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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문턱, 노인위한 '전북'이 없다 ⑦ 독일·오스트리아 '노인협동조합'

조합원끼리 도움 주고 받으며 활기찬 노년 삶 즐긴다

▲ 크로나흐 노인협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침대 시트를 갈아주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

독일·오스트리아 노인의 50% 이상이 하루 중 최소 20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나라들은 노인주거시설 대신에 자신의 집에 거주하면서도 사회와 소통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방식의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뜻을 같이 하는 지역사회 구성원과 노인들이 스스로 조직한 노인협동조합(Seniorengenossenschaft)과 세대통합 주거프로젝트(Generationensubergreifende Wohnprojekte)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공동체는 독일·오스트리아의 노인 복지를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공동체는 지역사회, 조합, 노인 단체, 시민사회가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동시에 사회적 삶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께 기여해야 한다는 기본 가치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이 자립적이고 자기 결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노인협동조합(Seniorengenossenschaft)= 노인협동조합은 조합원이 다른 조합원을 위해 청소, 여가활동, 아이 봐주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 보상을 돈이나 시간으로 환원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든 회원은 자신이 서비스를 제공한 시간만큼 본인의 계좌에 시간을 저금할 수 있는 ‘시간계좌’ 방식을 통해, 나중에 필요할 때 그 시간 만큼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시간계좌에 저축된 시간은 다른 사람에게 기부도 할 수 있다.

 

또 서비스를 돈으로 환산하는 방식을 통해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도움을 받은 노인이 시간당 8유로의 서비스 비용을 지불했다면 도와준 사람은 6유로를 받고 나머지 2유로는 조합의 부대비용으로 쓰이는 방식이다. 금전적 보상을 받을 경우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시간당 2.5~9유로(3000원~1만1000원)로 책정되며, 대개 월 200~300유로(24~36만원)로 제한된다. 다른 조합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노인협동조합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는 △의학·법률 등 전문적인 상담 △청소, 식사, 장보기 등 가사 노동 △스포츠활동, 문화행사, 산책 등 여가활동 △의료기관 방문 등 현장 케어 서비스 등이다. 노인협동조합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노인들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독일 바이에른주에 있는 노인협동조합들은 해마다 회비로 개인당 2.5~50유로(3000원~6만1000원), 가족의 경우 10~75유로(1만2000원~9만2000원), 기관은 90유로(11만원)를 받고 있다. 지역에 따라 첫 가입자는 10유로(1만2000원), 이듬해부터는 7.5유로(9000원) 등 등급별로 회비를 받기도 한다. 이렇게 받은 회비는 상해보험, 책임보험 등 회원들이 서비스를 주고받는 데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비하는 비용으로 쓰이며, 이 중 일부는 협회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독일 바이에른주 정부는 1회에 한해 최대 3만 유로(3600여만원)까지 노인협동조합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노인협동조합은 이 자금을 지원받아 사무실·집기 등 설립기반을 마련한다.

 

유지비용은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가 대부분이다. 많은 노인협동조합의 운영과 행정이 자원봉사로 운영돼 인건비 지출이 적거나 없다. 하지만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주요 업무를 도맡아 하는 직원이 필요할 경우 그 비용은 각 노인협동조합의 재정적 여유에 따라 결정된다.

 

노인협동조합의 자금 조달은 회비, 서비스 제공에서 생기는 총액 및 부가적 이익과 현물지원 등을 통해 이뤄진다. 또 기업과 단체의 기부, 자치단체의 지원, 개인의 후원 등도 조합운영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 크로나흐 노인협동조합 관계자들이 정기 모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여기에서 조직운영, 새로운 서비스 개발, 예산 결산 등에 대해 정보를 공유한다.

△세대통합 주거프로젝트(Generationsubergreifende Wohnprojekte)=세대통합 주거프로젝트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많은 도시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지붕 아래 젊은 사람과 노인, 중년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거주하지만, 공동의 공간을 통해 쉽게 만나거나 교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은 아이들과 가치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젊은 세대들은 노인들에게 장보기나 집안일 등 생활의 편의를 돕는다. 이렇게 형성된 공동체는 노인들의 심리적 안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거주자간의 정기적인 교류가 새로운 사회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노인들을 위한 돌봄 주거공동체(Betreute Wohngemeinschaften)는 대부분 도움이나 수발이 필요한 4~12명의 사람이 함께 거주한다. 거주자들은 자신의 생활공간과 침실을 갖고 주방과 같은 공동생활구역을 공유하며, 가능한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거주자들의 수발과 돌봄은 일반적으로 재가 수발서비스에 위임한다. 치매를 가진 사람들이 돌봄 주거공동체의 주된 대상이 된다.

 

● 크로나흐 노인협동조합 매니저 비앙카씨 "노인들 심리적 안정, 조합의 가장 큰 장점…설립 후 지역도 활기"

독일 바이에른주 크로나흐(Kronach)시는 인구 1만7400여명이 사는 소도시다. 지난 10월 기준 60세 이상 주민이 5000여명, 이중에 1800여명이 75세 이상으로 전체 주민의 28% 가량이 60세 이상의 노령 인구다. 이곳도 매해 인구가 줄어들면서 급격하게 진행된 노령화에 따라 노인고독, 자살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1월 크로나흐 노인협동조합이 설립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노인 78명이 하나로 모였다. 이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서로 돕고, 조합원들에 필요한 도움을 주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성과, 조직운영, 새로운 서비스 개발, 예산 결산 등에 대해 정보를 공유했다. 이 결과 노인협동조합은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9월말 기준 회원수는 700여명으로 늘었고 설립부터 현재까지 회원들이 서비스를 주고받은 시간은 3만 시간에 달한다. 이웃 간에 서로 얼굴을 보고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노인 고독·자살 등의 문제가 눈에 띠게 줄었다.

 

노인협동조합이 활성화되자 기부도 이어졌다. 크로나흐 노인협동조합은 바이에른주 정부에서 3만 유로(3600만원)를 설립자금으로 지원받은 뒤 3년 동안 유럽연합(EU) 등으로 부터 15만5000 유로(1억9000만원)를 지원받았다. 크로나흐 노인협동조합이 독일 내에서도 가장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오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머니마저 골절상을 입어 일을 그만두고 부모님을 돌봐야 했습니다. 당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런 도움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인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크로나흐 노인협동조합 매니저 비앙카(Bianca Fischer-Kilian·41)씨는 노인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게 조합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합 활동을 통해 노인들이 자신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면서 “노인들이 내일에 대한 걱정 없이 누군가가 나를 도와준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으며, 이를 통해 사회 안전망이 구축된 게 가장 큰 소득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노인들이 조합 활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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