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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인간문화재 안숙선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판소리 고장 남원이 고향인 명창 안숙선씨(64)는 당대 가장 빛나는 판소리 스타다. 6세부터 극단생활을 하며 재능을 키워온 안 명창은 19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후 주연 소리꾼으로 국악계에서 입지를 굳혔다.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용인대 국악과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로 후학들에게 국악을 전수하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고향의 소리문화 발전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세월호 아픔에 휩싸인 안산에서 ‘치유와 희망의 음악회, 당신을 위한 노래’ 합동 음악회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등과 함께 열었다. 안 명창은 이날 춘향가 중에서 춘향이 한양으로 떠난 이도령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대목을 노래하며 유족 등의 아픔을 다독였다. 그는 기쁨과 슬픔이 혼재하는 이 시대 모두의 소리꾼으로서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가야금산조·병창 예능보유자 지정

 

1986년 남원춘향제 전국명창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안 명창은 제25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93), 옥관문화훈장(1999), 서울시문화상(1999) 등 굵직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국악인이다.

 

안 명창은 언제나 판소리를 하고,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를 ‘판소리 인간문화재’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안 명창은 몇 년 전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공연에서 무대를 꽉 채운 100여명의 가야금 병창단 중심에서 그의 제자들과 함께 가야금을 켜며 노래했다. 그는 판소리 뿐만 아니라 가야금병창도 매우 잘하는 것이다. 그는 판소리가 아닌‘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이다.

 

안 명창의 행적을 보면 판소리에 대한 애정이 짙게 드러난다. 아마 그가 판소리가 아닌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가 된 데는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안숙선 명창의 스승은 만정 김소희 선생이다.

 

고창 흥덕이 고향인 김소희 선생은 ‘국창’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명창’으로 불릴 만큼 근현대 판소리계를 휩쓴 여류 명창이다. 만정 선생은 부부 국악인이었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이 고향인 남편 박석기는 거문고 산조의 명인으로 알려진다. 일제시대 고향인 창평에서 서편제 명창 박동실을 후원했다. 당시 박동실에게서 판소리를 배운 제자들이 김소희 선생을 비롯해 장월중선, 한애순, 한승호, 김동준, 박귀희 등으로 알려진다.

 

박석기는 19세기 말 거문고 산조를 창시한 것으로 알려지는 백낙준에게서 거문고 산조를 배웠고, 한갑득에게 전수했다. 한갑득은 1938년 서울에 올라가 거문고 연주가로 명성을 쌓았다.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를 남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판소리를 익힌 김소희는 일취월장, ‘국창’으로 추앙될 만큼 판소리계의 거목이 됐다. 청출어람격으로 그의 제자 안숙선, 신영희, 박윤초 등은 현대 판소리계를 주름잡고 있다. 쟁쟁한 소리꾼들이다.

 

무형문화재 판소리 예능보유자 돼야

 

그러나 만정의 소리를 공식적(?)으로 물려받은 제자는 딱 한사람이었다. 많은 제자들의 소리가 높은 경지에 올라 있었지만,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예능보유자 지정은 1명 뿐이었다. 그 제자가 박윤초 명창이었다. 박윤초 명창은 김소희 선생의 딸이다. 부모의 예술적 기질을 모두 타고난 듯 박 명창은 판소리, 가야금병창, 전통춤 등 많은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예능보유자가 되는데 모자람이 없는 국악 예술인이다.

 

어쨌든 판소리 명창 안숙선씨가 판소리 인간문화재가 아닌 것은 의아스러운 일이다. 현대 소리판에서 최고봉으로 맹활약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최고의 판소리 명창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안 명창에 대한 판소리 인간문화재 지정은 당연하다. 판소리 본고장 전북이 챙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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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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