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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할 일

세월호 참사 국민 상처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책임지는 모습 아쉬워

▲ 유길종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야기된 국민들의 분노가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사고현장을 방문하고, 합동분양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국민들의 분노가 직접 대통령을 향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직접 사고현장을 방문하여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있을 수 있음에도, 사고 발생 이틀째인 지난 4월 17일 사고현장을 방문하여 관계자들에게 조속한 구조를 지시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이들을 위로했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에도 실종자 구조와 수색이 지지부진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4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신속한 수색을 촉구하며 현장에서 지휘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겠다고 나섰고, 경찰은 이를 막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29일에는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언론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로를 받고 있는 한 할머니 사진이 공개됐는데, 이 할머니가 유가족이 아닌 일반 조문객으로 밝혀지면서 연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는데, 그 발언은 국민을 직접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내용면에서 유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위로하는 사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비등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4일 다시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대한 가족들의 불만과 요구 사항을 듣고 “사고에 책임이 있는 사람, 죄를 지은 사람들은 철저히 밝혀서 엄벌에 처할 것”이라면서 “공직자와 정부 관계자도 책임을 못 다한 사람은 엄중문책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6일 부처님 오신날에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무엇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5월 9일 새벽부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청와대 인근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를 했다.

 

이렇게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야기된 분노가 대통령을 직접 향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광장 자유게시판에 올랐던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란 글은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고에서 보인 행태의 문제점을 상식선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국민들의 분노가 직접 대통령을 향하는 사태가 야기된 것도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고의 와중에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대형사고를 경험했지만 이번 사고는 과거의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어린 학생들이 속절없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광경을 국민 모두가 지켜봐야 했다. 국민들은 매일 매일 뉴스를 보면서 내 자식, 내 형제가 저렇게 된 것 같은 심정이 되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분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고현장을 두 번이나 직접 방문하기는 했지만 국민들의 이러한 분노와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데 실패했고, 진심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분노한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에서 청와대에 올라가 대통령을 면담하겠다고 들고 나온 것을 보면, 대통령의 방문과 지시 이후에도 구조 및 수색작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했고 유가족들에게 그 원인을 이해시키는 것도 실패했다.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고현장을 찾아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고, 그 결과는 대통령이 사고현장을 찾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을 고려하면 대책 없이 사고현장을 찾아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빨리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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