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가 새로워진다. 문화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새로운 세기의 이 도도한 흐름이 이어낸 변화의 물결이다. 너나 없이 모두 ‘문화’를 앞세우는 지금, 각 분야마다 문화는 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 흐름이 도도하다해도 중심은 역시 ‘사람’이다. 문화는 ‘사람’에 의해 가꾸어지고 꽃을 피운다. 전북문화의 변화 중심에도 꽃을 피우는 ‘그들’이 있다. 2002전북문화의 중심에 선 사람들.
이들을 주목한다.
13일 일요일 오전, 전주시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휴일 외출을 서두른 가족들의 즐거운 나들이가 일찍부터 이어지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는 가족 관객들이 적지 않아요. 오늘은 오즈의 마법사 마지막 공연이어서 관객들이 더 많을 것 같네요.”
소리문화의 전당 서현석예술감독(47). 모처럼 여유있어 보이는 그는 어제 공연에 몰려든 오즈의 마법사 관객들로 한바탕 치러야했던 홍역을 즐겁게 이야기했다.
전주사람이 된지 6개월 남짓. 서감독은 서울의 문화판에서 꽤 알려진 기획자지만 지역문화판에서는 오갈데 없이 새내기다. 깐깐하고 덜 개방적인 지역 문화판에 그는 아직껏 변변히 얼굴을 알린 적도 없다.
그러나 소리문화의 전당을 찾았던 관객들이라면 공연장 입구에서 홍보전단을 열심히 나누어주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는 그렇게 소박하고, 친근하게 지역 사람들을 맞이하고 만나면서 얼굴을 익혀가고 있다.
“이제 좀 자신이 붙었습니다. 전북은 독특한 곳이예요. 문화적 흡수력이 이렇게 빠른 곳도 없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서 의욕도 희망도 생깁니다.”
작년 9월에 개관, 불과 한달여만에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치르고, 숨돌릴 틈 없이 맞은 연말, 14개의 기획공연무대를 줄기차게 뽑아내야했던 그는 공연초기 극장문화에 낮설기만한 지역 관객들을 대하면서 암담했다.
공연 중간에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하는 것은 예사이고, 공연이 시작된 후에도 당당하게 입장을 강행하는 관객들, 예매 정착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없게 보였던 티켓문화에 걱정이 태산같았기 때문이다.
“실망스러웠습니다. 예향이라더니, 이렇게 극장문화가 척박할수 있는가하는 안타까움이었죠. 그러나 그 판단이 섣부른 것이었음을 알게 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새로운 문화에 대한 흡인력이 이렇게 강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불과 6개월이 채 안된 지금. 그는 오히려 지역관객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표현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면 관객과 그의 관계는 180도 뒤바뀌어 진 셈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그는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다. 서양식 극장문화에 낮설어할 수 밖에 없는 이지역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의식의 바탕이 그것이다.
“자연스럽고, 열려있는 공간에서 함께 어울어지는 판과 풍류의 문화, 그것의 생명을 즐길줄 아는 정서가 바로 이지역 사람들의 문화적 바탕이었던 것이지요.”서감독은 그 독특한 정서가 전라도 문화를 끌어가는 힘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짧은 동안에 이지역 문화의 특성을 고스란히 읽어낸 그는 지역 문화판에 몸을 싣기 시작했다. 1천2백만 인구를 가진 서울과 60만 인구의 전주를 산술적으로만 비교해 문화적 성장을 가늠한다면 시작부터가 무모한 일. 그러나 그는 이 작은 도시의 겉으론 정적이지만 안으로는 한없이 동적인 역동성을 믿는다.
지역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는 그는 송년기획공연동안에 관객 설문조사를 했다.
“이 분석결과는 관객들과 소리문화전당의 쌍방향 통로를 열어가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정통성을 부각하고, 한편으로는 현대의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는 기획을 축적해나갈겁니다.”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인프라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는 서감독은 조금은 엉뚱하게도(?) “이지역의 천재를 발굴하는 일”을 올해 과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사람찾기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다. 그가 지역문화판에 몸을 실었다는 사실은 이것만으로도 확실하다. 그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현석 감독은...
서현석감독은 다양한 경력을 가진 전문기획자다. 연세대 극예술연구회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가 공식적으로 거쳤던 직함만도 소극장 ‘산울림’극장장, 서울 장애자올림픽 개폐회식 총연출(87), 중앙일보사 문화사업국 연극영화담당, (주)이벤트 월드 본부장, 서울 정도 600년 시민큰잔치 제작위원, 아트힐 대표 등. 배우로 무대미술로 연출로 참여한 연극부터 직접 제작하고 기획해 올린 뮤지컬이나 행사는 2백여편을 넘어선다.
90년대 중반 인기를 모았던 ‘젊은이를 위한 열린 문화축제’‘토요문화공간’도 그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작품들.
영화분야에서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예술성 높은 안목으로 그가 수입해낸 썩 괜찮은 영화도 여러편이고 ‘청룡영화상 수상작 상영축제’나 ‘월드베스트 영화시사회’ 등 크고 작은 영화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내 마음의 풍금’은 그가 기획하고 제작, 홍보 마케팅까지 전담했던 대표작품. 영화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그는 지금도 2편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을 준비중이다. ‘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심판과 그 역사의 의미’담은 영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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