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교 한국폴리텍대학 신기술연수센터장
요즈음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답답한 가슴을 더 막히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학력 파괴바람 대기업 고졸 채용 13%까지 확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하는 얘기다.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연봉과 승진에서도 학력차별을 없앤다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새로운 것 같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었다가 흐지부지되었던 일들이다. 이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왜 그 문제를 해결 못 하고 오늘까지 끌고 왔는가에 대한 문제점을 얘기하려 한다.
먼저 정책의 일관성 문제다. 명확한 자료 분석이나 대비책 없이 즉흥적인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정부에 대하여 국민의 실망이 크다. 누구나 고졸 우대 정책은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고 보고 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작하다 마는 정책에 진절머리가 난다. 더 큰 문제는 정책에 실패해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해마다 일자리 문제로 버걱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기득권층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보니 재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따라서 진전 없는 탁상공론보다는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진행이 필요한 때이다.
둘째 지도자의 언행일치다. 책임 있는 사람의 말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무늬만 있을 뿐이다. 여기다 옳은 것을 알면서도 장애물을 돌파하려는 책임자의 의지가 없다면 말장난에 불과하다. 국민이 원하면 기득권층을 무시하고라도 끝까지 밀어붙여야 되는데, 늘 국민의 표심(票心)에 눈치를 보니 혼란스러움만 가중 될 뿐이다. 따라서 지금도 유행처럼 번지는'학력파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국민이 대다수라고 본다. 내년은 중요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다. 또 선거공약사업으로 내놓고 현혹하려한다면 국민은 진정성을 평가하고 학연, 지연, 혈연 등을 타파하기위해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셋째 언론 보도의 문제가 크다. 지금처럼 고졸 채용이 대세인 것처럼 몇몇 화제인물을 찾아서 보도하고,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은 환상을 가지도록 침소봉대하는 언론보도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언론이 인체의 혈관과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라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도록 추궁하고 밝혀줘야 한다. 늘 변죽만 울리는 지금의 형태로는 미래가 없다고 본다. 진즉 이 문제의 끈을 붙들고 집요하게 묻고 답하는 식으로 추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항상 단발성이다. 잊을 만하면 들고 나와 이용하는 노리개쯤으로 생각하는 태도로는 학력파괴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국익에 유익하거나 국민 정서에 부합된다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지도자에게 경고를 보낼 수 있는 언론(펜)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펜이 줏대 없이 이야기 중심만 따라다니다 사실을 왜곡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찾아다니다 보면 국민의 정서가 피폐해진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이 자극받지 않도록 단어 선택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파괴(破壞)란 굉장한 소리를 내며 물건이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이 연상되는 단어다. 물론 강한 어휘로 단번에 알아차리게 한다는 의미가 있겠지만, 왠지 씁쓸하다는 얘기다. 요즈음 다투어 보도하고 있는 내용을 보더라도 핵심은 보지 못하고 언론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으면서도 대졸 취업이 90%가 넘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반 토막 취업률에 40%가 연봉 1,800만 원 이하라고 하니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는 신랄한 지적이 필요한데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 지금처럼 남의 얘기처럼 던지듯 말하는 언론으로는 고학력 인플레 현상은 해결할 수가 없다. 언론은 무소불위(無所不爲) 힘을 가지고 있다. 이 힘으로 국민과 정부 사이를 오가며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가장 민감한 학력파괴 문제를 논하면서, 장기적인 대책도 없이 손바닥을 뒤집듯 쉽게 말하는 지도자를 호되게 질책해야 한다. 생선이 맛있다고 해서 날것으로 꿀꺽 먹을 수 없듯이 모든 일은 순리적으로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언론의 길라잡이가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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