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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도덕적 해이 부추기는 복지정책

 

얼마 전 일이었다. 한 독지가와 함께 모자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실을 접해야 했다. 이 독지가로 부터 매달 후원금을 받기로 한 김씨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조카 명의로 만든 통장인데, 이쪽으로 돈을 보내주시면 안되겠어요?"라며 자초지종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정부가 얼마 안되는 생계비를 준답시고 통장을 조회해 소득이 있으면 생계비를 깎는다는 것이었다. 이미 상당수 기초생활보호자들이 본인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된 통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해줬다. 기초생활보호자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생계비를 지켜내기 위해 차명거래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계비 지원방침'에 따라 '최저 생계수준'을 넘는 소득에 대해 생계비 삭감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매년 한차례씩 기초생활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금융자산을 조회하면서 근로소득은 물론 적금 등 이자소득을 생계비 삭감 사유에 포함하고, 심지어 후원금도 소득으로 산정하고 있다.

 

때문에 소외 계층의 근본적인 탈빈곤에 앞장서지는 못할 망정, 예산 부족을 이유로 생계비 삭감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말들이 많다. 법망을 피해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기초생활보호자들을 탓할 수 없는 것도 이 이유다.

 

'생계비 사수'를 위한 기초생활보호자들의 진풍경, 한마디로 생사를 건 몸부림이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기초생활보호자들이 현실에 맞지 않는 최저생계비를 지원받으면서도 정부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복지에 대한 재원 부담 의무가 있는 정부가 후원금조차 소득으로 산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민간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후원의 발목마저 잡는 행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큰 맹점 중 하나가 '소득 보장'에 소극적인 나머지 대부분이 일용직인 기초생활보호자들의 근로 의욕마저 빼앗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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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성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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