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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청년은 지역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중력의 존재

청년(靑年)은 사전적으로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표준국어대사전). 생애주기로 보면 청년은 청소년기와 중년기 사이로서, 사회적인 독립 상태로 전환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청년세대를 연령으로 구분하면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하는데, 이는 2020년 제정된 ‘청년기본법’에서 규정한 연령이다. 하지만 청년과 관련한 법률과 지자체의 조례에서는 자체적인 연령을 규정하여 전라북도는 만39세, 타 지역은 만 49세까지도 청년정책의 범위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구 중 청년(19세-34세)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약 20%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은 50%가 넘을 정도로 높은 비율이다(통계청).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지역에서는 청년인구가 적기 때문에 연령을 높여 정책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청년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시점에 지역사회는 청년들의 이탈로 인한 지역소멸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나타나고, 다양한 청년정책으로 지역의 청년을 정주시키거나 타 지역의 청년을 유입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2017년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여 청년실태조사를 비롯해 청년위원회를 구성하고, 2020년에는 ‘전북청년허브센터’개소를 계기로 전북청년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체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기초지자체까지 연결되어 여러 시군에서 청년활동이 지역민에게 환영 받는 사례가 자주 등장한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에서 청년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청년들이 가진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자유로움과 여유, 즐거움을 추구하는 창의적인 삶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둘째는 지역사회에 활력을 주고 경제적, 사회적 성장 동력으로서 작동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청년이 움직이면 지역사회는 분명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남원시 구도심에 개소한 청년문화창업공간 ‘NOW-WON’은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문화구역을 형성해가고 있어 변화의 조짐이 시작되었다. 이 공간은 남원시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인 ‘빌드업 프로젝트’로 선발된 4명의 청년이 창업하여 입주한 곳이다. 이들은 나우원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지금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협업하면서 청년문화놀이터를 만드는데 한창이다. 2022년 3월 개소한 나우원의 청년 창업팀은 도킹스페이스(영화관), 추냔이네(굿즈샵), 고샅(카페), 레드브릭스(영상촬영)이다. 4개의 창업팀은 석 달간의 교육과 1년 동안의 시간을 투자하여 버려진 폐가, 폐업한 박물관을 리모델링하여 남원시에 새로운 청년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시작하였다. 청년들은 창업공간이 위치한 곳이 구도심이기 때문에 주변상권을 활성화시키면서 자신들의 문화창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으로 생각하였다. 특히, 나우원의 청년들은 영화영상, 디자인, 영상제작 등 각자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창업을 했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함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획력과 운영 노하우 등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도킹스페이스는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볼 수 있고 영화서적도 구매가 가능하도록 서점도 함께 운영하며 촬영과 편집교육까지 활동하면서 영화를 매개로 거점역할을 한다. 추냔이네는 춘향이를 모티브로 친근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이용한 굿즈를 제작하고 각종 시각디자인을 하면서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한다. 또한 지역작가의 작품을 위탁판매하면서 지역사회 상생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고 있다. 고샅은 한옥건물을 그대로 살린 한옥형 카페로 기억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 낸 공간이다. 레드브릭스는 붉은 벽돌이라는 의미처럼 작은 벽돌을 쌓아 새로운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아 영상과 음악을 활용한 뮤직비디오와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미디어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4명의 청년들은 각자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공간을 운영하면서 ‘따로 또 같이’ 지역활성화를 위해 청년문화구역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나우원 앞마당에서 펼친 자체적인 페스티벌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협력과 지원이 덧붙여져 2022년 봄(4월), 여름(7월), 가을(10월)에 걸쳐 3회의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제1회 페스티벌에서는 남원수제맥주를 만드는 ‘비즌’과 영화를 결합하고 추냔이네에서 위탁판매하는 지역 내 공방들과 시민들이 함께 운영한 플리마켓이 이루어졌다. 제2회 페스티벌은 ‘남원시 청년협의체’와 콜라보로 문화부스를 운영하고, 저녁에는 레드브릭스가 운영하는 ‘남원시랩연구회’와 유명 랩퍼의 공연, 도킹스페이스의 야외무대 영화상영으로 지역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확장되었다. 제3회 페스티벌은 ‘남원도시재생지원센터’와 함께 기획한 문화한마당 행사가 이루어졌고, ‘놀자lab’단체의 리얼월드 어플을 이용한 야외형 방탈출 게임을 결합하면서 남원시 구도심에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올해는 지역주민과 좀 더 가깝게 연결하고 접점을 넓히기 위해 6월부터 매달마다 포트럭(potluck)파티와 공연을 준비하여 진행하고 있다. 나우원의 문화창업 청년들은 2023년 전북형 청년마을만들기에 선정되어 올해의 활동이 더욱 기대가 된다. 이들의 주요 컨셉은 ‘원(○-won)해!! (#남원에서 해봐 #남원에서 원하는 게 뭐야 #구역(원)을 만들자)’이다. 앞으로의 활동은 청년들이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게 공간을 구성하는 것, 그리고 남원에서 생산되는 상품들을 청년의 감각으로 리패키징(repackaging)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직접 문화기획을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 남원’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멘토그룹과 제품기획,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10월에는 ‘청년영화제’를 개최하여 현재의 청년문제를 청년의 시각으로 공론화하겠다는 목표로 기획이 시작되었다. 이제 지역사회의 울타리 안에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청년들의 창의적인 새로운 시도가 조금은 낯설고 부족하더라도 관심과 참여, 애정을 쏟는 일이다. 청년들이 갖고 있는 원동력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하더라도 청년들은 어떤 지원보다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가 함께한다면 청년들을 통해 지역사회에 사람이 모이는 중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기획정책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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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8 15:23

[2023 참여&공감, 시민기자가 뛴다] 제28회 환경의 날에 부쳐-더는 물러 설 수 없는 환경보전

환경보전은 개인, 단체, 정부에 의해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훼손하지 않도록 깨끗하고 쾌적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자연이 가진 본래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환경을 보호하고 정비하고 관리하는 일로 오염으로부터 환경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에서는 물과 전기를 아껴 쓰고, 생활 쓰레기를 줄여야 하고, 폐물을 재활용해야 한다. 또한 국가에서는 무분별한 개발을 금지하고, 환경 보호법을 강화해야 한다. 오염은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위적인 원인에 자연적 요인이 합쳐져 나타난다. 환경 파괴는 발생 그 자체를 제어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는 다르다. 발생 원인을 막는 것이 환경 파괴를 막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 연료 사용을 중단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 배출 규제와 종래의 시스템과는 다른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개개의 오염원의 배출량 규제나 전체적인 총량 규제도 병행해야 한다. 이 같은 방법은 국제적으로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발과 환경보전은 현대사회에서 충돌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무분별한 개발은 환경 파괴에 심각하게 영향을 주었다. 개발 지상주의가 남긴 폐해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고, 개발은 반드시 환경 파괴를 일으킨다는 인식하게 했다. 경제 발전이 시급했던 시절에는 우선순위가 경제 개발이었다. 이때의 환경문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제는 자연 친화적 환경과 개발을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복원할 것과 보전할 것을 제시하여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이때 전반적인 국토 관리에 대한 장기적 방향과 계획을 제시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위성도시 확장을 제한하여야 한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공공 주도의 개발을 하되 도심 주변의 산림 및 필요한 만큼의 녹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녹지 공간은 수해 피해 등의 대책을 겸하여 하천을 중심으로 하는 수변 공원의 확보하는 것도 좋다. 또한 읍면 등 지역 사회에 대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농어촌지역의 토지 이용과 읍면 지역의 지역형 도시계획을 구체화하여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반복되는 산사태, 수해, 대형 산불 등의 방제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수요예측을 통해 필요한 개발 사업을 선정하고 지역주민과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면 환경보전에 획기적일 것이다. 또한 인간이 여가와 레저를 즐기며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개발이 가능한 토지를 구분하여 절대 보전 지구의 생태적 환경을 확대해야 한다. 국민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토지관리계획은 단순하면서도 통합된 구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최적의 자연보호와 환경보전이 되도록 국민 생활에 적합하게 국토개발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한다는 기본 생각이 바탕이 되어 모든 개발이 이루어져야 효과적인데, 이때 개발과 보존의 타협점은 장기적 개발 계획과 국민이 공감하는 지향점이 일치할 때 가능하다. 실행계획은 적어도 한 세 대(30년) 정도의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되면 좋겠다. 이런 개발은 국민으로부터 충분한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사업은 환경보전과 자연보호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 사업은 녹색 뉴딜의 핵심사업으로 수질관리, 수해 예방, 지역발전, 수변 복합공간조성을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4대강 외에도 보(洑) 16개, 댐 5개, 저수지 96개를 만들었다. 하지만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것은 장기국토개발의 구체적 방법 위에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보 주변에 다양한 어종이 이동할 수 있도록 자연형 어도(魚道)를 설치해 생태계 단절 문제를 해소하고, 여울과 하중도(河中島)를 만들어 이동 어류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는 등 친환경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유수의 흐름을 이용해 수질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환경단체들이 우려하는 수질 악화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개인·기업·정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개인은 생활용품은 물론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고, 오염 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건전한 소비 생활을 하며 각종 환경단체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기업은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한 각종 시설과 장비의 설치 및 점검, 저에너지 · 저 오염 산업으로의 전환하여 환경친화적 기업 경영 등을 위해 힘써야 한다. 정부는 지속 가능한 개발 정책을 수립하고 환경보전을 위한 법적 ·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인간은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다. 따라서 환경보전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라 필수 불가결의 요소일 뿐만 아니라 꼭 실천해야 하는 생명의 문제이다. 이런 인식을 기조로 환경을 보전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또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환경보전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아껴 쓰고,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재활용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생활 속 실천들이 요구된다. 경제 성장과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인간 중심의 환경 이용은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동시에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보전은 장기적 관점에서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기 때문에 개발과 보전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덜 쓰고, 조금 덜 버릴 때 지구는 병들지 않고 환경은 보전된다. 그 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살아갈 이 땅을 오염으로부터 온전하게 지켜낼 수 있다. 정성수 시인, 향촌문학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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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5 14:02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 이매창, 쇠뿔바위봉, 내변산 탐방

부안은 산과 바다가 공존해서 무척 풍요로우며 힐링되는 우리 고장이다. 개인적으로는 교사로서 첫 근무를 부안에서 시작하며 추억이 많아 더욱 특별하다. 또한 내변산은 100대 명산에 도전하며 첫 스타트로 등반한 산행지라서 또한 의미가 크다. 부안의 대표적인 명산인 쇠뿔바위봉과 내변산을 탐방했다. 쇠뿔바위봉은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 있다. <어수대 탐방로> 코스를 선택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한자로 御水臺라는 글자가 뚜렷한 큰 바위가 반겼다. 아래에는 한글로 어수대라는 글자와 함께 ‘우리나라의 으뜸 물 부안댐 물 시작되는 곳’이라는 설명이 적혀있다. 부안댐 시작인 지점이라 맑고 청아한 물이 반짝이고 있었다. 오락가락하는 이슬비를 머금은 바위 모습이 눈물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어수대 바위 오른쪽에 매창의 시비가 보였다. 그 옛날에 매창이 이곳을 다녀갔다니! 천년 옛절에 님은 간데없고 어수대 빈터만 남아있네 지난일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바람에 학이나 불러볼까나 -매창- 매창은 조선 선조때의 부안 기생으로서 황진희,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 여류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쇠뿔바위봉을 산행하며 매창의 시비를 만나다니! 뜻밖의 선물에 기쁨과 함께 어수대 코스로 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쇠뿔바위봉 등산로는 부드러운 흙길과 완만한 암릉으로 조망이 뛰어난 능선 길로 이루어져있다. 전망대 역시 조망이 멋지며 힐링 산행 코스라 초보자도 무난하게 산행 가능하다. 빨리 걸었더니 정상까지 통상 3시간 거리인데 2시간 30분 걸렸다. 빗줄기가 굵어져 다음 주말에 부안 탐방을 이어 가기로 아쉬움을 달래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주일 뒤 주말에 또다시 찾은 부안, 제일 먼저 매창공원을 방문했다. 이른 오전 시간이라 조용했다. 매창공원은 매창 테마관, 부안문화원, 다목적 운동장, 놀이터, 매창·유희경 광장 등 복합 문화체육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줄 서 있는 매창의 시비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잘 단장된 매창의 묘를 비롯한 매창공원을 보며 부안군에 감사함이 우러났다. 매창 테마관은 매창의 일대기와 시와 관련된 인물과 배경을 알 수 있고 또한 매창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도록 다양한 배경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매창 시 세계의 감동을 가슴에 안고 내변산을 향해 출발했다. 예전에 내소사 코스로 산행했기에 이번엔 코스를 달리했다. 국립공원 내변산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에 사자동-실상사-자연보호헌장탑-직소보-직소폭포-재백이고개-관음봉 삼거리-관음봉(정상)-세봉-세봉 삼거리-세봉 삼거리 갈림길-가마터 삼거리-사자동을 거쳐 내변산 주차장으로 산행계획을 세웠다. 코로나 시기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일생일대의 큰 도전을 했었다. 2021년 8월 7일부터 2022년 7월 25일까지 우리나라 전국을 누비며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첫 출발 지점인 내변산을 다시 방문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전국으로 소문난 명소답게 넓은 내변산 주차장에 이미 차가 가득했다. 등산로 역시 가볍고 화사하게 입은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다. 관음봉 배경의 직소보 전망대 포토존에 도착하니 행복한 미소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풍성하게 출렁이는 직소보 옆길을 걷는데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가 새까맣게 몰려있었다. 관광객 일행이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들이 먹던 과자를 던져주고 있었다. 과자있는 곳으로 이리저리 물고기가 이동을 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다, 사람들이 먹는 인스턴트 식품이 물고기들에게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내변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직소폭포에 도착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는 변산 8경의 하나인 직소폭포는 높이 약 30m 정도이며 둥근 못으로 곧바로 물줄기가 떨어져서 직소라는 이름을 가졌다. 폭포를 중심으로 내소사·봉래구곡·중계계곡 등이 있어 일대가 울창한 나무와 암벽들로 심산유곡의 비경지대를 이룬다. 직소폭포를 지나니 눈에 띄게 사람 숫자가 줄었다. 정상에 가지 않고 내변산 주차장에서 직소폭포까지만 왔다 되돌아가던지, 내소사 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경상도 단체 관광객이 발아래로 보이는 서해안 조망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거리가 멀어도 가을에 또 오자고 말하며 내소사를 향해 내려갔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정상인 관음봉에 도착하니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데크에 앉아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발아래 드넓게 펼쳐진 서해안을 보며 가슴이 뻥 뚫리는 체험을 하고 급히 일어섰다. 사람들에게 빨리 자리를 비켜주고 점심 식사는 조금 더 가서 하기로 했다. 오른쪽으로 내소사가 멀리 보였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78호인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 혜구 스님이 창건했으며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600m 전나무 숲길이 장관이다.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로도 유명하다. 한참 가다 보니 큰 나무 아래 한적하고 넓은 곳이 나타나서 김밥을 먹으며 쉬었다. 시원한 바람과 살랑이는 나뭇잎과 청량한 새소리를 들으며 내변산에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뒤에 긴 코스로 크게 돌며 환종주해서 내변산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산행 후, 휴게소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 꿀맛보다 달콤했다. 차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히며 격포항으로 향했다. 격포항은 옛날 수군 진이 설치되었던 곳으로 위도, 왕등도, 홍도 등 서해 섬과 연계된 해상교통의 중심지이다. 수산시장에 들러 싱싱한 회를 맛보고 채석강으로 향했다. 채석강은 중생대 백악기(약8천 700만년 전)에 퇴적된 퇴적암의 성층으로 바닷물의 침식에 의해 마치 수 만권의 책을 쌓아 올린 듯한 외층을 이루고 있으며 중국 시인 이태백이 즐겨 찾았던 채석강과 비슷해서 지어진 지명이다. 마침 썰물이어서 채석강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잠시 기다리니 격포항과 채석강에 노랗고 붉은 노을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사진을 찍고 격포항으로 올라왔다. 격포항에 어둠이 내리니 흰 등대와 빨간 등대가 깜빡거리며 발아래 글씨와 함께 낭만이 뿜뿜 솟아나는 길로 변신했다. ‘격포의 노을은 소망을 이루어줍니다.’ 보름달도 두둥실 격포항과 부안을 축복하듯이 비추었다. 모든 소망이 이루어질 것 같은 부안 탐방이었다. 부안의 대표적인 축제로 4월 개암동 벚꽃 축제, 5월에 부안 마실축제, 10월에 부안 노을축제와 곰소 젓갈 발효축제가 있다. 가을에 명산 등반과 함께 축제에 참여하길 추천한다. 산행이 힘들면 마실길과 연계해도 멋진 부안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하송 시인, 교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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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1 17:36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 꿀벌 실종설, 실제 상황은?

‘위잉~’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활짝 핀 꽃 주변에는 꿀벌들이 돌아다니기 바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길에서 꿀벌 한 마리조차 보기 어려워졌다. 이런 현상은 우리 근처 뿐만 아니라 양봉농가에서도 나타나면서 점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약 208억 마리 꿀벌 사라져 꿀벌은 꿀을 모으는 과정에서 꽃가루를 암술로 옮겨 열매가 맺힐 수 있도록 돕는 '화분 매개 곤충'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종이 꿀벌을 매개로 수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꿀벌이 생태계에서 사라지면, 곤충에 의해 수정되는 식물 대다수가 번식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의 식량인 곡물, 채소, 과일 생산에 큰 타격을 주고, 인간 역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국내 대규모 꿀벌 실종 사태는 지난해 1월~2월에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지난해 겨울에만 국내에서 월동 중인 약 78만의 사육 꿀벌이 폐사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서는 전국 농가 1만8826곳, 112만4000개의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다고 한다. 벌통 1개당 평균 1만 5000~2만 마리가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 3배 수치인 208억 마리가 사라진 셈이다. 지역별 벌통 피해는 경북이 25만7399개로 가장 많았고, 경남은 25만4187개, 경기는 13만8780개 순으로 피해가 컸다. 울산에서 양봉농가를 운영하고 있다는 ㄱ씨는 "매년 키우던 벌통 500개 중 올해 봄에만 약 300개 벌통에 있던 벌이 모두 사라졌다"며 황당함을 표했다. 이어 그는 “30년 넘게 양봉업 일을 해왔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이라며 "꿀벌이 사라진 원인조차 가늠할 수 없어 황당하다"라고 호소했다. 벌통의 벌들 /픽사베이 지구온난화 등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세계 벌의 날'을 맞은 20일 김종화 한국양봉협회 전북지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벌통을 들어 보이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꿀벌 개체를 확인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농가 18만 봉군 부족, 과일 수확량 20% 감소 꿀벌 실종 여파는 양봉농가뿐만 아니라 과수농가로도 향했다. 사과, 포도, 참외와 같은 국내 농작물 중 17.8%가 꿀벌 화분 매개가 없으면 생산량이 크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과수 및 채소 농가에서도 수분을 위해서는 꿀벌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꿀벌이 실종되면서 벌통 한 통을 빌리거나 구매하는 비용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영배 씨(56)는 "원활한 농사를 위해 매년 이맘때쯤에는 벌을 양봉농가에서 빌려다 종종 사용했었다"며 “벌통 한 통당 원래 빌리는 가격의 두 배 이상으로 올랐지만 이마저도 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성주에 있는 참외농장 5만여 동 중 4만여 동 가량이 꿀벌을 이용해 수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올해는 약 꿀벌 18만 봉군이 농가에 부족했던 것으로 추측했다. 꿀벌에 의한 수분이 어려워지면서 농가의 과일 수확량은 전년보다 20~30% 감소할 것으로 추측되며 농산물 인플레이션 역시 걱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꿀벌응애와 기후 변화, 밀원 부족으로 꿀벌 실종 그렇다면, 꿀벌은 어디로 왜 사라지게 된 것일까? 꿀벌 실종의 첫 번째 요인으로는 '꿀벌응애'다. 꿀벌응애는 꿀벌에게 전염병을 일으켜 집단 폐사에 이르게 하는 진드기다. 그동안 양봉농가는 꿀벌응애를 방제하기 위해 기존 약재와 살충제 등 다양한 관리 방법으로 예방에 힘써왔다. 그러나 매년 똑같은 약을 되풀이해 쓰다 보니 어느 순간 꿀벌응애의 돌연변이가 생겨버렸다. 약재에 저항성이 생기게 되면서 꿀벌응애의 몸속에 있는 유전자가 변형됐고 더는 해당 약이 듣지 못하게 된 것이다. ㄱ씨는 "꿀벌은 지구에 꼭 필요한 곤충"이라며 "정부가 꿀벌응애에 대응할 수 있는 약재 개발에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대두되는 요인은 기후 변화다. 꿀벌은 보통 3월이면 월동을 마치고 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200여 년 만에 1.09도 상승하면서 꿀벌이 동면에서 깨기 전 꽃이 피었다가 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면에서 깬 꿀벌들이 채집할 수 있는 꿀이 점점 부족해졌다. 세 번째 요인은 꿀벌에게 꽃가루와 꿀 등의 먹이를 주는 '밀원'이 국내에서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꿀벌은 아까시나무, 유채, 밤나무 등 다양한 밀원식물에서 꽃가루와 꿀을 섭취해 왔다. 특히 아까시나무는 천연 꿀을 70% 생산할 수 있어 지난 1980년대까지만 해도 32만ha 분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토지 개발 활동, 잦은 산불 및 강수 및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해 현재 3.6만ha로 감소했다. △지역 특화형 밀원수 식재 필요 그린피스 측은 사라져 버린 꿀벌을 되찾기 위해 밀원을 30만ha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밀원수는 대부분 아까시나무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하루 기준 꿀벌이 해당 꽃을 얼마나 찾아가는지 분석한 그린피스 자료에 의하면 아까시나무는 평균 372마리, 헛개수나무는 1470마리, 쉬나무는 1575마리였다. 또, 국립산림과학원 조사 결과에 의하면 ㏊당 꿀 생산량은 헛개나무는 301㎏, 쉬나무는 259㎏, 아왜나무는 125㎏로 이들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특화형 밀원수를 심은 후 보급한다면 해당 문제를 빠르게 타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추가적인 꿀벌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서는 응애를 없애기 위한 정부의 신약 개발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유진 전 전북대신문 편집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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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07 17:07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 전주시 도시계획 이슈와 지속가능한 도시관리

최근 전주시의 주거 상업용지의 용적률 대폭 상향과 한옥마을과 역사도심 대규모 개발허용 등 원도심 규제 완화를 두고 찬반 의견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도시의 정체성과 난개발로 인해 망가지는 도시의 모습을 우려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완화로 각종 개발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어느 방향이 되었든 우리가 살아갈 도시를 위해서, 미래세대를 위해서 올바른 방향이 어디인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폐율과 용적률이란 이번 전주시 도시계획 이슈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개념들이 있다. 바로 건폐율과 용적률이다. 건축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일반 시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이다. 간단하게 용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건폐율이란 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을 말한다. 즉 대지 위에 얼마나 많은 면적의 건축물이 들어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예를 들어 100평짜리 대지에 50평짜리 건물을 짓는다면 건폐율은 50%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건폐율 규제를 통해 대지 안에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여 건축물의 과밀을 방지하여 일조, 채광, 통풍 등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화재나 재해 발생시에 불길을 차단하거나 피난등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는데도 목적이 있다. 용적률이란 대지 면적에 대한 연면적의 비율을 말한다. 여기서 연면적은 건축물 각 층의 바닥면적의 합계(지하층 제외)를 말한다. 즉, 용적률은 대지 위에 얼마나 높은 층수의 건축물이 들어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예를 들어 100평짜리 대지에 바닥면적이 50평인 건물을 4층으로 짓는다면 연면적은 200평이고 용적률은 200%가 되는것이다. 이러한 용적률의 규제를 통해 도시 내 인구 밀도와 교통량 등을 조절하고 도시 경관과 조망권 등을 보호한다. 이러한 도시의 건폐율과 용적률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 특성과 상황에 맞게 조례로 정해놓았다. △ 전주시의 도시계획 조례는 어떠한가? 전주시는 지난 3월 '주거지역, 상업지역용적률을 상향 정비하여 재개발·재건축 등의 활성화를 통한 도시정비 및 발전 도모'를 이유로 주거지역은 법정 최고치로, 상업지역의 용적률은 대도시 수준으로 대폭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주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전주시 주거·상업지역 용적률 대폭 상향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도시의 환경과 경관 훼손, 주거 불평등 심화 등 도시난개발을 우려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면에 전주시 건축사협회와 재개발 재건축조합은 상업지역 용적률 상향에 따른 주거시설 확대를 규제하기 위한 장치인 '용도용적제' 신설에 반발하고있다. △개발 규제 완화 정말 필요한 일인가? 이번 '전주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5월11일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한승우 전주시의원 주최로 '전주시 도시계획 이슈와 지속 가능한 도시관리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주거· 상업지역의 용적률 대폭 상향과 원도심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하는 개발 정책이 주거환경과 경관, 도시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 발제에는 도시설계와 도시 재생 분야에서 연구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서울 시립대 도시공학부 정석 교수가 맡았다. 정석 교수는 미국 시애틀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도시혁신 사례를 들면서 "아름다운 도시경관은 엄격한 용적률 규제와 공공 기여에 따른 용적률 보너스로 사업자를 유도하고, 아래로부터의 시민 참여를 통해 만들어졌다"라며 "도시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도시가 제대로 된 도시이고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주제발표는 전주지속협 도시계획협의회 박정원 위원장과 장우연 독립연구자가 맡아 각각 '주거환경을 고려한 용적률 관리방안'과 '전주 한옥마을과 역사도심의 도시관리 이슈와 과제'에 대하여 발표하며 도시계획의 방향성과 도시의 정체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지정토론이 이어지며 각 토론자들은 섣부른 도시의 규제 완화가 불러올 여러 문제점들을 이야기했다. 좌장을 맡은 원광대 이양재 명예교수는 "도시의 용도 변화와 높이를 올리는 도시계획은 기후위기, 인구 감소 등 시대의 변화에 부합해야 하고, 규제완화와 개발 위주의 정책이 전주시의 바람직한 미래상과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전주'라는 도시 오래된 역사문화 도시라는 정체성을 살리며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천만 관광도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획적인 도시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묻지마식 상향', '획일적인 상향'보다는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 등 투명한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완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도시의 모든 공간에서 높이와 경관을 규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도시를 지탱하는 다양한 기능에 맞춰 개발과 보존이 조화롭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도시전체를 저층 빌딩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듯이 도시 전체가 고층 빌딩으로 덮여 빌딩숲을 만들 이유 또한 없는것이다.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다른 도시와 다를바 없는 건물과 빌딩을 보러 오는것은 아닐것이다. 전주만의 멋과 맛,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전주다움'을 보고, 느끼기 위해 찾아 오는것이라 생각한다. 1500만 관광객 유치가 목표라면 도시의 규제 완화와 개발중심의 도시계획이 아닌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전주만의 도시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장진호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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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4 15:47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왜 환경인가? 기후혁신 통해 탄소중립 이끌어야

“날씨가 좋은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기후변화로 인한 대응의 필요성과 절박함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른바, ‘기후악당’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보여지는, 느껴지는 날씨가 아니다. 날씨만을 느끼며 기후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발전에만 초점을 둔 정책을 줄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들이 절실하다. 우리는 잠시 빌려 쓰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래세대를 위한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 우리의 시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 대한민국은 ESG 열풍에 휩싸여 있다. 기관·단체는 물론 공기업, 사기업 모두가 ESG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고 있다. 환경문제, 사회문제, 지배구조 문제를 건강한 사회 작동으로 사회공동체적 가치와 조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오는 2040년 안에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1.5℃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C에 따르면 산업혁명이 가속화된 185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탄소 배출량은 2160~2640 기가이산화탄소톤(GtCO₂)에 달한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2019년 한 해 동안 52.4~65.6 기가이산화탄소톤(GtCO₂-eq)으로, 2010년보다 12% 증가했다. 특히 IPCC는 온난화를 1.5℃로 제한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2℃로 제한하기 위해서 27% 감축할 것을 주문했다.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메탄가스 배출량을 34%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환경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한 도시의,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류가 생명과 존속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가깝게는 10년, 멀게는 30년 이내에 우리가 멸종위기종이 되지 않게 해달라” 가까운 미래의 주인이 될 세계 수백만 명의 10대 청소년들도 이렇듯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환경오염의 원인행위를 범하고 있는 주체가 어른임에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청소년들이 감수해야 한다. 이는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 그리고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어른들을 향한 경고로 해석된다. 탄소 감축이 가야 할 길이 상수라면 그 실천은 인류 생존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 2023 UN청소년환경총회 청소년대표단으로 활동 중인 최재유(전주신흥중 3학년) 학생은 “지금은 기후 위기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며 “골든타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홍수와 가뭄,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해양 생태계의 변화 등 자연 생태계는 우리에게 이미 신호를 줬다” 면서 “우리는 잠시 이 터전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 이러한 터전을 지키려는 노력, 건강하게 만들려는 노력도 없다면 미래는 멈추게 된다”고 하며 “전 세계 국가들의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등 다각적인 이행계획을 내놓고, 실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과 주변에서부터 변화를 넘어선 혁신적인 삶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나의 생활환경의 변화에서 시작된 ‘기후혁신’이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기후혁신’을 위한 노력은 있을까? 대표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음식 배달, 카페 1회용품 허용 등으로 1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 생활폐기물 처리가 지역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탈(脫) 플라스틱 사회 전환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2030년 중간목표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저(低) 탄소생태계 작동을 예고했다. 전북도 역시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 및 실행과제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 절약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탄소포인트제와 자동차 탄소포인트제 사업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탄소중립 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또한 전북도의회,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과 손잡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북형 실행과제 발굴을 위해 긴밀한 협력체제를 갖췄다. 전라북도 지속가능협의회의 경우 시대와 세대를 공감하는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생활 실천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3일 전북도청에서 열리는 ‘그린웨이환경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크고 작은 기업들도 ESG 경영 가속으로 사업구조가 친환경적으로 전환 중이며, 자기 신념을 잘 표현하는 MZ세대의 경우 가치 소비의 중심축이 되어 삶의 소비트랜드로 변화 중이다. 전북 자활사업도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상생협력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전북지역 내 공공기관과 공기업, 자활센터와 자활기업 등 민·공·관이 함께하는 자활 자원순환경제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카페에서 나오는 1회용 컵을 수거해 자원으로 활용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는 화분, 연필 등으로 재순환하고 있다. 1회용 종이컵을 비롯해 PET컵, 우유팩은 자활기업에 납품하고, 아이스팩은 재자원화를 통해 소상공인에게 무료로 지원했다. 친환경 아이스팩을 제작해 판매하기도 한다. 특히 이 사업은 버려지거나 불태우는 과정에서 치명적 환경오염원으로 작용하는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모델을 지향한다.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모델은 네 가지의 굵직한 사업효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쓰레기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공공기관과 자활센터 카페 사업장 시민단체 함께 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드높이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상생협력 사업을 선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회용기나 다회용컵(TURN블러) 사용을 통한 1회용품 줄이기 사업도 진행 중이다. 장례식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수거 세척하는 사업이다. 다회용컵(TURN블러)은 카페에서 사용하고 있는 종이컵 및 1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관련 법이나 조례 등이 없어 사업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고은하 전주지역자활센터장과 박준홍 전주덕진지역자활센터장은 “하루빨리 관련 법령이나 조례 등이 만들어서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면 한다” 며 “민·공·관이 함께하는 자활 순환경제 조성 및 상생형 일자리사업으로, 자원 선순환체계구축,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업모델 제시, 공동선 실행을 위한 사회가치 창출, 일자리를 통한 저소득층 자립지원 등 사회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영규 전북광역자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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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7 17:16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문화공동체의 힘

전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간의 삶은 오랫동안 기후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적응해 왔고, 자연에 순응하면서 문화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폭염, 가뭄, 홍수 등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 변화는 인간의 무분별한 산업활동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표출되고 있어 ‘기후위기’라는 용어로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은 우리 사회에 자주 언급되면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함을 계속 사람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UN(United Nation, 국제연합)은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갖고 환경보호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세계 환경의 날’을 지정하여 매년 6월 5일에 추진하고 있다. 제1회는 1974년 ‘오직 하나의 지구(Only One Earth)라는 주제로 시작되었고, 우리나라는 1996년부터 매년 6월 5일을 ’환경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하루 만이라도 전 지구인이 기후위기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주체는 대부분 환경단체를 비롯해 민간단체에서 주도하는 경향이 많지만 행정과 기업에서도 ESG경영을 내세워 환경을 생각하는 운영방침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우리 주변에서 계속 울리고 있다. 하지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목소리 중에는 해양오염문제를 예술로 풀어내는 문화공동체의 실천도 있다. 군산에서 활동하는 ‘군산시협동조합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021년 지역 내 문화예술분야 및 지역문화 관련 협동조합 15개가 모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협의회가 발족할 수 있었던 계기는 지역 내에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이룸협동조합(이사장 김춘학)이 주축이 되어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함께하는 목적은 네트워킹에서 시작되었지만 행동은 사회적 가치 실천으로 드러냈다. 협의회의 사회적 가치 실천은 ‘비치코밍(Beach Combing)’에서 시작한다. 협의회가 발족된 후 협동조합 간 협업사업을 고민하면서 지역사회와 가깝게 맞닿아 있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된 것이다. 이는 회원 기관 중 ‘섬에물드는체험협동조합(대표 임동준)’이 ‘선유도주민통합위원회’와 연계되어 있어 적극적인 기획이 되었다. 비치코밍의 첫 시작은 2022년 3월, 혹한기와 혹서기를 제외하고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을 ‘비치코밍데이’로 정해 활동이 진행하면서 부터다. 참여자들은 군산시협동조합협의회 회원 기관을 비롯해 기업, 선유도 주민, 일반참여자가 함께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 횟수가 거듭될수록 지역사회의 관심은 점차 높아졌고 학교나 타 지역에서도 참여를 희망하는 문의가 많아진 상황이다. 이는 누군가의 실천 목소리가 사회에 울려 지역의 관심으로 화답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비치코밍활동은 문화예술로 풀어내는 작업이 많아지고 있는데, 협의회의 비치코밍데이를 들여다보면 한 시간 정도 선유도, 무녀도 등을 돌면서 포대와 집게로 해안가 쓰레기를 줍는 정화활동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들이 모아 놓은 쓰레기는 군산시 항만해양과에서 수거해 간다. 우리가 눈여겨 볼 점은 비치코밍 이후에 참여자들의 문화적인 네트워크 활동이다. 이들은 선유도에 있는 문화공간(섬에물드는체험협동조합)에 모여 버스킹 공연을 즐기고 지역예술인이 생산한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도 열어 참여자뿐만이 아니라 지역민이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또한 해변가에서 주운 쓰레기나 조개껍데기를 활용하여 시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체험을 공유하고,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작품 주인공에게는 친환경 제품을 선물로 나누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을 문화예술로 연결하여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크다. 비치코밍데이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의미는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라는 거대 담론으로 개인의 실천이 개별의 점처럼 작아 보이지만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동력을 생산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또한 공동체활동은 환경문제를 인식하게 만들고 해결하기 위해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 협의회는 올해도 비치코밍을 비롯해 4월부터 ‘클린워킹’을 시작하여 지역의 둘레길을 걸으며 환경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그들만의 실천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사회에 많은 점들로 확산되어 연결할 수 있도록 우리의 관심은 필요하다. 더불어 협의회와 같은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함께 동참하고 응원함과 동시에 문화예술이 가진 힘을 다양한 방법론으로 발현시킬 수 있도록 인식을 만드는 것이다. 첫 단계는 환경문제를 문화예술 영역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학습과 담론형성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전략적 정책을 제안하고 문화예술활동의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사회의 공동체활동을 연결하여 다양한 주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결국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노력은 지속가능한 미래의 삶을 만드는 것이기에 지역사회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관심으로 지속되길 바란다.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기획정책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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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0 15:23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 사(四)에 대한 편견

4월(四月) 끝자락이다. 사월은 ‘넉사(四)’와 ‘달월(月)’이 합성된 한자어로, 음력으로 일 년 중 네 번째 달이라는 뜻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이는 ‘T. S. 엘리엇(1888~1965)’의 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이하생략-『황무지』(1922) 서두에 기인한다. 이로 인해 4월의 이미지는 새싹 또는 초록이나 따뜻함이라는 봄의 속성보다 '잔인한'이라는 형용사가 먼저 떠오른다. 계절의 순환으로 봄이 되어 식물들이 다시 움트고 생명체들이 살아나야 하는 4월은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계절이라서 더욱 가슴 시린 달이다. 언제부턴가 소생의 아름다움과 삶의 시작인 긴장감을 잔인하다는 표현으로써의 ‘사(四)’가 ‘사(死)’라는 의미로 변형되어 삶에 깊숙이 각인되었다. 넉사(四)자인 ‘사(四)’는 에울위(ㅁ)+나눌 팔(八)로 네 손가락 모양인 ‘넷’의 뜻이다. 넷이라는 숫자는 문화 속에서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시간과 공간의 구성단위를 지시하는 서수이다. 숫자 ‘사(四)’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우주는 4방위(동·서·남·북)로 분리되고, 삶은 생로병사(生老病死) 네 단계로 진행되며, 1년은 4계절(봄·여름·가을·겨울)로 순환한다. 사해(四海)는 온 세상을 지칭하며 사민(四民)은 사농공상(士·農·工·商)에 종사하는 백성을 뜻한다. 천지자연의 네 가지 덕인 사덕(四德)은 원(元)·형(亨)·이(利)·정(貞)이다. 관리가 지켜야 할 네 가지 ‘사자(四字)’는 근(謹)·근(勤)·화(和)·완(緩)이다. 공자가 꼽은 위정자가 버려야 할 사악(四惡)은 학살·난폭·적(賊·)유사(有司)다. 조선왕조실록 4질(質)을 4곳(태백산·오대산·정족산·적상산)에 보관했다. 600년 전 수도를 정할 때 북악산·남산·인왕산·낙산을 서울을 지키는 4대 명산으로 보았으며, 4대문(1396년/태조5년 도성을 축조할 때 남쪽에 숭례문(崇禮門, 지금의 남대문)을 북쪽에 숙청문(肅淸門), 동쪽에 흥인지문(興仁之門), 지금의 동대문), 서쪽에 돈의문(敦義門)을 두었다. ‘사(四)’자로 시작하는 단어에는 사각형(四角形), 사계(四季), 사고무친(四顧無親), 사면체(四面體), 사면초가(四面楚歌). 사방(四方), 사방신(四方神), 사사오입(四捨五入), 사서삼경(四書三經), 사인사색(四人四色), 사주팔자(四柱八字), 사천왕(四天王), 사촌(四寸), 사흉(四凶) 등이 있다. 이처럼 숫자 ‘사(四)’는 자연의 섭리이고 인간 생활 자체이며, 공생하는 소중한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四)’의 잘못된 관념은 건물의 층수가 올라가다가 4층을 F로 바꿔놓았다. 아파트는 4층과 4호가 없다. 버스나 기차 또는 비행기의 4번째 좌석은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등 생활 속에 큰 불편을 불러왔다. 이것은 사람들이 숫자 ‘4四’를 싫어하는 사회적 관습이 만든 현상이다. 사람들은 숫자 ‘사(四)’를 보면 ‘죽을 사(死)’를 연상한다. 이러한 정서가 세월이 흐르면서 ‘4(四)’를 싫어하고, 건물에 있는 ‘사(四)’자에 대하여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하였다. 그런 연유로 ‘4(四)’가 들어가는 4층과 4호 방을 피한다. 엘리베이터에서도 4층 표시를 하지 않는다. 병원에는 아예 4층을 두지 않거나 4자가 들어가는 것을 꺼린다. 이런 것들은 사회적으로 한 두 사람에게 있는 일이 아니며, 사회 전반적 현상이다. 시간적으로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라 해묵은 것이 되었다. 이것은 잘못된 사회적 정서가 낳은 ‘사(四)자 미신’에 불과한 것이다. 동음의 한문 ‘사(社,事,思,査,史,使,四,士,師,死,絲,射,私,司,寫,飼,寺,謝,舍 등)’자가 수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사(死)’와 연결 짓는 것은 실소를 금치 못 할 일이다. 한자문화권인 중국인들 또한 우리처럼 ‘사(四)’를 불길한 숫자로 여겨 노골적으로 기피하고 터부시한다. ‘사(四)’는 ‘죽음’을 의미하는 ‘사(死)’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싫어한다고 한다. 중국의 광주와 심천에서 새로 출고되는 자동차 번호판에서 끝자리 수가 ‘4’인 차를 찾아볼 수 없다. 번호판 끝자리 수에서 ‘4’자를 아예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광동성, 복건성 등의 지역에서는 병원에 4호 병실을 두지 않고, 버스에도 4번이 없으며, 빌딩에도 4층이 없다. 그리고 14층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유는 ‘14(十四)’는 ‘실제로 죽다’는 의미를 지닌 ‘실사(实死)'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국가 보훈처에서 발표한 ‘생활 속 일제 잔재 몰아내기’에 발표된 글에 의하면 ‘사(四)’가 ‘사(死)’로 연결하여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개화기 이후 일제시대부터라고 한다. 이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교활하고 간악한 음모와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四)’가 ‘사(死)’로 잘못 인식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를 강제로 점령한 일본인들이 자신들에게는 없지만, 우리에게는 있는 것이면 무엇이나 없애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우리 민족이 지닌 문화 중에서 자신들 것보다 월등하다고 느끼는 것은 모조리 말살시켰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세상만사는 생각에 따라, 보기에 따라 달라진다. 검정 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은 온통 새까맣다. ‘사(四)’자 들어간 것 중에는 우리의 자랑거리들이 많다. 사군자(四君子, 매화梅花·난초蘭草·국화菊花·대나무竹), 사물(四物) (범종梵鐘·법고法鼓·목어木魚·운판雲板 4가지 사찰 의식용 도구), 사물(四物)놀이(꽹과리·장구·북·징으로 풍물놀이의 대표적 4가지 악기), 사물탕(四物湯), 당귀·백작약·숙지황·천궁 등 4가지로 구성된 약물), 문방사우(文房四候, 붓筆·종이紙·벼루硯·먹墨) 등이 있다. 토끼풀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한 아이가 ‘행운’을 잡았다며 기뻐하듯이 ‘사(四)’가 ‘사(死)’가 아니라 감사한 마음을 담은 ‘사(謝)’로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정성수 시인. 향촌문학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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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6 13:00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 버려진 '폐마스크', 재활용할 수는 없을까?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시민을 지키던 마스크, 플라스틱 칸막이 등이 이른바 '코로나 트래쉬(Trash)'가 돼 오늘날 지구의 또 다른 위험이 됐다. 코로나 트래쉬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길거리, 산, 바다 곳곳으로 영역을 펼친다. 때로는 인간이 낳은 이기심에 동·식물까지 플라스틱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에 지역사회에서 폐마스크를 어떻게 재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회용 마스크의 주성분은 플라스틱 중 가장 많이 재활용되는 소재인 폴리프로필렌(PP)이다. 이는 주로 젖병, 주방 용기, 의료용품 등에 사용된다. 탄소와 수소로만 결합해 다른 플라스틱과 달리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폴리프로필렌을 소각 및 매립을 하게 되면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마스크는 일반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진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마스크는 불에 태우거나 땅에 묻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재작년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에서 사용된 마스크는 약 67억 개며, 이중 약 38억 개가 소각, 21억 개가 매립됐다고 한다. 코로나 시기에 버려진 폐마스크의 총수량을 환경부에 문의했지만, 마스크는 생활폐기물로 집계돼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우리의 필수품이었던 마스크가 땅에서 완전히 분해 되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스크 필터 부분인 폴리프로필렌은 분해되는데 450년이 걸리며, 귀걸이 부분인 폴리우레탄(PU)은 약 300년, 콧등 부분인 철심은 10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측된다. 소각 역시 환경오염에 치명적이다. 마스크를 태우면 폴리프로필렌에선 이산화탄소, 폴리우레탄에서는 질소화합물이 배출된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폴리프로필렌 1T를 소각할 시 3.07T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른 재활용 품목을 태울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보다 높은 수치다. 페트(PET)의 경우 2.25T, 폴리염화비닐(PVC)은 1.38T, 종이는 0.04T의 온실가스를 만든다. 즉, 마스크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페트병을 태울 때 보다 36%나 많은 온실가스를 내보낸다. 그렇다면 환경부와 각 시청은 왜 폐마스크를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하거나 땅에 묻는 걸까? 환경부 생활폐기물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묻은 폐마스크가 폐마스크 수거함에 섞여 있을 시 2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폐마스크를 재활용하기까지는 재원으로서의 가치와 인건비도 함께 고려해야 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일각에서는 폐마스크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마스크 부직포와 코를 고정하는 얇은 철사를 일일이 분리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은 마스크·필터 산업체와 함께 폐마스크를 재활용하고자 폐마스크 수거함을 설치하고 있다. 작년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서울지부는 마스크·필터 산업체인 제이제이글로벌과 회사 건물 1층 로비에 수거함을 비치했다. 황인용 심평원 서울지원 과장은 "지역사회의 환경 보존에 도움이 되고자 수거함을 설치하게 됐다"며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사옥 내 공공기관, 기업에 방문하는 시민들이 주로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평원을 비롯해 여러 기관과 협업하고 있는 제이제이글로벌은 수도권과 전주, 대구, 부산 등 14곳 지역에 총 50개의 수거함을 설치했다. 평균 한 달을 기준으로 수거함에는 약 14kg의 폐마스크가 쌓인다. 전필화 제이제이글로벌 이사는 "한 달마다 수거함을 비우고 있기에 폐마스크에 남은 바이러스로 2차 감염이 발생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수거함 안을 바이러스 항균 금속인 구리 재질의 부직포로 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이사는 "지금까지 2차 감염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수거된 폐마스크는 자원 순환센터에서 재활용된다. 먼저 폐마스크의 콧등 부분인 철심을 거름망으로 분리한 후 폐마스크를 분쇄·파쇄한다. 이후 약 200~250℃의 고열로 폐마스크를 녹이면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인 펠릿(Pallet)이 탄생한다. 펠릿은 의자, 화분, 병뚜껑까지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작년 5월, 제이제이글로벌은 우리은행과 협업해 펠릿 30%를 함유한 등받이 좌석 의자 1000개를 만들었다. 이는 작년 6월 12일, 한국사회복지관협회를 통해 전국 취약계층 1000가구에 전달됐다. 전 이사는 "현재 신세계백화점과 수거함 설치를 논의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수거함 비치를 확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폐마스크 재활용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기까지엔 여러 어려움이 존재한다. 재작년 국민위원회가 발표한 하루 기준 2000만 개의 마스크가 버려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수거함의 수량은 매우 적은 편이다. 또, 수거함 50개 중 40개가 수도권에 설치돼 있어 지방의 폐마스크 재활용 참여율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마스크를 재활용했을 때 창출되는 수익도 현저히 낮다. 마스크 1kg(약 330장)를 재활용할 시 약 100원가량의 펠릿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마스크 철심 분리 비용이 많이 들어 업체가 가져가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 이사는 "폐마스크로 재탄생된 펠릿을 볼펜의 원료로 쓰는 등 제품 활성화가 된다면 폐마스크 재활용이 활발히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진호 전북환경운동연합 팀장은 "자원 순환 문제는 우리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다"며 "정부 기관 및 지자체의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유진 전 전북대신문 편집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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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9 15:50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 전주천 삼천 벌목, 나무의 수난 시대

“이곳에 있던 나무는 왜 베어져야 했나요? 이 나무가 삼천의 물 흐름을 방해했나요? 이곳에 있던 나무는 우리에게 그늘과 풍광을 제공했을 뿐입니다.” - 전주시민 최근 전주는 나무 벌목 이야기로 소란스럽다. 수질, 수생태계, 수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강의 자연성 회복’을 강조하는 시대적인 흐름과 달리 전주시는 지난 3월부터 홍수 예방을 위한 유지관리 목적으로 전주천과 삼천 13㎞ 구간에 걸쳐 과도한 하상 준설과 함께 야생동물의 서식처인 억새군락, 호안의 아름드리 버드나무를 무차별적으로 베어냈다. 특히 남천교에서 한벽당 구간의 버드나무와 억새군락은 여러 매체에 소개될 만큼 한옥마을의 명소이자 많은 전주시민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다. 현재 이곳은 잘린 버드나무의 그루터기와 억새군락을 밀고 꽃밭을 만들기 위해 이랑을 만들고 파종했다. 전주천과 삼천의 물길 가장자리에 자연적으로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와 억새군락은 자연성을 회복한 전주천의 선물이다. 전주천 자연하천조성사업 이후 20여 년 넘게 시와 시민이 함께 노력해 만들어진 생태하천은 도시의 귀한 자산이자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하천의 수변 식생은 야생동물의 은신처이자 서식처,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원으로 기능도 크다. 전주천에는 억새군락과 버드나무를 비롯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여울과 소, 하중도가 있어 수달, 원앙, 삵, 쉬리 등 법적 보호종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동물과 물고기들을 불러 모았다. 이렇게 전주천은 민, 관이 함께 협의와 노력으로 자연하천 관리의 전국적인 모범이 되고 있었다. 이번 전주천, 삼천 벌목에 대해서 전주시는 “하천 통수 면적을 확보해 홍수를 예방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말만 되풀이 중이다. 하천 홍수에 영향을 주는 원인은 집중호우, 하천 지형, 유속, 도심 개발로 인한 지표면의 흡수력 감소 등 매우 다양하다. 하천 내 나무 역시 홍수에 영향을 주는 한 가지 요소일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사전 조사와 벌목을 통한 홍수위 감소 자료 분석 등 객관적인 기준이나 근거 없이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민, 관이 함께 노력해 관리해왔고, 하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그늘과 아름다운 풍광을 제공해주던 나무들을 시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모두 베어내는 것이 통수 단면적을 확보하고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 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나무들로 평소 전주천과 삼천을 산책하는 전주시민들도 의아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글의 서두에 쓴 한 전주시민의 발언처럼 일부 시민들은 벌목과 관련해 ‘전주시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냐’며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직 베어지지 않은 나무를 지키기 위해 직접 이름 적힌 푯말을 만들어 나무 앞에 꽂았다. 이에 지난 3월 29일 시민단체와 8인의 시의원,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무차별 벌목에 대한 전주시장의 사과와 전주천과 삼천의 경관과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하천 정책을 규탄했다. 이후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전주시청 앞에서 시민들의 1인시위와 함께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서명운동은 4000여 명 시민이 참여했으며,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은 “너무나 익숙한 우리의 풍경을 빼앗겼다. 너무 참담한 마음이다”, “전주천과 삼천, 그 속에 깃든 많은 것들이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기를 바랍니다. 사라지기 전에는 존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모를 수 있습니다”, “슬픕니다. 전주시민의 추억이 담겨있는 나무입니다” 등 서명과 함께 하천 벌목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주는 버드나무의 도시라는 말이 있다. 한 예로 전주의 10경 중 하나인 제4경은 ‘다가사후(多街射帿)’, 즉 다가 천변 활터에서 활 쏘는 모습이다. 지금도 전주 다가공원에는 천양정(穿楊亭)이 있다. 1712년 조선 숙종 38년에 건립된 정자로 천양정은 궁도인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300년 넘게 전주를 지켜온 유서 깊은 활터이다. 천양정의 ‘천양’은 ‘뚫을 천(穿)’ 자에 ‘버들 양(楊)’ 자를 쓴다. 말 그대로 ‘화살로 버들잎을 꿰뚫는다’라는 의미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신궁으로 불린 의미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태조 이성계의 조선 최초의 왕비 신덕왕후와의 첫 만남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버드나무 설화를 볼 때 전주 곳곳에 버드나무가 심어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올해 1월 한옥마을 오목대 숲 벌목을 시작으로 불과 두 달여 밖에 지나지 않은 3월에 전주천과 삼천에 자생하던 수많은 나무가 베어졌다. 나무의 수난 시대이다.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하천의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홍수 피해를 일으키는 쓸모없는 나무로 지목돼 잘려 나갔다. 도심의 하천은 인간만이 이용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사는 공간이다. 하천의 나무와 수풀에 몸을 숨기며 살아가던 생명체들은 갈 곳을 잃고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베어진 나무를 다시 붙일 수는 없다. 다만 전주시에서 재난을 방지하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이유로 베어낸 나무들은 십수 년 동안 전주시민들을 비롯한 많은 생명에게 그늘과 풍광을 제공했고, 쉼터가 되어주었으며 겹겹이 쌓인 나이테만큼 추억이 담겨있었다. /장진호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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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2 18:17

[참여&공감 2023 시민기자가 뛴다]벼랑 끝에 선 저소득층의 꿈과 희망, ‘자활’

'2023 참여&공감 시민기자가 뛴다'는 전북지역 사회, 환경, 교육, 문화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담론을 만드는 공간입니다. 올해는 백영규 전북광역자활센터 센터장, 장진호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안유진 전 전북대신문 편집장, 정성수 향촌문학회 회장, 하송 완주 소양초등학교 교사, 구혜경 전북문화관광재단 기획홍보팀장 등이 참여해 도내 곳곳의 이야기 등을 전합니다. '2023 참여&공감 시민기자가 뛴다'는 오는 11월까지 매주 목요일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자활사업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립 능력을 키워주는 국가 제도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근거해 지난 2010년 10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근로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기능습득을 지원하고 근로 기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교육과 근로 환경 제공을 통해 사회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제도적 한계와 모순을 지적하며, 새로운 패러다임 또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풀어나갈 과제가 많다. 하지만 자활은 저소득층의 자립 능력을 키우는 희망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 가운데 전북지역에서 현재 추진되는 자활사업과 기관들을 살펴본다. △우리의 실생활에 녹여진 자활사업 자활사업은 일반적으로 자활근로사업을 의미한다. 기존 공공근로처럼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근로기회를 제공해 자활기반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유형별로는 시장진입형과 사회서비스형, 인턴·도우미형, 근로유지형, 시간제, 청년자립도전사업 등으로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의 가장 성숙된 단계인 시장진입형은 투입예산의 30% 이상 수익금이 발생하고, 취업 도는 자활기업 창업을 통한 시장진입을 지향하는 유형이다. 사회서비스형의 경우 수익형과 공익형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수익형은 매출액이 총사업비의 10% 이상이 발생해야 하며, 공익형의 경우 무료간병서비스, 정부양곡배송, 무료 집수리, 무료 빨래방 등 시·군·구의 승인을 받은 뒤 운영 가능하다. 인턴·도우미형은 일반 기업 등에서 자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면서 기술·경력을 쌓는 취업 유도형 자활근로 사업이다. 대상업체는 단순 노무지원 형태를 지양하고, 자활 유도가 용이한 요리, 운전, 제과·제빵 등 기술 습득이 가능해야 한다. 도우미형의 경우 지자체 또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업무수행 보조·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근로유지형의 경우 현재의 근로 활동과 자활을 유지하면서 상위 자활사업 참여를 준비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며, 시간제는 돌봄·간병·건강 등의 사유로 종일 일자리 참여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사업이다. 하루 4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오전/오후 교대 근무 또는 근무시간 선택 등 사업기관과 협의 하에 자율적으로 결정, 참여할 수 있다. 빈곤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한 청년자립도전자활사업은 청년들의 공동체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자산형성지원 통장 가입과 내일키움장려금, 교육비 지원 등을 운영한다. 이 같은 유형별로 전국의 표준화된 5대 사업은 간병과 집수리, 청소, 폐자원 재활용, 음식물 재활용 사업 등이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트렌드에 발맞춰 현재는 집수리, 청소, 폐자원 재활용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덧붙여 영농, 도시락, 세차, 친환경사업, 프렌차이즈, 편의점 등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 자활사업 견인하는 희망 꽃 '자활기업' 자활사업과 자활기업은 상호 맞물려 저소득층의 탈빈곤을 돕는 톱니바퀴와 같다. 자활을 활성화하는 데 기관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 시장에 진입한 자활기업의 성패 여부가 자활사업의 질과 양을 좌우한다. 취약계층의 공동창업으로 탈빈곤을 꾀하고 있는 자활기업은 2인 이상의 수급자 또는 저소득층이 상호 협력해 조합이나 사업자 형태로 자활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다. 자활사업에서 자립을 위한 마지막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전북지역에는 84개의 자활기업이 있다. 업종도 다양하다. 집수리를 비롯해 청소, 정부양곡배송, 식품가공업, 세탁, 가사간병 등 각자의 기업에서 자활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자활기업도 사회적경제기업처럼 사업의 안정을 위한 다양한 지원 속에서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자활기금 또는 신용보증자금을 활용한 융자, 자활기금을 활용한 전세점포임대지원, 전문컨설턴트와 연계한 창업 컨설팅 지원, 사업개발비 지원, 한시적 인건비, 전문가 인건비 등 자활기업의 탈 빈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 자활 현장에서 흘리는 자립의 희망 땀방울 전북지역에는 저소득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전북광역자활센터를 비롯해 17개의 지역자활센터가 활발하게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업단은 185개소이며, 16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 중이다. 광역자활센터와 17개 지역자활센터는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 목표로 하고 있다. 자활의욕 고취를 위한 교육 등을 통해 수급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다양한 교육과 훈련과정을 제공해 자활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와 저소득층에 필요한 서비스 제공으로 사회적서비스 확대와 사회적자원의 개발과 동원을 통해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공기관 연계 사업을 통한 세차, 자원재활용, 군부대와 연계한 청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 공익성을 추구해 사회적 일자리사업으로 편익을 제공했다. 노동의 가치를 우선으로 자활기업 창업과 육성은 근로취약계층의 사회통합을 추구해 이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문화를 조성해 호응을 얻고 있다. 사회적 경제관계에서 다양한 주체들과 경쟁과 협력으로 상생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활사업의 성과를 특정한 수치에 맞춰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다. 자활사업 성과는 참여자 규모, 프로그램 참가율, 수익률, 자활성공자 비율, 참여자 만족도, 상위프로그램 진입률 등을 지표로 한다. 하지만 참가율, 수익률, 성공률 등 통계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제도적 한계로 그 수치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활사업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면 통계적인 수치를 넘어 사회적 통합 성과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부분은 자활사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틀의 변화에 대한 주장을 불러온다. 특히 사회적 통합 성과 평가를 통해 사회의 건강성 유지와 사회적 통합을 향해 얼마나 근접했는가를 살펴야 한다. 자활사업은 건강한 사회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백신이다. 자활사업은 노동의 기회, 경제의 기회, 사회참여 기회를 통해 커다란 유기체를 움직이는 정교한 톱니바퀴의 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백영규 전북광역자활센터 센터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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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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