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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도 넘는 수입쌀 부정유통 - 나병훈

나병훈(전북농협 양곡판매사업단장)

100년 전,어제의 쌀을 본다. 1901년 이른 봄, 일제강점기 쌀 생산량의 1/3이상을 수탈당한 결과로 심각했던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베트남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제물포항을 통해 안남미를 수입 해야만 했을 때, 성난 조선 민중은 외국 쌀 먹인 자식은 에미, 애비도 몰라본다며 격렬한 저항으로 맞섰다. 적어도 쌀은 민족의 혼이요, 생명줄로 인식 해, 외국쌀이 들어올 경우 조선인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결국 황실 군대의 경호를 받으며 수입쌀은 조선 땅을 가까스로 밟을 수 있었다. 수입쌀에 대한 저항, 어제의 민중은 그랬다.

 

그리고 100년 후, 오늘의 쌀을 본다. 2006년 이른 봄, 쌀 재협상이 마무리 되면서 관세화 유예 대가로 결국 식탁까지 내주고 만 밥쌀용 수입쌀이 처음 부산항에 도착하던 날, 성난 농민들은 입항, 입고저지를 위한 격렬한 저항으로 맞섰다. 100년 전처럼 적어도 쌀은 민족의 혼이요, 생명줄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2005년도 분 2만여 톤에 이르는 밥쌀용 수입쌀은 가까스로 닿을 내릴 수 있었다. 오늘의 농민도 역시 그랬다. 수입쌀이 시판 되던 초기까지만 해도, 우리 쌀 산업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밥맛이 형편없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입쌀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듯 했다. 불안 심리로 추락하던 국내산 쌀값마저 오름세로 반전하는 현상까지 나타나자 애국심의 발로요 우리 쌀의 품질 경쟁력이 수입쌀을 앞선 결과며 아무리 수입쌀이 들어와도 끄덕 없을 것이라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모았었다.

 

그러나 과신이었다. 1998년 일본이 쌀 완전개방을 선언하고서도 수입쌀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가격이 아닌 의식구조의 승리이자 애국심의 발로였다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눈치 보며 숨죽이며 기회만을 노리던 상업적 이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공매 개시 100일도 채 안 되어 게 눈 감추듯 다 팔려나가 버렸다. 물론 2010년까지 의무수입량(MMA)의 30%까지 늘려가야 만하는 현실에서 밥쌀용 수입쌀을 어찌됐건 식탁으로 내 보낼 수밖에 없는 정부입장에서 고육지책의 결과이었다고는 하나 공매과정이야 어찌됐건 심각한 문제는 유통과정에 있었다. 그것은 곧 중간상인에 의한 교묘하고 지능적인 수입쌀 부정유통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단립종이어서 외견상 우리 쌀과 구별이 어려운 중국산은 국산과 혼합되거나 국산으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아예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는 대담성마저 보인다. 90일이상의 상미기간 경과로 미질이 떨어져 버린 미국산 중립종인 칼로스 쌀은 국산 떡과 김밥으로 변신, 야지랑스럽게 소비자를 유혹한다. 짐작컨대, 100년 전의 그 조선 민중들이 분개하여 잠에서 벌떡 깨어나 에미 애비도 몰라본다며 호통을 칠일이다.

 

그렇다. 대담한 둔갑술과 변신술로 소비자를 농락하는 중간상인들의 상업적 이기가 존재하는 한 그들에게 코딱지만큼의 애국심도 기대 할 수는 없다. 수입쌀의 부정유통의 고리를 끊을 정부의 제도적 장치에 기대를 걸어보고자 하나 아쉽게도 현행의 양곡관리법이나 농산물품질관리법만으로는 부정유통을 근절 시키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애오라지 믿을 건 애국심뿐이다. 따라서 대다수 소비자 국민들 스스로 수입쌀 부정유통의 유혹으로부터 슬기롭게 대처 할 수 있도록, 요식업소들의 범국민적이고도 자발적인 쌀 원산지 표시제 동참이 요원하다. 더불어 농협 등 생산자단체와 소비자단체 중심의 다양한 자체 감시기구 가동이 시급하다. 최근 농협이 포상금까지 내 걸며 수입쌀 전 점포에 수입쌀 부정유통 신고센타를 설치키로 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지금이야말로 애국심을 발휘할 때이다.

 

/나병훈(전북농협 양곡판매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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