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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 채수찬

채수찬(서울대 초빙교수)

어떤 분야에서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말은 근본적인 생각의 틀이 바뀌는 것을 뜻한다. 이번 세계 경제위기는 경제학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동안 경제학의 주류는 신고전파 경제학으로서 자유로운 소비자의 선택과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주축으로 하는 시장경제를 중시해왔다. 그런데 1980년 이후 시장경제가 지나치게 이념화하고 우상화되어, 시장경제도 결국은 하나의 수단이며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리게 되었다. 또한 얼마를 소비하고 얼마를 저축할 것인가에 대한 개인들의 선택도, 또 저축할 돈을 어디다 투자할 것인가하는 선택도 잘못될 수 있으며, 기업활동도 그 목표와 방법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가볍게 생각했다.

 

이번 세계 경제위기는 여러 측면에서의 불균형이 어우러져서 생긴 것이다. 국가간 수입과 수출의 불균형, 또 그 바탕이 되는 국가간 소비와 저축의 불균형이 있었고, 금융부문에서의 지나친 이윤추구가 실물부문에서 뒷받침되지 못하는 불균형이 있었다. 이를 쉽게 거시경제정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정책수단을 잘못 선택한 때문이 아니고, 경제를 운용하는 큰 틀이 잘못되었다는 데 있다. 이는 철학의 문제이며 방향의 문제다. 목표가 제대로 정해지면 방법을 찾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그런데 지난 30년간을 풍미한 경제학은 수단에만 치중했다. 세상이 변하고 경제 구조가 변하여 목표도 새로 설정해야 한다는 점을 놓친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가기 위해 생각해야 할 점들은 무엇인가? 먼저 기업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기업은 생산을 하는 조직으로서 그동안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되어 왔으나 앞으로는 그 사회적 기능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기업가는 돈 버는 사람으로만 인식되어 왔으나 앞으로는 기업의 목표에 따라 어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여 한다.

 

다음으로 금융의 역할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는 어려운 문제이다. 금융의 본래 기능은 개인들의 저축을 모아 기업의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융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어느 정도의 이윤을 추구하도록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규제 완화와 감독 강화 사이에서 여러 나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 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고민의 반영이다.

 

또 생각해야할 점은 전세계를 포괄하는 경제 조정기능(governance)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는 하나가 되어가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체제는 분산되어 있다. 국제 기구들이 있으나 여러 나라의 경제가 훨씬 독립적일 때 만들어져 지금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 IMF 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 경제 기구들도 이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과제들에 대한 해답이 나오기 위해서는 역시 경제를 보는 철학이 달라져야하고 경제원리에 대한 이해가 새로와져야한다. 경제학자들이 생각해야할 문제는 많고 해답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다.

 

/채수찬(서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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