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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신밟기와 공동체 의식

노상준  남원학연구소장

 

지신밟기는 음력 정월초사흘부터 보름까지 행하는 우리나라 민속놀이의 하나이다. 지방에 따라 '마당밟기' 또는 '매귀놀이' '지애밟기'라고도 한다.

 

지신(地神)밟기는 일 년 동안 마을사람들의 제액초복(除厄招福)을 위해 토지신에게 올리는 제의이다. 정월 초나 보름날을 전후하여 이틀 또는 며칠씩 지신밟기를 하기도 한다. 대개 지신밟기는 정월초사흘날이 지나 보름사이에 많이 행한다. 지신밟기를 할 때에는 농악 패를 구성 그들로 하여금 마을의 골목길이나 각 가정 또는 사업체를 돌며 지신을 밟아 복을 축원한다.

 

지신밟기는 집이나 마을 터를 안정시키는 종교적 주술적 의례로 행해졌다. 보통 집을 짓기 전에 집터를 다지는 지경다지기를 하는데 이때 지신밟기를 하고 고사를 지낸다. 집을 지을 때 뿐만 아니라 집을 짓고 나서도 살면서 때로 지신을 밟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땅에는 부정한 일이 생기거나 잡신이 침범하기 쉽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잡신을 쫓고 정화하기 위해 지신을 밟는다는 것이다.

 

농악 패는 상쇠, 중쇠, 징, 북, 장구, 소고, 양반탈, 포수, 각시탈, 촌노 등 2~30명으로 구성된다. 이들 농악 패는 '농사는 천하지 대본'이라고 쓴 농기(農旗)를 앞세우고 먼저 풍장을 치면서 당산이 있으면 당산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을 큰 골목과 공동 우물을 돌면서 길굿과 우물굿을 한다. 그 뒤 가정을 돌면서 풍장을 친다.

 

가정에 들어갈 때는 상쇠가 "주인, 주인 문 좀 열어주소! 나그네 손님 들어가오" "주인 양반 문 열었네. 인사 없이 들어가세"라 외친다. 주인이 대문을 열어주면 농악패들은 집안으로 들어가 마당을 비롯하여 부엌, 장독대, 헛간, 마구간, 우물가, 쾅 등 집안의 곳곳을 돌며 지신을 밟는다. 이때 각 가정에는 집안의 각 곳에 촛불과 찬물, 쌀, 동전(지폐도 가능)등을 마련하여 상위에 놓아둔다. 그러면 상쇠가 제관이 되어 축원한다.

 

모든 지신밟기가 끝나게 되면 집주인은 음식과 함께 곡식이나 돈을 내 준다. 이렇게 하여 모아진 금품은 그 마을의 공동사업에 쓰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지신밟기는 새해 초에 진경벽사(進慶僻邪)의 주술적 의미도 있지만 마을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벌이면서 개인의 가택 안녕과 새해풍년 농사를 기원해 주고 시주를 받아 모아두었다가 마을에 일이 생기면 공공을 위하여 사용한다는 공생과 협동 정신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즐겁게 놀면서 복을 빌고 시주 들어온 금품을 모아두었다가 마을에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을 우리농촌문화의 공동체의식이 만들어 낸 장려할만한 마을행사이다.

 

지신밟기와 비슷한 민속으로 비나리 굿이라는 것도 있다. 비나리패가 마을의 공공기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놀이를 하면서 기금을 모으고 이것으로 남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지신밟기는 마을축제로 다리밟기와 더불어 민중속에서 꽃 피어 민중악무(民衆樂舞)이자 근로악무(勤勞樂舞)로 향토축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고 한민족 고유의 전통 민속놀이로 더욱 발전시키고 전승보전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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