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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사랑과 포용이라는 이름, 가족 - 백윤금

백윤금(농기원 전통식품실장)

신라 유리왕이 두 공주를 중심으로 두편으로 나눠 길쌈 내기를 한다. 밤늦도록 이어진 내기에서 결국 진 팀은 이긴 팀에게 술과 음식을 차려 대접한다. 이어 노래와 춤과 다양한 놀이들이 펼쳐지면 다함께 어울려 한해의 풍성한 수확을 기뻐하며 즐긴다. 한가위라고 불리는 추석의 유래이다.

 

아마 진 팀 역시 이긴 팀과 함께 흥겨이 음식을 나누어 먹었을 것이다. 설마 이긴 팀이 진 팀을 핍박하고, 진 팀이 이긴 팀을 질시하지는 않았으리라. 축제 속에서 승자는 패자를 격려하고, 패자는 진심으로 승자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며 지금의 패배를 만회하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했을 것이다.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설이나 추석같은 연휴 기간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고향에 대한 사람들의 원초적인 귀소본능이 얼마나 큰 지, 가족에 대한 지극한 마음이 얼마나 깊은 지 가늠이 돼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더욱이 유래없이 몰아닥친 경제위기 속에서 결국 가족만이 커다란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절감하고 있는 요즘, 가족들과의 이해와 소통이 암울한 내일을 견뎌내게 하는 굳건한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이 다 안다. 아마도 이번 한가위에도 많이들 모여 돌아가신 가족을 추억하고, 남은 가족들은 어깨와 등을 쓰다듬으며 따뜻하고 깊은 눈빛을 교환할 것이다.

 

하지만 이 암혹한 취업난 시대 취업이 안 된 젊은이나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자, 그리고 성적이나 대학 진학에 고민하고 있는 수험생들은 많은 친척들이 모이는 한가위가 솔직히 마냥 편한 자리만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다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스스로의 자격지심에서든 노골적인 눈총때문이든 한 가족간에도 이탈하거나 소외받는 구성원이 있다는 것은 분명 올바른 일은 아니다. 일부 젊은이들이 연휴기간에 눈총받느니 해외여행을 가거나, 성형수술을 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하니, '가족 해체'까지 들먹이진 않더라도 심리적인 연대감이 예전보다는 느슨해졌다는 증거가 아니라고는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가족 문화가 필요하다. 사랑하니까, 걱정하니까 내뱉을 수 있는 조언이나 한숨도 그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솔직히 좋은 데 취업을 못하고, 제때 결혼을 못하고, 일류 대학에 못가는 것은 우리의 기준이지 엄밀히 말해 그들 행복의 척도일 수는 없다. 그냥 그 자리에 있어줘도 마냥 고마운 것이 가족이다. 이렇게 가족들 안에서도 흩어지면 안된다.

 

그러나 오해는 마시라. 내가 말하는 가족주의는 가족 만능주의, 가족 이기주의, 보수적인 혈연주의가 아니다. 가족들 간에 조차도 연대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가족 구성원들 하고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만 그 사랑을 이 사회와 세계로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가족사랑'을 부르짖는 것 뿐이다.

 

나는 오늘도 내 가족을 사랑하듯 도시로 떠난 자식을 그리워하는 농촌과 도시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탈북자 등 대한민국의 다른 가족들과 저 멀리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같은 세계의 다른 가족들까지도 편하게 사랑할 수 있는 그 날을 꿈꾼다. 사랑과 포용, 그것은 가족의 다른 이름이다.

 

/백윤금(농기원 전통식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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