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휘 전북대 교수·지역발전연구소장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자 한국교원단체를 중심으로 한 교직자들이 교원보호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본래는 교원들로부터 가해지는 학생들의 인권 침해가 심해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것이지만, 이 또한 교권의 침해를 수반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에 따르면 2001년에는 104건의 교권침해가 있었지만 2008년에는 24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이중 폭언, 폭행, 협박 등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92건으로 전체의 37%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를 포함한 외부인이 무단으로 학교를 방문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두 측면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한쪽을 편들다 보면 다른 쪽이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학생 인권이 절실하고 또 교원의 관점에서 보면 교권도 중요하다. 따라서 분리해 보는 것보다는 종합해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전남교육청이 제시한 교육공동체 인권조례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라남도 교육공동체 인권 조례안은 교육공동체인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교원의 권리와 책임까지 포함하고 있다. 학생의 권리로는 학습권과 자율학습 선택권,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자치활동 보장, 학칙 제·개정 참여 등을 규정했다. 책임 부분은 수업 참여와 학교 규정 준수, 교원 존중, 타인 학습권 침해금지, 폭력 배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상 학생들이 학생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다 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학생에 대한 처벌이 있게 되는 데, 이때가 문제가 된다. 너무 심하게 체벌하면 학생의 인권이 침해되기 때문이다. 전남도 교육청 조례안에 따르면 '학교의 장을 비롯한 교원은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를 포함하여 도구·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제8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경기도교육청이나 서울시교육청 인권조례보다는 학생처벌에 대해 교원에게 선택의 폭을 더 넓혀주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의 인권조례는 '학교에서 처벌은 금지된다'(제6조)고 되어있고 서울시교육청 인권조례는 '도구를 이용한 처벌과 손·발 등 신체를 이용한 체벌 외에 반복적·지속적 신체고통을 유발하는 기합 형태의 처벌과 학생들끼리 체벌하도록 강요하는 행위까지'를 금지하고 있다.
전라남도 교육공동체 인권조례안이 학생인권조례와 교육권을 분리하지 않고 종합해서 하나로 묶은 일은 진일보한 초치로 보인다. 또한 학생 인권을 강조한 나머지 학생 처벌의 폭을 극도로 제한하지 않고 교원들에게 다소간의 재량권을 허용한 것도 잘 한 일이라 여겨진다.
학교 교육은 교사들에 대한 믿음 없이는 결코 바로 설 수 없다. 아무리 법률적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해도 교원들이 학생지도를 등한시 하거나 기피하게 되면 학교는 무너지고 만다. 양식 있는 교사라면 모든 체벌이 가능할 지라도 자기 학생을 함부로 체벌하지는 아니 한다.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있는 지금 교원에게 용기와 격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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