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03 23:55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지방자치의 새봄이 피어나려면

▲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 새봄이다. 1년 전엔 대통령의 탄핵과 더불어 새시대를 알리는 봄이 오더니, 올해엔 한반도 평화의 서막을 여는 봄이 왔다. 아울러 들불처럼 번지는 me too운동을 보면, 알량한 권력에 기대어 약자 위에 군림하고 사욕을 채우던 시대가 여러모로 저물고 있다는 것도 확실하다. 자유와 보수를 개칠하여 정권을 잡았던 자들이 벌였던 각종 범죄와 추문들이 내부자들의 자백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새봄이 우리에게 주는 국운융성의 희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좀 있으면 지방선거다.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의 발전을 말하고, 주민들의 머슴이 되는 삶을 말한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명함을 돌린다. 절대 자신의 영달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해 희생하려 출마한 것이라며 고개를 숙인다. 호남을 일컬어 민주화의 성지라 한다. 대한민국 진보와 개혁의 교두보라고도 한다. 가슴 뿌듯한 칭찬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음 한구석이 찜찜한 것도 사실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 고향은 지방자치와 지역정치를 통해 남들이 부러워할 성과로 어떤 것들을 내놓을 수 있을까. 어느 나라나 지역당이라는 게 있다. 그 지역민의 정서를 이해하고 가장 앞장서 대변하는 이들이 정당을 구성하고 의회에 진출하여 지역민의 뜻과 가치를 대변하는 모습이 무조건 퇴행적이라 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의 경우엔 독재를 떠받친 쪽과 핍박을 받은 쪽의 지역당을 동일 선상에서 평할 수도 없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북과 전북 출신이 지향했던 가치가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면에 가까웠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그 와중에도 과연 저러한 모습의 정치가 올바른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도 많았고, 각종 추문을 통해 지역민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 정치인도 많았다. 지역정치는 어떤가. 진정 지방자치의 가치를 구현하며 시민의 공복으로 충실한 임무수행에 매진하는 이들만을 선출하였던가. 누가 뭐래도 전라북도의 지방자치는 매우 건강하고 건전한 것으로 모범이 된다며 자랑할 수 있는가?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자 여럿이 일제히 수사 대상이 된 적이 있고, 군수들이 연달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곳들이 있다. 후보자간 매수행위는 물론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물며 한 때의 유력 후보자는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하여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다. 지방행정과 자치의회가 이룬 성과는 무엇이 있을까. 다들 열심히 노력했다지만 생각처럼 모든 것을 이루지는 못했다. 인사는 어떻고 조직문화는 어떤가. 전국적으로 귀감이 될만한 인사운영 사례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질화한 정책으론 무엇이 있었을까. 아니. 선량들의 면면을 볼 때 중앙정치 무대에 내세워도 손색이 없는 인재들은 얼마나 활동하고 있는가. 꼼꼼히 살필 일이다. 고향이 같은지, 학교가 같은지. 성씨가 같은지, 아니 내게 뭘 갖다 준 게 있는지만을 두고 후보자를 판단해선 안 될 일이다. 잘 알지 못하니 그저 정당을 믿자는 것도 정답이 될 수 없다. 당내 경선에만 집중하여 승리하고 자동으로 당선되는 후보가 과연 당 지도부와 주민 가운데 누구를 더 의식할까. 제도를 탓할 수만은 없다. 주권자들의 참여와 의식수준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투표로 당선된 이명박과 박근혜가 저지른 일을 보고도 우리 스스로 깨우치는 게 없다면, 새봄은 더 이상 새날을 약속할 수 없을테니.

  • 오피니언
  • 칼럼
  • 2018.03.14 19:38

전북지역에도 보훈요양원 들어선다

▲ 심덕섭 국가보훈처 차장 우리 전북은 지난 수십 년간 집권정권에 의해 끊임없이 지역차별을 받아 왔다. 지역발전은 물론이고 예산이나 인사에서도 전북은 철저하게 소외되어, 도민들은 분노의 수준을 넘어 체념의 단계까지 도달한 게 최근까지의 지역차별 현 주소였다. 그런 와중에 정말 참기 어려운 또 한 꺼풀의 지역차별은 호남권 내에서 이루어진 차별이었다. 어렵사리 호남 몫으로 배정된 중앙의 사업이나 예산은 통상 광주나 전남에 우선배정되고 우리 지역에는 남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급기야 우리는 호남이라 불리는 것을 몹시도 싫어했고, 호남과는 별개로 취급해 달라고 주장하던 웃지 못 할 때도 있었다. 이런 가슴 아픈 사례는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원의 입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들을 위해 전국 5개 권역별로 보훈병원 5개소(서울부산대전대구광주)와 보훈요양원 6개소(수원광주김해대구대전남양주)를 건립하여 운영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전북 지역에 거주하는 3만 가구 이상의 보훈가족은 보훈병원이나 요양원을 이용하고자 할 때에 광주에 입지해 있는 시설을 이용해야만 했다. 거리상으로도 짧지 않아서 느끼는 불편도 불편이지만, 전북지역에 보훈시설이 없어 광주까지 가야 한다는 점에서 보훈가족들은 굉장히 자존심을 상해했다. 그렇다고 광주 지역에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원이 설치되어 있으니 경제성을 고려할 때 전북에 이들 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전북지역 보훈가족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전북권 보훈요양원 건립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는 전북지역 보훈가족들의 간절한 염원을 전북 정치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결실을 맺은 감동의 스토리 그 자체였다. 그동안 호남이라는 지역구도 내에서 받은 지역차별을 한순간에 털어버린 순간이기도 하였다. 보훈 가족 한분 한분을 끝까지 챙기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 있었기에 이런 쾌거도 가능했음은 물론이다. 보훈요양원은 법정 배치인력보다 더 많은 수의 요양보호사를 투입하여 보다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참전상이(傷痍)자가 대부분인 입소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심리안정과 재활치료작업치료도 집중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치매극복과 보훈대상자 자긍심 향상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자원봉사단체 연계 등에 있어서도 월등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 매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8년 연속 최우수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전북권 보훈요양원은 200병상 규모로 356억 원의 복권기금 재원으로 건립될 예정이며, 올해 부지매입을 시작으로 2019년도 착공, 2020년도 완공을 거쳐 2021년도에 개원할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3만 3000여 가구의 전북 보훈가족들을 위한 백년대계 사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적의 부지를 정하고자 현재 20여 곳 가까이 되는 후보지들을 현장답사 후 검토 중에 있다. 올해 상반기 부지매입을 끝낸 후 하반기에는 설계공모를 통해 전북지역의 자랑이 될 수 있는 설계디자인을 선정하여 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나 전북지역 보훈가족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만큼 최고의 보훈요양원이 전북지역에 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어 왔던 전북 보훈가족들의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는 멋진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다. 도민 여러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8.03.07 20:29

집단지성과 대중

▲ 김광휘 행안부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 부단장 문제를 내면 소수의 전문가와 대중 중에 누가 정답을 맞힐 것인가. 일반적으로 전문가이다. 맨켄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대중의 상식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대중이 더 정확하다는 견해가 있다. 1907년에 플리머스에서 생긴 일이다. 가축품평회장 한켠에서 소가 도축되었다. 800명에게 소의 무게를 물어보았다. 이들 중 판독 가능한 787명이 써낸 소 무게의 평균값은 1197파운드였다. 소의 실제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대중이 예측한 값이 실제 무게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통계학자 달튼의 목격담이다. 서로우키는 이를 인용하여 전문가보다는 대중이 보다 더 정확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대중(大衆crowd)의 지혜이다. 여기서 대중은 공중이 아니다.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군중도 아니다. 어떤 분야에 의사를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대중의 해결책이 전문가의 의견보다 우수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출신과 배경이 다양해야 한다. 의사를 결정할 때 독립성도 있어야 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 소수 전문가 집단이 종종 심각한 의사결정 상 실패를 하는 것은 다양성과 독립성의 부족 때문이다. 집단 내 리더나 유력자의 의사를 추종할 경우 집단의 전문성은 훈련된 무능력이 된다. 최고의 두뇌들만 모였다는 나사에서 발사한 우주선 컬럼비아호가 폭발해버린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중의 지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동안 집단지성이 된다. 개미를 보자. 하나의 개미는 연약하지만 수많은 개미들이 모여서 사람 키만 한 개미집을 만들어낸다. 질서 있게 협동하는 개미의 군집행동이 바로 집단지성인 것이다.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만들어내는 놀라운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크라우드소싱은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인터넷 상에 해결방안을 구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해당문제에 의견을 주면 이런 의견들이 모여서 최적의 해법을 만들어준다. 네선생이라 불리는 네이버지식iN이나 위키피디아가 대표적이다. 멋진 사업계획이 있는데 재원이 부족할 경우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한다. 인류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우주의 광물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자. 이를 구현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성공시 효과가 큰 사업 구상이나 돈이 모자란다. 이때 인터넷상을 통해 단기간 내에 원하는 투자금액을 모으는 방식이다. 우주광물 채굴계획을 세웠던 피터 디아만디스의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기저에는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몇 가지 철학적 관점이 있다. 정보와 데이터는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 같이 협력해 나가야 한다. 자원은 공유하고 행동은 전 지구적으로 과감하게 해야 한다. 집단지성을 행정에도 적용해 볼만 하다. 예산은 공공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관심 있는 대중이 돈을 댈 것이다. 문제해결도 주민들이 더 잘 할 수 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거나, 우수한 아이디어는 있는데 실현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경연대회 등의 기반과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행정이 해야 할 일이다. 80년대까지가 조장행정이었고, 90년대 이후 협력행정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바야흐로 행정에서도 집단지성과 다양성을 갖춘 대중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8.02.28 19:54

반복되는 국회의 선거구 획정 직무태만

A씨는 지금도 2012년의 411 국회의원 총선을 떠올리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언론계 출신인 그는 현실정치에 뜻을 두고 출마 지역구로 경기 용인시를 선택했다. 수년째 살던 곳이기도 했지만 인구가 90만이 넘는데도 의석수가 3석에 불과해 4석 선거구 분구가 예상되므로 그곳을 택하라는 당 지도부의 권유도 작용했다. 이미 공직선거법에 의해 구성된 19대총선 선거구획정위에서 인구 최다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3대1로 한다는 기준 아래 용인시 기흥구와 수지구 등 전국 8개 선거구를 분구하는 것으로 보고한 것도 염두에 두었다.그는 기흥구의 신도심인 동백지구에 사무소를 열고 새벽부터 명함돌리기에 전력투구하는 한편 선거인단 투표 50%, 여론조사 50% 적용이 예상되는 당내 경선규칙을 고려해 선거인단 모집에도 최선을 다했다. 기초의원 출신 당내 라이벌 후보가 기흥구가 분구될 경우 자신의 고향인 기흥구 남쪽지역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북쪽지역인 동백동을 집중 공략했다. 여론조사에서 라이벌 후보에게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자 용기백배했다.하지만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획정위의 보고안을 무시한 채 최종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자 그는 애가 닳기 시작했다.정개특위는 여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실랑이만 벌이다 법정시한을 두 달이나 넘긴 2012년 2월 27일에야 선거구를 확정했다.그런데 그 결과는 최악이었다. 용인시의 경우 3인선거구에서 5인 선거구로의 분구를 요구한 선거구 획정위안과는 무관하게 그냥 3인 선거구로 존치하되 인구 과잉으로 인한 위헌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기흥구 동백상하동을 처인구로 편입시키는 꼼수가 가해졌다. 말 그대로 이 같은 게리맨더링 탓에 기흥구 동백동 일대 8만여 명은 하루아침에 처인구 선거구에 편입됐다 .분구를 전제로 동백동을 중심으로 선거인단을 집중 모집한 A씨는 이 바람에 다수의 선거인단을 잃어버리는 사태에 봉착했다.더구나 당의 국민경선 시행세칙에 선거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선거인 모집 개시일 5일 전 현재 해당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선거인 모집이 2월 20일부터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2월 15일 이전까지 주소지가 해당 선거구에 등재돼 있지 않은 사람은 선거인이 될 수 없게 됐다.이로 인해 졸지에 동백동이 주소지인 A씨는 자신을 위한 선거인조차 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해버렸다.결국 여론조사에서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 경선에서 큰 차로 뒤지는 바람에 A씨는 당 경선에서 탈락했다.이처럼 국회 정개특위가 정쟁에 매몰돼 선거구를 지각 획정해서 입후보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는 비단 19대 총선 때 뿐 만이 아니다. 경우는 다르지만 올 6월 지방의원 선거를 앞두고도 똑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국회가 법정 시한 두 달 이상 지나도록 지방의원 선거구를 획정하지 않자 중앙선관위는 19일 우선 3월 2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이 바람에 일부 지방의원 후보자의 경우 자기가 출마할 선거구도 정확히 모른 채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이처럼 2년마다 반복되는 국회의 직무유기를 어떻게 하면 방지할 수 있을까? 최선의 방책은 선거구 획정권한을 국회에서 중앙선관위나 별도의 획정위로 이관하는 것이라는 게 여의도를 제외한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당의 이해와 첨예하게 관련된 선거구 획정을 국회에 맡기는 것은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8.02.22 13:36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며

좀 먼 이야기인 것 같지만, 2019년인 내년도는 한국 현대사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해이다. 3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100년 전인 1919년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온 국민이 전국적으로 저항하고, 이를 계기로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독립운동이 시작된 해이다. 우리 헌법에서도 전문(前文)에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규정함으로써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명시하고 있다.이에 정부는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국민의 역사적 자긍심을 고양하여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시하기 위해, 올해부터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며칠 전에는 대통령 소속으로 민관합동 위원회를 설치하는 대통령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그러나, 우리가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단순히 선열들을 기억하고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앞으로 새롭게 다가올 100년을 맞이하기 위해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역사로부터의 교훈을 얻기 위함이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 선조들이 우리에게 선물해 준 독립과 자유, 이제 우리가 더욱 발전된 대한민국으로 보답해야 할 차례이다.국가보훈처에서도 기억-감사-계승 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념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독립정신을 기억하기 위해 전 국민이 참여하여 31만세운동을 재현하는 독립의 횃불 1000만명 릴레이를 실시하고, 독립운동의 현장을 재조명하는 특별 다큐멘터리 제작도 추진한다. 선열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일제 강점기의 수형기록을 전수(全數) 조사하여 독립유공자 발굴을 확대하고, 훈장을 전달 받지 못한 독립유공자의 후손 찾기 사업도 대대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독립정신 계승을 위해서는 과거 100년, 미래 100년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캠페인을 실시하고, 자라나는 청소년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VR콘텐츠 제작, 국내외 사적지 탐방 등도 실시한다.다양한 기념사업 외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한다. 서대문 역사공원에 총 364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지상 5층 지하 1층, 연면적 6236㎡(1890평)의 규모로 건축될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은 미래세대에게 나라의 소중함을 알리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될 것이다.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지자체의 동참도 매우 중요하다.다행히 우리 전북지역은 31운동, 임시정부와 관련된 많은 역사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일제에 저항하여 독립운동을 한 936명이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았으며, 31운동 관련 독립유공자만도 246명이 있다. 또한 상해 임시정부의 통신원으로 국내에 밀파되어 군자금을 마련하다가 옥고를 두 번이나 치른 김일두(순창) 선생 등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도 13명이나 된다. 31운동과 관련된 사적지도 전북 내에 29곳이 있다.이러한 역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와 사업들을 지금부터라도 미리 준비해 주었으면 좋겠다. 2019년이 결코 먼 훗날이 아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8.02.08 23:02

플랫폼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세계 최대의 호텔업자는 누구인가? 이제 사람들은 그 답이 유명한 호텔체인이 아님을 안다. 이 회사는 자기 소유의 호텔이 하나도 없다. 에어비앤비이다. 플랫폼 덕분이다. 이처럼 플랫폼으로 성공한 회사가 많다. 세계 최대 동영상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택시 없이 최고의 택시회사가 된 우버 등이 대표적이다.플랫폼은 원래 마루에서 바닥이 조금 높게 만들어진 부분이었다. 기차역에서 승객이 승하차하는 곳을 가리킬 때 가장 친숙하다. 최근에는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플랫폼 레볼루션이란 책은 플랫폼을 사람과 조직, 자원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서로 연결해줌으로써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게 해주는 생태계로 정의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나 시스템 그 이상을 뜻한다.지금 세계는 플랫폼을 통한 대변환이 진행 중이다. 기존 기업들이 플랫폼에 기반을 둔 기업들과의 경쟁에 져서 사라지고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는 파이프라인 기업이었다. 회사가 생산설비와 부지를 소유하고 일관된 생산체계를 갖추어야만 경쟁력이 있었다. 자동차 회사를 보자. 협력업체에서 가져온 부품을 일렬로 늘어선 생산라인에서 조립하였다. 차체 프레임에 문을 달고 바퀴를 올리고 엔진을 앉히는 방식이었다.전통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이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플랫폼 기업은 생산시설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제활동의 경계, 즉 생산과 소비 사이의 벽도 허물었다.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고,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공동체로부터 끊임없는 가치를 창출한다. 쌍방향으로 상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공유경제 부문만 보더라도 2016년까지 100만개의 새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플랫폼은 연결의 가치를 안다. 네트워크 효과 덕분이다. 사용자들의 접근과 참여 활동을 쉽게 만들어준다. 다른 참여자들과의 상호작용도 활발하게 해준다.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온라인상에서 활동이 쉬운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을 갖추고 있어서다.플랫폼의 성공전략은 다양하다. 페이펄은 온라인 결제시스템에 업혀 가기를 선택했다. 구글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판할 때 상금을 책정하였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노리지만은 않는다. 이것이 성공비결이다.플랫폼이 가진 고민은 개방성이다. 완전 개방할 경우에는 정보의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닫으면 플랫폼이 안 된다. 따라서 개방의 절차와 내용이 중요하다. 다른 문제는 자율성이다. 플랫폼 시장도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수 있다. 페이스북, 구글 등에서는 이미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기 규제의 틀이 중요하다. 내부 투명성을 높이고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소위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현재 우리는 누가 뭐래도 플랫폼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도 정부혁신, 전자정부 등에 이미 플랫폼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정부24가 대표적이다.플랫폼이 경제의 새로운 혁신모델로 성공하고 있고, 정부부문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 전북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문화와 농업이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력이 풍부한 많은 젊은이들과 농민들이 플랫폼 상에서 사업계획을 공유하고 상호작용을 플랫폼이 도와준다면 말이다. 아니 이미 고향의 여러 곳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플랫폼 혁신이 진행 중이라 믿는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8.02.01 23:02

당시 취재기자의 1987 관람기

영화 1987이 68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나도 신정 연휴에 바로 그해에 태어난 딸 등 가족들과 함께 관람했다. 30여 년 전 영화의 배경 현장에 취재기자로 활동했기에 그 시절의 처절한 장면이 되살아나 만감이 교차했다.이 영화의 사회적 의미나 영화적 평가 등에 관해선 이미 많은 언급들이 이어지고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언급 대신 영화 줄거리에 대한 팩트 체크를 해보려한다. 이 영화는 제작진이 밝혔듯이 다큐멘터리 영화 가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한 이른바 팩션이라 할 수 있다.줄거리는 5공화국 말기의 역사적 사실, 즉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언론 보도경찰 등 권력기관의 조작 시도조작은폐사실 폭로학생시위 격화최루탄에 의한 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이 기둥이다. 영화는 이 일련의 역사적 흐름에 대부분 충실하게 부합하지만 사실관계가 가장 침소봉대되어 아쉬운 대목은 선한 검찰, 악한 경찰로 묘사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전말이다.영화에 따르면 박처원 당시 치안본부5차장을 비롯한 경찰은 박종철에게 물고문을 가한 끝에 죽음에 이르게 할 뿐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이를 은폐축소 조작하려는 사악한 집단으로 묘사된다. 이에 비해 최환 서울지검 공안부장 등 검찰은 경찰의 고문치사 은폐 시도를 저지하는 정의로운 집단처럼 그려진다.하지만 당시 취재수첩을 토대로 저간의 사정을 종합해보면 경찰이 악랄한 집단으로 묘사된 것은 맞지만 굿 가이로 등장하는 검찰은 사실이 너무 미화된 측면이 있다.내 취재수첩과 여러 자료 등을 토대로 복기해보면 사실 관계는 이렇다. 영화에서 검찰은 부검 없이 화장해 고문치사를 은폐하려는 경찰을 막고 온갖 회유와 압박에도 부검을 하도록 해 고문치사 사실이 드러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심지어는 하정우가 분한 최환 부장검사는 겁박하는 경찰 고위층에게 대들기도 하고, 만취한 채 상관의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는 등 낭만적 면모까지 보여주는 식으로 제법 멋진 캐릭터로 어필한다.하지만 검찰의 역할은 바로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검찰은 당시 자신들에게 주어진 수사권마저 포기하고 경찰 자체 수사에 맡겨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을 축소왜곡조작하도록 방조한 것을 시작으로, 1차수사(1987.1.20.~1.23)나 2차수사(5.20~5.21), 3차수사(5.22~5.29)나 심지어 1년 후의 4차 수사(1988.1. 13~1.15) 등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단 한 번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 경찰의 축소은폐조작 기도를 방조하고 협력한 것은 오히려 검찰 수사팀이었다.사실이 이러한데도 검찰의 역할이 지나치게 부각된 데는 당시의 시대상황 및 이 사건을 토대로 정계진출을 위한 홍보 책을 낸 안상수 당시 서울지검 형사부 검사의 과잉 자가 홍보의 영향이 컸다.1979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시해사건(1026사건) 이후 1212 쿠데타와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유혈진압으로 집권한 5공화국 군사독재정권은 체제유지를 위해 과도하게 경찰권력을 확대했다. 특히 광주에서 군을 투입함으로써 엄청난 후유증을 치러야 했던 전두환 등 신군부는 이를 경험 삼아 군에 의한 시위진압 대신 경찰력에 의한 정권유지를 도모했는데, 이 때문에 5공화국에서 경찰은 체제수호의 보루로서 정권의 총애를 받으며 과다한 권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박종철에 대한 고문치사나 그 이후 검찰을 번롱하며 고문치사를 은폐 조작하려 한 것도 바로 집권층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이 영화와 관련하여 더욱 안타까운 것은 경찰은 박 군 고문치사에 대해 여러차례 사과와 유감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아직까지도 유구무언이라는 점이다. 다만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철성 경찰청장과 함께 이 영화를 본 뒤 당시 검찰이 했다고 들었던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묘사됐다. 너무 미화하는 거 같아서 부담스러웠다고 언급한 점을 기화로 이른 시일 내에 처절한 반성이 뒤따를 것을 기대한다.사족:이 영화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두 인물이 전북출신이다. 박군에 대한 물고문 사실을 오연상 의사에게서 밝혀내 보도한 윤상삼 동아일보기자는 남성고, 최환 부장검사는 전주고 출신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8.01.25 23:02

같은 땅, 다른 사람

고향을 생각한다. 타향에서 떠올리는 고향은 언제나 따뜻하고 정겨운 곳이다. 골목길과 뒷동산은 물론이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남다른 존재다. 그렇다면 고향에서 바라보는 출향민은 어떨까. 소위 중앙에 진출하여 지역의 위신과 명예에 어떤 영항을 미치는지, 고향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가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되어왔다.같은 땅에서 같은 하늘을 보며 같은 쌀과 물을 먹고 자랐지만 자란 후에 보이는 모습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경우를 종종 본다. 하긴 같은 시냇물을 먹어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 면 독이 된다 했으니.우리 영화사에 길이 남을 수작 1987을 통해 민주화의 소중함과 현대사의 어두움,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감독이 전북에서 자랐고, 탐욕의 화신으로 점점 그 죄상이 드러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집사도 전북에서 자랐다.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상도 두메산골에서 수석을 다투며 같은 고교를 다닌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검사가 되어 절대권력을 탐하다 국정농단의 주역으로 기어이 감옥에 갔고, 한 사람은 치열한 학생운동을 거쳐 촛불이 가득한 광장에서 불려진 노래 헌법 제1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을 만들어 역사를 바꾼 주역들에게 용기를 주었다.시대가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아야 할 정의가 있다. 상황이 달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진실이 있다. 하지만 역사에선 정의와 진실이 당대에 성공하는 모습보다는 도태되는 모습을 많이 접한다. 궁형(宮刑)이라는 치욕을 겪고 세상을 기록하던 사마천의 저 유명한 탄식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다.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항상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 백이와 숙제는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어진 덕망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하였건만 굶어 죽었다. (중략)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고 법령이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을 호강하고 즐겁게 살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딛는 데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는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사실은 나를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만약에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사기(史記) 백이열전, 김원중 역]시골의 신산한 삶이 이어질수록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출세하여 큰 사람이 되라고 축원했다. 좀 더 가운데로, 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 집안을 돌보고 가문을 일으켜 금의환향할 것을 기도했다. 착취당하고 주눅드는 삶보다는 떵떵거리며 베푸는 삶을 바란 것이다.그 바람이 너무도 간절하고 무거웠던 탓일까. 우리의 삶과 현실은 고금을 막론하고 정의와 진실을 종종 외면했다. 고향을 자신의 출세를 막는 굴레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고, 영달을 위해 고향을 팔아먹는 이들도 많았다.이제는 달라야 한다. 그저 맹목적인 출세의 욕망이 망가뜨린 세상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그저 자리만을 탐하고 권력 앞에 주눅들던 역사도 청산되어야 한다. 고향을 빛낸 인물이 되고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기록되려면 정의와 진실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고향의 땅을 딛고 하늘 아래 진솔하고 당당하게 설 수 있어야 한다.△ 최강욱 변호사는 대한변협 인권위원, 민변 사법위원장,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8.01.18 23:02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가는 길

위대한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부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작년 5월 출범한 새 정부는 정부의 모든 역량을 나라다운 나라 만드는 데 쏟아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이 말은 그다지 어려운 말은 아니다.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시스템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를 위해 정치권에서는 적폐청산 이라는 작업을 통해 과거의 그릇된 국가운영의 틀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그러나 필자는 나라다운 나라의 시작은 진정한 報勳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에 대해, 우리 국가와 국민들이 합당하고 정당한 예우를 하는 것에서부터 나라다운 나라는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국가와 사회가 곤경에 처해 있을 때,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분들을 국가유공자라고 한다)에게 합당한 보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런 나라를 나라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선진국으로 갈수록 국가유공자에 대해서는 합당한 정도를 넘어 지나칠 정도의 예우를 해준다고 한다.다행히 문재인 정부도 報勳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정부출범과 함께 국가보훈처를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시켰다. 또한 대통령께서도 직접 국가유공자들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가지면서 보훈을 몸소 실천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훈급여금의 확대, 복지지원 강화, 안장장례 서비스의 개선 등 보훈가족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우리 전북 지역에도 국가를 위해서 희생공헌한 3만 3000여 가구의 보훈가족이 거주하고 있고, 애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208개의 현충시설이 있다.그뿐만 아니라 전국에 6개 밖에 없는 국립묘지 중 하나인 임실호국원이 전북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에는 2만 4000여분의 국가유공자가 안장되어 있다.또한 전북은 근현대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분들도 많이 배출하였다. 1919년 31운동 당시에는 박준승(임실), 백용성(장수) 두 분이 33인의 민족대표에 참여하였는데, 두 분 모두 31운동 직후 체포되어 재판과정에서도 기개를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였다.김제 출생의 차일혁 경무관은 조선의용대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이기도 하지만, 625전쟁 당시 빨치산 토벌에 혁혁한 공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칠보댐을 지켜낸 전쟁영웅이다. 이렇듯 전북은 국권을 회복하고 수호하는 애국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인식하에 전라북도에서도 자체적으로 보훈가족 분들을 위해 호국보훈수당, 사망시 위로금 지급 등의 지원을 추가로 해드리고 있다. 어려운 재정형편 속에서도 보훈가족들을 예우하기 위해 힘써주고 있어, 국가보훈처의 차장으로서 또 전북을 고향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이처럼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국가를 위한 희생을 기리고 헌신에 보답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국민들 사이에서도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곧 우리나라를 나라다운 나라로 발전시켜 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자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바이다.국가유공자 여러분! 참으로 감사합니다.△심덕섭 차장은 고창출신으로 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전북도 행정부지사, 행자부 창조 정부조직실장, 지방행정실장을 역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8.01.11 23:02

가심비(價心比) 최고의 케렌시아, 전라북도

내 고향 전라북도는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유장하다. 순역(順歷)의 세월을 견뎌낸 자가 보여주는 기품이 있다. 아름다움은 기억과 경험을 통해 전승된다. 두 개의 길이 있다.눈 쌓인 편백나무 숲길을 걸었었다. 편백나무는 크고 곧았고 향기가 진하다. 밑에 다른 나무나 잡초를 키우지 못하지만 그늘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편백나무의 효능이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길이 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오고 간다. 편백나무 숲은 유명해졌다. 완주 상관 이야기이다.늦가을 옥산저수지를 갔었다. 입구에는 갈대가 가을을 붙잡고 아침 저수지는 물안개를 피웠다. 이 물그릇은 빽빽한 관목 사이로 우주를 순환하듯 둥그런 길이 있다. 세 시간 정도 걷다 보면 다시 갈대다. 여름을 지낸 갈대숲은 철새 떼를 하늘로 보낸다.아름다운 길은 변산 해안에도 지리산 둘레에도 마이산에도 있다. 어디 길뿐이랴. 징게맨경의 넓은 들은 한국 최고이다. 이 들은 김훈의 파행하는 만경강을 안고 황금이라는 세속의 색깔을 원형질로 보여준다. 동쪽으로 가면 산이 빼곡하다. 지리산과 덕유산 등이 호남정맥의 근간으로 버티고 있다.전북은 오랜 세월 동안 농업이 발달해왔다. 데메테르 여신의 축복을 받은 거룩한 땅이다. 먹거리를 책임져온 농업은 이제 전북이 가진 고유한 자연환경을 더해 도시민들에게 최적의 케렌시아(Querencia)를 제공한다. 찾는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케렌시아는 치유의 장소, 쉼터 등을 의미하는 스페인어이다. 최근 힐링과 연계된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쓴다.도시의 빠른 삶에 지친 사람들은 내 집과 같이 느껴지는 장소, 즉 케렌시아를 찾는다. 이런 요건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 전북이다. 관광공사가 승인한 통계에 의하면 2016년에만 3100만 명의 관광객이 전라북도를 찾았다. 2017년도 11월까지 가집계 결과 3400만 명이나 된다.많은 관광객들이 전북을 찾는 이유는 만족감이 높아서이다. 이것을 2018 트렌드 코리아는 가심비라 한다. 가성비를 뛰어넘는 개념이다. 각 개인이 지불하는 가격과 비교하여 심리적 만족감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만족은 마음의 상태이다. 가격이 비쌀 수도 있으나 독특하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전북을 방문한다. 맛있다면, 아름답다면, 추억이 된다면 찾아온다.이게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공장과 굴뚝으로 대변되는 산업화를 벗어난 다른 발전방안이다. 소위 내발적 발전은 지속가능성이 있다. 전북이 현재 하고 있는 생태관광전략과 이를 전 시군에 연결시키는 관광패스, 3농정책 등의 노력이 더해져서 전북을 찾아오는 외지 사람들이 보다 많아지면 다른 방향의 인구 정책도 생각할 수 있다.어차피 획기적으로 정주인구를 늘리기가 어렵다면 정책의 대상이 되는 인구를 방문객, 체류객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생과 관광객 등 모든 유동인구를 포함하여 기준 인구를 산정하여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면 전라북도 인구는 200만이 아니다.이 관점을 포함하면 전북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것은 가심비 시대 최고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잼버리 대회를 잘 준비하면서 사회인프라를 확충시키고, 농업특산품과 체험, 생태관광의 고리가 강화될 때 케렌시아로서 전북의 가심비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게 전북의 산하와 현존하는 자원이 우리에게 주는 의무이자 유산이라고 본다.△김광휘 부단장은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과장, 장관정책보좌관, 전북도 새만금환경녹지국장, 정책기획관 등을 역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8.01.04 23:02

교육강국 핀란드와 갭이어

또 다시 한해가 저물고 있다. 세밑의 연례행사는 당연히 송년회인데,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임에서의 단골 화제는 자녀들의 입시와 취직, 그리고 혼사 문제들이다. 대개 모임은 처음에 시국문제 등에 화제가 집중됐다가 종국에는 후배들은 대학입시, 동년배들은 취직 여부와 자식 결혼 여부로 귀결되곤 한다.내가 직업교육기관에 봉직하고 있어서인지 아직도 자식들이 미취업 상태인 친구들은 서울시 기술교육원이 무엇하는 곳이냐는 등 취업문제 등에 관심을 집중한다. 여러 모임에서 자주 당하는 질문이어서 나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료직업교육기관 4차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급변하는 시대엔 평생직업이란 없다 학벌이 아니라 기술이 밥 먹여준다는 식으로 답해주지만 짧은 시간에 그들이 원하는 답을 속시원히 해주긴 쉽지 않다.교육, 특히 직업교육에 관해 거론할 때면 난 꼭 2년전 둘러봤던 핀란드를 떠올린다.핀란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교육강국으로 주목받은 나라다. 핀란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각국 교육정책의 기초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2000년부터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시행하는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 PISA)에서 3연속 종합평가 1위를 차지하면서 단숨에 최고의 교육 모범국으로 떠올랐다. 북유럽에 위치한 한반도의 겨우 1.5배 면적에 인구는 500만명, 자원이라고는 울창한 삼림밖엔 없는 이 나라가 1인당 GDP 4만5000달러(세계16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복지체계를 갖춘 강소국으로 발돋움한 배경은 핀란드만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이라는 평가가 잇달았다.핀란드의 교육을 요약하자면 평등주의에 입각한 북유럽모델로서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전과정이 무료이고, 경쟁이 아닌 협동을 주 목표로 의무화한 초중등과정은 9년제 무학년제 종합학교에 보편적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무학년제란 학급을 학년별로 편성하지 않고 개별학습집단으로 편성해 자기수준에 맞는 클래스에서 수업을 받는 것을 일컫는다. 또한 2~3명의 교사가 함께 시행하는 협력학습이 일반화돼 있고 선행학습이란 말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는 경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무료인데도 정작 대학 진학률은 한국(68%)보다도 낮은 60% 선이다. 이는 대학교수나 의사, 변호사 등 이른바 전문직 종사자의 세금을 제외한 실질급여가 용접공 등 기술직 종사자보다 크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이 없는 데다 직종간 급여 차이가 크지 않아 빈부격차가 적다는 점도 특징이다. 때문에 대학교수는 공부에 특히 적성이 빼어나거나 관심이 높은 학생이 지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 나라의 제도 중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진로탐색년제로 불리는 갭이어(Gap Year)제도가 보편화해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1년 동안 여행이나 인턴십 등을 하며 진로를 탐색하는 제도인 갭이어는 배우 엠마 왓슨, 영국 해리 왕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딸 말리아 오바마 등이 활용해 주목을 끈 제도다.올해 우리 기술교육원에 재학 중인 교육생의 절반이상이 전문대졸 이상이다. 평균 연령은 40대가 가장 많다. 즉 대부분의 직업교육기관 재학생이 대학 졸업 후에야 새로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제2의 면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들이 고교 졸업 후 진로탐색을 위한 갭이어 제도가 정착돼 있어 이를 활용했더라면 대학 졸업 후에야 뒤늦게 패자부활전(?)에 나서는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주변에서 어려운 대학입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과연 이들이 진로를 제대로 선택했을까라고 묻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2.28 23:02

발상의 전환

발상을 전환하면 세상이 바뀐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현상을 우리는 도처에서 수 없이 목격한다. 전 국토의 90%가 사막이고 연 평균 기온이 섭씨 40~50도인 두바이에 길이 450m가 넘는 실내 스키장, 세계 최대의 잔디 골프장과 잔디 구장, 디즈니랜드의 8배가 넘는 두바이 랜드, 해안선 길이가 500km가 넘는 인공 섬, 하루 방값이 최고 3000만원에 달하는 7성급 호텔.열사의 사막에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것을 보면 발상의 전환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실감할 수 있다.정주영 회장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중동 건설 붐을 일으킨 기업인이다.1970년대 초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가 불황에 허덕일 때, 중동 산유국에서 건설 사업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관계 부처에 현지 조사를 지시했다. 현지를 다녀온 관계자들은 낮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고 물이 귀해 공사여건이 나쁘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이었다. 고민 끝에 박 대통령은 정주영 회장을 불러 중동 현장을 직접 가서 확인하고 오도록 했다. 중동을 둘러보고 온 정 회장은 관계부처 보고와는 정반대의 보고를 했다.뜨거운 낮에는 건설인력이 잠을 자고 대신 밤에 일하면 된다. 주변에 모래와 자갈이 많아 골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비가 안 오는 사막이기 때문에 1년 내내 공사를 할 수 있다. 물은 기름을 실러 갈 때 유조선으로 운반하면 된다고 하면서 하늘이 우리나라에 준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했다.중동건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중동 건설로 달라가 쏟아져 들어왔다. 발상의 전환이 만들어낸 감동의 드라마였다.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관과 소방관 기타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앞으로 5년간 공무원 17만 4000명을 늘리겠다고 한다.그런데 공무원을 계획대로 증원할 경우 30년 동안 327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퇴직 후의 연금은 계산에 넣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6년도 국가 부채는 약 1400조원이다. 이중 절반이 공무원과 군인연금 충당 부채라고 한다. 그리고 작년에도 14조 원의 국가 부채가 늘어났다.그런데 공무원 17만 4000명의 30년 동안 인건비와 퇴직 후의 연금까지 고려하면 국가 부채는 급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부채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가 갚아야할 빚으로 쌓일 것이다.그렇다면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넘겨줄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도 하지 않고 청년 일자리 문제도 해결함과 동시에 경찰관과 소방관등 공무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있다. 방법은 선진국에서 하는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위험수위에 육박한 반 기업정서를 걷어내고 동시에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 노조의 불법파업 자제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으로 하여금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다.또 경찰관과 소방관의 격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불법시위자나 불법파업자, 소방법규 위반자를 포함한 범법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국민 누구나 법질서를 위반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준법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그리고 공직자의 솔선수범 등을 통해 국민의 잘못된 관행과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이런 때야말로 문 대통령이 발상을 대 전환할 때라고 생각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2.21 23:02

삼식이와 요섹남

요즘 몇 끼를 집에서 식사하느냐에 따라 남자를 영식님, 일식씨, 이식이, 그리고 삼식이로 구분해서 부른다고 합니다.영식님은 하루에 집에서 식사를 전혀 안하는 남자를 칭송해서 부르는 말이고 일식씨는 한 끼만 집에서 식사하는 남자를 높여서, 이식이는 두 끼를 집에서 식사하는 남자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식이는 백수처럼 집에 칩거하면서 세 끼를 꼬박꼬박 찾아먹는 남자를 폄하해서 부르는 말이라고 하는군요.올해 봄 무렵 가까운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요리교실에 등록해서 1주일에 한 번씩 한식 요리 만드는 걸 12주에 걸쳐 배워 본 적이 있습니다.오랜 경찰 경력 동안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한 기간이 많아 어느 정도 요리를 할 것 같지만 사실 저는 요리에 취미가 없어 스스로 밥을 지어 먹은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그래서 퇴직 후 집에 칩거하면서 끼니때마다 밥 내어 놓으라며 아내를 괴롭히는 삼식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용기를 내어 등록을 하게 된 것이었죠.요리교실에 등록 후 앞치마와 행주 등을 준비해서 첫 수업을 들으러 가보니 30여명 수강생 중 남자는 저 포함 4명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30명 정도는 모두 여자들이었습니다.요즘 각종 예능 프로 때문에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라고 해서 남자들이 꽤 많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직은 요리를 잘 할 줄 몰라 반찬거리 몇 개라도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 여자 분들이 훨씬 많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저의 요리교실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요리에 대한 경험이나 소질도 없거니와 칼질마저 서툴러 첫 수업은 무척 힘들었습니다.첫 요리는 잡채였는데 어떤 재료가 어디에 쓰이는지, 어디쯤에서 향신료를 얼마큼 넣어야 하는지, 당면을 얼마나 삶아야 맛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더군요. 허겁지겁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 만든 잡채로 그 자리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는데 요리가 제대로 된 건지, 맛은 있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그런데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습니다.사실 저는 요리에 소질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매주 새로운 요리를 하나씩 배워가면서 소금이나 참기름 등 향신료의 양에 따라, 각종 채소 등 요리 재료들을 얼마나 볶는지에 따라 완성된 요리가 맛과 향에 있어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죠.각각의 맛을 지닌 재료를 적절히 이용해서 저의 손끝으로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은 마치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연주자 모두가 함께 모여 지휘자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에 비유될 수 있을까요?문득 30여년 오랜 조직 생활을 그만두고 조금은 소원해진 가족들에게 다시 돌아온 저 또한 그러하리라 다짐해 봅니다.각자 다른 성격의 구성원들이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장점을 적절히 융합한다면 아름다운 가정을 꾸려갈 수 있겠지요. 마치 각각의 맛을 지닌 요리 재료들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삼식이가 되어 남은 인생 동안 아내를 괴롭히기 싫은 남자들, 주말에 가족을 위해 맛있는 요리 하나쯤 해 주는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은 남자들, 아니면 요섹남(요리를 잘하는 섹시한 남자)가 되어 여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남자들은 오늘이라도 당장 요리학원에 등록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오피니언
  • 기고
  • 2017.12.14 23:02

기술무역수지의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14년 이후 3년 만에 무역규모 1조 달러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무역은 2015년에 처음으로 제약기술의 기술수출에 힘입어 100억 달러 이상의 기술을 수출하고 164.1억 달러의 기술을 수입해, 60억 달러의 기술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지만 좀처럼 적자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기술수출 규모는 늘리고 적자 규모는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한다.기술수출액이 기술도입액의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내는 기술무역수지비를 보면,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05년 0.36에서, 2009년 0.42, 2015년 0.63으로 점차 개선되어 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기술무역의 85%는 전기전자, 정보통신, 기계분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전기전자와 기계분야에서의 기술무역 적자가 전체의 90% 수준인 53억 달러에 이른다. 기술도입은 절반이 미국으로부터 온다.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전기전자 분야에서의 첨단기술 도입이 활발해 적자 수지 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핸드폰에 사용되는 CDMA 기술은 그 사용 대가로 매년 기술 수입액의 20%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우리의 수출주력품인 자동차, 반도체, 선박, 무선통신기기 등 상위 상품 5개를 수출하는 국내기업은 2009년에 35억1800만 달러의 기술을 도입하고 이것을 상품에 접목하여 기술도입액의 45배인 1581억4500만 달러의 상품을 수출한 바 있다. 자동차와 선박은 기술료의 100배 이상을 수출했다. 한마디로 도입된 기술은 전략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활용되었을 뿐 아니라 주변기술을 견인하는 데에도 큰 몫을 해주고 있다. 만약 핵심기술을 도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만한 수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이처럼 기술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를 넘나들며 국가 간 협력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술무역이 적자라고 안타까워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술은 오히려 전략적으로 도입하여 더 큰 가치를 만들어 가는 부가가치 확산 전략을 구사해 가야 한다.기술수출을 늘려갈려면 기술기업이 수출 역량을 키워 가도록 지원하고, 외국인이 관심 갖는 알짜기술이 커갈 수 있는 생태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술무역 편식구조도 개선하여 수출처를 다원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핵심기술이 밖으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최근 국내 기술력이 세계 5~6위권 정도로 평가되면서 경쟁사의 표적이 되고,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 사회전반적인 풍조로 우리기술이 해외로 불법 유출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핵심부품은 블랙박스로 만들어 쉽게 모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장비는 특허전략을 입히는 복합전략을 써 예방할 필요가 있다. 무역의 흑자폭을 높여 나가는 데에도 기술적 무역장벽(TBT)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을 높이는 주역인 연구개발(R&D)인력에 대해서는 사기를 진작시켜 주고 처우를 개선하여 스스로 연구현장에 남으려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기술무역수지, 이제는 숫자에 울고 웃어서는 안 된다. 그 수치 속에 숨겨진 더 큰 가치를 차분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2.07 23:02

채용비리가 어디 공기업뿐일까?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지난해 10월 29일 처음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집회를 달군 주요 동인(動因)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었지만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결정적 계기는 단연 위에 인용한 정유라의 페이스북 게시글이었다.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 도발적 언급이 보도되자 이화여대생들은 물론 취업난에 시달리던 젊은 청춘들은 순식간에 분노의 공감대를 이루었고, 공분에 치를 떨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것이다.정유라가 이 게시글을 올린 때는 2014년12월 3일인데, 이 시기는 그가 그해 3월 승마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되고 10월 31일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개교 이래 처음으로 승마특기생으로 합격해 특혜의혹이 제기된 때다. 이로 미루어 이 게시글은 자신과 실력을 겨뤘던 동료 승마선수들을 겨냥한 것이었을 터이지만 이후 강원랜드를 비롯한 공기업 등에서 채용비리가 잇달아 드러나면서 빽이 없어 취직을 못했다고 자괴감에 빠졌던 젊은이들에게 공분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었다.공기업 등에서의 채용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터져 나온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가히 역대 최고급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에 따르면 2013년 518명의 신규채용자 가운데 무려 493명이 청탁을 통해 입사했다고 한다. 청탁리스트를 보면 국회의원에서 임직원 단골 식당 주인까지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한다. 강원랜드는 또한 이에 앞서 2008년에도 수백 명이 역시 부정한 방식으로 채용됐다는 새로운 의혹까지 제기됐다. 강원랜드에 이어 우리은행 등 공기업이나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준공기업 등에서도 채용비리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권력기관에 약할 수 밖에 없는 공기업의 속성상 채용비리는 전수조사를 할 경우 이번에 드러난 사안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도 엿보인다.하지만 공기업의 채용비리는 경영진이 바뀌면 내부제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여서 이번처럼 실체가 가끔 드러나곤 하지만 사기업의 경우는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 대기업은 매년 신입사원을 공개채용방식으로 뽑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절차와 방식으로 엄정하게 선발하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한다는 소문은 여전하지만 아직까지 대규모 채용비리가 드러난 경우는 많지 않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간부 등이 채용장사를 하다 드러난 경우 등이 있을 뿐이다.하지만 업계의 소문에 따르면 실상은 공기업 못지않다고 한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최고의 지역구 조직관리는 취직민원을 해결해주는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지역구민 1명 취직시켜주면 최소 100표가 딸려온다, 취직민원 1명당 최소 1000만원의 정치자금이 확보된다는 말도 나돈다.지역구민 1명을 취직시켜주면 당사자 가족은 물론 주변 친지 등까지 모두 지지자로 확보가 되고 선거 때면 이들이 모두 합심해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선거를 돕는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취업민원을 해결해줄 경우 부모가 정치후원금 개인한도액인 500만원씩을 낼 경우 1000만원을 손쉽게 확보할 수가 있다고한다. 이는 사실상 알선수재에 해당하는 위법행위이지만 정치후원금을 낸 것으로 당사자가 입을 맞출 경우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공기업 등에서 드러난 채용비리가 사기업에서도 은밀히 자행되고 있다는 풍설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만약에 일부기업에서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이 수많은 취업준비생을 좌절케 하는 청탁랜드가 되도록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30 23:02

대통령 국정의 우선순위

자공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政)을 스승 공자에게 묻자 공자는 부국(足食)과 강병 (足兵) 그리고 백성의 신뢰(民信) 라고 대답하였다. 공자가 말한 대로 국가가 경영되는 나라는 아마 스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필자는 10월26일자 본보 칼럼에서 스위스의 신뢰와 부국을 살펴보았다. 오늘은 이어서 스위스의 강병 (足兵)과 우리나라 안보의 현 주소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스위스는 약 200년 동안 침략이라고는 받아본 적이 없는 영세중립국이다. 스위스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어느 나라도 스위스를 침략 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스위스는 지금 철통같은 국방 태세를 갖추고 있다.스위스 인구는 800만인데도 병력은 12만이다. 스위스의 인구 대 병력 수 비율로 따지자면 남한 병력은 72만 이상이어야 한다.스위스 남성은 18세면 입대하여 21주 군사훈련을 받는다. 훈련을 마치면 생업에 종사하면서 34세까지 매년 3주씩 동원훈련을 받는다. 새벽 5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이다. 매주 1~2회는 야간 전투훈련도 받는다. 일정한 사격 명중률을 달성해야 훈련수료가 인정된다.유사시를 대비해 실전용 총탄도 각자가 집에 보관 관리하고 있다. 또 1960년대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는 지하 방공호 설치를 의무화 했다. 그 결과 주택과 빌딩의 95% 이상이 지하 방공호를 갖추고 있다. 핵 공격 때 수개월간 버틸 수 있는 축구장 크기의 지하 방공호도 3,500개가 넘는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협박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는데도 국정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할 국가안보는 적폐청산에 밀려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적폐청산과 진영논리에 따른 국민간의 갈등은 임진왜란 직전의 동인 서인 그리고 6.25 전쟁 직전의 이념 대립을 연상케 하고 있다.임진왜란 당시 동인과 서인은 정파적 이익에 따라 사사건건 대립하였다. 서인 이율곡의 10만 양병설은 동인 유성룡의 반대에 부딪쳤고 임진왜란 1년 전 일본 정세를 살피고온 서인 황윤길의 일본의 침략 가능성 주장은 동인 김성일에 의해 부인되었다. 김성일의 보고를 받아들인 선조는 무방비 상태에서 백성들로 하여금 임진왜란의 참화를 겪게 만들었다.6.25 전쟁 전에도 좌우대립은 극심했다. 1948년 제헌의원 선거과정 하나만 보자. 선거과정에서 후보 2명, 경찰관 15명, 선거공무원 15명 등 150명이 피살되고 634명이 부상을 당했다. 선거사무소 134개소, 관공서 301개소가 피습되고 612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경찰관서 16개소, 관공서 18개소가 불에 탔다. (당시 경부부장 조병옥 발표 내용) 이념 대립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민주선거는 이렇게 피로 얼룩졌다. 그리고 2년 후에 남침을 당했다.나는 문대통령이 국민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적폐청산보다 국민을 통합하고 부국강병을 우선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그래서 부국강병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모든 국민의 뜻을 한데모아 이를 강력히 추진하는 방향으로 국정의 우선순위를 조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안보불안도 해소될 것이고 국민통합도 이루어질 것이다. 부국강병의 기반은 굳게 다져질 것이고 그 결과 문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 것이 국민이 바라는 국정의 우선순위라고 나는 생각한다.설마 하다가 또다시 나라가 결딴난다면 적폐청산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23 23:02

별 볼 일 없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예전 교과서에 실렸던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지나간 가을은 선선한 바람을 벗 삼아 독서하기에도 좋고 가을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별 하나, 별 둘 하며 별을 세기에도 좋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인도 가을밤의 별을 시로 남겼겠지요.올해 봄 무렵 같이 근무하던 직원이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별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직원의 말에 따르면 원래 가을 밤하늘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밝은 별이 없다고 합니다. 별들은 밝기에 따라 1등성에서 6등성까지 구분되고 우리나라에서는 4계절 동안 15개의 1등성을 볼 수 있는데 가을 밤하늘에는 1등성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가을 밤하늘은 시인의 감성과는 달리 다른 계절보다 밝지는 않은 모양입니다.별 얘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북쪽 하늘에서 그렇게 밝지는 않지만 4계절 내내 항상 같은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별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북극성입니다. 그리고 그 북극성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편에 위치하면서 1년 내내 볼 수 있는 유명한 별자리 2개가 있습니다. 북두칠성(큰곰자리 별자리)과 카시오페이야(영문자 W모양 별자리)입니다.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에 어떤 별자리는 계절에 따라 볼 수도 있고 못 볼 수도 있지만, 방금 말씀드린 북극성과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야는 지구의 자전축과 거의 일치하거나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볼 수 있습니다. 1년 내내 같은 자리에서 빛을 발하는 이 북극성을 이용해서 옛날 선원들도 먼 바다 항해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천문 항해(天文航海)의 시작이었습니다.천문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선원들은 점점 더 먼 바다로 항해를 할 수 있었지만 13세기경 나침반이 유럽에 소개되고 무선 통신, GPS, 전자 해도 등 원거리 항해를 뒷받침할 과학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천문 항해의 중요성은 점점 퇴색되었습니다. 이제는 선원들도 밤하늘의 별을 보기보다는 모니터 화면만 보게 되었으니 별들도 그 빛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요즘은 별보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밝은 조명과 높은 건물들에 가려져 어느새 우리들의 밤은 별 볼 일 없는 밤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많이 아쉬워집니다.인간과 아주 오랜 시간 친구처럼 지내왔고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밤하늘에 빛나던 저 별은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여전히 밤하늘을 수놓을 존재입니다.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한적한 시골이나 조명 어두운 해변으로 나가 밤하늘의 별을 헤어보며 당신과 나의 별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16 23:02

철새도 비행원리를 알고 움직인다

우리나라는 열대와 한대의 중간 지역에 있어 많은 철새가 오간다. 도요새는 여름에 우리나라로 오고, 오리고니두루미류는 겨울에 온다. 놀랍게도 그 먼 거리를 한 치도 틀리지 않고 날아온다.철새하면 주남저수지를 비롯하여 천수만, 순천만, 금강이 도래지로 떠오른다. 11월이 되면 금강하구뚝과 금강습지생태공원 일대에서 가창오리의 화려한 군무를 볼 수 있다.비행기가 편대(編隊) 비행을 하면 연료가 최대 18%까지 줄어든다고 한다.새떼에 GPS시스템과 관성측정장비를 채운 뒤 소형 비행기를 타고 함께 날며 비행 대형의 위치, 속도, 날갯짓 횟수 등을 살펴보면 단독으로 날 때보다 훨씬 힘이 덜 드는 V자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앞서가는 새와 평균 45도 각도, 0.51.5m 간격을 유지하며 난다. 뒤따라가는 새는 앞서가는 새의 박자에 맞춰 날갯짓을 한다.새가 날 때 날개 양 끝단에는 새가 일으키는 날갯짓으로 위아래의 공기 흐름에 차이가 생겨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이 소용돌이는 뒤쪽으로 튜브 형태로 늘어지며 난류(亂流)를 형성한다.이 기류는 아래쪽을 향하다 중간쯤부터 위쪽으로 흐름을 바꾸게 되어 공중에 뜨게 된다. 선두를 뒤따르는 새가 이 위치에서 날갯짓을 하면 상하로 요동치는 난류 흐름을 타기 위해 앞서가는 새의 날갯짓 박자에 맞춰 날개를 움직인다.이렇게 한 새의 날개 끝에 다음 새가, 또 그 날개 끝에 그 다음 새가 따라가다 보면 결과적으로 무리의 모양이 V자를 이룬다. 반면 앞뒤 일렬로 비행을 할 때에는 다르다. 뒤따르는 새는 앞서가는 새와 엇박자로 날갯짓을 한다. 앞서가는 새가 만든 하강기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이처럼 새들도 먼 길을 가기위해 에너지를 아끼는 노력을 한다. 우리사회가 발전하려면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생산적인 대안들을 많이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주로 낮에 이동하는 철새들은 자신들의 생체 시계 속에 내장되어 있는 정보로 빛의 방향을 판단하여 날아갈 방향을 정하고 밤에 이동하는 철새들은 별자리를 이용하거나 지구 자기장(磁氣場)을 감지하여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기러기, 휘파람새, 찌르래기 등은 신경세포에 제2철염이라는 자기 광물질 성분을 지니고 있어 이것이 자기장에 따라 움직인다. 수만 km를 쉬지않고 주파하는 것도 바로 이 자각 덕분이다. 기러기 같은 겨울철새를 새장 안에 가둬두면 자꾸 남쪽으로 몸부림치고, 휘파람새나 찌르래기와 같은 여름철새는 북쪽으로 몸부린 치는 것을 볼 수 있다.철새들이 군무를 할 때 서로 부딪치지 않고 매스게임하듯 비행 하는 것은 바로 옆 6~7마리의 동작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그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는 동작이라 무리 전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군무하는 철새들을 보노라면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최근에는 새가 비행할 때 깃털방향을 조절하는 것을 본떠 자동차 연료소비효율을 높이는 장치를 개발해 나가는 등 새나 벌레들의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이 부상하고 있다.새들이 방향을 정하고 날아가 목표에 도달하듯, 우리도 나갈 방향과 폭을 정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성공확률이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럴려면 그에 걸맞는 준비를 미리 해둬야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09 23:02

자치단체장 3연임 제한 도입해야

재선 8년 동안 전력을 다 했더니 기력이 너무 쇠진됐다. 초선 4년은 짧고 3선 12년은 너무 길다. 이제 더 이상 쏟아 부을 창발력과 정열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재선 단체장들이 잇달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모 재선 구청장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서울 관악구 유종필 구청장이 7월 3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이래 10여명의 기초 단체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에 3선 포기 기초단체장이 속출하는 이유는 광역단체장이나 총선 출마를 위한 포석인 경우도 있지만 재선 8년이 적당하다는 솔직한 고백은 매우 신선하다.정가에서는 흔히 국회의원은 3선이 고비지만 단체장은 초선만 어려울 뿐 재선, 3선은 식은 죽 먹기란 말이 회자된다. 국회의원의 경우 재선이 되고도 중앙정치에서 중량감 있는 인물로 발돋움하지 못하면 3선 도전 시기에 물갈이의 대상에 시달리게 마련이지만 단체장은 이와는 반대다. 단체장은 재임 중 쌓은 높은 인지도에다 행정조직과 관변단체를 장악한 상태여서 사실상 준관권선거가 가능하기에 재선, 3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이런 가운데 지자체장의 3연임을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구성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던 주호영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단체장의 임기를 재선으로 단축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또한 그해 3월에도 홍영기 목포시장 예비후보가 인터넷에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선을 해서 12년이나 한다면 그것이 독재가 되고 고인 물이 돼 썩기 쉬운 것이라며 자치단체장의 3연임을 제한하는 청원운동을 전개하고 나서기도했다.자치단체장 3연임 불가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단체장이 갖고 있는 지방정부에서의 무소불위 권력 때문이다.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단체장은 사실상 지역에서는 제왕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시골 단체장인 군수의 경우는 소(小)통령이라고까지 불리기도 한다. 직업공무원도 단체장 앞에선 꼼짝을 못하며 시골의 경우엔 초선 4년이면 각종 관변단체와 지역 유지들도 다 틀어쥘 수 있다. 게다가 지방의회마저 소속정당이 과반수일 경우 의회에 의한 견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관내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테이프 커팅을 하는 행위는 사실상 합법적 사전선거운동이다. 이처럼 한번 당선되면 중대 과실이 없는 한 3선 고지에 오르는 현실에서 정치신인의 등장은 난망하다.지방에서 단체장이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다 보니 단체장들은 걸핏하면 각종 비리의 사슬에 연루되곤 한다. 행안부의 통계에 따르면 1995년 민선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10년 동안에만 무려 138명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등 유사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2006년 헌법재판소는 지자체장들이 자신들의 연임을 3번으로 제한한 지방자치법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도 지자체장은 인사권 등의 권한으로 다른 후보자에 비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해 장기집권을 할 가능성이 높고 부정부패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별도의견을 내놨었다.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개헌 시에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정부에 권한이 위임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그에 걸 맞는 책임을 부여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 차원에서도 3연임 제한은 심각하게 도입을 검토할 때다. 현재 대통령도 단임인 마당에 지방 소통령인 단체장의 3연임은 과하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7.11.02 23:02

신뢰받는 국민이 되려면

스위스는 인구가 800만, 면적은 남한의 40%, 영호남을 합한 크기다.그리고 국토의 75%가 산과 호수다. 경작지도 별로 없다. 스위스는 19세기 중엽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남자들은 외국에 용병으로 나가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했다. 바티칸 궁전과 교황을 지키는 사람들은 지금도 스위스 근위병이다.이랬던 나라가 지금은 어떤가. 국민소득 9만 달러로 세계 제2위의 부자 나라, 부패가 없고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노벨상 수상자를 26명이나 배출한 나라, 정밀기계공업식품의약화학금융관광산업 등이 세계 최고로 발달한 나라, 4개 국어를 공용어로 쓰면서도 국민 간의 갈등이 없는 나라, 연방정부 장관 7명이 1년씩 돌아가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해도 국정은 잘만 돌아가는 나라, 작년 매월 성인에게 300만원, 미성년자에게는 78만원씩 평생 지급하겠다는 국민투표안도 국민 76.9%가 반대한 나라, 이것이 오늘의 스위스다.스위스는 어떻게 이런 나라가 되었을까.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든다.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신뢰가 오늘의 스위스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라틴어 fides servanda, 신의는 지켜져야 한다 라는 원칙은 스위스인의 정신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1527년 신성로마제국 군대가 교황청을 덮쳤을 때 각국 용병들은 모두 도망쳤다. 그러나 스위스 용병만은 189명 중 147명이 전사하면서까지 교황을 끝까지 지켰다. 바티칸 궁전과 교황을 지키는 근위병을 스위스인으로 고집하는 전통도 이때 확립된 스위스 국민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세계의 부자들이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도 이자 때문이 아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 때문이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의 연구소, 각종 IT산업의 데이터 저장소, 세계 유명 보석 기업들의 비밀 창고도 스위스에 자리 잡고 있다. 신뢰를 고부가가치의 안전 산업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다.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금년 8월 30일에 발표한 국민의 신뢰도는 충격적이다. 정치인 3.1%, 정부 17%, 교수 20.9%, TV 32.2%, 신문 25.4%로 나타났다.왜 이렇게까지 불신이 만연했는가. 당파적 이해에 따라 밥 먹듯 말을 바꾸는 정치인들, 왜곡과장선동편파 보도를 일삼는 무책임한 언론들, 전문적 지식도 없으면서 전문가 행세로 여론을 왜곡하고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함부로 하는 시민단체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위선적 행태들, 이들이 한데 어울려 만든 사회가 한국의 총체적 불신 사회라고 나는 생각한다.그럼 신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길은 있다. 우리가 초등학교 도덕시간에 배운 것들을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그러나 그 길밖에 없다. 거짓말을 하지 말자, 남의 의견을 존중하자,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자, 법과 질서를 지키자등등. 스위스 국민들은 이런 것들을 실천하고 우리는 실천하지 않는다.그 차이가 스위스는 신뢰사회로 우리나라는 불신사회로 만들었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 라고 가슴을 치면서 우리 모두 초등학교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는 국민이 되자. 우리도 스위스와 같은 신뢰 사회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것 아닌가.

  • 오피니언
  • 기고
  • 2017.10.26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