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풀뿌리 시민운동의 모범적 선례로 남아/ 소규모 골목상권·재래시장 매출 향상 큰 도움
2007년 당시 삼성 홈플러스 전주 입점을 계기로 시작된 시민 사회의 대형마트 대응 활동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개최한 토론회와 대형마트 시민 모니터단 조직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입점이 지역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조사하고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들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대기업의 로비활동과 정치인들의 지역외면으로 푸대접을 받았지만 지역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폭넓은 공감을 이끌었다. 2010년 말, 본격화된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제정 움직임은 시민들의 동전장보기 운동을 통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총 6차례에 걸쳐 펼쳐진 동전장보기 운동은 연인원 630명에 사용된 10원짜리 동전 40만 여개에 달하며 건강한 풀뿌리 시민운동의 모범적인 선례로 남아 전주를 전국 최초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례 시행지역으로 만드는 성과를 이룬 것이다.
4월 22일부터 대형마트까지 포함된 의무휴업 실시가 동네 중소마트와 재래시장에 미친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아직 공식적인 통계자료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SSM)의 휴업에 따른 효과의 경향을 살펴보기 위해 전주지역 마트 3곳의 매상 및 고객수 변화를 문의했다.
표에 따르면 대형마트 인근의 B 마트의 경우 고객수 증가에 비해 매상 증가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 1인당 구매량이 많은 대형마트 이용객이 휴무일로 인해 인근 중소마트를 이용한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 아울러 주변에 대형마트가 없는 C 마트의 경우도 대형마트 휴무에 따른 분명한 매상증가를 보여준다.
A 마트의 정영철 대표는 "SSM만 쉬었을 때는 전주 대비 매상증가가 30% 정도였는데 대형마트 휴무에 따라 증가폭이 커진 것이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대형마트 휴무 때 증가폭이 더욱 크게 상승한 것에 대해서도 "할인행사 등을 안내한 마트 자체의 전단 홍보 효과"라고 얘기하며 유의미한 영향이 숫자로 드러났음을 분명히 했다. 정 대표는 대형마트 휴무의 부가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마트에 있다 보면 '여기도 마트가 있었네!'하며 들어서는 고객들도 있고 쇼핑을 하며 '가격이 대형마트보다 오히려 싼 물건들도 있다'는 얘기를 할 때면 앞으로 매장을 다시 찾을 고객이라는 생각이 들어 반갑고 기분 좋았"다고 설명했다.
B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조 아무개씨도 "매출이 늘어나는 건 내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일요일마다 돌아가면서 쉬고 있었는데 둘 째, 넷 째 일요일에는 쉬지 말라고 해서 문제"라고 말하고 나선 이내 "어차피 직원간에 쉬는 날을 조정하면 되니 나는 환영"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C 마트의 김종기 대표의 경우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동전장보기 등의 행동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자신들에게 당장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지 않은 일을 위해 손을 걷어 부치고 나선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심을 느낀다"는 김 대표는 "이나마 조례가 제정된 것도 대기업들로 인해 지역경제가 심각하게 위태로워지자 강제적으로 영업규제에 나선 것"이라며 "진정한 상생을 위해서는 의무휴업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총선 중에 민주당이 의무휴무일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에 주목한다"며 "향토매장도 규모를 늘리지는 못하지만 매장 내에서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조정하는 등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향토매장 연합에서 준비하는 공동행사를 펼치면 고객들에게 더 큰 홍보효과를 내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전통시장의 경우는 변화가 조금 더디다. 풍남문 상인회의 김승연씨는 "시장에는 전통적으로 취급하는 품목에 따라 쉬는 날이 정해져 있는데 대형마트 휴무일에 맞춰 쉬는 날을 바꾸는 것에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말하며 "상인회 차원에서 소속 회원들에게 휴무일을 바꾸고 가능한 대형마트 휴무일에는 가게 문을 닫지 않도록 홍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별 매장에 따라 대형마트를 대신할 장보기 장소를 찾는 고객에 대한 홍보전략을 세우고 있는 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은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전통시장 공동구매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 군산현장사무소의 강지윤씨는 "이 사업은 선정된 시장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오리고기나 굴비, 라면 등의 품목을 선정해서 국비 지원을 통해 공급가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상인회 등의 결정에 따라 이익 없이, 때로는 원가 이하로도 판매해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공동마케팅을 위한 할인, 경품 행사 등 10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부시장에서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진씨도 희망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주말에 영업하는 가게가 많이 늘어났더라"는 김씨는 "처음부터 시장 손님이 막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기 보다는 차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조례만이 아니라 대기업에서 빼앗아가는 업종들 때문에 도산하고 있는 작은 매장들을 위한 품목규제도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소상인들의 절실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이창엽 민생사업국장은 최근 언론에서 대형마트 규제가 실익은 없고 시민들의 불편만 초래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려드는 대기업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보도하는 태도로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 불편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밝혀진 바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의무휴업을 통해서 미끼 상품 등을 통해 대량구매를 하게 되는 가계의 손실이 줄어드는 등의 자료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아울러 "월 이틀밖에 되지 않지만 이것이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통한 대형마트 품목규제를 신속히 도입해서 생존의 위기를 걱정해야하는 지역 상인들이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우성 NGO시민기자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투명사회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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