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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경제위기 해법은 - 채수찬

채수찬(서울대 초빙교수)

최근 한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전자?자동차 산업 등에서의 상반기 흑자 실적과 전반적인 경제 지표 개선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낙관론은 이번 경제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나은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첫째, 십 년 전 외환 위기 극복과정에서 이루어진 경제 개혁의 성과로 체질이 많이 좋아졌다. 둘째, 위기 극복의 경험이 있어 기업, 가계, 정부 모두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고 있다. 셋째, 보수적 금융 운용으로 금융부실이 적었다. 그러나, 이번 위기의 본질은 「전세계적」인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경제의 대외의존성이 높은 나라이다. 경제가 전세계적으로 좋아지지 않으면 한국만 좋아질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문제의 진원지인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공조로, 파국적 상황을 모면하고 단기적으로 불안이 감소되고 있으나, 경제 회복까지는 거리가 멀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전통적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으로 중장기적 경제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금융정책은 돈을 푸는 것인데 금융 기관, 기업, 소비자 들이 모두 돈을 쓰지 않고 붙들고 있으니 별 효과가 없다. 그래서 정부가 직접 돈을 쓰는 것이 재정정책인데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큰 효과는 없다. 거시 정책 만으로 회복을 기대하고 있노라면 10년 정도의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 회복을 앞당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는 기술혁신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일본에 뒤떨어지고 있다고 느끼던 1980년대 중반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된 것은 전화회사의 독점을 깨뜨린 뒤에 경쟁에 의해 만개한 정보 통신 기술의 혁신 이었다. 금융 분야의 혁신도 이 정보 통신 기술의 혁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세계적 침체를 극복하려면 어디에선가 파괴적인 (disruptive) 기술혁신이 일어나줘야 된다. 그게 정보통신 분야가 될지, 생명공학 분야가 될지, 나노분야가 될지, 녹색 기술 분야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기술혁신에 의해 현재보다 반값으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기업들이 투자할 것이고 소비자들이 소비할 것이다. 또 전혀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제품이 나타난다면 역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경제활동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지금 각국이 해야 할 일은 R&D에 투자하는 일이다. 재정정책을 기존의 사회 간접자본 투자나 소비 진작을 위해 쓸게 아니라 기업과 연구기관들의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반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지원의 효과가 불확실하고 어느 분야를 지원해야 될 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다. 둘째,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러 나라의 많은 기업들의 동시다발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이루어지면, 불확실성이 확실성으로 바뀌고 시간도 단축될 것이다.

 

이번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경제학자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새로운 경제학이 나올 지 모른다. 그러나 우선은 무엇보다도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단기적 문제 해결에는 거시경제 변수를 조정하되 중장기적 문제해결에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가?

 

/채수찬(서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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