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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담배를 없애면 될 일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문학평론가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8일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두 달의 입법예고를 거쳐 12월 8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개정안은 넓이가 150㎡(45평) 이상인 일반음식점, 고속도로 휴게소나 당구장, 전국 각지의 사적지 등을 금연구역으로 하고 있다.

 

최근 경향신문(2012.10.4) 보도에 따르면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흡연율을 20%대로 줄일 수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가령 조성일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의 '담배가격정책과 흡연율분석'이 그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고 담뱃값에 경고 그림을 넣으면 현재 45%의 흡연율(남성기준)을 2020년까지 20%대로 낮출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갈수록 흡연 국민들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4년째 여고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 역시 이만저만 고통을 겪는 게 아니다. 예컨대 교실에서 흡연한 것이 아닌데도 담배 냄새 난다는 여학생들의 노골적인 눈총이 그렇다.

 

담배를 피우며 생각하는 한 가지 의문은 과연 '대한민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가가 독점적으로 담배를 팔아대 막대한 재정 확충에 '혈안'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듯 흡연 국민들을 죄인시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땅에서 흡연 규제는 1995년 시작되었다. 처음엔 공공시설에서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분리했다. 점차 그 대상의 공공시설 범위가 확대되었다. 2003년부터는 학교와 어린이집, 병원건물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바야흐로 모든 건물, 나아가 길거리, 공원에서의 흡연까지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끽연하며 생각하는 두 번째 의문은 그렇듯 나쁜 담배인데, 왜 하필 국가가 독점하여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조 ·판매하느냐는 점이다. 심하게 말하면 국가가 나서 흡연 국민을 병들게 하고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그게 아니라하더라도 정경수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장의 말처럼 '흡연자 말살'의 금연정책임은 분명하다.

 

말할 나위 없이 흡연자라 해서 민주국가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이나 '기호권'의 기본권마저 박탈당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의 건강권을 이유로 펼치는 과도한 금연구역 지정은 전체주의적 사고(思考)에 가깝다.

 

과도한 흡연 규제는 흡연이라는 개인의 활동을 욱죄는 전체주의 국가적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나 다름없다.

 

국민의 건강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차라리 담배를 없애버리면 될 일이다. 2020년까지 흡연율을 20%대로 낮추려 헛힘 쓰지 말고 아예 국가에서 담배를 제조 ·판매하지 않는다면 금연구역이나 담뱃값인상 논란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최소한의 '흡연권' 역시 보장해야 맞다.

 

국가는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을 통해 '마약 같은' 담배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조 ·판매까지 하면서 흡연 국민들을 비상계단이나 옥상, 건물 밖 후미진 골목길 등지로 범인 쫓듯 내몰고 있다. 응당 매우 온당치 않은 일이다. 흡연이 건강에 해로운 건 사실이지만, 담배는 마약 따위가 아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호식품이다. 그리고 헌법에는 합법적인 기호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호권'이 엄연히 존재한다.

 

다시 힘주어 말한다. 국민건강을 핑계로 흡연 국민의 기호권과 행복추구권을 말살하는 금연정책이 되어선 안 된다. 비흡연자가 많다 하더라도 흡연 국민들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그들을 위해 죄인아닌 죄인으로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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