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택(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올해부터 교원평가제를 연 1회 이상 동료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모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실시되며 평가대상은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 교원과 교장·교감 등이다.
교원평가제의 시행은 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하여 바람직하다. 국가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않고서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도 교원평가제 시행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우리나라의 교원평가제 시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할 정도로 마냥 미루기 힘든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3월부터 교원평가제를 시행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로 교원평가제 실시의 모법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원평가제의 모법이 국회를 통과되지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교원평가를 강행하겠다는 교과부의 독재적 발상이 문제일 뿐만 아니라 법보다 하위 규정인 시·도교육청별 교육규칙으로 평가를 전면 시행하는 것은 궁여지책(窮餘之策)에 불과하며 강제성이 약해 일선 교육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예견된다.
둘째로 교원평가를 절대 평가로 실시함으로 온정적 평가가 될 수 있다.
현재 연말에 실시하고 있는 교사 근무평정제는 '수·우·미·양'의 상대평가이며 각 학교의 교사 중 10%는 '양'을 주도록 되어 있지만 '양'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절대평가로 하면 누가 감히 동료교사에게 '양'을 주려고 하겠는가? 시범연구결과를 보면 동료 교사에 대해 우수 이상이라고 평가한 비율이 92%가 나왔다.
셋째로 교원평가제는 기존의 교사 근무성적평정과의 중복평가로 업무부담과 혼란이 우려된다.
한 교사가 현재 실시하고 있는 근무성적평정과 새로 실시하는 교원평가제의 평가를 동시에 받아야 함으로서 심리적 부담과 업무 가중은 물론이려니와 평가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올 경우에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넷째로 교원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며, 인사·보수에 연계하지 않고 연수 등에만 반영하기로 한 것도 문제다.
교원평가제를 제대로 시행함으로써 우수 교사를 승진과 보수 등에서 우대하고, 무능·태만한 교사에 대해 연수 등 차별화 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
다섯째로 교원평가의 평가 주체의 문제이다.
교원의 평가방식은 동료 교사에 의한 다면평가와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조사의 두 가지이다. 동료교사간의 평가는 자칫 잘못하면 봐주기 평가, 알맹이 없는 평가로 전락할 수 있으며 교사간의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학부모는 교사 개개인이 아닌 학교 전체만을 평가하도록 함으로써 평가 주체에서 사실상 배제한 것 또한 문제이다.
여섯째로 평가 방식과 내용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정성적(定性的) 측면이 강한 교육활동을 과연 어느 정도까지 잘 계량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수업을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수업의 흐름이 좋은가? 등을 계량화하기란 쉽지 않다. 같은 과목을 전공한 교사도 다른 교사의 수업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은데 하물며 학부모가 한 두 번의 수업참관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수업의 질과 내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과부와 도교육청은 법적인 뒷받침과 뚜렷한 준거가 미흡한 가운데 무리하게 교원평가제를 실시해서 교육현장의 불만과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질 높은 교육을 위한 평가제이지, 설익고 어정쩡한 평가를 서둘러 시행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교원평가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모법인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하며 교육계와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교원평가제 실시에 따른 미비점들을 조속히 보완하여 엄격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기택(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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