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봄날이다
햇살은 따사롭고 들녘에 부는 바람은 언 땅을 녹여 대지는 포근하다
언 땅이 녹듯이 우리의 굳어진 몸과 생각도 봄날의 햇살아래 적당히 풀어져서 졸리운 눈으로 세상을 너그럽게 바라보고 싶은 때이기도 하다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처럼 우리 사회를 얼어붙게 한 사건이 있었다 한동네에서 신발가게를 하던 아저씨에 의해 성추행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 11세 소년의 장례식을 보면서 우리는 참담하다 맑고 밝은 죄 없는 어린 소녀가 그렇게 되기까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를 묻기도 하고 여러 대책을 쏟아내 놓기도 한다.
성폭력 상담소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했었고, 건강한 성문화를 이 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 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상담하면서 성폭력 피해 이후에 오는 다양한 후휴증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를 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그들의 삶의 황폐해가는 과정이 얼마나 심대한지를 우리 사회는 깨달아야한다. 9살 때 성폭력을 당하고 20년이 지난 후 에 그 가해자를 찾아가 가해자를 살해했던 김부남 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에 대한 이해를 사회가 계속 공유하게 되었으며 특별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여자는 성장했고 관습에 따라 남자를 만나 결혼했었다 결혼은 그에게 행복의 인자가 되지 못했다 성을 통한 환희보다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온전한 결혼 생활을 누리지 못했고 이내 파혼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질문했다 어디서부터였는가 그리고 가해자를 찾아가서 그에게 잘못을 촉구했으나 오히려 심한 모멸을 당하자 그를 살해했다 그리고 말한 말이 “나는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고 했다 20년이 지난 오늘날로 그를 생각하게 하는 일들이 우리에 일상에서 너무나 자주 일어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면우리는 끓는 냄비처럼 들끓었다가 다시 잠잠해 진다. 우리사회가 성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면서 차별과 소외를 극복하는 다양한 제도를 입법화했다 법을 집행하는 자들은 그 법의 정신을 살려서 법의 집행력을 높이면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 우리사회에 성폭력 신고율은 발생건수의 6.1%정도이다 이점은 무엇을 의미 하는 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성에대한 이중적 가치관이다 남자들의 외도에 대해서 관대하고 여전히 여성의 성을 성적 도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폭력 범죄는 인간의 범죄 역사 중에서 피해자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유일한 범죄라고 했던 그 말을 성폭력피해자들을 상담하면서 더욱더 느끼게 되는 아픔이다 특별법도 제도 보완을 해나가고 있지만 변해야할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이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차별로 인식되지 않고 남성문화와 여성문화가 동일가치로 교육되고 학습되어져야 한다.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성숙한 인간이 되었다는 건 아니다 인간관계를 위한 성교육은 성숙한 남녀 간의 올바른 관계와 삶의 자세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성범죄자의 아버지에게서 그 아들이 무엇을 배우는가?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쇠고랑을 차는 것을 보면서 교육은 부모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에서 학습 되어지는 것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이 일시적으로 끓는 분노로 끝나지 아니하고 일상에서 이웃에서 자녀에게 동료 사이에 건강한 사랑과 가치를 나누는 사회를 희망하면서 폭력의 희생자들이 없는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기를 원한다.
/김은경(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