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연 임실초 교사·전북일보 NIE위원
실제 발명, 음악 줄넘기, 영어, 글쓰기, 미술 등 어느 한 분야를 특출하게 잘 하면 그와 관련된 일을 추진할 때 자문위원이나 진행요원으로 발탁되어 일하게 된다. 교육계는 인적 자원이 제한된 편인지라 그 비슷한 일이 생기면 이전 사람들이 또 일을 맡고 그러다보면 노하우가 생겨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이것이 일반적 패턴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이런저런 일들에 욕심내다보면 '두루두루 잘 하는 선생님'은 될 수 있을지언정 나 자신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을 공산이 크다. 반대로 한 가지만 집중해서 노력하면 'OO하면 OO 선생님이지'라는 브랜드 네임을 갖게 된다.
잠자코 듣던 후배는 되묻는다. 그러니까 그 전문성을 어떻게 갖출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고요 라고.
나도 답답하다. 신규 시절, 나 역시 전문성 있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라는 말은 쏙 빠져 있고 다그침만 들려올 뿐이었다. 더욱 큰 딜레마는 그런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조차 딱히 전문성이라고 내세울만한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젊은 시절 이를 깨닫지 못했음에 한탄하면서 '나는 이랬지만 너는 그러지 말아라'류의 낡은 충고를 해주곤 했다. 그들도 아마 속시원히 대답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 방법에 대해.
나는 감히 '전문성이란 불특정 다수 앞에서 두 시간 동안 그 분야에 대해서 쉬지 않고 강의할 수 있으며, 강의 내용 대부분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르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라고 대답해주었다. 예를 들어 흔하디흔한 부모교육이나 독서논술에 대해 강의 할 때 포털 검색이나 시중에 있는 책 읽기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전문성 있다고 볼 수 없다. 경쟁력 있는 강사는 그 사람 아니면 세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고, 배울 수 없는 비장의 노하우들이 가득한 강의를 할 수 있어야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다른 교사들과 차별화되는 뭔가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알고 있는 것들이 많은 교사일수록 경쟁력 있고, 전문성 있는 교사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에 준할 정도로 공부하고 실천하는 수고가 뒤따라야 한다. 후배들은 알듯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누가 시켜서 하는 고민도 아니고, 설사 성공적으로 고민 해결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딱히 눈에 보이는 뭔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OO하면 OO이지'라는 말을 듣는 건 정말 괜찮은 일이다. 이는 비단 교사라는 직업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나는 요즘 '월간 김주연'에 대한 고민에 밤잠을 못 이룬다. 원래도 불면증이 좀 있는데 이젠 아예 새벽 1시에 커피를 마시며 정식으로 고민한다.
서평, 전라북도 문학관 기행, 전북 작가 인터뷰, 패트롤 전북교육, 사람이 답이다 등 크게 열 꼭지를 잡고 시작하고픈 '월간 김주연'은 사실 교사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조금씩 키워오던 내 꿈의 결정체이다.
소요비용이나 원고쓰기에 필요한 절대적 시간 등을 계산하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정말 쓸데없는 짓이지만 역사는 언제나 정말 무모하고 쓰잘데없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움직여왔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이 움직임에 나 역시 발을 담궈보려한다. 잘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