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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에 침몰한 나라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잊을 만 하면 터지는 대형참사가 지긋지긋하다.

 

심각한 것은 대형 참사 터진 후 반성문만 쓰고 예방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전 불감증과 위기관리능력 부재가 지적되고, 대책 약속이 나오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놀부가 흥부한테 받은 화초장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개울을 건너다 화초장 이름을 깜빡 잊어버리듯 하는 고질병이 여전하다.

 

대형참사 원인, 안전의식 부족 많아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그동안 발생한 몇몇 대형 참사들을 되새김질 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최대 해난 참사는 1970년 12월 15일 새벽 발생한 남영호 침몰사고다. 당시 남영호는 제주도 서귀포항을 출항, 부산항으로 가던 중이었다. 14일 오후 5시 승객 338명과 화물 209톤을 싣고 출항한 남영호는 15일 새벽 2시5분쯤 전남 여수 소리도 인근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남영호에 타고 있던 323명이 사망했다. 전형적인 인재였다. 남영호는 여객정원 302명보다 36명을 더 태웠고, 화물은 정량인 150톤보다 2∼3배 더 실었다. 항해 도중 화물이 무너지면서 균형을 잃은 배가 완전히 뒤집혔다.

 

남영호 참사 23년 후인 1993년 10월 10일 부안군 위도면 파장금항 앞바다에서 침몰한 서해훼리호 참사에서도 무려 292명이 희생됐다. 당시 기상은 악조건이었다. 초당 10∼14m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고, 파도 높이도 2∼3m로 높았다. 하지만 서해훼리호는 정원 221명을 훨씬 초과한 362명을 태운 채 출항했다가 삼각파도를 맞고 무기력하게 침몰했다. 안전불감증이 빚은 대참사였다.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사고는 1995년 6월29일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였다. 원인은 부실 시공이었다. 하지만 사후 부실 관리 및 대응이 더 큰 문제였다. 백화점측은 1만 3,732㎡이던 매장을 3만 978㎡로 증설했고, 옥상에 냉각탑을 설치하면서 바닥판의 구조적 손실을 초래했다. 사고 당일 오전 8시5분쯤 5층 식당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대참사가 예고됐다. 백화점측은 이 사실을 알고도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했다. 결국 이날 오후 5시 55분쯤 백화점이 완전 붕괴되면서 502명이 사망했다.

 

이밖에 1997년 8월6일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가 태평양 괌에서 추락해 228명이 사망했고, 2003년 2월18일 대구에서는 지하철 화재로 192명이 사망하고 21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빚어졌다. 1994년 10월 21일 발생한 서울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32명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고, 불과 2개월 전인 2월17일에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대학생 등 10명이 숨졌다.

 

대형참사들의 공통 원인은 우리 사회에 퀘퀘먹은 안전불감증이다. 남영호는 정량을 훨씬 초과한 화물을 실었고, 서해훼리호는 정원을 크게 초과했다. 이번 세월호 전복사고도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였다. 안개가 심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출항했고, 물살이 거센 사고지점을 통과할 때 경력 1년된 3등 항해사가 키를 잡았지만 옆에 선장은 없었다. 컨테이너 화물은 일반 밧줄로 고정했을 뿐이었다. 당국의 권고 항로도 벗어나 있었다.

 

사고 후 대처도 문제였다. 선장은 승객들을 버려둔 채 좌초된 배를 맨 먼저 탈출했다. 아이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제자리에 있으라고 한 뒤 정작 선장 등 선원들은 도망쳤다. 선내 방송을 믿었던 순진한 학생만 죽음으로 내몰렸다. 명백한 살인죄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시쳇말이 현실이 됐다. 이제 아이들이 어른들 말을 믿겠는가.

 

불가항력적 사고도 막는 시스템을

 

사고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다. 해방 후 20년 주기로 터지는 대형 해난사고를 두고, 성난 바다의 저주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라면 설사 불가항력적일 수 있는 사고도 막을 수 있고,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하늘나라에서 고인들은 대한민국 어른들에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애도의 눈물 바람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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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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