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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전략(戰略)인가, 절약(節約)인가 - 이강춘

이강춘(무주군의회 부의장)

 

창고에 쌓아 둔 1천원짜리 물건을 매일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 민간 기업은 경비원을 고용하고 담장을 세우는 비용과 도둑맞는 물건의 가격을 비교해서 대책을 세운다. 하지만, 행정기관은 어떤가? 비용은 얼마나 투입되든지 간에 도둑은 조금도 맞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먼저 내세우고 당연히 일당 5만원의 경비원을 고용하고 경비원이 근무를 태만히 할 우려 때문에 경비원을 관리 감독할 관리자를 일당 8만원에 고용한다. 감사시 문책 받지 않기 위해, 또 매일 1천원짜리 물건을 지키기 위해 매일 13만원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식품 창고에 쥐 한 마리가 들어왔다면 민간 기업에서는 즉시 때려잡는다. 그러나 행정 기관은 먼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차에 거친 회의에서 때려잡기로 결론을 내린 다음 계획을 수립하여 의사 결정권자의 결재를 받아 때려잡는다고 한다.비용과 비능률을 무시하고 결과만 중시한 단적인 비유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세계 문명을 선도했던 문명국의 쇠퇴 원인을 자연적 재앙이나 외부의 침입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경직성, 자기만족, 나태함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하면서, 역사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는 것과 같이 창조하는 주역으로서 인간을 강조했다.

 

우리는 지금 글로벌로 대변되는 시대적 조류의 파고를 이겨내기 위한 잘 살기 경쟁, 일류가 되기 위한 경쟁, 살아남기 위한 지방간, 국가간, 개인간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냉엄한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조류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주도적 일익을 담당했고 모든 사회나 조직에서 본받아야 할 모델이 되었던 공직 사회가 지금은 거꾸로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역모델」이 되었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낙후 부문으로 분류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그 원인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것은 공직자 개개인이 무능하거나 태만해서가 아니라 공직 사회 전체 시스템이 잘못 되어 있고 경직된 업무 처리 문화 그 자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공직 사회는 경쟁 상대도 없고 손익계산서도 없으며 , 부도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니 일견 수긍되는 바가 크다.

 

얼마 전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획일적으로 일정 비율 지방 공무원을 감축하고, 지금은 예산 10% 절감이 한창이다. 행정 경쟁력은 공무원 수를 줄이거나 예산을 인위적으로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운송회사가 절약 한답시고 값이 가장 싼 낡아 빠진 트럭을 구입하여 영업할 순 없지 않은가?

 

행정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잘못된 업무 처리 문화와 시스템을 민간 기업처럼 과감히 개선하고,'얼마나'의 개념인 절약(節約)에 급급하기 보다는 '어떻게'의 개념인 전략(戰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 아니라, 머리띠를 둘러매고 '어떻게 하면'하고 고민하는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평범한 진리임에는 틀림없을 것 이다.

 

/이강춘(무주군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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