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7:44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문화마주보기
일반기사

[문화마주보기] 문화재와 문화의식 - 양은용

양은용(원광대 한국문화학과 교수)

 

문화시민이란 어떤 상태를 말할까? 그 지역이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어서인가, 아니면 지자체가 문화관광 등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어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시민의 문화의식이 높아서인가? 아마도 이들 세 가지가 모두 갖추어져야 문화생활이 가능한 문화시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전북지역은 곳곳에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전주?완주가 후백제 견훤왕(甄萱王)의 도읍지요, 조선왕조의 개기지(開基地)라면, 익산 미륵산록의 기준성(箕準城)은 고조선 세력의 남래설과 관련된 유적지요, 금마지역은 마한 54국의 맹주를 자처하던 건마국(乾馬國)의 도읍지이며, 그 일대가 백제말기 무왕시대에 부흥을 꿈꾸며 도읍을 경영했던 수도이다.

 

삼국시대의 제사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부안과 군산?김제지역은 백제멸망기에 처절한 구국의 항전이 전개된 지역이다. 당시 일본에서 귀국해서 왕권을 승계한 부여풍(扶餘豊)은 백제잔군과 일본구원군을 이끌며 구국을 외치다 꿈을 이루지 못하고 최후를 장식하였다. 지금 이들 지역에는 이러한 역사를 전하는 개암사(開岩寺事蹟)에서부터 우금산성, 내소사, 울금바위 아래의 여러 동굴이 잊혀진 채로 남아 있다. 《일본서기》등에 등장하는 지명들 역시 〈기벌〉포가 〈계화(기불)〉도로 변천된 것처럼 고스란히 전하지만, 아직도 학계에서 역사의 공인을 받지 못한 해원(解寃)의 땅으로 남아 있다.

 

정읍이 백제시대의 정읍사(井邑詞)에 유래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요, 고창의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영광을 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충절의 지역인 동부 산악지역의 무주?진안?장수를 비롯하여, 흥부전과 춘향전의 고향인 남원과 임실?순창에 이르는 곳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독특한 문화지역이다. 그 지역에 다양한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음은 말할 나위없다.

 

그러면 이들 문화자원이 우리고장을 문화지역으로 인식시키고 있으며, 시민들이 향유할 부(富)의 축적에까지 연결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못하다. 전북은 국토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인구는 4%, 경제는 1.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필요한 삶의 우선적인 조건을 흔히 경제행위가 가능한 일터,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좋은 교육환경, 그리고 충분한 휴식과 경제를 아우르는 위락시설이라 말한다. 인구가 줄고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은 산업시설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청정한 자연환경이나 선조들이 남긴 고유의 문화재를 오늘에 살려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건강의식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우선 몸의 건강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건강상태가 100%인 사람이 스스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건강한 삶이 이루어지겠는가? 반대로 건강상태 80%이면서도 120%의 건강의식으로 멋진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와같이 눈부신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마치 건강한 사람이 충실치 못한 건강의식으로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선거철을 맞이하면서 시민들의 문화의식을 가꾸어줄 구호도 들리지 않는 쓸쓸함은 나만 느끼고 있는 것일까.

 

/양은용(원광대 한국문화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