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이 초고속으로 발달하게 된 것은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일어난 기술적 혁신에서 비롯됐다. 인간은 이후 250년 동안 창조적 혁신을 거듭하며 물질과 정신 모든 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민주주의 정치 제자리 걸음 여전
인류가 지구를 완벽하게 장악한 증거는 인구에서 찾을 수 있다. 약 1만 년 전 530만 명 정도에 불과했던 인구는 서기 1세기 무렵 약 3억 명으로 늘었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1750여 년 동안 5억 명이 더 늘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발달된 의약 의료기술은 인간 수명을 늘렸다. 세계인구는 20세기 중반에 60억 명을 돌파했고, 지금은 75억 명에 달하고 있다. 불과 200년 사이에 지구상 인구가 60억 명 이상 늘었다. 폭발적이다.
인간의 성공은 기본적으로 큰 뇌와 직립, 그리고 손가락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두 팔 때문에 가능했다. 게다가 끊임없는 호기심과 상상력, 연구 본능을 갖췄다. 원시인들은 깨진 돌을 주워 그대로 사용하다가 연마해서 다양한 생활도구와 사냥도구를 만들었다. 말 발굽이 빨리 닳아 장거리 정복전쟁을 치르지 못했지만, 인간은 편자를 발명해 멀리 있는 국가까지 정복하고, 장거리 교역도 했다. 기계문명으로 세상은 더 넓어졌다. 엔진을 발명해 자동차와 선박, 비행기, 우주선을 만들었다. 이제 인류의 세상은 우주로 향하고 있다.
엄청난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인류 문명은 반도체의 발전 속도로 비유할 수도 있다.
반도체 업계에 ‘황의 법칙’이 있다. 얼마 전 kt CEO로 간 황창규 사장이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으로 일하던 2002년에 주장한 것으로, 메모리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2년(2Gb)부터 2008년(128Gb)까지 매년 두 배씩 메모리 용량을 늘렸다.
세상은 그야말로 요지경이 됐다. 책과 신문을 컴퓨터 모니터는 물론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음악과 영화 등도 스마트폰에 디지털 파일로 내려 받아 무한정 저장해 볼 수 있다. 자동차는 전자제어장치가 가득 찬 컴퓨터가 되고 있다. 인류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상상하기 힘든 문명을 현실화하며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유난히 느린 것이 있다. 바로 인간들이 하는 정치다. 달나라에 집짓고 살 만큼 현대 문명이 발달했지만, 민주주의 정치는 제자리 걸음이다.
이집트와 남수단, 시리아, 북한 등 수많은 나라에서 정치적 갈등과 핍박,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일본의 아베집단은 전범을 추모하며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는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같다.
시선을 나라 안으로 옮겨보자. 남과 북의 대결구도, 호남과 영남의 대결구도, 진보와 보수의 대립, 여야의 끊임없는 정쟁, 양보없는 독선, 탕평없는 국민화합 등 패거리 정치가 국민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정치는 나눔·화합·생명에 중심둬야
대한민국에 독재가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권력가들은 여전히 패거리를 이뤄 이전투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자연계는 음과 양이 조화를 이뤄 끊임없이 만물을 창조하고 있지만, 인간들은 찬성과 반대에 묶여 제대로 나아가지 조차 못하고 있다. 생존 본능의 이익만 좇을 뿐 이해와 화합은 뒷전에 두기 일쑤다. 인간이 물질 문명의 하수인이 된다면 종말이 있을 뿐이다. 황의 법칙이 계속되고, 인간이 엄청난 풍요를 누리며 그 수를 늘리고, 나아가 우주의 지배자가 된들 무슨 소용인가.
대결과 승자독식의 정치는 인간의 영혼을 병들게할 뿐이다. 정치가 이익보다 나눔을, 배타보다 화합에 힘쓰고, 인간과 생명을 중심에 두어야 인간이 살고 지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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