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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백(白)과 아룀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다음과 같은 글귀를 어렵잖게 보게 된다.

 

"통행에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장소장 백."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주인 백."

 

이런 문구에 쓰인 '백'은 어떤 기능을 할까?

 

'백'을 쓰는 사람들은 제대로 알고 쓰는지 궁금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어떤 대학생은 '도장 대신에 쓴 것'이라는 기발한 대답을 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말이다.

 

이런 경우의 '백'은 지난날 한자 '白'을 쓰던 유습이다.

 

주로 한자로 글살이를 하던 옛날에, '白'은 우리말 '사뢰다, 아뢰다'를 표기하는 글자로 통용되었다. 위에서 보인 '백'이 그런 관습의 흔적이다.

 

그러나 우리말과 한글로 말글살이를 하는 오늘날에는 그같은 구차한 방법을 쓸 까닭이 전혀 없다.

 

"현장소장 '백'/ 주인 '백'"을 그대로 우리말로 바꾸면 "현장소장 '아룀'/ 주인 '아룀'" 또는 "현장소장 '사룀'/ 주인 '사룀'"이 되겠다. 그런데 '아룀'이나 '사룀'은 본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알린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러니까 현장소장이나 주인이 자신을 낮추고 행인이나 이웃을 높이는 뜻에서 이렇게 쓴다면 문제 삼을 것이 없다.

 

그러나 그러한 차등 의식이 싫다면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통행에 불편을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장소장,/ 이속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주인."

 

상황에 따라서는 '알림' 정도로 쓰는 것이 무난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문구의 첫머리에 '알림'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면 끝에 다시 '알림'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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