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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고장 전북이라면

▲ 홍현종 전주 JTV PD
전라북도는 소리의 고장이고, 많은 소리꾼들이 활동하던 곳이며, 전주대사습이 열리고 매년 가을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많은 소리꾼들의 활약상을 느껴볼 수 있는 기념비적 장소로는 어느 곳이 있을까?

 

어렵지 않게 세 곳이 떠오르는데, 동편제 시조인 가왕 송흥록의 남원 운봉 생가와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의 고택이 있는 고창읍내 그리고 여류명창이었던 김소희의 고창 흥덕 생가이다.

 

세 곳의 공통점은 예전 모습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전통 한옥이라는 것과 하나같이 황토를 사용해 새롭게 지어진 집이라는 사실이다. 너무나도 친절하게 예전 명창들은 이러한 황토방에서 생활하지 않았겠느냐는 안내를 해주고 있는 것인데, 결정적으로 예전의 감흥을 느끼기에는 너무 신선하고 세련되기까지 한 이 건축물에게서 무언가 특별한 시간을 갖기에는 무리가 따르기도 한다.

 

반면 소리꾼들이 판소리 한바탕을 연마하다 방금에서야 일어났을 것만 같은 장소가 있으니 바로 동초각이다. 동초각은 동초 김연수의 소리를 이어받기 위해 우리지역의 소리꾼 오정숙 명창이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에 건축한 판소리 전수관이다. 정확히 대둔산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데, 오정숙 명창에게도 소음으로 인한 민원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인지 주변 사람들을 피해 대둔산 자락 아래 첫 번째 자리 잡은 집이 동초각이다. 동초각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양옥으로 지은 2층집이다. 오정숙 명창이 직접 지은 집이니 황토집이 아닌 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며, 생활을 하면서 소리를 전수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넓은 공간을 갖춘 건축물이다.

 

당대 최고의 소리꾼이었던 오정숙 명창이 말년을 이곳에서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던 곳이라 하니 이곳을 거쳐 간 소리꾼의 수는 쉽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며, 이곳에서 선생의 지도를 받았던 소리꾼들이 지금도 명창의 반열에 이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동초각은 참으로 의미 있는 장소이다.

 

소리전공자가 아닌 내가 이곳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겠으나, 이곳은 한 개인에게는 주거의 공간이자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있는 자산의 일부일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수많은 소리꾼들에는 추억의 장소이자 삶의 향기가 그대로 묻어있는 수련의 장소일 수도, 또 우리에게는 전라북도가 소리의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역사적 장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오정숙 명창이 떠난 후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가는 이곳을 몇 차례 방문해 보았다. 항상 닫혀있는 문과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전주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오정숙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을 별도로 지정하려고 한다니, 머지않아 이곳도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고 그 기능을 마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다시 어느 곳에선가 황토로 지은 오정숙 생가가 새롭게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며, 또 우리는 별다른 의미도 없는 황토집에서 쓸쓸하게 오정숙 명창의 삶을 어렵게 반추해보게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소리의 고장 전북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곳 동초각은 그 어떤 판소리 명소보다 의미 있는 곳이자 소중한 곳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오정숙 명창이 우리 곁을 떠나간 날이 다가온다. 타고난 재능과 불굴의 의지로 당대 최고의 소리꾼으로 우리지역의 가치를 드높였던 선생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그리고 우리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수많은 소리꾼들이 거쳐 갔던 곳이자 판소리 수련을 위해 선택된 동초각을 보존하고 기리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소리의 고장에서 살고 있음을 잊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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