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경건한 마음가짐을
우리들이 잊고 있거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월초(月初)가 의병의 날이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병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고 이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년 6월 1일을 정부가 주관하는 의병의 날로 제정했다.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1592년 홍의장군 곽재우가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항일의병의 효시가 됐던 날을 기념해 의병의 날로 정해 지난 2010년 5월 25일에 기념일로 제정·공포했던 것이다. 의병정신은 참혹했던 일제시대하에서는 광복군의 항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호국보훈의 달이 시작되는 첫날은 호국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날이다.
예로부터 망우보뢰(亡牛補牢)라는 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이다. 이미 어떤 일을 실패한 뒤에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과거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내치가 되지 않을때면 과거에는 민란이 일어났고, 권력마저 넘어갔음을 지난 역사에서 알수 있다. 내치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안보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900여차례가 넘는 외침에 시달려 왔다. 고려 우왕집권 14년간에는 무려 378회에 걸친 왜구 침입이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안보는 내치와도 직결돼 있다. 최근 안보의 개념은 단지 국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안보는 식량,에너지,사회적 환경, 사이버 정보보호 등 넓은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안보관을 재정립할 시점이다. 자연재해나 대형참사 등 국가재난관리도 국가안보의 개념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안보논리는 선거때만 되면 더욱 기승을 부렸다. 안보는 국가존립의 초석임에도 권력자들은 정권유지에 악용해 왔다. ‘총풍’, ‘북풍’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정권기반이 흔들릴때마다 이념과 안보를 내세웠다. 더구나 지난 대통령 선거때는 국가정보원,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안보기관마저 선거에 개입했다. 안보라는 미명하게 인터넷에 각종 댓글을 통해 민심을 조작했다. 야당의 유력후보를 음해하거나 발언까지도 왜곡했다. 특정지역을 폄하하고 지역갈등도 조장했다. 참으로 어이없는 행태다. 국가안보의 보루라고 하기에는 있을 수 없는 정치개입이다. 은밀하고 교묘하게 자행해서 들통나지 않을거라고 자신했겠지만 결국 진실은 밝혀질 수 밖에 없다.
안보 논리, 정치에 악용하지 말아야
검찰 수사결과, 국가안보기관들의 대선개입은 상당히 조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현 정권은 정권의 정통성과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국가안보의 최후의 보루라고 여기던 이들 기관들의 선거개입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안보관을 왜곡시킨 것이다. 전적으로 국가안보기관들의 책임이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정권은 정통성과 도덕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정권기반이 취약하기 그지없었다. 그때마다 안보논리를 정권유지에 악용했다. 정권이 신뢰를 잃고 기반이 흔들리면 국가는 누란(累卵) 과도 같은 위급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현 정권은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툭하면 선거때나 정권이 위협받을때마다 안보를 악용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려 정작 국가의 위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 수 있다. 호국의 달을 맞이하여 호국정신과 함께 악용되어온 정권의 안보논리를 되새겨 본다. 더 이상 안보논리를 선거와 정치에 악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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