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서신동에 사는 조모씨(38·여)는 최근 밤늦게 해열제를 구하려다 낭패를 입었다. 동네는 물론 차를 몰고 인근 지역까지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대부분의 약국이 문을 닫아 해열제를 구할 수 없었던 것. 조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편의점까지 뒤진 뒤에야 밤늦게 약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면서 "당국은 응급약 구입이 '하늘의 별따기'인데도 대책을 마련하지않는 이유가 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도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밤늦게 문을 연 '심야약국'이 거의 전무, 응급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 2002년부터 시행중이라는 심야약국제도도 약사들의 외면 등과 관리소홀 등으로 유명무실, '말잔치 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도약사회와 일선 약국 등에 따르면 도내 약국 7백50여곳 가운데 오후 10시 이후에도 문을 연 약국이 한자리수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 6일 오후 9시 이후 전주시내에서 문을 연 약국수를 취재한 결과 고사동과 금암동 등 3∼4곳에 그쳤다.
이같은 사정은 휴일의 경우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휴일이면 '약구하기'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 약사회 차원에서 동별로 4개 약국 가운데 한곳을 '당번'으로 정해 문을 열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와 일선 시군이 지난 2002년 7월부터 시·군·구별로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심야약국을 지정했는데도 이를 준수하는 약국은 거의 없어, 당국의 의료서비스체계에 불신을 더해주고 있다.
이는 의약분업시행과 함께 전문의약품 조제가 불가능해진 약국들이 수익상의 이유로 심야시간대 운영을 꺼리고 있는데다, 주택가의 동네약국들도 병원 인근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심야약국수가 급감한 것.
때문에 시민들은 휴일이나 밤늦게 갑작스럽게 다치거나, 가벼운 찰과상 등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사소한 상처도 값비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상당수 시민들은 당국이 위반업소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하거나 당번약국이나 심야약국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개선책을 마련,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약국관계자는 "대부분의 약국들은 병·의원처방에 따라야 하는 전문약품판매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병·의원들이 문을 닫는 휴일이나 심야시간에 문을 여는 것은 경상비·인건비 등의 제반비용만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심야약국제는 강제규정이 아닌 협조요청”이라며 "공익적 취지는 이해하지만 수익은 없고 비용만 늘어나는데 누가 심야약국 운영에 참여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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