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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온 기금운용본부인데

김원용 논설위원 2011년 5월, 전북도민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다. 전주 이전 예정지였던 한국토지공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로 통폐합된 후 주택공사 이전 예정지였던 진주로 이전 결정되면서 전북도민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정부의 단일 행정행위에 도민궐기대회청와대 앞 1인 시위도지사 삭발투쟁헌법소원제기 등을 통해 이렇게 결사적으로 도민들이 저항한 예가 없었다. LH유치를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 절박한 사안으로 여겼던 것이다. 정부가 LH 대신 전북에 내민 공기관이 국민연금공단이었다. 그러나 LH와 국민연금공단은 인적 규모나 지방재정 수입 면에서 비할 바가 아니었다. 외형상 차이뿐 아니라 두 기관이 추진해온 지역 상생정책에서도 국민연금공단이 몇 수 아래였다. LH본사가 전북으로 올 경우 전북의 가장 큰 현안인 새만금개발에도 큰 힘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민연금공단이 애꿎게 전북인들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조용히 전북지역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전광우 당시 이사장이 맨 앞에 섰다. 전 이사장은 전북지역 언론사를 찾아 국민연금공단이 알짜 공공기관임을 내세우며 협조를 구했다. 그는LH가 드릴 수 없는 부분을 연금공단이 드릴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공단에서 운영하는 기금이었다. 당시 국내 외환보유고 보다 많은 330조원대의 기금을 운용하는 공단이 전북에 자리할 경우 전북에 직간접적으로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며, 표정관리 해야 할 곳은 전북이다라고 했다. 물론 전병우 당시 이사장의 말이 분기탱천해 있던 도민들에게 울림을 줄 수 없었다. LH와 국민연금공단간 교환이 과연 웃을 수 있는 상황인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교환이 끝난 두 조직을 놓고 이제 와서 손익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전북으로 온 국민연금공단의 가치를 지역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마당에 손익을 따져 어떤 실익이 있겠는가. 굳이 아픈 상처를 되짚은 것은 어렵게 전북에 뿌리내리고 있는 공단 흔들기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 속에 또 다시전주리스크가 나오고 있다. 과거 중앙 언론에서 제기한논두렁 본부와 같은 맥락에서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과 기금운용발전위원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기금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후 우수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충원이 제대로 안 돼 수익률을 높이기 어렵다는 논리다. 연금보험료를 올리지 않거나 연금수령개시 연령을 늦추지 않으면 연금 소진시기가 3년 앞당겨진다는 예상 추계치를 곁들여 마치 기금본부의 전주 이전이 원죄인 양 몰아가는 분위기다. 기금본부가 서울에 없어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금이 줄줄 샌다면 어찌 큰 일이 아니겠는가. 국민 전체에 큰 해가 된다면 지역적인 손실이 있다고 하더라고 감수할 것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기금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것은 갓 6개월 밖에 안 됐다.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 등 외부적 요인에서 생긴 국민연금 개편 필요성 때문에 엉뚱하게 기금본부 소재지로 화살이 향하는 형국이다. 전북은 기금본부를 기반으로 제3금융도시를 그리고 있다. 기금본부가 없는 금융도시는 애초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다. 기금본부가 위치한 전주가 교통오지여서 외국 손님과의 접촉이 어렵다거나, 전주의 근무생활여건이 나쁘기 때문에 본부를 서울로 옮겨야 한다는 논리 앞에 금융도시의 꿈을 접어란 말인가. 외국 손님들에게 서울과 전주가 그리 큰 거리 차이일까. 우수 인력 충원은 보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기금본부 소재지를 전주에 둔다고 법으로 못 박을 때 정리된 논란거리였다. 전주에 갓 둥지를 튼 기금본부를 흔들지 말고 세계적인 자금운용기관이 되도록 보살필 때도 되지 않았는가.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8.21 19:32

주민공감의 정책목표인가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지난 613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전북발전 123 공약이 논란이 됐다. 송하진 후보가 2014년 도지사 선거 당시 내세웠던 관광객 1억명, 소득 2배, 도민 인구 300만명공약이 실현되지 못한 허언이라고 임정엽 후보가 몰아붙이면서다. 송 후보는 123공약이 단순 캐치프레이즈 성격의 정책비전 제시일 뿐인데, 임 후보가 그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약이냐 비전이냐를 놓고 두 후보 간 기싸움은 선거 내내 계속됐다. 단체장의 비전과 목표는 말 그대로 그저 희망일 수 있다. 송 후보의 123 공약에 대한 해명처럼, 목표 달성이 어렵더라도 지역의 미래를 위해 때에 따라서는 강한 의지를 표출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비전과 목표도 현실의 땅에서 나오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민선 7기가 출발하면서 자치단체마다 새로운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새 단체장의 의지를 담았을 것이다. 그런데 시군들이 새로 내세운 비전을 보면 대부분 추상적 구호일 뿐이다. 세계를 향해, 시민과 함께하는 찬란한 전주시대 시민과 함께하는 자립도시 군산 시민이 행복한 품격도시 익산 더불어 행복한, 더 좋은 정읍 다함께 열어가는 으뜸도시 완주! 무주를 무주답게, 군민을 행복하게 풍요로운 미래의 땅, 힘찬 장수 하나 되어 모두가 행복한 임실 함께하는 발전 행복한 순창 미래로 세계로! 생동하는 부안. 어느 시군의 슬로건이건 간에 다른 지역을 바뀌어도 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차별성이 안 보인다. 그저 무난하고 아름다운 문구들이다. 도내 각 시군의 정책 목표 역시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시군들이 문화관광도시를 지향하며, 소통행정교육복지잘사는 농촌활기찬 지역경제 등을 정책목표로 삼았다. 시군 정책이 어느 일방에 편중될 수 없어 모든 것을 망라하고, 농촌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비슷한 정책목표를 갖게 됐으리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군의 비전과 목표가 이렇게 대동소이 하다는 건 문제가 있다. 지역의 비전은 지역 주민이 일체가 되어 장래 실현코자 하는 꿈이다. 주민들과 괴리된 비전과 목표는 그저 시장실과 홈페이지에 걸리는 장식물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고창군과 김제시가 주민 공모를 통해 정책목표를 정하려는 시도는 그 내용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신선하다. 전북도의 비전과 정책목표는 어떤가. 아름다운 山河 웅비하는 생명의 삶터, 천년 전북!이 새 슬로건이다. 비전이나 캐치프레이즈는 지역을 상징하면서 단순 명쾌할 때 잘 와 닿는다. 멋진 구호도 좋지만, 지역의 특성과 정신이 담겨야 감동을 줄 수 있다. 과연 이 슬로건에 일반 국민들의 공감과 감흥을 살 수 있을까. 아름다운 산하, 웅비하는 생명의 삶터가 전북만의 특징인가. 전북도의 5대 정책목표도 불만이다. 삼락농정 농생명산업, 융복합 미래신산업, 여행체험 1번지, 새만금시대 세계잼버리, 안전복지 환경균형이 민선7기의 정책목표다. 민선 6기의 연장선에 있다. 정책목표에 많은 것을 담아 이를 추진하려는 의지를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4년간 이룰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전북이 잘 할 수 있는 성장동력 하나만 잘 키워도 평가받을 수 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보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내세우는 게 훨씬 구체적이며 명쾌하다. 미래신산업이나 농생명산업 또한 두루뭉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식품산업만 우뚝 세워도 전북의 미래를 밝힐 수 있다고 본다. 이것저것 다가 아닌, 이것만은 꼭 해내겠다는 단체장의 출발 각오가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7.03 20:32

소셜 미디어와 선거 토론회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지인은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 지원활동을 하면서 뒤늦게 페이스북이라는 새 세상을 만났다. 캠프에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주고, 활용방법까지 가르쳐줬다. 조심스럽게 좋아요정도를 누르던 페이스북 초보는 댓글을 달고, 글과 사진을 올리며 금세 선거캠프의 페이스북 전사가 됐다. 경쟁 후보의 계정에 들어가 후보를 조롱했다는 자랑 아닌 자랑도 늘어놓는다. 평소 잔잔하기만 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선거철이면 후끈 달아오른다. 팔로어가 많은 트위터 사용자의 타임라인이나 친구 수가 많은 페이스북 이용자의 벽에는 선거 후보자의 홍보성 게시물이 범람하고 있다.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 때부터 SNS를 이용한 의사표현의 족쇄가 풀리면서 포털 사이트와 미니홈피, 블로그,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 등이 선거운동의 첨병으로 등장하면서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길거리에 나서지 않더라도 SNS를 통해 자신의 정책을 더 널리 알릴 수 있고, 유권자의 반응까지 앉아서 살필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후보들이 어찌 외면할 것인가. 후보나 운동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 역시 SNS를 통해 후보에 대한 바람이나 정치적 입장을 표출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세상이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과거 길거리 선거운동의 폐해를 점차 닮아간다는 점이다. 유세장에 지지 세력을 동원해서 세를 과시했던 것처럼 댓글부대 동원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지지자간 비방과 인신공격이 난무한다. 후보의 홍보성 메시지가 일반 이용자들의 메시지와 뒤섞여 선거공해로까지 여기게 만든다. 국회를 마비시키며 결국 특검법까지 도입된 드루킹 사건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여론조작이 어떻게 가능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얼마만큼의 여론조작이 이루어졌는지 특검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여론조작활동 사실만으로도 소셜 미디어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아무리 소셜 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이 효율적이고 유용하더라도 여론의 왜곡을 불러온다면 선거에서 그 생명은 끝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서 공명선거를 치르는 것만큼 선거에서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보편화된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이제와서 일괄 규제의 과거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해답은 선거토론회의 활성화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후보자 토론회는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처음 도입된 후보자 토론회는 그 효과나 공정성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의 방송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데 성공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지난 대선 후보자토론회 효과 분석 결과 유권자의 62%가 후보자의 자질을 잘 검증할 수 있었고, 다른 정보매체에 비해 유익했다는 응답이 83%나 됐다. 물론, 후보토론회가 여러가지 제약과 틀 속에 진행되면서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및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청자들이 혹할 인신공격이나 네거티브로 곧잘 흘러 후보의 공약과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유권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한 자리에서 후보를 비교검증하는 수단으로 후보토론회 만한 선거이벤트는 없다. 613 지방선거가 21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정작 지방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드루킹 사건 등 전국적인 이슈에 가리고, 더불어민주당의 견고한 여론 지지도 앞에 정책선거가 실종되면서다. 이런 상황임에도 도내 일부 유력 후보들이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법정 토론회 이외의 토론회에 불참을 통보했단다. 후보의 토론회 불참은 유권자에게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만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충분히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기회마저 앗아간다는 점에서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하는 절호의 기회다. 토론회가 그 중요한 통로다. SNS 안에서 왜곡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토론회에서 이뤄진 내용을 SNS를 통해 널리 확산할 수도 있다. 누가 진정한 지역의 지도자감인지 화끈한 토론회로 가려보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5.22 19:21

재미난 지방선거를 보고 싶다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스포츠 경기에 관객이 열광하는 데는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월등한 실력을 갖춘 팀과 그렇지 않은 팀간의 대결에서도 의외의 변수가 있기 때문에 혹시나를 생각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게 된다. 뻔한 결과의 경기라면 진짜 마니아를 빼고 경기장을 찾는 관객조차 많지 않을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판 역시 마찬가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전북에서 더불어 민주당의 압도적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4년 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전북 지방선거의 본선에서 흥행몰이가 지금으로선 기대난망이다. 관객이 없는 스포츠는 쇠퇴하기 마련이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깜짝 스타가 등장할 수는 있다. 스포츠 스타가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해당 종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영미 신드롬으로 컬링 종목이 급부상했으나 국민적 관심을 계속 붙잡지 못한다면 언제든 잊힐 수 있다. 어디 중요치 않은 선거가 있으련만,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지역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국회의원 1명을 잘못 뽑더라도 잘하는 의원을 통해 상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도지사와 시장군수는 오롯이 지역을 책임지는 단 1명의 단체장이다. 지방선거를 유권자들이 외면한다면 관객 없는 스포츠가 쇠퇴하듯이 결과적으로 지역정치발전 또한 퇴행할 것이다. 물론, 전북에서 민주당의 거센 바람도 시대적지역적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 이 지역에서 일당 독주 체제의 폐해들을 익히 경험하지 않았느냐고 외장을 치더라도 그 바람이 쉬이 꺾일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전북의 유권자들이 이런 재미없는 정치판을 그저 구경만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유권자는 단순한 관객이 아니다. 호루라기를 든 심판 기능도 갖고 있다. 민주당이 먼저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판을 깔아야 한다. 민주당 전북도당의 공천 진행과정은 도무지 흥행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든 조용히, 무탈하게 후보를 확정하는 데만 급급한 모양새다. 어떤 후보를 내더라도 본선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는 자신감을 배경 삼아서다. 선거에서 승리를 우선시 하는 정당의 입장에서 기왕이면 소리 나지 않게 후보를 결정짓는 것이 당장의 지방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도 좋지만 과정 또한 중요하다. 스포츠 경기에서 아름다운 패배가 승리보다 더 큰 감동을 주듯 말이다. 한낱 게임에 견줘 정치인의 사활이 다린 중차대한 선거를 너무 감상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고 나무랄 수 있다. 하지만 중차대하기 때문에 더욱 공정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의 민주당 후보 선출 과정을 들여다보면 과연 유권자를 의식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외형상 유권자를 끌어들이고 있기는 하다. 후보 적합성 평가 때와 경선 때 일반 유권자 대상의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데 일반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정보는 깜깜하다. 기성 정치인들이야 인지도와 과거 활동에 대한 평가자료라도 있지만, 신인들에 대해 무슨 수로 유권자들이 알겠는가. 후보의 정책을 들을 수 있는 자리 한 번 없이 공천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관객은 그저 객일 수밖에 없다. 좀 시끄럽더라도, 좀 소리 나더라도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을 거칠 때 정치판이 재미지고, 바람직한 지역정책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의 흥행 실종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곳은 야당이다. 전북지역 야당의 무기력증은 예비후보 등록상황을 보면 금세 드러난다. 지역구 국회의원 과반인 5명을 보유한 민주평화당의 경우 몇몇 지역의 단체장 선거에서 경합이 이뤄지고 있기도 하지만, 단체장을 포함해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가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바른미래당은 이보다 더 열악하며, 전국적으로 제2당인 자유한국당은 전북지역 예비후보 등록자가 단 1명도 없다. 정의당을 빼고 다른 야당의 도지사 예비후보가 없다는 점이 올 지방선거의 기상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정 정당의 독주가 지역정치에 어떤 폐단을 가져왔는지 지난 몇 십년간 똑똑히 지켜봤다. 그 결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이 대거 당선되고, 직전 총선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까지 탄생시켰다. 물론, 현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는 그 때의 상황과 분명 다르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바람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발전을 이끌 적임자를 내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역시 역대 지방선거가 보여줬다. 특정 정당의 바람에 휩쓸려 지역정치 발전을 다시 후퇴시키지 않게 할 책임이 야당에게 있는 셈이다. 전북 정치의 봄이 그리 쉽게 시드는 걸 보고 싶지 않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4.10 20:07

지선 후보의 안팎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인적 네트워크는 큰 자산이다. 사업가나 영업인뿐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도 여러 분야에 많은 지인들을 두고 있으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쉽사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러 명목으로 친목 활동을 하고, 동창회·향우회 등을 발품 팔며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것도 인적 자산의 가치 때문이다. 선출직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인적 자원이 더욱 중시된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 없이 정치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현실에서는 무모하게 비쳐진다. 정치 신인들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자신을 도울 주변의 친지들이 많은 데서 출발한다. 총선이나 대선과 달리 정책 이슈가 별로 없는 지방선거에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더 크게 작동한다. 훌륭한 인품과 좋은 정책은 그 다음의 문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문자메시지가 봇물을 이루고, 지인들을 통한 후보 홍보가 SNS에 넘쳐난다. 정치인들의 잇단 출판기념회도 바야흐로 정치시즌임을 실감케 한다. 이런 정치활동들이 기본적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경선 룰을 보면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지 금세 알 수 있다. 전략공천이나 입후보자간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합산으로 후보를 가린다. 토론회나 합동연설회 등의 기회 없이 모발일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후보의 됨됨이나 정책을 따질 겨를이 없다. 결과적으로 입후보자의 경력과 인지도, 인적 네트워크가 좌우하는 구조다. 입지자들이 권리당원 확보를 위해 지난해 추석 전까지 혈전을 벌였던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뛰어난 정치인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지인들도 해당 정치인과의 관계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막상 선거철에 돌입하면 대략 난감할 때가 많다. 나와 친분이 있는 후보가 복수일 때다. 단순히 유권자로서 선택만 하는 경우야 조용히 투표로 말해주면 그만이다. 문제는 캠프 참여나 적극적인 선거운동으로 후보를 도와야 할 경우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자체가 좁은 지역사회에서 이뤄지고, 후보 역시 학교 선후배와 동향 등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후보와의 친소관계가 있지만, 그 거리만으로 칼로 무 자르듯 관계를 정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주말 이현웅 전북도청 행정안전실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 실장이 올 지방선거에서 전주시장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날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정치적 함의를 담은 행사였다. 현직 김승수 시장 외에 지금껏 민주당 경선 후보가 달리 떠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래도 김 시장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출판기념회였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실장과 고교·대학 동기며, 서로 언론과 공무원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김 시장과도 개인적으로 김 시장의 야인시절 한동안 사적 모임을 가졌으며, 김 시장의 캠프에도 가까운 지인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굳이 친소관계를 따진다면 친구 관계가 더 가까울 터이지만, 그렇다고 새로 정치에 입문하는 친구 때문에 하루아침에 얼굴을 바꾼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김 시장은 이런 주변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실장의 출판기념회에 흔연스럽게 참석해 축하 해줬다. 저자와 인증 샷까지 찍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 실장을 응원하는 지인들과 김 시장의 조우는 아무리 웃는 낯이어도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일부 지인들 중에는 자리를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시장은 이런 불편함을 주기 싫어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런 상황이 어디 여기서 뿐이겠는가. 송하진 도지사는 이런 오해를 받기 싫어서 호오와 관계없이 정치인 관련 출판기념회에는 일절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계의 대상인 경쟁후보끼리는 서로 축하하는 마당에 정작 후보 주변의 지인들이 뒤로 숨어야 하는 게 지방선거에서의 불편한 진실이다. 아마도 경선이나 본 선거가 끝난 뒤 후보간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곧 앙금을 털 것이다. 그러나 후보를 돕는 지인들은 상대 후보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오랫동안 서먹한 관계로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치인 친구를 두지 않는 것도 큰 복이라 한다던가. 흔히 선거를 축제로 치러야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즐길 수 있도록 선거구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 지금과 같은 깜깜이 경선이 이뤄지는 제도 속에서는 그들만의 선거가 되기 십상이다.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되레 지역사회의 분열이나 좋은 인적 관계까지 금이 가게 해서야 되겠는가.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2.27 18:44

백가쟁명이 필요하다

중국 춘추전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들 만큼 다양한 국가와 문화, 인물들이 다퉜던 군웅할거의 시대였다. 부국강병을 위해 각국의 제후들은 국적과 신분에 관계없이 인재를 등용, 다양한 학문과 사상이 꽃을 피웠다. 많은 사상가와 학자가 배출됐다. 공자의 유가, 노자와 장자의 도가, 한비자와 순자의 법가, 묵자의 묵가 등이 이때 등장했다. 당시 활동했던 학자와 학파를 가리켜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했으며, 이들의 논쟁을 백가쟁명으로 일컬었다.중국 춘추시대의 이런 학문과 사상은 중국뿐 아니라 동양 사상의 기초가 됐다. 와신상담토사구팽어부지리관포지교 등 우리가 잘 아는 수많은 고사성어가 이 시대를 배경으로 나왔고, 철제 농구우경(牛耕)관개 시설 보급 등으로 농업의 생산력이 획기적으로 증대되기도 했다.2000년을 뛰어넘어 중국에서 백가쟁명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모택동이 중국의 사회주의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의견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다. 지식인들은 이와 관련한 발언을 처음 꺼렸으나 말하는 자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言者無罪)는 공산당의 천명이 있은 후 당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이를 백화제방 혹은 쌍백운동이라고도 부른다.이 운동은 결과적으로 반우파투쟁을 통해 반체제 인사를 색출하는 쪽으로 변질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많은 지식인들은 더 이상 속마음을 열지 않거나 공산당 정책에 순종하면서 춘추전국시대의 영광은 재현되지 못했다. 자유롭게 입을 열 수 있는 여건과 그렇지 않은 환경이 이렇게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장명수 전 전북대 총장이 지난해 한 세미나에서 주장한 일부 내용이 한때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전북연구원 주최 전북 자존의 의미와 과제 정책 세미나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부안 방폐장 유치가 무산되고 새만금사업이 지연됨으로써 지역발전의 장애가 됐다는 주장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발끈한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과거지향적인 시각과 균형감각 부족, 새로운 사회흐름과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환경의식 등을 드러낸 것이라고 성명서를 통해 맹폭했다. 장 전 총장은 그 후 이 문제에 관해 입을 열지 않았으며, 장 전 총장을 옹호하는 정치권의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만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근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KTX 전북혁신역 신설 문제도 마찬가지다. 혁신역 신설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일각에서 제기된 후 올 국가예산에 타당성 용역비까지 반영됐으나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같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이 문제를 놓고 토론 한 번 해보자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익산시가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공연히 분란만 키우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어디 이뿐인가. 전주-완주 통합, 옥정호 수면 개발을 둘러싼 정읍-임실 간 갈등,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 갈등,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 논란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한 해묵은 갈등은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대부분 이해관계에만 매몰된 채 찬반 양쪽으로 갈라져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대립이 반복되고 있다. 제3의 대안이 없다. 제자백가의 쟁명은 그저 먼 이야기일 뿐이다.제주도가 2016년부터 제주도의회교육청경찰청과 함께 2년 간 제주정책박람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도민 참여마당과 정책 토론, 정책 마켓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 제시와 소통의 장으로 진행하면서다. 제주도는 판을 키워 올해부터 대한민국 정책 박람회로 추진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서울시도 2012년부터 시민들의 생각을 듣고 정책화하는 정책박람회를 열어 왔다. 뒤로 숨고 숨기는 데 익숙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한다.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여러 의제들이 설정되고 논의되는 장이 열리기는 한다. 그러나 대부분 표를 의식한 전시성 공약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특정 당의 경선이 곧 본선인 상황에서 정책대결을 기대하기란 더욱 어렵다. 말문이 막히고 닫힌 사회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정책이 나올 수 없다. 굳이 선거 때가 아니더라도, 선거와 상관 없이도 백가쟁명으로 전북의 좋은 길을 찾으면 좋겠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1.17 23:02

무안공항 KTX 신설을 보며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던가. 가까운 사람이 잘 되는 걸 시샘하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닐 터다. 그럼에도 범부들이 느끼는 인지상정의 감정인 걸 어쩌랴. 하물며 이웃 자치단체가 정부에게 큰 선물을 받았을 때 넉넉한 마음으로 흔연스럽게 축하하지 못하는 걸 옹졸하다고 나무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전남 무안공항까지 호남고속철 노선을 신설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보면서다.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호남고속철도 2단계(광주송정-목포) 노선을 무안공항경유 노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행정절차를 조속히 진행해서 내년도 기본계획을 완료한 후 2020년 착공하여 25년 개통되도록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곁들였다. 광주전남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머리를 맞대 전격적으로 호남지역의 숙원사업을 풀었다고 환영했다.무안공항의 KTX 노선 신설이 호남의 숙원이라면 전북에서도 대대적으로 환영해야 할 경사다. 그런데 부럽고 배가 아픈 건 왜 일까. 전북의 경사와는 거리가 있어서다. 부러운 것은 광주전남권의 정치적 역량이며, 배가 좀 아픈 건 향후 새만금 국제공항에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물론, 정부가 무안공항에 KTX 선물을 그저 안긴 건 아니다. 많은 곡절이 있었고, 광주전남의 정치권과 자치단체 등이 지역 현안으로 삼아 심혈을 기울였던 숙원사업이었다. 호남고속철도는 전체 구간 중 오송광주 송정 구간만 지난 2015년 개통된 후 2단계 사업인 목포까지 사업이 진행되지 못해 광주전남에서는 대표적인 호남 차별 사례로 꼽았다. 광주-목포간 기존 노선을 고속화하고, 무안공항에는 지선을 신설하는 게 애초 정부의 계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무안공항 경유를 공약으로 세웠고, 정치권이 힘을 실어 전남도가 원하던 방향으로 관철시킨 것이다.그럼에도 정부의 무안공항 KTX 경유 결정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상당한 것 같다. 무안국제공항이 현재 호남권에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수요가 저조한 데다, 무안공항의 접근성이 개선되어도 활성화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조원 이상의 추가 재정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에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안공항 경유안 철회를 주장하는 의견도 600건에 이르고 있다.더욱이 무안공항 KTX는 전북에게 기회보다 위협적인 요소가 강하다. 노선이 많은 인천국제공항 대신 접근성이 좀 나아졌다고 무안국제공항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그것도 완공 목표년도인 2025년 이후의 일이다. 반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KTX 개통으로 1시간 안팎이면 가능한 무안공항을 두고 굳이 새만금공항이 필요할 것인지 논란이 나올 게 뻔하다. 광주전남에서 새만금 공항건설을 반길 리도 만무하다.좋은 이웃과 친구는 서로에게 이익과 도움이 될 때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전북과 광주전남은 그리 썩 좋은 이웃은 아니었던 것 같다. 호남 차별을 함께 겪으면서 호남 소외를 왜장칠 때만 동지였다. 호남의 울타리에서 막상 호남 몫은 대부분 광주전남으로 돌아갔다. 굳이 그 사례를 열거할 필요도 없다. 오죽하면 전북몫찾기 운동이 나왔을까.그러나 전북의 현안들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을 외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전북권 공항으로 김제공항이 거론됐을 때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에서 발목을 잡았고, 새만금사업도 지역 내에서 거센 찬반 논란을 겪으며 동력을 떨어뜨렸다. 지역사회조차 한 데 뜻을 모으지 못하고 어찌 정부의 홀대를 탓할 수 있겠는가.세종시 KTX 정차역 논란과 무안공항의 KTX 경유를 계기로 KTX 전북혁신도시역 신설 문제가 전북사회 핫이슈로 떠올랐다. 남이 하니 우리도 하자는 게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 해결에서 타이밍도 중요하다. 호남고속철의 전주 인근 정차역 신설 논의는 KTX 착공 당시에도 제기됐으나 익산시의 강한 반발로 유야무야 됐다.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혁신역 의제가 나오자마자 정헌율 시장이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의제 설정 자체부터 못마땅하게 여기는 게 익산지역의 분위기인 것 같다.익산시의 절대적 반대 속에서 혁신역 신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북권공항과 새만금사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익산시민들의 마음을 여는 일이 중요하다. 익산의 이익을 크게 다치지 않으면서도 전북권 전체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지혜가 나와야 할 때다. 익산시 역시 무조건 반대보다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 전주와 익산이 좋은 이웃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무안공항 KTX 신설에 광주전남, 민주당국민의당 협치가 부럽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2.06 23:02

도돌이표는 싫다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개인마다 진학과 취업, 결혼, 투자 등등 선택의 고민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이라곤 없다.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지 후회도 한다. 정치인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지들이 놓여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정치적 생명을 좌우하기도 한다.국민의당 전북 국회의원 중에는 민주당 탈당 선택을 지금 와서 후회하는 의원도 있을 것 같다. 초선 의원들이야 당 간판으로 의원 배지를 단 만큼 그것만으로 감지덕지일 터이지만, 재선 이상 중에는 민주당에 그대로 남았으면 집권당의 단맛을 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선 패배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가 불투명하고, 지방선거 패배 때는 다음 총선도 낙관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다면 더 착잡할 것이다.의원 개인의 속내와 상관없이 기자는 지금도 국민의당 전북의원들의 선택은 잘 됐다고 본다. 지난해 총선에서 특정 정당의 오랜 독식구조를 깬 것이 국민의당이다. 당시 지역 정치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전북에서 특정 정당이 독차지했을 때 폐해를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전북에서 온실 같았던 민주당을 떨치고 나와 새로운 정치실험에 도전했던 이들이 바로 재선 이상 의원들이었다.그러나 총선 이후 국민의당 전북 의원들을 보면 창당 과정에서의 열정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전북 국회의원 10명 중 7명이 국민의당 소속이다. 전북 출신의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국민의당 전체 의원의 1/4이나 된다. 국회의원이 누구인가. 탄탄한 조직에다가 지방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 공천을 쥐락펴락 한다. 전북 의원들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 역량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큰일을 해낼 힘이 있다는 이야기다.그럼에도 국민의당 전북 의원들은 자신감이 없다. 물론, 대선 패배에 따른 좌절감이 클 것이다. 대선 때 제기한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사건으로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웠던 과정도 있었다. 당시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이 3.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국민의당에 보낸 애정만큼이나 실망감도 깊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호남지지율이 10% 안팎에 머무르고 있기는 하다. 호남권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전국적으로 25% 지지를 받았던 총선을 떠올린다면 자신감을 잃은 것도 어쩌면 무리가 아닐 게다.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이 국민의당 의원들의 현재를 더 초라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은 이리 울고 싶은 처지의 전북 의원들에게 뺨을 내놓으라는 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안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는 국민의당 전북의원들을 다시 갈림길에 서게 하는 것 같다. 안 대표 등 통합파는 당내 반발이 거세지면서 어제 한 발 물러서긴 했으나 통합의 속내는 여전한 것 같다. 반면 정동영유성엽조배숙 의원을 포함해 호남의 중진 의원들은 이 경우 탈당분당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벌집 상황에서 민주당이 바른정당과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을 입당시키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국민의당이 통합파의 뜻대로 제3의길로 새롭게 설 지, 난파선이 될 지는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국민의당 의원 7명 중 5명은 통합에 반대 입장, 1명은 찬성, 1명은 유보 입장이어서 통합 상황에 따라서는 전북 의원들간의 행보도 달라질 전망이다.바른정당과의 통합이냐, 자강론이냐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선택할 몫이다. 문제는 난파선이 된다면 지역 정치발전 측면에서 손실이라는 점이다. 도로 민주당이 독식할 게 분명하다.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통합 추진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호남 중진 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대도 손을 들어주고 싶지 않다. 호남의 정서라는 이름으로 과거와 같은 온실에 머물고자는 게 본심이라면 더욱 그렇다.정당의 존재가치는 물론 정권교체에 있다.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 국민의당이 창당 2개월만에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데는 양당 체제의 극심한 대립에 신물이 났던 이유가 컸다. 개인적 입지나 내년 지선을 앞두고 여러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눈앞의 이익이 전부가 아님은 의원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전북 의원들이 2년 전 창당 때 마음으로 돌아가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도돌이표는 싫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0.25 23:02

국립무형유산원 섬으로 둘 텐가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전주한옥마을 앞에 놓인 국립무형유산원을 볼 때마다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대도시의 번화가 만큼이나 사람들로 붐비는 한옥마을과 달리 국립무형유산원은 보통 땐 그저 한적하기만 하다. 겨우 다리 하나를 사이에 뒀을 뿐인데, 그리 차이가 날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유산원 부지만 6만㎡에 이르는 널따란 면적에 잘 가꿔진 경관만으로 전주시민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만한데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국립무형유산원이 전주에 둥지를 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만큼 도민들의 기대도 한 몸에 받았다. 한국 무형문화를 집적하는 시설과 기능을 갖춘 국립 기관의 유치는 2000년대 초 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에 힘을 모았던 당시 전주시에 큰 선물이었다. 도심 속 나무와 꽃으로 울창했던 전북산림환경연구원 자리를 선뜻 내주면서도 아깝지 않게 여긴 것도 무형유산원에 거는 기대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었다.그러나 2006년도 기본계획수립에 들어갔던 무형유산원 건립 사업은 2010년에서야 착공에 들어갔고, 2013년에야 반쪽짜리로 문을 열었다.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1차 개원을 한 뒤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개원 행사를 치렀다. 국가기관이 이리 엉성하게 개원한 사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국문화의 정수가 전주에 들어섰다는 사실에 그간의 허물은 뒷전으로 밀칠 수 있었다.그렇다면 개원 4년차의 지금은 어떤가. 무형유산원은 개원 이후 나름대로 많은 활동을 했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에는 늘 우리의 무형문화를 지켜온 인간문화재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전시됐다. 국가무형문화재 및 시도 무형문화재들이 주말이면 실연 행사를 가졌다. 체험학습과 교육을 통해 무형문화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넓히는 작업도 이어오고 있다.하지만 유산원은 시민들과 괴리된 채 애초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여전히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무형문화재 자체가 대중성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가 아니다. 대중성을 갖지 못한 까닭에 국가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어서 도입한 게 무형문화재 지정 제도다. 무형유산원이라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렇다면 이제 무형유산원의 존재감을 드러낼 때도 됐다고 본다.한옥마을의 그 많은 인파가 왜 다리 하나를 건너지 못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 주말에는 그나마 무형유산원이 모처럼 북새통을 이뤘다. 국립무형유산영상축제와 전주평생학습한마당이 열리면서다. 특정 이벤트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으로 본연의 역할을 잘 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무형유산원이 어떤 곳인지 길잡이는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이 이뤄지더라도 관객이 외면하면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올해로 4회째 치러진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는 그런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올해 처음 도입된 국제 경쟁 부문 작품 공모에 세계 각국에서 1048편이 출품돼 국내외 관심을 끌어냈다는 점으로도 고무적이다. 일반의 접근이 어려운 무형문화가 영상을 통해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이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무형유산원의 역할이다. 여기에 자치단체의 힘이 보태져야 한다. 이제 갓 출발한 유산원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과연 전북도와 전주시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무형유산원 유치와 조성 단계에서 그리 기대치를 높인 전북도와 전주시가 유산원과 연계한 사업이 있었는지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다. 유산원과 별도로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으나 센터가 이전한 것인지조차 희미한 상황임에도 아무 반응이 없다.최근 한옥마을과 국립무형유산원을 연결하는 다리인 오목교가 개통했다. 두 공간의 물리적 벽은 넘어선 셈이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의 외연을 서학동예술촌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그 접점이 무형유산원이다. 국가기관이라는 이유로 무형유산원을 섬으로 두고 공간 확장만 꾀해서는 전통문화수도의 꿈도 헛될 수밖에 없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9.06 23:02

새 정부 국정과제와 지역발전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국정과제를 마련해 발표했으나 지역의 관심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직전의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에서 5대 국정목표에 21개 국정전략, 14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고, 그 전 이명박 정부는 새 정부와 마찬가지로 5대 국정지표에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엔 4대강 문제 등 전국적 이슈가 등장했을 뿐 지역적 이슈가 달리 부각되지 않았다.과거 정부 때와 달리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과제에 대한 지역의 관심도가 왜 유별날까. 그 답은 새 정부가 지역을 국정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140대 국정과제를 보면 사실상 지역이 없었다. 지방대 지원과 지방재정확충, 지역경제와 산업의 활력 정도가 포함됐다. 그것도 사회통합분야로 분류됐다. 마지못해 의례적, 시혜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접근한 것이다.이명박 정부는 국정과제에 외형상 지역 배려의 구색은 갖췄다. 지방분권과 확대지역경제살리기를 국정전략의 하나에 올렸으며, 지방행정체제 개편광역경제권구축지방재원확충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또다른 국정과제로 삼은 지방과 수도권 상생을 앞세워 수도권 완화 정책에 치중하면서 실제 국정과제 추진과정에서는 지역을 실종시켰다. 광역경제권 구축 역시 전북에는 지역발전의 지렛대가 아닌 오히려 독이었다. 다행이 900여개에 이르는 세부 실천과제에 새만금 조기개발과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들어가 사업진척을 이룬 것이 성과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담긴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는 생색내기에 그친 과거 두 정권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정과제에서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강력한 재정분권, 교육자치 강화를 분명히 했고, 국가균형발전위원 명칭을 복원해 강력한 균형발전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을 천명했다. 100대 과제와 별도로 4대 복합혁신과제에 자치분권균형발전을 포함시킨 것 역시 새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문재인 정부의 지역발전에 대한 높은 의지가 지역의 기대치를 높이면서 지역사회에서 정치적 갈등을 빚는 것이 아이러니다. 전북의 경우 새만금사업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당 전북도당은 국정계획이 발표되기 하루 전 새만금사업이 100대 과제에 빠진 채 국책사업이 아닌 지역사업으로 전락했다며, 전북을 가지고 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북도당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인 국가균형발전 항목에 새만금사업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고 반박했다.사실 국정기획위의 100대 국정과제 발표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사업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인지 여전히 아리송하기는 하다. 100대 국정과제에 타이틀로 들어가기를 바라는 입장에서는 새만금이 국정과제에 놓인 위치가 어정쩡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종특별시 및 제주특별자치도 분권모델의 완성을 제외하고 100대 과제에 지역 명칭이 들어간 사업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욕심일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 목표에 혁신도시세종시 등과 함께 새만금이 성장거점으로 예시됐고, 속도감 있는 새만금사업 추진을 위해 공공주도 매립과 국제공항, 신항만 등 물류교통망을 조기 구축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는 게 중요하다. 100대 과제의 테두리에서 비빌 언덕이 생겼기 때문이다.이를 두고 광주전남에서 바싹 긴장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역명이 거론되지 않은 다른 지역개발과 달리 새만금국제공항 조기 구축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기 때문에 호남권에 2개의 국제공항 체제가 되고, 이로 인해 기존 무안국제공항의 타격을 우려하고 있단다. 광주전남의 가당치 않은 시샘이지만, 새만금이 이륙할 준비는 잘 된 것 같다.그러나 국정과제는 어디까지나 과제일 뿐이다.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회피할 구실은 널려 있다. 새만금을 국정과제로 올렸으니, 오랫동안 무겁게 짊어졌던 새만금을 전북에서 내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잘 보살피는 게 지역이 살 길이기도 하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7.26 23:02

일자리 정책의 역설

한 청년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입시보다 몇 배 더 노력하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그 청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아들딸들이 이력서 백 장은 기본이라고, 이제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은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이렇게 썼습니다.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 추경예산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한 자료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나라 전체가 온통 일자리이야기로 들썩거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가장 먼저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국정기획위원회의 관심분야 첫 번째도 일자리며, 전 부처가 일자리 창출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다.일자리는 역대 정부에서도 중요한 정책과제였다. 거의 모든 자치단체들도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였다. 전북도의 경우 한 때 경제통상국을 일자리본부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었다. 문재인 정부가 그 강도를 높인 것뿐이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밝혔듯이 우리의 연간 청년실업률은 2013년 이후 4년간 급격하게 높아졌고,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1.2%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해지면서다.문제는 현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심각한 청년실업 해소에 얼마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다. 정부가 아무리 용을 써도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고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을 국내외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대만 잔뜩 갖게 할 우려가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어서다.또 다른 걱정도 있다. 국가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되레 낙후된 지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전북지역 청년 종합실태조사결과, 20대의 절반에 가까운 46.4%가 타 지역으로 이주를 고려하고 있단다. 타 지역 이주 고려 비율은 30대에서도 37.5%에 이른다. 취업과 고용문제를 주된 이유(48%)였다. 2030세대들이 전북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근로여건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 인구의 지방 유출과 수도권 집중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2015년도 기준 전북의 청년인구 순유출은 전남에 이어 가장 많았다. 일자리 창출 자체가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는 전북 지역의 경우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청년층의 지역 엑서더스를 가속화 할 소지가 많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1000위권 내 기업 중 전북에 본사를 둔 기업은 고작 14개사뿐이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시도별 1000위권 기업은 수도권(693개, 69.3%)과 영남권(179개, 17.9%)에 집중됐다. 국가적으로 일자리 위기인 상황에서 한가롭게 지역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을 지역이기적이라고 타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북의 아들딸들이 더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으며, 폄하하겠는가. 다만 일자리 정책이 일자리 확대에서 나아가 지역 활성화로 연결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지역 맞춤형 일자리 정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혁신도시 입주 공기업에게 요구해온 지역인재 할당제 도입이 그 한 예다.대기업의 지방이전을 촉진하거나 지역 투자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기업체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자영업 활성화 정책 등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다. 지역 발전과 연계된 일자리 정책이 나올 때 진정성을 갖는다.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태산명동에 서일 필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다. 차기 정부의 시작은 사상 최대의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일본의 사례를 따라 기업의 구인난 정책이 맨 위에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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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7.06.14 23:02

전북 유권자는 재미지다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린 것은 헌법 1조였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박 전 대통령이 몸소 보여줬다. 대통령 탄핵은 국가권력 앞에 한없이 나약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권력의 근원이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국민주권의 의미를 아는 데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흔히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한다. 나를, 우리를 대신할 정치인을 뽑아 국정을 맡기는 게 선거다. 정치를 잘못할 경우 갈아치우는 것으로 응징한다. 탄핵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선거를 통해 국민주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라는 소중한 주권행사를 소홀히 한 감이 없지 않다. 국민주권이 아닌, 그간 선거는 정치인 주권찾기로 흐르지 않았나 싶다. 전북의 경우 그런 경향이 심했다. 역대 선거에서 도대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역 전체가 한 덩어리로 특정 정당에 쏠려 공천만 받으면 개표 시간만 기다리는 행태가 반복됐다. 개개인이 행사할 주권이 그렇게 도매금이나 헐값도 아닌, 무가로 처분됐던 게 역대 전북의 선거였다.20일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은 그런 점에서 격세지감이 있다.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전북에서도 엎치락뒤치락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전북의 표심이 이렇게 양립한 것은 87년도 직선제 도입 후 처음이다. 역대 대선에서 전북은 정권교체 혹은 전략적 선택 등의 명분 아래 특정인에게 80~90%씩 몰표를 던졌다.자신의 표밭으로 여긴 후보나 후보 소속 정당은 피가 마르겠으나 전북 유권자들은 모처럼 선택지를 놓고 고민이 필요한 행복한 선거다. 이런 선거구도를 만든 바탕에 전북이 있었다. 전북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7석, 더민주당 2석, 새누리당 1석을 포진시켰다. 전북의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으로의 쏠림이 가져온 폐해를 오랜 경험에서 알았다.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대선 양상에 따라 전북의 최종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는 예단할 수 없다. 실제 지역의 많은 유권자들이 아직도 두 후보를 놓고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사실 전북의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을 꽃놀이패로 여긴다. 각종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정권교체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문안 후보 중 누가 승리하든, 전북인 대다수가 바라는 정권교체는 달성되는 셈이다. 두 후보의 자질과 능력도 어느 정도 검증됐다. 소속 정당의 규모와 지향점, 집권 후 정책 등에서 차이가 날 것이지만 유권자의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이런저런 이유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전북발전에 누가 더 도움이 될 지가 기준이 될 수 있울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전북은 아주 먼 변방으로 밀렸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선 전북 출신이 변변한 장관 자리 하나 꿰차지 못했다. 정권의 핵심에 전북 인맥이 없는 탓에 각종 현안 해결에도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두 후보의 선거캠프에 전북 정치인들이 많이 포진해 있어 그런 염려는 덜 해도 될 것 같다. 그 정도의 차이를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사실 이번 대선은 그 결과에 따라 전북 정치인들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돼 있다. 후보 못지않게 지역 정치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지난해 총선을 계기로 양분된 전북지역 정치지형도가 대선 결과에 따라 요동칠 것이다. 어느 한 쪽의 승리에 따라 정당 통폐합이 진행될 수도 있다.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있어 단체장과 지방의원 출마자들의 입지도 달라질 것이다. 지역 정치권의 꿈틀거림도 대선 정국의 또다른 볼거리인 셈이다.전북 유권자가 이렇게 선택권을 행사하는 기회가 언제 다시 올 지 모를 일이다. 그저 점만 찍을 정도로 전북이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역대 선거와 확연히 다른 상황이 귀하기만 하다. 전북에서도 국민주권의 소중함을 맛볼 수 있는 선거여서 참 재미지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4.19 23:02

'논두렁 본부' 벗어나려면

노무현 참여정부의 가장 큰 공의 하나가 지역발전정책이다.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정권 초기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따른 행정수도 이전 계획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좌절됐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행정수도 대신 세종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됐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2005년 이전계획이 결정된 후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큰 틀에서 별 차질없이 진행됐다. 이렇게 해서 결실을 본 것이 각 지역의 혁신도시며, 전국적으로 10개의 혁신도시가 새로 만들어졌다. 전주완주에 생긴 전북혁신도시 역시 이렇게 해서 태어났다.전북도민들은 이 혁신도시를 각별하게 여긴다. 전북 만큼 혁신도시에 공을 들인 시도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역 언론은 거의 매일 혁신도시 뉴스를 쏟아냈다. 한국토지공사가 LH공사로 통폐합된 후 주택공사 이전지였던 진주로 결정됐을 때는 도민궐기대회가 열리고 도지사 삭발투쟁까지 벌어졌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이전 과정에서 속을 태웠다. LH 전북이전 무산에 따른 악화된 여론 잠재우기용으로 급조된 삼성의 새만금투자 약속과 철회도 전북혁신도시의 아픈 역사다.이렇게 도민들의 피와 땀이 담긴 전북혁신도시가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도민들에게 귀하디 귀한 혁신도시가 중앙적 관점에서는 한낱 논두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중앙의 한 일간지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점검하면서 전북혁신도시에 입주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논두렁 본부가 될 처지라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차로 왕복 5시간 거리, 기존 투자 베테랑들의 줄사표, 세계 주요 연기금운용본부가 수도나 금융허브에 위치한 점 등을 고려해 비유한 표현인 것 같다. 전북 정치권과 상공인단체, 전북애향운동본부, 예술인단체 등이 나서 지방을 비하하는 보도라고 성토했다.논두렁 본부로 상징되는 일간지의 보도는 공공기관 유치에 트라우마가 있는 도민들의 아물어가는 상처를 다시 건드렸다는 점에서 반향이 컸다. 공공기관 이전의 10년 성과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짚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더욱이 500조원대의 막대한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가 시골 촌구석에 틀어박혀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면 큰 일 아니겠는가. 서울에 있던 본부가 새로운 곳에서, 그것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국내외 많은 관련 기관과 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보면 어디 해당 언론만의 걱정이겠는가.문제는 논두렁 본부라는 말이 나온 데는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나 지방의 혁신도시를 바라보는 중앙의 시각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기금운용본부가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지만, 다른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대한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과 돈, 기업이 몰린 수도권을 떠난 공공기관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떤 식으로든 편리함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에서다. 이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결정됐던 10여년 전에 나온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취지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균형발전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지방의 시각으로 볼 때 혁신도시는 논두렁이 아닌 지역의 미래를 담은 꿈단지다. 이제 출발했거나 갓 출발선상에 선 꿈단지인 까닭에 어설픈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전북혁신도시가 서울에서 왕복 5시간이나 걸리는 교통오지여서 불편하다면 공공기관을 다시 서울로 회귀시키려 말고 이를 단축시키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공무원들이 국회를 오가느라 길가에 시간을 허비한다고 탓하는 대신 국회가 세종시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습적인 수도권적 시각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수도권의 기득권은 수도권 이외의 지역이 나서야 허물어뜨릴 수 있다. 대선 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방분권 강화를 개헌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혁신도시가 중앙적 시각에 흔들리지 않고 활짝 피어야 한다. 지방분권의 강화가 근본적인 답이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3.01 23:02

청와대와 전북, 그리고 대선

전북 출신의 한 공직자는 1년 전 청와대 근무를 희망했다. 어떤 수석실 행정관 자리였다. 청와대 입성에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언을 받고 근무하던 곳에서 짐까지 쌌다. 최종적으로 다른 공직자에게 밀려 다시 짐을 풀어야 했다. 당시 실망이 컸던 이 공직자는 요즘 가슴을 쓸어내린단다. 국정농단으로 청와대 전체가 국민적 지탄을 받는 상황이니 그럴 만하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나.현 정부들어 청와대는 전북 출신들에게 그야말로 높은 벽이었다. 청와대에 10개 수석실이 있으나 수석을 거친 전북 인사가 단 1명도 없었다. 수석은 고사하고 변변한 비서관 자리 하나 꿰차지 못했다. 지역현안을 놓고 청와대와 허심탄회 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처음부터 막혀 있었던 셈이다. 전북 인재가 홀대받았던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씨까지 말리지는 않았다. 익산 출신의 김백준씨가 총무기획관으로 재임하며 대통령 임기 내내 지근거리에서 청와대의 전북 창구 역할을 했었다.형식논리로 본다면 전주 출신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이 현재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고 있으니 전북을 청와대의 먼 변방이라는 말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대에 올라 식물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도 전북 인사가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을까. 아니 대통령의 업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비서실장 자리가 의미가 있기나 한가. 현 탄핵정국에서 전북 인사가 청와대에 중용(?)된 것에 자긍심을 가질 지역민은 없다. 오히려 수치스러운 일로 여긴다. 청와대 인맥이 없어 한탄했던 전북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국정농단의 최순실게이트를 보면 박 정권의 청와대 조직이 우스꽝스럽기는 하다. 그렇다고 청와대 조직을 만만하게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최순실씨의 무소불위도 결국은 청와대 조직의 막강한 힘에서 나왔다. 청와대 조직을 등에 업지 않았다면 어찌 일개인이 국정을 쥐락펴락했겠는가. 청와대를 몰랐던 일반 국민들도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청와대가 중앙 부처들을 어찌 주무르는지 알게 됐다.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속에 지탄을 받고 있는 청와대, 그곳에 전북 인사가 없었던 게 다행일까.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전북 관련 사업과 전북 인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전북의 청렴성을 말해주는 것일까. 그보다는 전북 인맥의 협소함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확인시켰다고 본다.인맥을 말할 때 6단계 법칙이 인용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스텐리 밀그램 교수가 좁은 세상 실험(small world experiment)을 통해 미국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하고도 평균 6명만 거치면 연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데서 나온 법칙이다. 미국 보다 훨씬 좁고 혈연지연학연이 긴밀하게 연결된 우리나라에서는 경로가 짧아 3.6명만 거치면 누구든 알 수 있다는 조사도 있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그 거리는 더욱 좁혀지는 추세다. 그러나 단순히 아는 것과 깊게 잘 아는 것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단계를 많이 거칠수록 인맥의 깊이가 엷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와대 참모자리를 화두로 삼아야 하는 전북의 처지가 처연하기 그지없다. 대선 후보로 거명되는 숫자가 15명 안팎에 이른다지만 전북 출신의 잠룡은 없다. 주인 없는 전북을 텃밭으로 삼으려고 욕심을 부리는 후보들을 도민들은 그저 지켜봐야 할 뿐이다. 그렇다고 잠룡의 반열에 오른 전북 인물이 없다고 누굴 탓하겠는가. 잠룡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닐 텐데.대선에서 박근혜 정부 때와 같은 인맥 부재 사태를 막는 게 그나마 전북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이지 싶다. 물론 국가지도자를 뽑는 대사에 지역의 잣대를 대는 것이 올바른 선택의 기준은 될 수 없다. 그러나 지역을 배려할 줄 모르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외면하는 지도자는 이미 자격이 없다.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못 봐도 사람은 큰 사람 덕을 본다고 했다. 큰 사람 옆에 전북의 인재들이 많이 몰려야 한다. 최소한 인맥 부재 때문에 현 정부때 처럼 전북이 홀대받는 일은 없어야지 않겠나.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2.28 23:02

잘못된 자식사랑이 빚은 국가적 비극

아이는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 유치원 졸업 때 유치원에서 음악박사 학위를 준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경연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그저 그런 상업적 목적의 대회지만 아이는 자신이 피아노에 재능이 많다고 믿었다. 그래서 예술중고교 진학을 원했다. 음악에 문외한인 부모는 아이의 재능을 긴가민가하면서 망설이다가 아이의 꿈을 꺾었다. 유전적으로도 그리 천재적인 재능을 가질 수 없다고 봤고 음악 공부를 하게 할 경우 그 뒷바라지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재능이 있다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고 아이를 달랬다. 아이는 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피아노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아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꿈을 펼치지 못한 한을 담아뒀을 것이며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의 꿈을 맘껏 펼치게 하지 못한 무능에 미안한 마음을 간직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흔히 겪는 고민과 갈등이다.최순실 씨와 그의 아이는 달랐다. 아이가 어떻게 승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얼마만큼 재능을 가졌는지 알 수 없지만 딸을 위해 온 나라를 뒤집어놓았다. 딸 정유라 씨는 고등학교 시절 승마 대회 출전을 이유로 학교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아도 졸업에 문제가 없었고 승마 특기생으로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취득과정에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전국승마대회에서 우승을 못해 심판으로 참여했던 지역 승마협회장들이 낙마했고 감사를 벌였던 문체부 체육국장 등이 나쁜 사람으로 찍혀 옷을 벗었다. 독일에서 말 구입과 전지훈련 등에 사용된 수십억 원의 비용 역시 일반인들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 자금 출처가 삼성의 특혜지원으로 드러나고 있어 최씨의 딸 사랑이 어디까지 뻗쳤는지 가늠이 안 될 지경이다.최씨의 딸은 자신의 재능이나 부모의 호주머니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마장 마술의 재능은 좋은 말을 구입할 수 있는 재력에 달렸으니까. 대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심판을 영구 퇴출하고 학교 출결 관리와 대회 심판 문제까지 관여할 수 있는 어머니를 둔 정유라 씨가 돈도 실력이야, 니네 엄마 원망해라고 올린 글은 차라리 솔직했던 셈이다.최순실씨가 딸에 대한 극단적인 사랑이 없었다면 최순실 게이트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지금이야 국정 전반을 흔든 정황들이 연일 쏟아지면서 그 끝을 모를 정도지만 이렇게 꼬리를 잡힌 계기가 딸과 관련된 특혜 의혹에서였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고 전국의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나섰으며 고교생까지 나서 대자보를 붙일 만큼 최씨의 딸을 위한 갑질 행태가 공분을 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씨의 잘못된 행태의 극단적인 딸 사랑이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 무능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공신이 될 지도 모르겠다.흔히 분노의 시대라고 한다. 분노는 지극히 개인적 감정이다. 자신의 바람이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좌절할 때 발생하는 억제하기 힘든 정도의 감정을 말한다. 분노는 개인의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개인에 따라 정도가 심할 경우 분노조절장애로 치료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 않아도 분노할 일이 많은 시대에 최순실 게이트가 전 국민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든 분야에서 이뤄졌던 잘못된 일들이 최순실 작품으로 치부된다. 최순실 패닉에 빠지면서 옳고 그름의 기준도 모호해졌다.더 큰 문제는 최순실게이트가 최씨 혼자 만든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이다. 박근혜 감독과 출연 배우들의 부조리가 얽혀 만든 종합 부패 세트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제대로 견제가 이뤄지고 건강한 의식이 발동했다면 이런 막장 드라마가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우리 학생들은 공평한 시스템 내에서 공평한 심사를 받을 권리가 있고 그럴 것이라는 믿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어. 우리의 꿈과 희망 그리고 조금이나마 남은 마지막 믿음을 지켜줘라고 대자보에 적은 원광고 학생들의 작은 소망 하나 지켜주겠다고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 부끄럽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1.09 23:02

전주의 허상과 실상

여행안내서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론리 플래닛이 여름 피서철을 앞두고 전주를 띄워 화제가 됐다. 론리 플래닛은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의 10대 명소에 홋카이도중국 상해 다음으로 한국의 전주를 소개했다. 베트남 콘다오, 홍콩, 말레이시아 이포, 인도네시아 페무테란, 태국 트랑섬, 인도 메갈라야, 대만 타이충 등도 이 잡지가 함께 꼽은 명소다.론리 플래닛은 전주의 중심에 있는 한옥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잘 보존된 수백 채의 한옥이 있는 전통마을이며, 한옥의 우아한 곡선의 지붕 아래 박물관, 찻집, 장인의 작업장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또 한국이 오랫동안 태국이나 베트남처럼 식도락 여행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주는 비빔밥의 본고장이자 식도락 여행지로 안내했다.론리 플래닛의 칭찬이 아니더라도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매년 늘어나는 걸 보면 전주의 매력이 전주시민만의 우쭐거림은 아닌 듯싶기도 하다. 전주 애찬론의 핵심은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전통문화와 관련됐다. 전주는 흔히 조선왕조의 발상지, 후백제의 도읍지 등 역사 도시임을 내세우고, 한지산업과 출판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소개된다. 국악과 서예를 중심으로 전통예술이 살아있고,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음식도 단골 자랑거리다.문화관광부 등이 전국 229개 기초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2014년 기준 지역문화 실태조사에서 전주는 지역문화지수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경기 수원시와 경남 창원시가 그 뒤를 이었다. 지역문화지수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정책 수립추진과 문화자원 보전구축관리, 문화 활동 및 문화향유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통계다. 예향의 도시라고 내놓고 자랑할 수 있을 듯하다.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여행잡지가 치켜세우고, 국내외 관광객들의 애찬론이 이어지며, 정부 문화 실태조사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른 전주,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통문화의 수도로 치켜세우더라도 전주시민들은 현재를 산다. 시민들의 삶이 전주에 대한 외부의 화려한 평가와 비례하지 않다는 점에 아픔이 있다.장기 다큐로 방영되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이를 꿈꾸는 중년의 남성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그 주인공 대부분은 도시사회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인생2모작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사례들이다. 그 예를 전주에 적용하면 무리일까. 전주는 산업화시대 다른 도시와의 경쟁에서 크게 뒤쳐졌다. 전주는 도청소재지가 자리한 전북의 중심 도시다. 전주 뿐 아니라 모든 도청소재지는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달리 매력이나 노력 없이도 수도권 아니면 지역의 중심권 도시에는 사람이 몰렸다.다른 대부분 시도에서 광역시를 배출하고도 전주 보다 훨씬 큰 중심권 도시를 다시 만들었다. 그 점에서 전주는 실패한 도시다. 도내 농촌 인구들을 큰 품으로 받을 여건을 만들지 못하고 수도권과 영남권으로 떠나게 만들었다. 인구 60만이 넘는 도시가 슬로시티로 인증된 것이 전 세계에서 전주시가 처음이라는 자랑이 꼭 자랑으로만 삼을 수 없는 이유다.요즘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핫이슈가 인구감소 문제다. 인구통계로 드러난 전북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특히 청년들의 전북엑소더스는 지역의 존속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청년 인구의 지방 유출과 수도권 집중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인구 순유출이 발생한 11개 비수도권 지역 가운데 전북은 74.5%로, 1995년 대비 2015년 청년 인구 순유출 규모가 전남(66.4%) 다음으로 가장 컸다.외부인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비치는 도시가 정작 도시민들의 삶을 붙들지 못한다면 그 매력은 허상이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관광산업으로 먹고 살고 있다. 도시이미지가 관광산업에 큰 힘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전주가 갖고 있는 역사문화관광자원과 도시 이미지는 분명 전주의 큰 자산이다.그러나 전주의 도시이미지가 절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지 않는다. 관광객 보다 토박이가 더 많이, 더 잘 살 수 있는 전주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전주를 삶의 터전으로 잘 선택했다. 지금 전주에 꼭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앞으로 전주가 꿈을 실현시키는 최상의 도시다는 답이 나올 수 있도록.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9.21 23:02

유종근 지사의 귀거래사 듣고 싶다

까맣게 잊혔지만, 20년 전 마이클 잭슨이 무주 리조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전북을 전격 방문한 마이클 잭슨은 무주리조트와 새만금간척지 주변을 둘러보았으며, 무주리조트 투자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마이클 잭슨은 이듬해에도 한국을 찾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다시 무주리조트를 찾아 1억 달러 정도의 투자 양해각서에 서명을 하기도 했다. 그 후 투자 사항은 유야무야 됐으나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남긴 뒷이야기는 한동안 지역사회의 화젯거리였다.마이클 잭슨의 전북 방문은 그와 상당한 친분 관계가 있었던 유종근 당시 전북도지사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유 지사는 마이클 잭슨 외에도 알왈리드 사우디 왕자조지 소로스 등 국제적인 금융거물들과 DJ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1997년 대선기간 중 DJ의 경제외교통으로 활약했다. 김대중 국민의정부 출범 후에는 대통령 경제고문을 맡아 국내외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며 경제계 실세로 통했다.외환위기 극복의 전면에서 활약하며 전국적인 지명도를 높였던 유 지사는 그 여세를 몰아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경선 레이스 한 달여만에 수뢰 혐의로 구속되며 날개가 꺾였다. 도지사 신분으로 구속된 뒤 도지사 임기만료 직전 보석으로 풀려나 가까스로 이임식을 치렀으나 그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5년형을 받아 거의 만기에 이르러서야 사면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됐다. 두 차례의 도지사를 역임하고, 중앙 정부의 경제실세로 통했던 그의 존재는 전북에서도 이미 잊혀졌다.그런 그가 지난 413 총선에 도전했다. 나라 경제를 살렸습니다, 전주경제도 살리겠습니다가 그의 캐치프레이즈였다. 도민들에게 받은 많은 사랑을 빚으로 여겨 마지막 봉사로 보답하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그러나 결과는 낙선이었다. 5% 득표로 4위였다. 그 자신 도지사 때 도청 국장으로 있었던 새누리당 전희재 후보의 득표에도 못 미쳤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유 전 지사의 총선 출마를 의아하게 여겼다.물론 캐치프레이즈 같은 의지와 사명감이 있었을 테고, 나름 당선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다. 7년간 도지사 시절의 관계망과 인지도, 경제분야의 전문성, 경륜 등을 유권자들이 알아줄 것으로 기대했음직하다. 1995년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시절에 도지사 선거에 뛰어들어 당선의 영예를 맛보았던 그로서는 더 쉬운 선거로 여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소속의 한계, 전과의 낙인, 지역과의 친밀성, 후보 개인의 친화력 등을 따지는 유권자의 마음과 그는 너무 먼 거리가 있었다.그러나 도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데 대해 유 전 지사는 결코 서운해 할 자격이 없다. 도지사를 퇴임하자마자 곧바로 짐을 싸서 서울로 터전을 옮겼다. 수감 때야 어쩔 수 없더라도 이후에도 지역과의 유대를 사실상 끊었다. 도지사 재직시절 해외투자유치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나 외자유치에 목말라 하는 전북에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한 때 대선 후보 반열에 올랐던 그의 정치적 재기는 이제 어려울 것 같다. 많은 나이도 그렇지만, 총선 득표 결과가 그렇게 말해준다. 새로 부활한 민선 단체장 시대를 열고, 도지사 출신으로 대권에 도전했던 분의 정치적 재기 모색과 퇴장이 어설프기만 한 것 같아 씁쓸하고 한편으로 안타깝다.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통령후보경선출마 선언 당시 연설에 유 전 지사의 저서를 인용했다. 오늘 아침에 저는 유종근 전북지사가 지으신 유종근의 신 국가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신뢰, 협동이라는 이 사회적 자본을 한국이 제대로 구축 하느냐 못 하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앞으로 사회적 시대의 생산성은 생산요소의 투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토대가 되는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가느냐에 달려있다.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얘기가 쓰여 있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유 전 지사의 지론을 높이 평가했던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에서 평생을 살 생각으로 봉하마을로 귀향했다. 유 전 지사는 도지사를 역임한 후 전북을 떠났다. 신 한국론의 저자와 독자간 누가 더 사회적 신뢰를 실천했는지 보여준 단면이다. 국회의원만이 국가와 지역발전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 전 지사의 국회의원 낙선변이 들리지 않아 향후 거취를 알 지 못한다. 주민들 곁에서 작은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도백으로 남는 게 기본적인 사회적 신뢰가 아닐까. 유 전 지사의 바통을 이은 강현욱 전 지사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7.27 23:02

'녹두새'도 불러야지 않나

님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지정을 놓고 벌어진 정부와 시민단체 간 줄다리기가 차라리 부러웠다. 기념일조차 정하지 못한 동학농민혁명이 오버랩되면서다. 님의 지정을 둘러싼 논란은 그 자체로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새롭게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올해도 기념일 없이 지나가는 동학농민혁명이 안쓰럽다.법정기념일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정부가 제정주관하는 기념일을 말하며 국가기념일이라고도 한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 주관부처가 정해지고, 부처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기념식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를 전국적인 범위로 행할 수 있다. 국가기념일에 관한 사항은 법령이 아닌 규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대통령이 선언만 하면 된다. 현재 518민주화운동과 현충일 등 40여개가 국가기념일로 기려지고 있다.동학농민혁명의 국가기념일 지정은 굳이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당위성과 필요성을 갖고 있다. 2004년 제정된 특별법에도 기념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고,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10년이 지나도록 기념일 제정을 못하고 있는 것은 기념일 날짜를 두고 정읍시와 고창군간 첨예한 갈등 때문이다. 더 엄밀히 보면 정읍시와 정읍지역 관련 단체에서 고부봉기일(2월14일)과 황토현전승일(5월11일)을 고집하는 데 있다.실제 지난해 3월 대전 유성에서 전국의 동학농민혁명 단체 대표자들이 모여 전주화약일(양력 6월11일)에 대한 찬반투표를 통해 기념일로 정하기로 의견을 모아 문화관광부에 전했다. 고창은 기권으로 양해했다. 그러나 정읍시의회가 전주화약일의 상징성과 절차상 문제를 들어 문제가 있다며 황토현전승일을 기념일로 해야 한다는 청원을 내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문광부가 최근 다시 전문가 토론회를 거쳐 전주화약일을 기념일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력이 떨어진 기념일 제정이 이번에는 꼭 성사되길 바란다.사실 동학농민혁명 자체가 1년 넘게 전국에 걸쳐 진행된 민중의 봉기였던 만큼 그 의미를 구할 수 있는 날은 수두룩하다. 그동안 논의된 날짜만 해도 고부봉기특별법공포무장기포백산대회황토현전승전주성점령전주화약집강소설치2차봉기일청산기포일논산결집일우금치전투일 등 10여개에 이른다. 거론된 이들 사건은 동학농민혁명사에서 굵직한 전기가 됐다. 어느 날짜를 기념일로 삼더라도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기리는 데 별 손색이 없다고 본다.일반적으로 사건의 발생 날짜를 기념일로 삼을 경우 큰 분란이 없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의 경우 오랜 기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복잡해졌다. 발생일을 두고 전문가들간 의견이 갈리는 지점에 고부봉기일과 무장기포일이 있다. 고부봉기를 도화선으로 고창 무장에서 전면적인 기포가 이루어진 것을 두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지역과 학자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특별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지 않는 한 발생일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이며, 기념일로 지정하는 데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기념일 제정을 위해 현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읍시와 정읍지역 관련 단체들의 대승적 자세라고 본다. 전주화약일을 기념일로 정한다고 해서 동학농민혁명의 중심 무대가 바뀌지 않는다. 사건 발생에서부터 주체에 이르기까지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의 심장부다. 국가 차원의 동학농민혁명 관련 공원이 대대적으로 조성되고 있고, 각지에 관련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정읍 이외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을 기념일로 삼을 경우 오히려 혁명의 외연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 어떤 날짜로 정하든 기념일 행사는 정읍 황토현에서 갖는 방법도 있다. 소지역주의에 갇혀 혁명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후손의 도리가 아니다. 기념일이 아닌, 녹두새 지정곡을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6.08 23:02

전북 정치의 봄을 기다리며

정치를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후보를 최대한 잘 알릴 수 있도록 선거전에 음악과 춤, 사진, 영상, 디자인 등이 총 동원된다. 선거운동 방식만 놓고 볼 때 종합예술이라고 할 법하다. 그러나 선거무대에서 감동을 받은 관람자(유권자)가 그리 많을 것 같지가 않다. 일방적인 선전의 장에서 감동을 하리라고 기대한 것이 무리일 것이다.올 전북지역 총선은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 많은 흥행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공천과정에서 현역 의원이 대거 탈락했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경쟁 구도가 선거 막바지까지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각 당 지도부가 몇 차례씩 전북을 찾아 표를 호소한 것도 그저 의례적으로 지나쳤던 역대 선거와는 크게 달라진 장면이었다. 선거기간 대통령의 전북방문도 그리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을 정도였다. 여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의원, 민선 도지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 경제자문을 맡았던 유종근 전 지사 등의 출마도 그 자체로 흥행거리였다. 농식품부 장관 출신의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두 야당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을 벌이며 전북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였다.그러나 이런 흥행요소들이 실제 전반적인 선거 흥행으로 연결되지는 못한 것 같다. 선거에서 흥행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다. 특정 정당 후보가 곧 당선일 때와 달리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자신을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후보 홍보물이나 토론회, 개인 연설,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열려 있었으나 대부분 후보들이 상대방 신상털기에 급급했다. 이 후보 저 후보 모두 그저 그렇다고 느끼는 순간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등을 돌린다.국회의원에 출마할 정도의 후보들은 기본적으로 특출한 뭔가 한가지씩은 갖고 있다고 본다. 정치적 수완이 탁월하거나, 인간관계가 좋거나, 전문성이 있거나, 돈이 많거나, 말을 잘하거나.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이런 장점 대신 흠만 드러난다. 후보 상호 간에 온통 상대방 깎아내리기에 치중하면서다. 보통 사람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한 후보들의 잔치에서 유권자들이 숟가락을 들고 싶겠는가.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을 유일한 선으로 여기는 정치풍토가 계속되는 한 이런 진흙탕 선거문화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후보들의 인간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토론에서 후보들이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후보들이 자신의 잘못된 과거 행적을 부정하거나 감추려고만 했다. 잘못을 인정할 때 인간미가 있고, 그런 후보에게 신뢰가 간다. 많은 일을 치르면서 어찌 과가 없을 수 있을까. 총선 후보들은 그런 면에서 신의 경지에 가깝다.정치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현실을 이번 전북지역 선거판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거의 전쟁 수준이라고 할 만큼 상대방을 향해 총질 해댔다.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정담도 공개 토론장에 비수로 나왔다. 선거가 끝난 뒤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실제 유명을 달리한 사례도 적지 않다. 유권자들에게 정치 축제인 선거가 막상 후보들에게는 진짜 전쟁터가 되고 있는 게 우리 선거문화의 현주소다. 선거판을 벗어나면 곧바로 형동생, 선후배,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조차 없다.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활동에서 콘텐츠를 말하는 것이다. 선거는 본격적인 정치활동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아름다운 패배가 많아야 선거가 축제일 수 있고, 정치인이 정치예술인이 될 수 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지 추함을 쫓는 것은 아니다. 감동을 줄 수 있는 전북 정치의 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4.13 23:02

전북 정치1번지 만들어라

선거는 숫자 놀음이다. 더 많은 수가 이기는 게임이 선거다. 후보간 경쟁도 그렇고, 정당도 마찬가지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어제서야 합의를 끝낸 선거구 획정 역시 숫자 싸움이었다. 선거구 획정에 따라 유불리를 계산해온 여야가 여론의 지탄 속에서 지루한 샅바싸움을 벌이며 꿋꿋이 버틴 것은 결국 지지기반에서 한 석이라도 더 지키기 위한 전술의 대치였다.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선 선거구 획정 문제는 지역의 이해와도 맞닿아 있다. 전북의 경우 여야 협상과정에서 선거구 1곳이 줄어들 것으로 예고됐으며, 실제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상하한선 편차 2대1 내 결정에 따라 전북지역 선거구가 애초 최대 2석까지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고려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위안이 있을 법하다. 그러나 전북 선거구의 1석 감소는 곧 전북의 서글픈 현실이다.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에서 선거구가 준 곳은 전북을 포함해 경북(2석)과 강원전남 등 4곳뿐이다. 경기도는 8석이 늘었으며, 서울인천대전충남은 1석씩 늘었다. 전체적으로 지역구 숫자가 현행(246개)보다 7개 늘어났음에도 전북은 감소 지역에 줄을 섰다. 전북 선거구에서 배출되는 국회의원이 이제는 10명으로 줄면서 국회의원 전체 비중이 3.3%로 떨어졌다. 의석 수면에서 대전을 뺀 충남(11명)과도 처음 역전됐다.전체 국회의원수가 200명이었던 초대 국회 때 전북의 국회의원 수가 전체 10%인 20석이었다. 초대 국회 때 서울이 10석, 충남(대전 포함) 19석, 전남(광주 포함) 29석이었던 점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선거구 수는 지역의 발전상과 연결된 것이어서 1948년 초대 국회 이후 전북 70년 쇠락의 역사이기도 하다. 60년대 산업화에 따른 수도권 집중과 경부축 중심의 발전, 2000년대 이후 수도권의 외연 확대에 따른 결과다.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전북의 정치적 위상이 이번 국회의원 1석 감축으로 더 약화될 것이 우려된다. 정치력 역시 숫자 싸움이기 때문이다. 정치력이 따르지 못해 지역의 불이익으로 돌아온 사례들을 많이 경험했기에 1개의 자리가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역 선거구 감소를 만회할 길을 이제 강한 국회의원의 배출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숫자 싸움에는 꼭 많은 수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작지만 으뜸인 숫자가 1이다. 흔히 한국정치의 1번지로 서울 종로구를 꼽는다. 종로를 정치1번지로 부르는 데는 과거 서울의 중심지라는 점 외에도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물급 정치인들간 대결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북 출신의 정세균 의원이 손쉬운 4선의 고향 지역구를 뒤로 하고 19대 총선에서 이곳에 뛰어들면서 당선됐으며, 이번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와의 빅매치가 예고돼 있다.전북의 정치1번지는 좀 애매하다. 구도심과 구도청소재지가 있었던 전주 완산갑을 정치1번지로 후보들이 자부해왔지만, 지금은 도청소재지와 상권이 완산을 선거구로 옮겨진 상황이다. 상권이나 도청소재지를 중심으로 삼는다면 완산을을 전북 정치1번지로 내세울 만하다. 현역 의원에 당을 달리 한 전 국회의원과 새누리당 소속의 전직 장관까지 출사표를 던진 관심 선거구이기도 하다. 덕진 선거구는 여당 대통령 후보 출신의 정동영 전 의원의 출사표로 전국적인 포커스를 받고 있다. 국민의당 영입 후보 1호인 통일전문가 김근식 후보와의 경합과, 현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주 후보와의 대결이 뜨거울 전망이다.두 곳 뿐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 멋진 승부로 전북 정치1번지가 새롭게 자리매김 되고, 한국 정치1번지로 우뚝 설 수 있는 선거구가 탄생하면 좋겠다. 선거구 1석 감소에 호들갑을 떤 것으로 비칠 수 있게.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2.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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