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백(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최근 우리 경제는 원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수입 원유가와 곡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다른 상품들의 가격이 함께 오름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수입물가와 국내 소비자물가가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이에 따라 우리들이 예상하지 못하였던 고물가 현상들이 발생하면서 국민 경제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최고치를 유지하면서 시내의 자동차 운행 대수도 예전보다 줄어들고 주유소도 덜 붐비는 것 같다. 기름 값을 아끼려고 주유소 할인카드를 발급받는 건수도 이전보다 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세계 13위에 이르지만 석유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8위에 이를 정도로 에너지 다소비국에 속한다. 그런 만큼 수입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국내 물가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구조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 이외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가계의 수입과 소비지출 현황과 전망 조사결과를 보면 소비자 기대지수가 2004년 이래로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제조업 업황 전망지수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투자심리 역시 위축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서 기업 측면에서는 원자재 가격 급상승 등으로 판매 및 투자 환경이 불확실해지고, 가계는 물가 오름세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금융기관 대출금은 증가하는 데도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늘고 있고 어음부도율도 다시 상승하는 등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우리 전북지역의 경우에도 은행 대출의 연체율이 2005년 5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2008년 4월 현재 2.0%)을 기록함으로써 지역 자금사정이 매우 불량한 상황이다.
이처럼 원유가 상승 등으로 촉발된 물가 급등으로 내수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이를 차단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전기나 가스 등 기초에너지 가격상승 요인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공공요금의 인상을 억제하고 석유류 세금 인하 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민관이 합심하여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석유에너지가 수송 목적으로 37%나 사용된다는 통계가 보여 주듯이 개별 운송수단보다는 공공 교통수단의 이용 확대를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선진국과 같이 각종 전기제품에 대한 에너지효율성 등급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유 중심의 에너지 소비구조에서 현재 2% 미만에 그치는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 확대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에너지 절약형 공정 및 기계, 건물, 자동차의 보급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에너지 절약형 제품 산업이나 대체에너지 개발 산업 등에 대한 세제 및 금융 면에서의 지원책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국제유가는 향후 수급 불안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기성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경우 추가 상승이 잠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가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공산품과 서비스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겠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물가 급등으로 내수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상승 위험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데 통화정책의 중점을 두고 운용할 필요가 있겠다.
▲ 김영백본부장(53)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레곤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은 런던사무소와 조사국 등서 근무했고 2007년 3월부터 전북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영백(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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