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정읍 침수피해 영원·산외면]풍월들녁 흙탕물만 가득
지난 8일 자정부터 9일까지 기상관측 이래 1일 강수량 최고치인 420mm를 기록(누적강수량 441mm)한 정읍지역은 이번 폭우로 대부분의 지역이 물에 잠기는 등 전역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관련기사 6면)
특히 영원면과 산외면 등 읍·면지역 농경지 및 가옥 등에 대한 침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했다.
10일 오전 11시. 정읍시 영원면 풍월2지구 노인당에는 지난밤 잠을 자지 못한 인근 마을 주민들이 모여 피해상황을 논의하고 있었다.
신월마을 이해신(86)옹은"9일 오후 6시께부터 집이 침수되기 시작해 소금과 쌀 등만 높은 곳으로 옮겨놓고 간신히 몸만 빠져 나왔다"며 "이번처럼 하루에 비가 많이 내린 것은 생전 처음이다"고 말했다.
인근 단풍미인쌀 재배단지인 영원면 풍월들녁은 농경지와 도로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흙탕물이 가득 차 있었다. 물이 빠지질 않아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빨라야 3~4일은 지나야 물이 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주민들은"올 벼농사는 완전 망쳤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영원면이 잠정 집계한 피해상황은 농작물 침·관수면적이 1200ha로, 영원면 전체 1471ha의 82%에 달한다.
또 풍월2지구 노교·신월·월산·월현·경산 등 5개 마을(125가구 243명)은 침수되어 주민들이 모두 마을회관(경노당) 등으로 대피한 상황이다.
월산마을 최영용 이장은"경산·신월마을은 9일 오전 11시부터, 월현·신월마을은 오후 6시부터 침수되기 시작했다"며"어르신들이 '집을 지키겠다'며 대피하려 하지 않아 겨우 설득해 마을회관으로 모셨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이곳 풍월2지구는 상습 침수지역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류지역에 위치한 흥덕제의 방류로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마을이 침수됐다는 것이다. 특히 흥덕배수로 확장과 수문이 만들어져야 줄포 등에서 물 역류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이번 폭우는 축사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농가들은 자식처럼 키우던 소들을 살리기 위해 침수가 시작되자 늦은 밤까지 소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에 매달렸다.
이날 월현마을 황영호씨는 축사에 물이 다리까지 들어 차 한우들이 물속에 그대로 서 있고, 사료는 물에 둥둥떠다니는 등 안타까운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황씨는"지난밤 어미소 배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송아지들만 간신히 높은 곳으로 옮겼다. 그러나 겁 먹은 소들이 따라 나서질 않으니 방도가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영원면 고경윤 이장협의회장은"주민들의 피해상황이 심각한 만큼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빠른 시일내 지원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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