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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인재경쟁력과 대학의 변화 - 고영곤

고영곤(농협대학장)

지식경제 사회에서 글로벌 경쟁력은 바로 인재경쟁력 지식경쟁력에 의존한다는 점에 다들 공감한다. 처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며 변화와 개혁을 강조한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얼마 전 경쟁력 있는 한 사람의 가치는 매년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기업과 맞먹는다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GE의 잭 웰치는 자기 업무의 70퍼센트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고백했으며,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는 인재가 면접을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전용헬기를 보낸 적도 있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재를 육성 배출하는 교육의 역할, 그 중에서도 대학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알빈 토플러의 베스트셀러 ‘부의 미래’는 미국 사회에서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데 대학은 시속 10마일로 기어가고 있다면서 이런 대학이 어떻게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하바드대학은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가 20%에 불과하고 스탠포드대학은 정년보장교수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조교수의 무덤’으로 불린다 한다. 필자가 다닌 대학에서는 정년보장교수가 되었다 해도 매년 연봉을 학과장이 정한다고 들었다. 정실에 좌우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학과장의 연봉책정에 불만인 교수는 인사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고, 이런 제소가 많은 교수나 학과장은 각각 상응하는 감점을 받기 때문에 공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이었다.

 

하바드나 스탠포드 같은 명문대학이 수두룩한 미국, 한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유학을 가는 미국의 대학이 시속 10마일이라면 한국의 대학은 과연 몇 마일이나 될까? 언젠가 국공립대학의 정년보장심사 통과율이 96.6%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런 관행을 깨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이번 정년보장교수 심사에서 신청자 35명 가운데 15명을 탈락시켰다고 한다. 언론은 이에 대한 사실보도와 함께 ‘준비된 리더십의 결실’ 등의 제목으로 이 대학 총장 또는 인사위원장의 인터뷰기사를 크게 싣고 있다. 일부는 ‘KAIST의 대학혁명’ 또는 ‘KAIST의 교수 철밥통 깨기 확산돼야’ 등의 사설을 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네티즌들은 교수들의 이런 저런 행태를 비판하기도 하고 초·중·고등학교에도 그런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언론과 네티즌의 이런 반응은 대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존경의 대상이어야 할 대학교수가 철밥통 등으로 언론과 네티즌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부끄럽기도 하다.

 

물론 전문대를 포함하여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수준이고, 대입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능가하는데도 입시과열이 문제이고, 세칭 신정아 게이트나 3불정책이 보여주듯 교수선발이나 학생선발 등 대학운영 전반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권이 크게 제약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학이나 교수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인재경쟁시대에 이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최고 지성의 전당인 대학도 이제 변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대학경쟁력이 바로 인재경쟁력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20세기가 노동자의 경쟁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지식인의 경쟁시대’라는 이번 KAIST 정년보장교수 심사위원장 장순흥 부총장의 말은 그래서 의미하는 바 크다.

 

/고영곤(농협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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