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규 생활체조연합회 명예회장
최근 우리나라의 모습이 당시 진나라를 연상시킨다. MB정부의 실정으로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갈망하고 있다. 진나라의 진승이 혼란과 분란의 씨앗이었다는 점에서 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맥을 같이하는 듯하다.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정치권의 소용돌이만 거세게 불러왔지 않는가.
이런 정치 소용돌이 속에 정동영 정세균 국회의원이 전북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기득권을 버린 아름다운 선택이란 평가도 있지만 결국 본인들은 유방이 되고자 전북을 떠나는 것 아닌가.
전북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막급하다. "전북을 위해 마지막 한 번 불사르고 큰 업적을 남기겠다."고 말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16년간 뽑아 주고 키워준 전북을 속절없이 떠나 버렸다.
이들의 지역구 불출마 및 최근의 민주당 지도부 입성 실패는 전북 정치권 위상의 하락을 가져올 것이다. DJ의 전남정치, 노무현의 부산정치에 예속되었던 과거를 상기시킨다. 전남은 지역현장투표 2위(19.5%)와 대의원투표 3위(13.1%)로 기염을 토하며 모바일투표의 열세를 만회하고 박지원 최고위원을 구해냈다.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들은 당내 최대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순창출신 이학영 전 YMCA사무총장(7위)과 남원출신 이강래 국회의원 (8위), 장수출신 박용진 전 진보신당 부대표(9위)는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전북 정치인들이 유력자에게 줄을 서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전북의 이익은 내동댕이 쳐버린 결과다.
새만금사업이 지지부진하고, LH를 경남에 빼앗긴 것도 결국 이런 정치인들의 자기이해에 따른 이합집산 때문인 것이다. 하기야 전북이 스스로 서지 못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정권에서는 교감할 인재도 없고, 영남정권의 대립적인 지역 성격상 홀대를 받아왔다. 전북은 또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한 광역경제권에 묶이면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나마 몇 개 남아있던 공공기관까지 모두 다른 지역에 다 빼앗기고 달랑 익산국토관리청 하나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기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남 거가대교를 건설하는데 6년간 총 경상사업비 3조 1,183억 원이 투자됐지만 새만금에는 20년간 3조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 투자된 것이 단적인 예다.
두 정의원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주범이라 말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지역을 떠나겠다고 밝혀놓고도 정동영의원은 "지역위원장으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공천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정세균의원도 지역위원장을 최근까지 유지함으로써 입지자들이 정심(丁心)만 바라보게 했다. 전북도민이 자신의 손아귀에 놀아날 것으로 여전히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것이 진정 기득권을 버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이들이 몰고 올 고령 다선 의원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다. 집 나이로 69세인 정치인을 당 대표로 뽑아놓고 지역에서는 고령에 다선이라는 단순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치는 식견과 능력으로 하는 것이다.
만약 대선에서 민주당이 여당이 된다면 중량감 있는 전북 정치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득권 포기는 잘한 일이지만 전북으로서는 손해일 수 있다. 박수 친다고 아무나 떠나지 말고, 박수 칠 때 떠나지 않는 미덕도 남겼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간곡히 소망한다면, 어차피 떠나기는 했지만 전북출신 중에서 대통령이 꼭 탄생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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