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며 작가의 예술창작활동에 대한 동기부여와 더불어 지역 아티스트 및 작품의 지속적인 온라인 프로모션을 통한 문화예술계 수익구조 마련의 기회를 제공을 도모하고자 한다. 한국 전통문화관광 거점도시에 위치한 미술관으로써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생태계의 교류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 공예의 기록, 보존을 통해 공예 관련 콘텐츠의 계승과 확산을 통한 지역 공예 활성화와 지역문화유산 아카이빙 채널 구축에 더욱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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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4 16:43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가치소비와 라이프스타일 속 공예

요즘 플라스틱 생수통을 두르던 띠지가 사라지고 있다. 올바른 분리배출 법이나 천연소재 제품 사용, 일회용품 줄이기 등의 적극적 참여가 보인다. 기존 환경문제 인식과 코로나19로 급증한 폐기물이 얹혀진 여파다. 친환경을 포함한 가치 활동은 또 다른 가치를 동반한다. 로컬, 역사, 인권, 자연, 환경 등이 서로 연대하고 있으며, 예술활동과 함께한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전국에서 수거한 공병으로 미디어아트 전시를 진행했으며, 서울여성공예센터는 친환경을 주제 공예장터를 운영하였다. 6월 3일 서노송동에 개관한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의 〈개관 기념 기획전시〉에서도 새활용과 결합한 공예활동을 엿볼 수 있었다. 공예가들은 폐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였다. 강희경, 박은주, 송이석, 조양선, 김태근, 정하영이 참여하였다. 전주시새활용센터 이전 공간을 담거나 유리병비닐타이어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였다. 기존의 작업 방식에서 나아가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개발하며 새활용 공예품을 탄생시켰다. 정하영 작가의 설치미술은 전주시새활용센터의 과거 정체성을 드러냈다. 선미촌 성매매업소였던 시절을 결코 잊지말라는 듯 공간을 재현하였다. 방 한가운데 붉은 케이블타이로 엮은 해먹은 성매매 여성과 관람자 모두에게 결코 편하지 않는 영역임을 표현하였다. 강희경 공예가는 다 쓴 소주병과 맥주병을 활용하여 초상화를 만들었다. 박은주 작가는 자원순환 커뮤니티 활동 과정을 전시하였다. 작가가 매개자가 되어 누군가가 쓴 물건과 물건의 사연을 새로운 사용자에게 전한다. 악기장 김태근은 타악기에 쓰이는 동물가죽 대신 폐현수막 천이나 헌옷을 새활용하여 장구를 제작하였다. 조양선 공예가는 비닐을 가공한 파우치를 만들었다. 버려진 비닐을 패브릭의 일종으로 쓰임새를 부여하였다. 송이석 공예가는 폐파이프나 자전거휠 등 녹슨 철물로 다양한 조명을 선보였다. 재료 하나하나를 모으고 새활용하여 탄생한 단 하나뿐인 조명들이다. 새활용은 쓸모없거나 버려지는 자원의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순우리말이다. 못 쓰게된 물건을 새활용 소재로 발견하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새롭게 활용하는 실천이다. 전주시새활용센터의 비전은 새활용 생산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시민 공유플랫폼으로서 자원 선순환으로 새활용, 가치에 소비하는 문화, 시민 자치적 환경가치 실현이다. 즉, 자발적 가치소비를 목표한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급속도로 공급 과잉시대로 진입하였다. 모든 물건을 손으로 만들던 시대에서 대량생산 공업품이 쏟아지는 시대가 되었다. 꽤나 오랜 시간 우리는 가격이란 기준만으로 물건을 선택하고 소비하였다.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어떤 과정이 쓰였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어떤 폭력적인 환경에서 제작되었는지 알 수 없다. 가격이 싸고 디자인이 예쁘면 구매 타당성이 충분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환경과 윤리성 이슈들이 터졌다. 이 시기를 관통한 MZ세대들은 자본 중심적 소비가 결코 건강한 소비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며 성장하였다. 그들이 소비력을 갖춘 지금 가치소비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함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고 상생을 모색한다. 쉽게 제공되고 버려지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신념에 따른 소비문화를 채택한다. 그것이 로컬, 새활용, 공예 등 가치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라이프스타일 속 공예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공예의 범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공예라는 단어에 담긴 수공(手工)의 가치다. 수공의 가치는 곧 과정을 안다는 것이다. 공예가는 하나하나 쓰임새에 맞추며 자신의 가치와 취향을 담는다. 소비자는 그 과정을 동의하고 구매한다. 소비자 개개인의 가치와 취향이 개입될 여지도 크다. 나아가 스스로 만들고 쓰는 즐거움도 만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라이프스타일 속 공예는 너와 내가 필요한 만큼 정성들여 만들어 쓰는 것이다. 전주시새활용센터의 개관 기념 기획전시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과 일맥한다. 공예가의 가치가 담긴 공예품. 그 가치는 새활용이다. 나아가 상생과 지속가능성까지 포괄한다. /썰지연구소 설지희 소장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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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30 17:02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현존(現存)하는 가치(價値) 그 이상을 지닌

최근 들어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간직한 관광지 및 상품이 각광 받고 있다.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향수와 역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의 이야기가 주제화됨에 따라 지역 보존에 대한 관심 역시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와 더불어 그 지역이 지닌 유무형문화재의 모습 또한 그 이상의 가치(價値)를 나타내며 우리에게 전승과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케 하고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가치의 뜻을 1.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2.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3.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 선, 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가치 있는 지역의 대표적인 예로 전통문화의 보고(寶庫) 전라북도는 한민족 역사와 삶 미래를 담아내고 있다. 전라북도는 韓스타일을 체험 할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특별한 전통문화 도시이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소이다. 도시 전체가 전통을 그대로 간직함과 동시에 체험의 장이라는 점 역시 사람들이 전라북도로 발걸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지역 특색을 살린 관광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는 기능분야와 예능분야를 합쳐 85건이 지정되었고 55종목으로 보유자 73명, 보유자 없는 단체가 11단체, 겨루기 태권도 1건으로 구분되어있다. 무형문화재는 대부분 전통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입을 통하거나, 몸으로 전달되는 것, 즉 문자화되지 않은 것으로 설명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전통문화의 전승이 현재의 시장경제로서의 논리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적 뿌리이자, 민족의 정체성을 후대에 물려 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도내 시군중에서도 전주시는 전라북도 전체 무형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많은 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이 거주, 또는 활동하고 있는 지역으로, 전국적으로 문화특별시라고 자부 할 만큼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교동미술관은 이러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분들의 신념과 역할에 존경의 마음을 표함과 동시에 전통문화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 향상과 무형유산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재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달 15일부터 27일까지 본관 1전시실에서 <현존하는 가치>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한민국 명장으로 지정된 김종연(목조각장), 소병진(소목장), 김동식(선자장) 명장을 비롯하여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방화선(선자장), △최종순(악기장), △고수환(악기장), △박강용(옻칠장), △장동국(사기장), △유배근(한지발장), △윤규상(우산장), △최대규(전주나전장), △안시성(옹기장), △김혜미자(색지장), △김선애(지승장) 기능보유자와 전승공예작가 △전경례(전통자수), △장정희(침선), △박순자(침선), △김선자(매듭), △김정화(칠보), △이병로(도자기) 등 총 20人명인들의 작품 약40여점이 전시 된다. 이번 전시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및 전라북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전승공예가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전통문화 계승발전시키고 시민들에게 무형유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이다. 김완순 교동미술관 관장은 <현존하는 가치>展을 통해 무형유산의 보호와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전라북도 무형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림과 동시에 무형유산의 중요함을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며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무형문화재 기능 종목을 알리고, 나아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무형문화재의 이해를 도움과 동시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인식 확산 및 저변확대 및 무형유산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라고 강조했다. 무형유산은 무형의 문화적 소산(所産) 가운데서도 역사적 또는 예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을 말한다. 이는 형(形)이 없는 살아있는 예술로서 형체가 드러나는 유형유산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무형유산은 후대가 이어받아 계승하거나 또는 그것을 물려주어 잇게 하지 않으면 그대로 소멸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렇기에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분들의 역할과 신념이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인 것이다. 전통의 맥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계심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후학양성과 전통기법 전수와 계승에 힘쓰시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분들이 자리하고 계시기에 현재까지 귀중한 우리의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유배근(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1호)作_한지전통발, 100x65cm, 대나무 국가와 지역의 변화 및 발전은 단순히 새로운 개발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무형의 문화자원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즉,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야 말로 진정으로 역사성 있는 지역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지역 문화자산, 즉 문화유산 보유와 가치에 대한 의미 재고는 지역발전에 중요한 인자로 작용 할 것이다. 결국, 가치 있는 유무형의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전승하여 후대에 전달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소명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는 조상들의 얼(魂)이 담긴 창조의 유산으로서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게 하고, 우리가 속한 민족의 자부심의 근원이 된다. 더불어 문화재를 접하며 국가와 민족,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한없는 애착과 긍지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문화자산이기도 하다. 이에 지역이 유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알리는 작업은 꼭 필요 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전시나 공연 등을 통해 무형문화재 보유자분들의 능력을 공개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모하는 제도와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지자체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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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6 17:28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장인과 디자이너의 콜라보에 관하여

최근 내 친구의 생일이었다. 여태껏 우리 둘은 전주에 살고 있으나 거의 보지 못하였다. 친구의 생일을 맞아 그가 일하는 전주한옥마을에 찾아갔다. 한옥마을의 화창한 날씨가 가족들의 웃음소리와 발걸음을 빼곡히 매웠다. 친구는 공예품을 취급하는 가게에서 고요히 물건을 포장하고 있었다. 옹기, 목기, 나전칠함, 가죽그릇 등이 놓여있었다.내 눈을 사로잡은 건 나전칠함 자개들이다. 흑칠함 위에 1㎜ 정도 얇은 선을 두른 사람 형상의 자개들이 규칙적으로 붙어있었다. 지름 2㎝ 정도의 복잡한 형상을 줄음 질로 오려낸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감탄이 아닌 통탄이었다. 줄음 질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하였다. 복잡한 모양새를 오리기 위해 고생했을 장인의 노고만 느껴질 뿐이었다. 왜 이런 도안이 탄생한 것일까 의문이 가득하던 찰나 친구의 대답은 간결했다. 유명 디자이너와 콜라보한 것이라고. 나전(螺鈿)은 전복, 야광패와 같은 조개껍데기의 안쪽 면을 무지갯빛이 돋보이도록 갈아내어 만든 자개를 옻칠 위에 다양한 모양새로 붙이는 장식 기법이다. 우리나라 나전기법으로 크게 줄음 질과 끊음질이 있다. 줄음 질은 도안에 맞춰 자개를 오려내어 붙이는 기법이다. 대개 모란과 같은 꽃, 동물 등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끊음질은 자개를 실처럼 재단하고 칼로 끊어가며 문양을 만드는 기법이다. 육각형이나 교차되는 선 등 기하학적 문양을 표현한다. 줄음질은 면과 면이 만들어낸 회화적 표현이다. 가게에서 본 디자이너 콜라보 나전칠함은 왜 그런 문양을 줄음질로 만들었는지, 왜 그렇게 배치를 했는지 쉽게 납득가지 않았다. 분명 자개장, 나전칠함이 주는 한국의 복고와 아름다움이 있다. 고려시대부터 절정을 치달은 나전의 화려함에 추억이 더해진 공예품이기 때문이다. 2014년에 환수되어 2018년에 지정된 보물1975호 나전경함, 2019년 일본에서 국내로 환수된 나전국화넝쿨무늬함 등이 명성을 뒷받침한다. 대부분의 전통기술 분야가 어려웠던 20세기에도 나전칠기는 고가품으로 꾸준히 팔렸다. 나전칠기 혹은 자개장이 주는 고풍스러움은 그때부터 형성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만 이전처럼 소비하진 않는다. 2000년대부터 전통공예 활성화를 위해 국가기관 주도의 장인과 디자이너 협업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전통공예품은 기술과 가치는 높지만 쓰임이 현저히 낮다. 이를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시대에 맞는 용도와 미감으로 다시 디자인한다(Redesign)는 취지이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였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협업 디자이너들은 대개 서양디자인을 전공하였다. 때문에 전통기술의 충분한 이해 과정 없이 제품을 디자인하였다. 아무 존중과 논의 없이 장인은 그 디자인(도안)을 그대로 제작하는 외주업체로 전락한 사례가 생겼다. 전통기술 분야의 이해와 존중 없이 이뤄진 프로젝트는 일부 극단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협업이란 말이 무색하게 모든 작업물이 디자이너 이력으로 남거나, 장인에게는 주도권 없이 진행된 작업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콜라보의 좋은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취프로젝트는 2017년 6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bug)에서 〈인생을 닮은 전통 매듭 팔찌와 DIY키트〉를 진행하여 1,800만원을 달성하였다.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이수자 박형민과 콜라보로 이뤄졌다. 매듭장이 끈목을 만들고, 취프로젝트가 DIY키트를 기획제작하였다. 한국 매듭의 소재와 기법을 온전히 전달하되 색상과 용도를 이 시대에 맞춰 디자인했다. 한산소곡주가 2021년 5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에서 〈홈술러를 위한 달콤한 인생술, 일오백 프로젝트〉를 펀딩하여 1,700만 원을 달성한 사례도 있다. 한산의 한달살기를 왔던 청년들과 한산소곡주 명인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프로젝트이다. 세련된 감성으로 디자인한 병에 명인이 주조한 소곡주를 담았다. 본질을 유지하고 이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대중에게 전하였다. 장인과의 협업은 전통기술의 이해가 첫걸음이다. 그 걸음에는 존중이 동행해야 한다. 이전 세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왜 이 기술을 선택하고 발전시켜 왔는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재료, 기술, 쓰임이 있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가령 우리가 쓰는 스테인리스수저는 윗대부터 썼던 은수저, 유기수저의 맥락을 함께한다. 소반상 위에 밥과 국, 반찬을 함께 먹었던 풍습도 마찬가지다. 금속이라는 소재, 숟가락과 젓가락이라는 한 쌍, 20~23㎝ 길이는 한국의 문화유산인 것이다. 그렇다면 금속 외 소재를 쓴다거나, 숟가락과 젓가락 중 하나를 뺀다거나, 길이를 길게 늘리는 것과 같은 변화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설지희 썰지연구소장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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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2 20:17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예술’을 통해 얻은 ‘안식’으로 우리의 일상을 다시 ‘회복’시키다

코로나19 이후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있는 일상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 이에 전국 곳곳의 박물관미술관에서는 급변한 사회에 대응함과 동시에, 멈추어버린 생활과 제한된 일상 속 만남 등으로 지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새로운 문화예술 향유의 방식과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5월 18일, 대한민국을 포함 한 150개 이상의 국가들이 세계 박물관의 날을 맞아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박물관미술관의 회복과 이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ICOM한국위원회(위원장 장인경)가 주최하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사장 김용삼)이 주관한 박미주간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집콕 뮤지엄 여행 뮤궁뮤진, 일상에서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거리로 나온 뮤지엄, 박물관의미래 : 회복과 재구상 주제 연계 프로그램, 전국의 박물관미술관 명소를 찾아다니는 스탬프 투어 뮤지엄 꾹 등이 있으며, 도내에서는 교동미술관(전주), 어진박물관(전주)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완주) 등 다수의 박물관미술관이 참여해 5월 1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치유와 회복을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 교동미술관에서 준비한 전시특강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로, 5월 11일부터 5월 16일까지 진행 된 이번 전시에서는 강현덕, 고보연, 김수진, 김영란, 이일순, 정하영 미술가를 초대해,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짐과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술을 통해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 30여 점을 선보였다. -미술가 강현덕(독일 브레멘/함부르크 예술대학 졸업, 추계예술대 문화예술학 박사 졸업, 전북대 미술학과 졸업) 강 작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음식점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QR코드 체크와 명부를 작성 하고 체온을 재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고 언제부터인지 그러한 일상에 익숙해져 갔다. 36.5˚. 항상 우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열이 나거나 추위를 느껴야 소중함을 인지한다. 온도, 관계 모두 그렇게 일정한 거리나 온도를 유지해야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했지만 실은 항상 온도나 인간의 관계 등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었고, 저온과 고온사이를 팽팽하게 유지해야만 이 세상을 더불어 순리대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미술가 고보연(독일 드레스덴 미술대학 입체, 설치 Diplom, Meister, 전북대학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고 작가는 여성에게서 나오는 신체 언어를 버려지는 천과 재료들을 이용해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선보였다. 작가의 이번 작품에서 보이는 기다란 천 뭉치는 어머니의 탯줄을 의미한다. 일차적으로는 어머니와 나와의 관계이고, 이차적으로는 나와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어머니와 내가 정신적,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듯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음을 수많은 탯줄의 선을 통해 말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작품은 최재희(더 몸 대표) 안무가와 협업작업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여성이 경험하는 삶의 일련의 감정을 온몸으로 담아내었다. -김수진(전북대 교육대학원 졸업, 전북대 미술학과 졸업) 김 작가의 작품 속 우편의 그늘은 가장 안전한 곳이다. 동시에 피난처이며 도피성이기도 하다. 도망 갈 길 없는 요즘 날 온전히, 오로지 피할 수 있는 곳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 열심과 노력으로도 피할 수 없다. 일곱 개의 피할 길을 찾고 있다. 분명히 일곱 개의 피할 길이 있는데 그 길을 찾고 있는 과정중이다. 그런 곳이 바로 우편의 그늘이다. 반복되고 곳곳에 있는 형태는 항상 반복되며 치우지만 잠깐 안 치워도 순식간에 무질서가 쌓이는 일상과 같다. 안하면 안 되는, 꼭 있어야 되는, 있는 것 이다. 우편의 그늘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평안을 바라는 자가 쉴 곳인 것이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평안. 이는 지금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닐까? 작가의 두 점의 판화 작품 속 명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범함의 자유,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김영란(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이화여대 서양화과 졸업) 나의 작업은 끊임없이 교차되는 자연의 풍경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들은 서두르지 않으며 조용히 색을 변화 시키고, 모양을 변화시키며, 나아가 그것을 보는 나를 변화시킨다. 내 발바닥을 땅에 닿게 하고, 그들을 바라보게 하며, 조급함을 반사시켜 공중에 흩뿌리게 한다. 그리하여 그들의 시간을 나에게 보여주고 내 작업과 내 삶에 관하여 느리게 사는 연습을 시킨다. 김 작가의 작업은 마치 현재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서두르지 않고 너무 조급하지 않게 현재를 받아들이고 이에 맞추어 조금씩 변화해간다면 언젠가는 우리의 일상도 자연스럽게 제 자리로 돌아와 있지 않을까. -미술가 이일순(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 수료, 전북대 미술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이상을 좇으며 오랜 시간을 달려 발걸음이 더욱 더뎌질 즈음 만난 그 사람들. 이 작가의 작품 아는 사람은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존재들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 안으로 조여들며 극도의 긴장으로 뾰족해진 나를 그들의 길고 짧은 견인의 힘이 더 이상 조여들지 않게 잡아주었다. 아니, 이미 그들의 견고한 결속이 이렇게 온전하게 존재하도록 붙들고 있음을 느꼈다. 이어 과거에는 먼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현재의 나를 무한 단련시키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요즘은 아픈 상처의 치료를 미루지 않고 수고와 노력에 작은 보상을 하며, 지나면 다시 올 수 없는 현재를 잘 살아내자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작품을 통해 매일 매일의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미술가 정하영(전북대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및 동 대학원 조소전공 졸업)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해먹에 대해 떠올리면 보통 편안한 쉼과 잠을 연상시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정 미술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 노란 해먹은 밝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가시가 돋친 듯 왠지 모를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다. 이 해먹에 쉽게 몸을 맡기기엔, 설령 누워도 쉽게 잠을 청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작가는 말한다. 여성의 삶 또한 보이는 것과 깊이 들여다봤을 때가 다르듯이 보이는 모습은 각기 다 다르지만 서로 소통하다 보면 공감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에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가까이 있는 누군가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예술가들의 시선이야말로 동시대를 살아감과 동시에 이를 기록할 수 있는 역사적인 시선들이 아닐까. 코로나19 이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편안하지만 편안하지 않은 우리네 일상을 바라보는 여섯 명의 예술가들의 시선을 만나보았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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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19 18:02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예상치 못한 이별, 그리움과 상실의 옛 이야기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되는 시간, 햇살에 눈부셔 눈을 반만 뜨고 있던 시간. 내 가까운 이의 가까운 이가 작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인은 심근경색. 이송 중 운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으로 그를 찾아보니 많은 이에게 온정을 베풀었고, 강단 있게 본인의 신념을 실천했던 호인이었다. 쉰넷, 영면에 들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어제까지도 활발히 일을 하던 사람을 이제는 볼 수 없다. 그 소식을 들은 친구에게 나는 어떤 위로의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가까운 이를 상실했다는 감정. 내가 아직 경험한 적 없는 감정. 그 감정을 겪는 이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미안해하는 나에게 그는 늦게 알수록 좋은 감정이라고 담백하게 말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날 나는 떠돌이처럼 하루를 돌아다녔다. 사색을 하다가, 책을 읽다가, 산책을 하다가, 영화를 보았다. 이날 하림의 〈사의 찬미〉를 듣고 마음이 쿵 하였다. 이날 다큐멘터리 영화 〈여파〉를 보고 또 마음이 털썩 하였다. 페이스북을 보니 고인을 애도하고 그리워하는 편지들이 하나둘 올라온다. 밤이고 낮이고 올라온다. 그렇기에 오늘은 그리움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최근 나주 율정점(栗亭店)을 찾으러 간 적이 있었다.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의 깊은 우애를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장소이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되었다. 함께 한양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던 중 이 둘이 헤어졌던 곳이 바로 율정점이었다. 율정점은 밤나무가 줄지어 있던 곳이라는 율정(栗亭)과 가게(店)가 합쳐진 단어이다. 주막과 민박이 모여 있는 작은 교통로를 상상할 수 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이별을 직시하고 함께 내려가던 그 상실감이 어땠을까. 정약용이 쓴 시 〈율정별(栗亭別)〉에는 그 마음이 담겨있다. 초가 주막의 새벽 등잔불 시나브로 꺼질 듯, 일어나 샛별 보니 장차 헤어질 일 참혹하다. 물끄러미 마주 보며 할 말을 잃어, 억지로 말 꺼내려다 흐느낄 따름이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에도 율정점에 이별을 애처롭게 그렸다. 짙은 안개 속 길목에서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다 헤어진다. 그 둘이 짐작한 대로 정약전과 정약용은 끝내 만나지 못하였다. 이처럼 나주 율정점은 200년 전부터 이어진 깊고 슬픈 이별의 장소이다. 최근까지 이 오래된 그리움을 마주하러 나주를 찾았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 전, 필자가 율정점을 방문했을 때는 그 흔적을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동행했던 신정일 선생님이 꼭 가야한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갔을 정도였다. 결국 블로그를 검색하여 위치를 찾았다. 율정점의 흔적이라고는 마을주민이 만든 것 같은 율정별리란 팻말과 도로 표지판 율정교차로 뿐이었다. 신정일 선생님은 과거 2차선이던 길이 6차선으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넓어진 풍경에 연신 당혹해 하셨다. 흔적이 있어야 시선이 머문다. 시선이 머물러야 추억한다. 추억할 거리가 있어야 그리움이 생긴다. 이제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누구도 율정점을 그리워하지 못할 것이다. 〈여파〉(2021)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우연히 객사를 걷다 운이 좋게 현장예매를 하였다. 돌이켜 보니, 우연으로 관람했다는 게 부끄러울 만큼 깊은 상실의 이야기였다. 1949년 6월 6일, 친일 경찰들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약칭 반민특위)를 습격하고 빨갱이란 주홍글씨를 씌웠다. 이후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후손들은 선친의 업적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난과 이념의 굴레에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사를 살다보면 명확히 깨닫는 것들이 있다. 가령 인정받지 못한 순간, 존중받지 못한 태도. 그것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와 같은 것들이다. 후손들은 기나긴 시간을 그런 비참함과 상실 속에서 버텨나갔다.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닌 아버지의 유산이라는 것이 억울할 따름이다. 그 모습 속 후손들의 마음을 감히 짐작하여 아래에 몇 자 써본다. 가족을 돌보지 않아 원망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이 삶을 원망한다. 나라만을 생각한 당신을 원망한다.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희생했는지 다 알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시대가 많이 나아졌다며 담담하게 사진첩을 보며 아버지를 추억하였다. 그럼에도, 선친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외치고 있었다. 〈여파〉에는 어떤 과정과 시간을 거치며 모았을지 모를 사진들과 자료들이 잔뜩 나온다. 조명 받지 못한 사건의 자료 찾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다. 김진혁 감독과 반민특위 후손들은 오늘도 아버지의 일이자 대한민국의 역사를 천명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왜 〈여파〉라고 지었는지에 관한 질문에 김진혁 감독은 답하였다. 미시사적 관점으로 제목을 지었습니다. 근현대사 교과서에 실린 그 짧은 한 줄의 사건, 그 사건 이후 남겨진 이들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반민특위 사건 이후 후손들의 인생의 여파.. 이 주제를 10년의 세월 동안 잡고 있는 내 인생의 여파.. 그리고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본 이후의 여파.. 그런 의미로 여파(餘波)라고 지었습니다. 역사의 존재이유는 간단하다. 온전히 나를 알고 온전히 상대를 바라보기 위함이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에서 무슨 일들이 있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내 부모님의 부모님이 무슨 일을 경험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를 본 오늘의 나는 너무도 부끄러웠다.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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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5 17:45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언택트 시대에서의 콘택트, 예술은 어떤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할 것인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가 지속되며 우리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예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지역의 다양한 축제 및 행사가 취소되고, 박물관, 미술관, 공공 문화시설의 휴관 등 모든 행위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우리는 가상과 실재가 혼재된 삶을 살고 있다. 예술 또한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 기술과 접목된 형태로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 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프리랜서 예술인들의 사회적 역할 및 생계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초래되었다. 한국예술총연합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사태가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1월에서 4월 사이에 총 1614건의 문화예술 행사가 취소되었고, 예술가의 88.7%가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 예술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은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고, 새로운 언택트 시대를 맞이하며 국내 예술계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추어 전북지역의 예술 각 분야에서도 준비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신속하게 제작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예술가들에게는 관객과의 만남이라는 가장 큰 과제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제 예술의 온라인화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 속에서 소통을 위한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작품이 예술적으로 어떤 감동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인가와 현장성이 배제된 상태에서 관객에게 어떤 심미적 경험과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 상황으로 보았을 때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우리는 지금 대면에서 비대면으로의 변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변화, 실재와 가상으로의 변화 등 많은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는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언택트시대의 지역예술의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현재의 상황과 변화에 따른 질문과 고민을 토대로 앞으로 지역예술계의 과제와 방향성에 대해 모색해야 할 때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통과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현격히 높아짐에 따라 예술의 노출효과도 자연스럽게 커져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아진 효과도 분명 있다. 이 중 미술이라는 장르는 평면 회화 작업 뿐 아니라, 관객과의 사이를 다른 차원으로 확장함으로써 이미 오래전부터 디지털 작업과의 협업을 시작해왔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더하고 다양한 작품 감상법을 적용하는 등 흥미로운 사례들을 만들어내며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미처 깨닫지 못할 만큼 우리의 삶에 깊이 다가왔고, 엄청난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 생각된다. 교동미술관도 변화에 발맞추어 2021년도부터는 지역의 작가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주고자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 사업을 기획하여 실행을 앞두고 있다. 전업 작가들의 삶과 작업을 조망하고, 지역 작가들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 작가들의 노력이 현장감있게 전달되도록, 더불어 이러한 기획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행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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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1 19:45

[문화&공감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로컬과 문화유산 담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창작과 향유의 직조’

로컬과 문화유산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전주의 문학인, 예술가, 운동가들의 사랑방이며 요즘 청춘들도 방문하는 곳이 있다. 맛있고 멋있는 전주 각계 사람들이 2차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신명난 가락이 펼쳐지는 곳. 전주 다가동의 새벽강이다. 30년이 흘렀다. 둥지를 옮기기도 했다. 그 강은 한옥거리, 동문거리, 서점거리, 차이나타운, 웨리단길 등 다양한 이름들이 흘러있다. 2019년, 내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새벽강의 장면, 소리, 맛이 좋아 문득 문득 그곳을 찾아간다. 단촐한 식탁, 주인과 손님 구별이 없는 서빙 체제, 지역 예술인들의 손때 묻은 작품, 기타와 이런 저런 악기들. - 海霧, 전주 새벽강, 다음 블로그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2009.02.13. 새벽강을 로컬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을까. 무형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을까. 제도적 정의를 살피면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새벽강에 없는가? 그렇게 물어본다면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크리에이터란 지역의 자연환경, 문화적 자산을 소재로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라고 정의한다. 유네스코에서는 무형문화유산이라 함은 공동체, 집단 및 개인들이 그들의 문화유산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는 실행, 표출, 표현, 지식 및 기술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전달 도구, 사물, 유물 및 문화 공간 모두라고 정의한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현대사회 획일화에 관한 대안이지만 개념과 영역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출발은 같았다. 1920년대부터 근대(modern)의 반대 의미로 전통(tradition), 향토(local), 민속(folk)이 취급되었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기적 의도가 다분히 첨가되었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은 과거의 끈을 삭제하였다. 1970년대 초부터 시행된 새마을 운동을 필두로 새로운 문화와 산업, 이데올로기가 삽입되었다. 우린 더 이상 한복 입은 할머니의 모습이나 초가집의 풍경을 추억하지 못하며, 그리워하지 못한다. 현대사회의 키워드인 경쟁과 비교, 성장의 지향점에서 지방, 향토, 문화유산은 항상 열위를 차지한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보존 및 활용으로 국민의 문화적 향상 도모와 인류문화 발전 기여를 목적하며 1962년에 제정되었다. 이른 제도화는 무형문화재 지정에서 문제가 일어났다. 무형문화재 개념을 채 정립하기 전에 무형문화재를 지정되면서 일부 오류가 생겼다. 역량 있는 장인이 있더라도 마땅한 심사위원이 부족하거나, 충분한 검증이 안 된 채 지정하였다. 고령의 실기자임에도 종목의 역사적 타당성을 기술하지 못하면 탈락하기도 했다. 소목장(小木匠)은 목조건축물을 제외한 목가구를 제작하는 장인이다. 단연 소목장의 영역에는 우리의 밥상이었던 소반도 포함된다. 그러나 종목상에는 소목장과 소반장이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 또는 조선시대에는 활을 만드는 궁인(弓人)과 화살을 제작하는 시인(矢人)이 있다. 현재 무형문화재로는 궁시장(弓矢匠)이라 하여 통합 지정하였다. 변수들은 왜 나타날까. 바로 제도화로 인한 지정 때문이다. 전통사회의 장인들은 당시 기술직들이었다. 지금 우리 곳곳에 볼 수 있는 엔지니어, 제조업자, 공예가의 과거 버전이다. 그들은 직업으로서 일상 속에 살았다. 직업을 바꾸거나 직장을 옮기기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그런 유연한 삶 속에 존재하던 일이 제도와 지정을 거치며 고정되었다. 무형문화재 제도의 시작은 삶 속에서 시들지 말고 더욱 힘찬 날개를 펼치라는 조력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제도가 설립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빠른 속도로 지정이 이뤄졌다. 씨실과 날줄로 엮어있던 생태계는 사라졌고 무형문화재 종목만 남았고 바라만 보았다. 지정 이후에는 무형문화재에 관한 보도와 기록화에 열을 쏟는다. 그 사이 향유했던 문화는 잊혀져갔다. 활성화는 사회문화적 맥락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가령 전북 선자장들이 여럿 존재하는 것은 전북 선비와 예인들이 있었던 과거와 국악인과 한학자들의 오늘 덕분이다. 만신들이 건재한 이유는 여전히 가정의 안녕을 위해 굿판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창작자와 향유자, 그 궤도에 어느 하나 빠지면 우리는 영영 이 멋진 풍경들을 마주할 수 없다. 제도화는 누구에게 향해 있는가? 무엇을 위해 그들을 지정하는가? 그 답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건강한 생태계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로컬과 문화유산의 담론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과 함께한다. 일반(一般)에 반하는 도전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윗세대가 성취한 모더니즘의 결과에 이면을 찾는 중이다. 인생의 정답이 정해져 있고,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옳다고 천명하는 부모님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나 일반이 말하는 정답. 그 바깥에서 새로운 답을 찾는 여정이기에 모호함을 동반자로 둘 수밖에 없다. 코스가 정해진 깃발여행이 아닌 우연한 즐거움이 있는 배낭여행이기 때문이다. 로컬크리에이터과 문화유산에 관해 계속해서 새로운 대답들이 쏟아질 것이다. 축적의 시간이다. 우리는 그 시간을 즐겨야 한다. 더욱 질문해야 한다. 터전과 제도 사이에 끊임없이 짚어봐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생태계 속에 누가 향유하고 즐기고 있는지 끊임없이 상상하자. 그렇게 正과 反이 충분히 소화되어 다시 合이 되는 어느 날을 기약한다.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설지희 썰지연구소 소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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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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