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전주 자인산부인과 원장
넓은 의미의 소리는 물리적 현상으로 생성된 파동 자체라 할 수 있으나 우리가 이해하는 소리는 청각에 의해 인지되어야 의미를 부여 받는 주관적 현상이다. 인간을 기준으로 볼 때 가청영역은 20Hz에서 20,000Hz의 진동수에 해당하며 그 이하의 초저주파, 그 이상인 초음파가 있다. 이 소리들이 전쟁터의 무기, 산업기기, 진료 기기가 되기도 하고, 저급한 욕설이 그리고 품위 있는 예술이 되기도 한다. 소리는 서로간 소통의 수단이 될 때 소중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소통의 소리를 각자의 방법을 통해 차원 높게 승화시키는 이들이 예술인이다.
전주에서 올해도 많은 예술인이 담아내는 다양한 소리를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전주 세계소리축제가 있었다. 9월30일부터 10월4일까지 5일간 전주시 일원에서 열렸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주제는 〈이리 오너라, 업고(Up Go) 놀자>였다. 이는 춘향가의 사랑가 중 한 대목이다. 이 주제는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장르의 마당을 마련하는 한편 판소리의 세계화를 위해 영역과 깊이를 더해보고자 한 전라북도와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의 노력에 걸맞는 것이었다.
대중 속에서 싹트고 자란 판소리는 18세기초에 발달하여 19세기 말에 전성기를 맞았으며 그 시기 전주는 대사습의 전통을 자랑하는 판소리의 중심지였다. 그렇듯 전주가 대사습놀이와 소리문화 축제를 통해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조화를 이뤄가는 자체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전통 판소리는 마당이나 누각 등에서 광대(창자)와 고수, 동네사람 즉 청중이 함께 만드는 교감과 소통의 공연예술이었다. 그러나 근대 들어 원각사를 시작으로 극장중심의 문화 속에 판소리 공연의 형태도 변화를 맞게 되었다. 이번 전주 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 다섯바탕을 한옥 고택에서 연주함으로서 판소리의 전통적 공연형태가 주는 교감과 소통의 재미를 듬뿍 안겨주었다.
그 판소리 다섯바탕 중 전인삼 명창의 동편제 춘향가 복원완창 연주회는 필자에게 특히 인상적인 감동을 안겨주었다. 전라북도에는 동편제의 본향인 남원이 있다. 고향이 남원인 전인삼 명창이 전승자 없이 맥이 끊긴 동편제 박봉술 바디 〈춘향가>를 복원완창하던 중 지척에서 추임새를 넣어가며 함께했던 공연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서편제나 동편제, 중고제 등 소리의 지역적 분류는 지역언어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단순한 지리적 분류가 아니다. 각자의 바탕에는 그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담겨있으므로 단순 비교할 수 없는 까닭에 어느 소리가 더 우월한가 다투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편제 판소리가 특별한 기교 없이 목으로 우겨 들려주는 담백함과 의연함은 서편제의 부드러우면서 구성지고 애절한 소리와 다른 풍류를 들려주는 것은 분명하다.
전주 세계소리축제는 다른 소모적 축제들에 비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소리문화 발전의 소중한 토양이 되는 축제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전주 세계소리축제가 진행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정적 경험을 축적해가며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해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판소리가 시대와 사람을 통해 변화하고 발전해왔듯 앞으로 춘향가를 새롭게 재창조하여 들려주는 〈전인삼 바디 춘향가>를 전주 세계소리축제를 통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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