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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산업기술 유출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 박인숙

박인숙(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

물건을 훔치는 것을 도(盜), 사람을 협박 공갈하는 것은 적(賊),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행위 또는 그렇게 하는 사람을 도적(#盜賊), 바꾸어 도둑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도둑질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선악과를 몰래 따먹은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났고, 제우스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는 그 대가로 영원한 형벌을 받은 것으로 이야기 한다. 고조선 팔조법금에서도 도둑질한 자에게 그 집 종살이를 명하고 있어 한마디로 도둑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것이다.

 

도둑의 종류도 다양해서 base(壘)를 훔치면 박수를 치고, 딸의 마음을 훔치면 백년손님으로 대접한다. 도둑을 점잖게 표현하여 양상군자(梁上君子)라 하였는데, 남의 대화를 훔쳐듣는 도청(#盜聽)의 영어단어가 처마(eaves)와 물방울(dropping)의 합성어인 eavesdropping인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도둑과 지붕은 밀접한 연관이 있는가보다. 아무튼 도둑 중에서 가장 질이 나쁜 도둑은 땀 흘려 수확해 놓은 농작물을 훔치거나 공들여 개발한 기술을 훔치는 행위가 아닐까?

 

한편 국가간의 기밀을 훔치는 행위를 하는 자는 스파이, 경쟁기업의 기밀을 빼내는 사람을 산업스파이라 부른다. 갈수록 국가간 기업간 기술경쟁이 심해지고 우리나라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기업체 보유기술의 유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유형자산을 지키기 위한 방범시설은 철저하게 하면서도 무형자산인 산업기술을 지키려는 관심과 노력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에서 발표한 산업기술유출 현황에 따르면 최근 들어 경쟁국가나 경쟁기업에 의한 기술유출사례가 꾸준히 증가추세이며, 이중에서 중소기업 비율이 66.4%에 이른다.

 

지난해 중기청이 기업부설연구소 보유기업과 벤처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응답기업의 17.8%가 최근 3년간 산업기술의 유출로 인한 피해를 입었으며, 피해기업의 절반 정도가 2회 이상 기술유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답하였다. 그만큼 중소기업은 산업보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보안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며, 사전예방 및 사후대응에도 소극적임을 말하고 있다.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은 산업기술 유출이 외부에 의해서보다 전현직 직원에 의한 경우가 전체의 86.4%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스파이하면 으레 떠오르는 색안경에 검은 신사복, 초소형 카메라를 가지고 침입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늘 주위에 있었던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비단 언론에 보도된 사례 아니라도 일단 기술이 유출되면 그 피해는 막대하다. 수년간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어 개발한 핵심 기술도 단 5분이면 빼내갈 수 있는 반면에 유출 되었을 때 피해는 심한경우 해당 기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

 

이에 중기청에서는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우수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당기업 환경에 적합한 보안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있으며, 보안솔루션 개발능력이나 그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게는 보안장비 개발을 위한 지원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전북중기청이 지난달부터 국정원전북지부와 합동으로 중소기업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기술보안 체계의 진단과 기술유출 사전예방을 위한 교육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관에 신발이 가지런히 정리된 집에는 도둑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장자(莊子)는 도둑에게도 성(聖), 용(勇), 지(知), 의(義), 인(仁)의 다섯 가지 덕(#德)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지만,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완벽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함은 물론이고, 도둑이 감히 기술을 빼낼 생각도 못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CEO의 중요한 덕(#德)이라 생각한다.

 

/박인숙(전북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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