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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無關心

참견이 지나치면 골치 아프지만 무관심은 더욱 문제다. 섭섭한 건 둘째 치고 가끔 치명적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에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길에 쓰러져 있는 술꾼들을 보면 얼어죽지 않도록 깨우거나 파출소에 연락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 힐끗 한번 쳐다보고 혀를 끌끌 차고는 지나가 버린다. 또한 공공대로에서 드러내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고등 학생을 내 자식아니니까 그냥 지나쳐 버리는 사회적 풍조는 극히 이기적인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사람 사이에 무수한 실금을 긋고 그것은 점점 커져서 우리 사회에 건널 수 없는 커다란 틈새를 만들기도 한다. 차라리 마음에 들지 않아 보내는 냉소적 무관심이라면 그대도 나은 편이다. 괜히 참견하여 손해볼 필요가 없다는 이기적 무관심은 우리 사회를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애정있는 무관심도 있을 수 있다. 대분의 사람들은 관심을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때로는 적당하게 무관심하는 것도 사랑의 표현일 수 있고, 관심으로 주는 사랑의 표현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성경에서 예수는 가나안 여인이 흉악한 귀신들린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다가왔을 때 그 여인에게 무관심했다. 그것도 인격을 모독하는 것으로 느껴질 만큼 혹독한 무관심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그 여인에게는 소원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이 배경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겉으로 표현되어진 예수의 무관심은 무관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때는 진정한 사랑의 표현인 관심이 필요하지만 어떤 때는 깊은 사랑의 표현인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거가 임박한 요즈음 정당이니 입지한 후보 예상자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한심하고 웃기는 작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인 것이다. 유권자의 50% 수준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면 이것을 꼭 무관심이라 할 수는 없다. 이 무관심은 정치인들의 잔치판을 끝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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