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9:03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문화마주보기
일반기사

문화 송년회 '일석삼조'

▲ 조민철 전북연극협회장
송년회가 앞당겨지고 짧아졌다고 한다. 예년에는 연말까지 이어지던 직장, 동호회, 각종 모임 등 술자리를 위주로 했던 송년 풍경이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12월 중순이면 거의 끝이 난다하니 합리적인 생활의 패턴이 생기나 보다. 몸을 망쳐가면서까지 한해를 요란하게 접었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그 대신 문화예술과 레저, 스포츠로 화합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하니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우선은 어느 순간까지 망년회로 불리며 한 해의 안 좋은 기억들을 잊는 것에 치중해 오늘을 통해 과거를 부정하는 의미에만 집중했던 이 모임들이 이제는 오늘을 기해 내일을 기약하는 순기능을 더했다는 것이고, 거기에 더해 오직 술을 매개로 했던 것을 예술 감상, 공유하는 레저나 스포츠 영역으로까지 확대했다는 사실은 더욱 의미를 가진다 하겠다.

 

술로 몸 망쳐가며 노는 모임은 그만

 

원래 우리에게는 망년회라는 말이 다른 뜻으로 쓰였다. ‘망년(忘年)이란 ‘나이(歲)를 잊는다.’는 뜻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그 사람의 재주나 인품을 보고 사람 사귀는 것을 ‘망년지교(忘年之交)’라 했다. 언제부턴가 정확한 시작인지 모를 이 망년회는 명백하게 일본 식민지 시대 산물이다. 일본에서는 천여 년 전부터 망년 또는 연망(年忘)이라 하여 섣달 그믐날 즈음에 친족, 친지들이 모여 술과 춤으로 흥청대는 세시 풍속이 있었으며 이것이 망년회의 뿌리가 됐다고 한다. 그들의 풍습이 자연히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풍습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수세(守歲)라 하여 섣달 그믐날이면 온 집안에 불을 켜놓고 조상신의 하강을 경건하게 기다리는 성스러운 밤이었다. 조상신이 일 년 내내 집안사람들의 행실을 지켜보았다가 섣달 스무 나흗날 승천해 옥황상제에게 고하고 이날 밤에 하강하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따라서 연말은 일 년 동안 자신의 처신에 대한 심판을 두려워하며 그 처분을 기다리는 엄숙한 시간였으며 경건한 가운데 한 해를 돌아보며 자기 반성을 하는 흥청거림과는 거리가 먼 시간였던 것이다.

 

힘겹게 이끌어왔던 한해를 같이 돌아보며 반성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다음해를 다짐하는 의미로 변화된 송년회는 그 이름의 변화로 인해 일제시대 잔물을 떨쳐내었고, 새로 부여되거나 우리 고유의식이 지녔던 의미를 되새기는 변화를 보여 이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긍정요소를 품게 됐었다 하겠다. 하지만 여전히 술집에서 시작해 망년에만 치중하는 모임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이에 새로운 송년회 모델을 제시하고 한다. 영화관이나 공연장, 전시장, 실내 골프장, 볼링장, 탁구장 등의 티켓을 끊고 그 시간 전·후로 주변의 음식점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문화나 레저 활동을 하고 나서 그 소감을 피력하는 자리로 이어가자. 그것이 술집이어도 좋고 찻집이어도 좋을 것이다. 이어서 지나간 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설계하고 다짐하는 귀한 자리를 이어간다면 충만한 감동과 자기만족을 얻고 오늘과 내일을 돌아보고 계획하는 일석삼조의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문화·레저 활동하며 송년·신년 맞이

 

많은 사람들이 한숨을 쉬는 연말이다. 택시와 대리운전자는 손님이 없다 하고 음식점도, 심지어 술집마저 연말 대목과는 상관없는 오늘의 송년 분위기에 우울해 한다. 절제 속에 건전하게, 하지만 소비가 이루어지는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치르는 송년모임으로 이들의 한숨이 바쁜 손님맞이에 가쁜 숨으로 바뀌게 하고, 본인들도 뿌듯한 새로운 송년 문화를 만들어 가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