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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세계 경제위기 대응능력 키우기 - 채수찬

채수찬(서울대·카이스트 초빙교수)

8월에 미국에 다녀왔다. 금융가인 월 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만나고 기업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현재의 경제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는데,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분위기가 양극화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월 스트리트의 상층부는 낙관적이고 느긋한 분위기였다. 최근 부실 금융기관의 처리, 부실 금융자산의 처리로 월 스트리트 상층부의 수입이 늘어난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금융가의 중간층과 기업인들은 힘들어 하며 언제 경제가 풀리려나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금융위기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투자와 소비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 발생에 가장 책임이 큰 것은 최신 금융기법으로 도박을 한 월 스트리트의 상층부 사람들이다. 그런데 금융위기로 인한 피해는 온 세계가 입고,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들은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오히려 이득을 챙기고 있으니 부조리한 일이다. 우려되는 것은 영향력이 큰 이 사람들이 세계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개혁을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행동을 보면 미국 행정부나 의회도 개혁의지가 부족하다. 이러한 태도는 장기적 경제 회복을 어렵게 하고, 경제위기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초반의 정치적 자본을 건강보험 개혁에 쏟아 붓고 있다. 집권 제1기에는 국내 정책현안에 집중하고, 재선된 뒤에 국제적인 문제 해결과 역사적 업적을 남기는데 치중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들의 정형화된 패턴이기는 하다. 또한 고통을 수반하는 금융개혁보다는 재정투입에 의한 경기 부양이 단기적으로는 정치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문제는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강도 높은 경제개혁을 주문했던 미국이 지금은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의 일일 때에는 원칙을 강조했으나 자신의 일에는 고통스런 선택을 피하고 단기적 이익에 매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세계 경제 위기는 미국의 힘이 약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의 경제력이 커질 것인데 그 중에서도 아시아의 영향력이 증대 될 것이다. 특히 중국, 일본, 한국, 인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경제 속에서 더 큰 역할을 부여 받게 될 게 분명하다.

 

세계경제 위기는 여러 나라의 발 빠른 유동성 공급과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로 공황으로 치닫는 상황을 모면하였다. 그러나 위기를 가져온 취약한 세계 금융 체제와 경제 구조는 그대로 있다. 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잘못되었던 것들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한국도 세계경제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국제 무대에서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내적으로도 금융 체제를 개선하고 경제 구조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한국은 10년 전 고통을 감수하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보다 튼튼한 경제를 만들었다. 이는 이번 세계경제위기를 방어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가 체질 개선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의 강도에 따라 10년 뒤 한국의 위기 대응능력이 결정될 것이다.

 

/채수찬(서울대·카이스트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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