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많은 전문자격분야가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신용평가사…. 대부분의 전문직은 의뢰인을 위하여 의뢰인의 업무를 대리하는 민법상 위임계약이다.
그러나 의뢰인을 위한 위임업무가 아닌 제3자적 입장에서의 심판업무가 있다. 즉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이다.
이들 심판업무는 의뢰인을 위하여 의뢰인의 입장에서 업무처리를 하면 오히려 업무의 본질을 그르치게 된다. 기업의 회계감사나 신용평가를 의뢰인인 기업의 입장에서 봐주기 감사, 평가를 한다면 회계감사, 신용평가를 믿고 투자를 결정해야하는 국민은 낭패를 보게된다. 감정평가사가 의뢰인인 국가의 입장(예산 절감)에서 보상평가를 시세보다 낮게 한다면 국민의 재산권은 누가 지켜줄 수가 있겠으며, 반대로 소유자의 입장에서 과다보상을 한다면 국가의 재정건전성은 누가 지켜줄수 있겠는가?
최근 공정성을 유지해야하는 심판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직이 위태롭다는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작금의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원인 중 하나는 부실 회계감사에 있다.
부실감사는 왜 발생했는가? 감사인인 공인회계사가 의뢰인인 기업에게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회계감사를 기업에서 의뢰하고 그 수수료도 자율화되어 있기 때문에 의뢰인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금전적 손실보다 더 큰 문제는 비리나 회계부정이 기업의 신뢰성 상실로 이어져 자본시장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가져오게 한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사도 공정성과 신뢰성,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미국에서는 감정평가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과다보상 문제는 그 주된 원인이 소유자추천제도에 있다. 소유자가 추천한 감정평가사는 소유자의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감정평가사는 의뢰인인 국가나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 뿐만아니라 평가대상인 부동산소유자로부터의 독립성도 중요한 것이다.
외부감사인, 신용평가사, 감정평가사는 모두 의뢰인 기타 외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그 생명으로 한다.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두가지가 선결과제이다.
첫째, 업무의 의뢰자로부터의 독립이다. 둘째, 보수로부터의 독립이다.
업무의 수주를 위하여 의뢰인에게 종속된다면 업무의 독립성은 유지될 수가 없다. 업무의 성과에 따라서 대가가 달라져서도 안되고 의뢰인이 마음대로 할인하여서도 업무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
공인회계사의 외부감사 수수료가 2000년 자율화된 것이 독립성 상실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외부감사인이 의뢰인인 기업으로부터 독립하여 공정한 감사를 시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는 수수료가 법정화되어야하고 회계감사 의뢰를 기업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의뢰하는 것(회계법인 강제지정제 등)이 필요하다. 신용평가사의 부실평가를 막기위하여는 신용평가사 지정제 및 수수료를 의뢰인인 기업이 부담하지 않고 투자자가 부담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감정평가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하여서는 감정평가 의뢰를 제3의 독립된 기관인 협회 등에서 추천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고 또한 감정평가수수료의 법정화가 선결조건이다.
국가의 기간산업인 심판업무를 하는데 금전적 유혹을 뿌리칠 수 있도록 정당한 댓가를 법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의 성격이 공정성을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판업무에는 적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수수료자율화로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보다 공정성훼손으로 국민이 입는 피해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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