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익산 왕궁 궁평교서 추락 가까스로 탈출…다른 차량 사고 막으려 통제나서 10여명 목숨 구조
갑작스런 폭우로 하천 교량이 붕괴된 사실을 모른 채 교량을 지나던 40대 화물차 운전자가 차량과 함께 하천으로 떨어져 급류에 목숨이 위태로웠으나, 간신히 빠져 나와 사고 현장을 지나던 차량 통제에 나서 대형 인명사고를 막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1동에 주소를 두고 있는 개인화물 운수업자 진승용 씨(45).
지난 14일 새벽 4시께 시간당 8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익산시 왕궁면의 '궁평교'가 붕괴된 사실조차 모르고 궁평교 도로를 달리던 진 씨는 자신이 운행하던 5톤 탑차와 함께 그대로 하천에 추락했다.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였으나 직업상 왕궁면에 있는 '호산춘'공장으로 물건을 실러가다 다리 밑으로 추락한 진 씨는 거센 물살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300m가량 떠내려 가다가 앞문 유리창을 깨고 겨우 차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거센 물살 때문에 또다시 하류 쪽으로 500m 가량 더 떠밀려 간 그는 "이러다간 그냥 죽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 제방 둑을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됐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정신은 혼미한 상태였으나 자신과 함께 추락한 차량이 궁금해 사고 현장인 궁평교를 향해 내달렸다.
현장에 다다를 즈음 익산 쪽에서 차량 두 대가 불빛을 내며 달려왔다.
이를 목격한 그는 순간 자신의 차량 걱정보다 궁평교가 붕괴된 사실조차 모르고 자신처럼 달려오고 있는 이들 차량 운전자들이 더욱 걱정스러웠다.
한걸음에 교량 도로 위로 재빨리 올라간 그는 손을 흔들고 소리를 내지르면서 차량 통제에 나섰다. 암흑 속을 달려오던 두대의 차량이 추락직전에 겨우 멈췄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는 이번에는 붕괴된 궁평교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화물차 2대를 또 다시 목격했다.
한 마디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불어난 물 때문에 반대편으로 건널 수 없었던 그는 또다시 더욱 힘차게 소리쳤다. 이를 본 운전사들 역시 추락 직전에 겨우 차량을 겨우 멈춰 세웠다.
소방차와 경찰차가 신고를 받고 달려오기 20여분간 그가 제지한 차량은 모두 7대. 그는 이날 모두 10여명의 목숨을 구했다.
당시의 사고 후유증으로 콩팥 등 장기 손상을 당한 진씨는 현재 익산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진씨의 희생정신으로 대형 인명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위의 칭찬이 이어지자 "아무런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또다른 사고만을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뿐였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를 막았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라며 더이상의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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