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指導者)는 크고 작은 삶의 공동체에서 어떤 바람직한 방향을 ‘가르키고, 가르치고, 이끄는’ 구실을 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이끈다는 말은 나를 따르라는 식의 일방적 독주가 아니라 공동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것의 구현을 위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냄을 의미한다.
리더의 핵심 구실은 다양한 생각들을 지닌 개인들을 끌어들이고 포용해서 ‘결속’시키는데 있다. 결속은 부정적 요인들을 긍정적 요인들로 돌리며 단합시키는 것이다.
결속과 단합을 통해 점차 지도자의 영향력이 확대되게 되는데, 이때 자칫 지도자들은 습관성 자신감으로 인해 교만에 빠지기 쉽다. 강자가 되면 사람들은 오만해지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조직의 지도자들이 오만해지면 주위의 진정한 충고를 들으려 하지 않고 우호적인 애기만을 들으려 한다.
그 결과 지적·도덕적 균형을 상실하고 가능과 불가능에 대한 판단력을 잃게 되는 이른바 휴브리스(hubris) 증상을 나타나게 된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 대한 지나친 확신으로 인한 ‘오만의 덫’은 지도자가 경계해야 할 제1의 함정이다. 미국에서 1960년대에 설립되어 30년 이상 성장발전해온 기업의 공통점은 지도자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면서도 겸손하고, 철저한 자기반성 성향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일정한 성공을 이룩한 지도자가 빠지기 쉬운 또다른 함정은 때와 상황, 그리고 민심(天?地?人)을 바르게 파악하지 못하는 인식의 오류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에서 믿는 도끼는 바로 자기 자신의 인식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오류를 정치가나 경영자가 저지르면 그 폐혜가 국민 전체에 미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7세기의 불교 사상가 원효는 지도자의 실천 덕목으로 마음을 바르게 다스리고, 사물을 바르게 인식하고,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는 이 시대의 지도자들게도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참여정부의 주도층들은 1980년대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업을 이룩한 경험으로 무엇이든지 돌파해 낼 수 있다는 습관성 자신감에 젖어 무리한 개혁을 추진한 나머지 민심의 이반을 자초하고 있다. 진정한 개혁은 의지와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다.
시대와 민심의 흐름에 대한 깊은 성찰이 결여된 개혁은 혼란과 사회적 에너지 소진만 초래할 뿐이다. 우리 사회를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가기 위해서는 구조적 실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되 변화의 출발은 나부터임을 인정하고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에 대한 성찰은 소홀히 한 채 모든 문제를 상대방과 구조적 모순으로 전가하는 것은 책임있는 지도자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11월은 비우는 계절이다. 무성했던 잎새들을 흙으로 되돌려 보내고 의연히 서있는 나무들과 한 해의 결실을 뭍 생명들의 양식으로 아낌없이 다 주고도 여여(如如)한 텅 빈 들녘의 메시지를 이 시대의 지도층들은 마음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박종주(원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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